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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정리를 끝내고 다시 자리에 잡은 민준은 감정이입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똑같은 곡을 부른다는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감정이입을 해서 부르는 곳의 경우 얼마나 이입하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에 민준은 현대세계에 있는 가족들 생각을 하며 기타줄을 튕겼다.
지금까지 걱정하고 있을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죄송함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인 민준은 아까 전보다 더욱 애틋하게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감정을 이입했으면 눈물을 몇방울 흘릴 정도였다.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 여인들의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눈물 때문에 노래를 멈춘 그는 황급히 닦아내고 미안하다 말했다. 하지만 여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갑자기 질질 짜냐고 비꼴수도 있었지만 노래에 흠뻑 취해있었으니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른 민준은 헛기침을 두번 한 뒤 흉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필 눈물이 나왔던 부분이 절정 직전이었으니 감정이입을 위해 앞부분을 다시 부른다고 하고는 노래를 불렀다.
"후우.. 이거 참...못볼 꼴을 보였네. 다음ㄸ 곡은...."
왠래는 모나리자였다. 하지만 감성이 충만해졌던 민준은 곡을 바꾸었다.
이번에 부르는 곡은 걷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의 최근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하나였는데 잔잔한 음악과 가사가 너무 잘어울려서 좋아하는 곡이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혼돈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온 말이다보니 목소리는 꽤나 커서 민준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자 그는 기다리라는 듯 오른 손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다시 기타줄을 튕겼다.
"그래도 좋은 곡이네.."
"그러게요..뜻을 안다는게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확실히 좋네요. 전에 들어본 노래들은 전부 돌아가고 싶다느니 이 삶에서 탈피하고 싶다느니 그런 노래들 밖에 없었는데."
살려달라고 돌려말하는 노래가 대부분이었던터라 흥미가 없었던 궁기는 이런 식으로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민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후우..역시 좋은 곡이야. 원래는 불렀던대로 부르고싶었는데 너무 감성적이 되어버려서 나도 모르게 다른 곡을 불렀네. 그럼 다시 원래 곡 불러줄게."
노래가 끝나자 감성적이 되어 그랬다고 설명을 한 그는 모나리자를 불렀다. 가사는 슬프다고 볼수도 있고 조금 어둡다고 볼수도 있었지만 노래 자체는 흥겨워서 아까 전의 여운이 완전히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개까지 끄덕이며 노래를 감상했다. 우연히 세곡을 부르긴 했지만 완전히 끝이 나자 도철은 아쉽다는 듯 한 곡 더를 외쳤고 어쩔 수 없어진 민준은 이번에는 밤이 깊었네를 불러주었다.
"확실히 신나고 좋은 곡이네요. 그런데 당신은 정말 신기한 사람이네요."
"나 말이야?"
"그래요. 저는 여기 있는 도철언니나 혼돈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어요. 살려준 적도 있었죠. 그런데 그들은 전부 목적이 있었어요. 제가 만드는 요리나 옷같은 것도 전부 살고 싶다는 목적이 있어서 알려준거죠. 그런데 당신만큼은 그런 목적이 안보여요. 흑월님꼐서 도와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거기서 당신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모르겠네요."
인간이란 생물은 전부 목적의식이 있었다. 살고자하는 마음, 무언가를 얻으려고하는 욕망까지 전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민준은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신의 명령도 아닌 부탁이었다. 거절 할 수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걸 하겠다고 했고 자신에게 요리를 알려주거나 도철과 대련이라는 것을 하는 모습도 무슨 목적을 가지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때가 기회다 싶어 물어보자 민준은 뺨을 긁으며 대답했다.
"흑월의 부탁만이라면 고민해봤을거야. 하지만 황룡도 부탁했으니까 하겠다고 한거고. 너한테 요리를 가르치는 것도 내가 떠나고 난 후 맛있는 요리를 해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준거 뿐이야. 내 요리를 안먹었으면 모를까 먹었으니 끝까지 책임은 져야지."
