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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연희-1538화 (1,53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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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모두가 돌아가고 난 뒤 안으로 들어가자 휑했다. 아직 아무것도 넣어두지 않았으니 휑한건 당연했지만 불태워버렸던 호랑이가죽이 아쉬웠던 도철은 사슴가죽을 놔둘까하다가 이건 아닌거 같아서 불태워버리고는 자리에 벌렁 누웠다.

"딱딱하고 차갑네.."

못장 정도는 아니었지만 호랑이 가죽이 있었을 때가 생각이 났던 도철은 자고 일어나면 크고 거대한 호랑이 한마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동이 트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어제 생각한 호랑이를 잡아보기 위해 산맥 전체를 돌아다녔다. 문제는 찾아다니는 동안 살기를 내뿜어서 그런 것인지 개미한마리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에야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지나자 짜증이 난 도철은 눈 앞에 보이는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씨발 왜 안보이는...아니지..이러면 더 안나올거야. 스읍..하..스읍..하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심호흡을 하자 산맥 전체에 퍼져있던 그녀의 살기가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쑥대밭이 된 숲 뒤로 새들이 지저긔는 소리가 들리고 숨어있던 야생동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살기를 죽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진다는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호랑이를 찾기 위해 산맥을 다시 한번 뒤진 그녀는 꽤나 큰 녀석을 발견하자마자 그대로 죽여버렸다.

평소같으면 머리통을 으깨어버리겠지만 가죽이 상하지않게 하기 위해 목뼈를 부러뜨린 그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민준의 오두막을 찾아갔다.

"으악 시발 깜짝이야."

한창 요리를 하고 있던 민준은 후끈한 열기를 피해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눈을 감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맹수들이 공격안하긴 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던터라 그런 것이었다..

이렇게 놀라는 민준의 모습을 처음 보았던 도철은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렸고 안에 있던 궁기는 무슨 일이냐는 듯 밖으로 나왔다고호랑이를 보고 눈을 깜빡 거렸다.

"언니 그거 먹고 싶어서 잡아온거예요??"

"아니 가죽이 필요해서. 그런데 이거도 맛있긴..하겟지? 너 먹어봤어?"

가죽이 필요해서 가지고 온 것이긴 했지만 먹어본 적이 없던터라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자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건 그렇고 이거 가죽 벗겨줘봐. 집에 깔아두게."

"가죽이라. 이런건 내가 하는거보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한테 맡기는..아니다. 내가 해줄게."

인간의 도움을 받는다는 말에 인상이 와락 구겨지자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자신이 한다고 말을 바꾸고는 가죽을 벗겨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재료준비를 하기 위해 가죽을 벗겨날 때야 손상이 가든 안가든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지만 바닥에 깐다고 했으니 왠지 오래걸릴 것 같았던 그는 궁기에게 오늘 점심은 너한테 맡긴다고 하고는 가죽을 벗기는 일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갑자기 요리를 맡게 된 궁기는 당황했지만 그간 배운게 있었으니 만들어보기로 한듯 냄비를 잡고 요리를 만들었다. 그녀가 만든 것은 볶음밥이었지만 고기가 큼직하게 썰려있었다. 원래는 다른 음식을 만들려 했지만 가장 자신 있는 것을 만드려고 하다보니 볶음밥이 나온 것이었다.

"헤에 고기가 꽤 크구나?"

아직 호랑이 가죽을 벗겨내고 있던 민준과 다르게 자신이 만든 것을 보고 뿌듯하게 생각한 궁기는 혼돈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 늑대도 보이지 않아 도철에게 볶음밥을 건네주었다.

"오~ 이거 맛있어.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고기가 적어."

충분히 고기가 많았지만 육식을 즐기는 도철에게는 한참 부족한 듯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자 궁기는 야채도 먹어야한다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후.. 다 끝났다. 이정도면 되겠지?"

가죽 손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민준이 가죽을 건네주자 그녀는 이리 저리 둘러보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지금 당장 바닥에 깔아두면 안되니까 햇볕에 잘 말려놔."

"알았어. 그럼 금방 다녀올게."

고기는 뒷전이라는 듯 볶음밥을 뚝딱 해치운 그녀는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혼돈이 찾아왔는데 꽤나 졸린 듯 하품을 하고 있었다.

"꽤 늦었네?"

"아 언니..안녕하세요. 도철언니는요?"

"호랑이 가죽이 말리러 갔어. 너는?"

"저는 어제 왠지 잠이 안와서요. 뒹굴 뒹굴거리다보니 이제 일어났네요."

