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530화 (1,53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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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그런데 말이예요. 당신은 구원을 한다고 거창하게 말한 적이 있죠?"

"그래. 거창하다면 거창한 일이지."

괜히 부탁받았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런것은 상관없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본 궁기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었다.

"왜?"

"그런 사람의 일과가 도철언니와 대련하고 저한테 요리를 만들어준는게 전부인가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민준도 어이가 없긴 했다. 떠밀리다시피 해서 오긴 했지만 맡은 이상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하루 일과를 생각하면 하루 종일 요리를 만들고 대련을 하는게 전부였다. 가끔 가만히 앉아있는 혼돈에게 말을 걸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도철과 궁기랑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그녀들과 친분을 쌓는게 아니었으니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듯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뭐..저야 요리만 배울 수 있으면 좋지만요."

자신의 목적만 달성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둣 말한 궁기는 양파를 써는 것에 집중했다.

"야 김민준 한판하자!!!"

그러는 사이 식사도 할겸 찾아온 도철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민준이 안에 있으면 자는지 뭘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궁기가 요리를 배우고 나서부터는 그녀의 집에 한번 찾아갔다가 가면 되는 일이었으니 안심하고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물론 단 둘이 주방에서 있는 것은 신경쓰이긴 했지만 궁기가 그에게 살갑게 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일찍 왔네 밥은?"

"당연히 먹어야지!"

당연한걸 왜 물어보냐는 말투로 대답하자 민준은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조금만 더 기다려 라고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씨....진짜 왜 이러지..?"

그리고 그가 웃는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았던 도철은 뜨거워진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식사가 끝나고 대련을 한 민준은 두 여인을 돌려보낸 후 낮잠을 잤다. 잠은 충분히 잤지만 워낙 격한게 대련을 했던터라 졸린 것이었다.

딱히 할일도 없어 몸을 씻은 뒤 눈을 감은 그는 1시간 가량이 지난 오전 10시 반쯤에 눈을 떳다.

궁기에게는 12시쯤 오라고 말해둔 상태라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지개를 켠 뒤 밖으로 나가 넙적한 바위에 앉아 기타를 연주했다.

띠로링~

조용했던 숲에 노래소리가 울려퍼지자 겁이 많은 새들은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랐다.

"저녀석들도 바쁘겠어"

무언가를 할 때마다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며 혀를 찬 민준은 적당한 곡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감미로운 발라드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나자 바로 경쾌한 음악으로 바꾸었다. 분위기따위는 신경쓰지않는 선곡이었지만 혼자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목청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곡은 어디보자..."

한마디도 안하고 선곡을 할수도 있었지만 너무 적막했던터라 중얼거린 민준이었는데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야생동물들이 기타련주할 때 찾아온 이력이 없었던터라 누군가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혼돈이냐고 물어보자 깜짝 놀란듯한 늑대 울음소리가 났다.

"역시 혼돈이네"

"어떻게 아셨죠??

"그야 간단하지. 궁기가 이런식으로 찾아오는 일은 없고 도철은 오자마자 한판 붙자고 말하던 녀석이니 조심성이 없지. 그런데 너..라기보다는 늑대한테는 연주할때는 조심하라고 한적이 있으니까 조심한거라고 생각해."

"아우 아우~"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늑대가 크게 울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육포를 두개 던져준 민준은 다시 자세를 고쳐잡았다.

"듣고 싶은 노래 있어?"

"제가...듣고 싶은 노래요..?"

"그래. 찾아왔으니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식사시간이 다되서 찾아온거잖아? 그러니까 한곡 더 뽑고 나서 만들 준비를 하면 될거 같아서"

시간도 적당히 되었으니 마지막 한곡을 부르고 요리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선곡을 맡기자 혼돈은 고민에 빠진 듯 오른손을 뺨에 가져갔다.

무슨 노래가 좋을까? 어떤 곡이 듣고 싶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문득 민준이 불렀던 노래중 애절하고 간절함이 가장 많이 느껴졌던 곡이 듣고 싶었다.

