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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본거지로 돌아온 도철은 평소같으면 그대로 잠을 잤다. 땀을 얼마나 흘리던 신경쓰지 않았고 궁기나 혼돈이 냄새난다고 할때만 호수로 항하여 몸을 담궜다. 이게 그녀가 몸을 씻는 방법이었고 돌아가면 한숨을 푹 내쉰 궁기가 다시 호수로 데리고 가 몸을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물이 무서워서 그렇다기보다는 순전히 귀찮아서 이런 것이었지만 지금 도철은 혼자 호수에 와 있었다.
달빛이 비추어질만큼 투명한 호수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물이 차가운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니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녀는 물끌러미 바라보았다. 몇일 씻지않았지만 떡지기는 커녕 윤기가 나는 머리카락과 얼굴 여기 저기에 흙이 묻어있을 뿐 더럽지는 않았다. 몸 여기 저기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딱히 아무런 냄새는 나지않는 듯 했다. 민준의 오두막에 찾아갔을 때도 혼돈이나 궁기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아직 냄새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몇번 심호흡을 하더니 호수에 몸을 담그렀다.
물에 담그었다가 빼는게 아니라 궁기가 해주었던 것처럼 몸을 깨끗하게 씻고나온 도철은 원래 모습으로 변해 몸을 크게 털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젖어있던 몸의 물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우. 이정도면 되겠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도철은 호수에 비친 자신에게 중얼거린 뒤 본거지로 돌아왔다.
"이건 또 무슨 냄새야.."
씻고 온 다음에 들어와서 그런 것인지 본거지에서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낀 도철은 작게 한숨을 내고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들어냈다.
지금까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꺼냈다. 청소라는 건 해본적이 없기에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들은 부수어서 버리고 바닥에 깔려있던 호랑이의 가죽은 그대로 불태워버렸다. 자신의 앞에서 소리를 울부짖은 녀석이라 아깝긴 했지만 워낙 냄새가 심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몇백년간 묵어있던 것들이다보니 전부 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남아있는 것 같아 짜증이 났던 도철은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민준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궁기에게 찾아가도 되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틀림없이 잔소리를 할꺼라고 되뇌이며 그의 오두막을 다소 단폭하게 두드렸다.
도철과 대련을 해서 피곤하긴 했지만 아직 자고 있지 않았던 민준은 쿵쿵거리든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자 문을 열어주며 한마디를 했다.
"늑대 너 그러지 말라고..어라? 도철이네?"
"늑대? 무슨 소리야 그게?"
"난 혼돈이 데리고 있는 늑대인줄 알았지."
"늑대라고 하는거면 그녀석의 애완동물인건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이 시간에 그녀석의 이름을 부르는거냐고"
인상을 쓰고 추궁하듯 물어보는 그녀를 보며 민준은 숨길 것이 무엇이 있냐는 표정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울었던 것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자세한 것은 그녀에게 물어보라고 했으니 신경쓰이면 혼돈을 찾아갈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러는 너는 갑자기 왜 찾아온거야?"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지긴 했지만 본거지가 개판이 된만큼 그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짜증을 내고 싶은걸 참으며 깊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래? 그럼 가볼까? 아 그리고 너 말이야."
"뭐? 씨발"
요즘 들어 욕을 잘 안하던 그녀였지만 기분이 갑자기 다운 되었으니 욕부터 튀어나왔다. 이 모습을 본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보기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무슨..소리야 너?"
"깨끗하게 씻은거 같은데 그 편이 훨씬 보기 좋다고."
"아..알게 뭐야! 아무튼 가자"
방금 전까지 짜증나던 것이 눈 녹듯이 사라진 도철은 민준을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는 그대로 본거지로 날아갔다.
낚시대에 걸린 물고기가 이런 기분일까 생각하고 있는 사이 순식간에 그녀의 본거지에 도착한 민준이었는데 황당해서 말이 안나왔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모든 걸 꺼내두기만 했으니 밤 사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널부러진 것들을 한곳에 정리한 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신의 오두막에서 자라고 말했다.
"뭐야. 그냥 가죽같은걸 넣으면 되는거 아니야?"
"그것도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안되어 있고 밤새서 작업하기엔 내가 피곤해서 안돼."
그랬다. 민준은 지금 무척이나 피곤했다. 방금 전까지 몸을 격하게 움직여서 침대에 쓰러지면 그대로 잘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지않고 있던 이유는 간단했다. 자정에 자서 8시쯤 일어날 계획을 하고 있던터라 시간을 맞추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작업을 하다가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충할 것 같아 자신의 오두막에서 자라고 말한 것이었고 그 말을 들은 도철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면 바위 위에 자던가. 아무튼 작업은 내일하는게 좋을거 같아."