"그럼 당신의 목적은 부탁받은 일을 끝낸다. 이거란 말이죠?"
"그렇긴한데 요즘은 조금 바뀌었어. 너희가 나처럼 특이한 인간도 있다는 걸 기억해주면 기쁠거 같다."
"무슨 말이죠?"
"인간들이 속물인거도 맞고 목적이 있어야 움직이는 것도 맞지만 이렇게 특이한 인간도 있었다. 정도만 기억해달라는거지."
"당신이라는 사람은 평생 잊지못할거 같네요."
"그러게."
"저도요.."
신수들의 증표를 몸에 각인한 것도 그렇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걸 초탈해버린 신선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인간이라고 하고 있었으니 일을 실패한다고 해도 절대 잊지 못할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호감이 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 흉수의 말을 듣자 민준은 기쁘다는 듯 웃었다.
'또..야..'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혼돈은 시선을 획 돌려버렸고 도철은 언제까지 이야기만 하고 있을꺼냐고 말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갑자기 대련이라고 말하며 덤벼드는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워낙 많이 붙어봤던터라 능숙하게 피하자 궁기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고 혼돈은 그 모습을 가만히 구경했다. 입으로는 도철을 응원했지만 눈은 민준을 쫓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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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자요?"
기타연주를 끝낸 지 이틀이 지난 어느날 밤 혼돈은 민준의 오두막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온 적은 없었던터라 살짝 놀라면서도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지만 그녀들처럼 밤눈이 밝지 않은 탓에 안으로 들인 것이었다. 문이 좁아 늑대는 들어오지 못하고 문앞에 배를 깔고 누워 기다렸다.
"늑대와 떨어진거도 오랜만이네요."
"처음 아니야? 난 처음보는데. 아무튼 무슨 일이야?"
"그 당신이 불렀던 노래를 듣고 난 후부터 가슴이 먹먹한게 제대로 잠도 못자서요. 혹시 이유를 아시나요?"
다른 흉수들은 전부 이유를 모른다 했다. 도올은 관심이 없었고 도철은 채한게 아니냐고 물어보았고 궁기는 걱정을 해줄 뿐 답을 내놓진 못했다. 그래서 민준을 찾아온 것이었다.
"가슴이 먹먹하다라..걱정하지 말아요 그대를 듣고 난 후부터랬지?"
"네. 그래요. 가슴 한켠이 꽉 막힌거같이 답답해요."
"내가 답을 줄 수 있는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 책에 보면 넌 이 일을 하기 전부터 괴물 취급을 당했다고 적혀 있었어. 맞지..?"
민감한 문제라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그녀는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이야 니가 느낀 고통을 몰라 그러니 어떠한 말을 해줄순 없어. 하지만 노래를 통해 과거가 떠오른게 아닐까?"
"....그럴.일은.."
"그 기억이 안좋은 추억이긴 하겠지만 그 모든걸 포함해서 혼돈이잖아? 그러니까 나도 노래 가사처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울고 싶을 때 마음 껏 울고 훌훌 털어버리는게 좋지 않을까?"
울고 싶을 때 울어도 된다고 말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민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기타를 가지고 와서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슴이 두근거렸을 뿐인데 아까 민준이 말했던 가사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왠지 모르게 가슴 속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꾸욱 참던 그녀는 민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흐윽...흑..."
조금씩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노래를 끝까지 완곡한 민준은 기타를 옆에 놔두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개숙여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민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혼돈의 머리를 쓰윽 쓰윽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이게 계기가 된 것인지 그녀는 민준을 끌어안고 펑펑 울렀다. 꽤 오랫동안 울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준은 아무런 말을 하지않고 머리를 스윽 스윽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파워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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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perSPA 2016-11-02 11:40 new
1빠!
잘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kwon0223 2016-11-02 11:53 new
가사를 듣게되면서 확실해졌다
-〉 ㅎㅎㅎ
정수림 2016-11-02 12:27 new
사횽수 좋고좋고 더없나...찾아조봐야지
-〉 흐엑..?
흑월의 부탁[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