"그 뭐였죠? 슬픈 느낌이 강한 곡이었는데.. 이름을 모르겠어요."

우연히 들은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이름을 물어본 적은 없었던터라 한순을 내쉬며 말하자 그는 직접 연주를 해주며 이런 곡이냐고 물어보았다.

5초정도씩 짧게 연주를 해주며 곡을 찾던 그는 혼돈이 말한 곡이 걱정말아요 그래라는 걸 알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아아. 크흠. 그럼 불러..보기 전에 흑월 있어?"

흑월의 이름을 부르자 주변이 어두워졌다가 한곳으로 모이고는 그녀가 나타났다. 민준이야 필요한게 있어서 부른거지만 혼돈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왜? 설마 계략인가? 하지만 흑월님이 이상한 부탁을 들어주실리가..?'

이런 무수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민준은 별거 아닌 부탁이라는 듯 말을 툭하고 내뱉았다.

"다른건 아니고 노래 불러주는데 뜻이 전달 안되면 힘드니까 내가 부르는 노래를 혼돈이 이해하게 만들 수 있어?"

"으음! 그대가 자주 부르는 노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니 해줄 수는 있느니라. 하지만 한명에게만 그런 특혜를 준다는건 언젠가 또 같은 일로 부를 수 밖에 없도다. 그러니 기타에 힘을 주겠노라"

말이 끝난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기타가 공중에 뜨더니 번쩍하고 빛이 났다.

외관상 달라진 곳은 없었지만 기타의 몸통 오른쪽 측면에 작은 돌기같은게 생겨 있었다.

"그것을 누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대의 노래가 번역되서 들리노라. 그러니 잘 이용하길 바라노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월이 사라지고 나자 혼돈은 심호흡을 했다. 예전에 한번 보았을 때도 중압감때문에 제대로 보기 힘들었는데 다시 봐도 그대로였던터라 깊은 한숨을 내쉰 혼돈은 민준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무슨 짓이죠?"

"무슨 짓이라니? 부탁할게 있어서 흑월을 부른거야. 이곳에 있을 때만큼은 언제든 불러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으니까"

민준도 신을 그냥 불러낼만큼 바보는 아니다. 하지만 흑월이 언제든 불러도 좋다고 했으니 필요한게 있을 때면 이렇게 불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혼돈이 느끼는 중압감은 차원이 다르다는 듯 노려보고 있었으니 민준은 잘못된 것을 느끼고 사과를 했다.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저희가 느끼는 중압감은 차원이 다르니 언질을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무엇을 부탁한거죠?"

"노래를 하는데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쉬울거 같아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거야"

"...."

갑자기 흑월을 부른 것은 어이없었지만 그 이유가 자신때문이라는 것을 듣자 더 이상 화낼 수도 없었던 혼돈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일단 잠시만 기다려봐. 여기 돌기를 누르면 된다고 했거든?"

노래를 부르기 전에 돌기를 누르자 바닥에 검은색 기운이 퍼져나갔다. 대략적으로 직경 10m쯤 되는 원이 그려지자 민준과 혼돈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나도 처음 해보는건데 지금 내 말 들려?"

"당연히 들리는거 아니예요?"

다시 돌기를 누른 민준이 지금은? 이라고 물어보자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다시 돌기를 누른 민준은 아마 흑색원형 안에 있으면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라고 설명을 했다.

"확실히 당신이 하는 말이 들리고 있네요. 하지만 이상 징조가 감지되면 그때는 각오하세요."

만약 이것으로 최음효과나 최면효과가 생긴다면 각오하라고 말한 혼돈이었지만 흑월이 그런 걸 해줄리가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에 노래를 듣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민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제 글을 봐주시는 독자님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다시 돌아오는 분들도 반가워요 그리고 지금 밖이라 리리플 못하는 점 양해해주세요

흑월의 부탁[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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