혼돈이 늦잠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그런 날도 있겠거니 생각한 궁기는 볶음밥을 듬뿍 퍼서 그녀에게도 건네주었다.

"내가 만든거야. 어때 맛있어?"

"네 맛있어요. 특히 이 큼지막한 고기가 마음에 들어요."

민준이 만든 볶음밥은 고기도 잘게 썰려있어 밥과 어우러지는게 매력이었다면 궁기가 만든 것은 고기가 큼지막해서 고기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간 역시 잘 되어 있어 둘 중 무엇이 낫냐고 물어본다면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맛있게 먹고 있자 뒷정리를 끝낸 민준도 주방으로 가서 밥을 한그릇 퍼왔다. 궁기에게 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혼돈과 즐겁게 말하고있었으니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 직접 가지고 와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대화에 끼기보다는 그냥 들으며 어느세 밥 한그릇을 뚝딱한 그는 식기도구를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호랑이의 해체작업을 시작했다. 소나 돼지 토끼같은 것들은 해체작업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 육식동물들을 해체하는 것은 처음이었던터라 낑낑거리며 작업을 끝낸 민준은 훈연을 했다. 이미 볶음밥을 먹어서 배가 차오른만큼 호랑이를 먹으려면 도철이 있어야했는데 그녀는 오두막으로 돌아가버렸으니 먹을 사람이 없어 훈연을 한 것이었다.

"크흠!'

"궁기? 무슨 일이야?"

"볶음밥..어땠나요?"

"맛있던데? 잘 만들었어."

"그런가요? 그런데 아까는 왜 아무런 말도 안하신거죠?"

"혼돈이랑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괜히 이야기에 기려고 해봐야 좋을거도 없고 해서 식기도구 정리하고 말하려고 했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고 완벽하다는거죠?"

"음식에 완벽하다는건 없다고 생각해. 내가 만든거도 누군가 새로운 방법으로 고치면 그게 좋은거지. 그러니까 완벽한거보다는 맛있게 만드는게 좋아."

"그렇군요. 그런 점에서는 합격이란 말이죠?"

"그렇지."

"잘 알았어요"

민준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넣은 것은 아니었지만 음식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다보니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의 요리를 완벽하게 따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맛있다고 했을 때는 탐탁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것보다는 맛있다는 말이 최고의 찬사라고 설명해주었으니 왠지 홀가분해진 궁기는 다음에는 또 어떤 요리로 놀라게 해줄까 생각을 하며 식기도구를 정리했다.

"후아아암.."

"많이 졸린가보네?"

"많이 못.잤어요. 왠지 몰라도 잠이 안오더라구요.."

"그럼 조금 자는게 어때? 이제 할거도 없는데."

지금부터는 도철과 대련을 할 시간이다. 그런데 그녀가 없었으니 할 일이 없어진 민준은 기타연주라도 할겸 기타를 가지고온 상태였다. 그러다 혼돈은 연주를 부탁해도 되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무엇이 듣고 싶냐고 답했다.

"그냥..잘때 듣기 좋은 노래요.."

"으음...그럼 그 노래가 좋겠네. 크흠. 엄마가 섬그늘에~"

푹 잘 수 있도록 목에 힘을 빼고 불러주자 혼돈은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어느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뒤늦게 밖으로 나온 궁기는 혼돈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 같아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살금 살금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방금 잠 들었으니까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자."

"그러죠"

그녀가 잘 잘 수 있도록 오두막으로 들어가자마자 궁기는 무슨 일이냐고 노려보며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고 자시고 졸리다길래 노래 하나 해준거뿐이야."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었나요?"

"그냥 잘 자라고 힘빼고 부른거야. 잠오는 사람한테 고음을 들려줄 순 없잖아."

"...믿지 못하겠네요. 다시 한번 연주해보시겠어요?"

지금까지 기교가 잔뜩 들어있는 목소리만 들었던터라 이렇게 힘을 뺀 목소리가 여인을 꼬시는거라고 의심한 궁기는 어디 한번 불러보라고 말했고 민준이 다시 노래를 시작하자 조용히 듣다가 그녀 역시 잠에 바져버렸다.

이거 참..갑자기 잠이 들면 어떻게 하라는거야.."

혼돈이야 그렇다고 쳐도 궁기까지 잠들줄은 몰랐기에 머리를 벅벅글은 그는 베게와 담료를 가지고 와 그녀가 편이 잘 수 있게 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혼돈이 깨지않게 조용한 노래들 위주로 선곡하며 훈연이 다되기를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립니다

그리고 오리너구리에 관한 소설이라니..대단하다..

흑월의 부탁[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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