"그럼 어쩔 수 없으니..돌아갈까."
귀찮다는 게 아니라 피곤하다는 말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던 도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민준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런 다음 넙적한 바위와 민준의 오두막을 번갈아보았다. 한참동안 고민을 하던 그녀는 결심한 듯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담요랑 베게. 덮고 자면 춥지는 않을거야."
한겨울에도 맨살을 들어내고 있는 도철이었던만큼 추위를 느끼지는 않지만 민준이 신경써주는게 기분 좋았던 것인지 순수하게 담요를 받아들고는 눈을 감았다. 잠을 자지 못할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눕자마자 곯아떨어진 그녀는 맛있는 요리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쯤 깼다. 그리고 그 옆에는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혼돈이 있었다.
"후아암..혼돈 안녕? 좋은아침이야."
"네 언니. 듣자하니..본거지를 다 들어내셨다면서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안에 냄새가 심하게 나더라고."
"그렇군요오.."
"그러고보면 너도 밤에 여기 자주 찾아온다며?"
"네? 그건..노래가 듣기 좋아서요..그런데 어디까지..들으셨어요?"
"네가 그 뭐야..걱정말아요 그대? 그 노래 좋아한다는거. 그거말고 궁금한게 있으면 너한테 물어보라던데?"
"아..그렇군요.."
대답은 했지만 혼돈은 시선을 피했다. 무언가 숨기고 있을 때 이러는게 대부분이었던터라 무언가 캥기는게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도철 역시 궁기가 아닌 민준을 찾아간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원스럽게 말하지 못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서로 숨기는게 있다보니 당연히 어색한 기류가 흐르게 되었고 민준이 밥먹으라는 말에 놀라 황급히 나가긴 했지만 거기서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무언가 있는거 같은데...'
도올 언니와 도철언니가 싸우고 몇일간 말하지 않은 적은 꽤 있었다. 하지만 혼돈이 누군가와 싸운 적은 없었다. 불만 사항이 있으면 그걸 숨기지 못해 왠만하면 배려해주었다.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었던 도올조차 혼돈에게는 배려를 해줄 정도였으니 싸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 보다 못한 궁기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켈럭 켈럭..아..아무것도 아니예요 언니."
"그..그러엄 별거 아니야. "
"둘이 싸운건 아니죠?"
"싸우다니. 누가? 우리가? 아니라니까? 그렇지?"
"네. 아니예요 그냥 뭐랄까..그..그러니까..그..그래요..도철언니 본거지를 새단장한다길래 신기해서요."
"그런거니?"
"네. 몇백년간 치우지않은 곳인데 갑자기 새단장을 하신다 했으니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서 그런거였어요. 그런데 치우지 않았다고말하면 실례가 될거 같아서.."
"흐으음..."
뭔가 석연치는 않았지만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한 궁기는 밥을 먹은 후 주방으로 향하여 민준을 노려보며 추궁했다. 그녀들을 추궁하지 않는다 했을 뿐이지 민준을 추궁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않았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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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0223 2016-11-04 12:04 new
1빠 즐감이요
-〉 감사합니다.
정수림 2016-11-04 12:31 new
으흠~
-〉 흐흥
Baramdolyi 2016-11-04 12:36 new
잘보고 가요
-〉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드 2016-11-04 13:18 new
자까님 외전으로 민준 노예화도 써줘요 민준이 성노예된거요
-〉 저는 남자가 그렇게 밑에 깔리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天空意行劍 2016-11-04 14:24 new
멀었당....
-〉 무엇이 멀었냥
디마프 2016-11-04 15:24 new
잘보고 갑니다.
-〉 ^^
신왕일묘 2016-11-04 18:30 new
2000호도 조만간 크크크크 흑월까지 계산 하면 2000화 금방임 ㅋㅋㅋ 한명당 100회 잡고 크크크
-〉 안돼 그전에 끝내겠어..ㅠ.ㅠ
Mable Fantasm 2016-11-04 19:39 new
@오리너구리 엄청난 녀석임. 위가 없으며 독을가지고있고 부리로 먹이를 찾아나선다는 어마무시한 녀석임.
-〉 오리너구리는 위험한 녀석이지만 난 탈주닌자가 되겠다.
소쭈 2016-11-05 01:56 new
항상 잘보고갑니다 핫산님
-〉 작가가 왜 강한지 알고있나! 독자!
유령세상 2016-11-05 03:26 new
대책이 필요할때군요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 또르륵..
흑월의 부탁[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