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9/1909 --------------
<-- 흑월의 부탁 --> 채썰기만 1주일 넘게 한 궁기는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가끔 채썰고 있는 모 습을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니 이걸 언제까지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요리는 그냥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 궁기는 마지막.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민준에게 찾아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몸을 풀고 감자를 가지고 와 채를 썰라고 말하고는 주방에 가만히 있는 그를 보며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곳에서는 그의 말을 무조건 따르기로 약조한 만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채를 썰기 시작했다. 1시간 가량이 지난 후 50개 가량의 감자 채썰기가 끝난 도올은 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흐음...꽤 괜찮아졌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되겠네."
"말이 나오니 물어보겠는데. 이게 의미가 있나요?"
"당연히 의미가 있지 채썰면서 칼에 대한 숙련도를 쌓고 있는거니까. 지루할수도 있겠지만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제가 물어볼 때마다 기본기. 기본기 하는데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건가요? 지금까지 이짓거리만 하게 놔둘 정도로 말인가요?"
도철덕분에 궁기가 채를 써는 양은 어마어마했다. 평범한 사람이 이정도로 썰려면 1년은 넘게 썰어야했다. 그정도로 먹는 양이 어마어마해서 도올의 숙련도가 1주일만에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지 아니었다면 몇달동안 채썰기만 해야할 판이었다. 물론 그녀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옆에서는 불을 쓰며 화려하게 음식을 만드는데 정작 자신은 감자만 채를 썰고 있으니 짜증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크기로 썰 수 있을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기는 만큼 몇일은 더 채썰기를 시킬 생각이었다.
"채썰기는 중요한거야. 그리고 감자는 유독 내가 좋아하는 작물이라 너에게 시킨 면도 없지않아 있는데 지루하면 다른 작물로 바꿔줄 순 있어."
"채썰기를 그만두라는 말은 안하시는군요? 좋아요. 그럼 저도 오기가 있는만큼 끝까지 해보도록 하죠. 대신 이 채썰기라는 걸로 저를 가지고 놀았다면 그 때는 각오하세요."
민준도 양보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느낀 궁기는 깊은 한숨을 내쉰 다음 다시 채썰기를 했다.
---
그로부터 다시 3일이 지났다. 이 3일간은 도올까지 찾아와서 궁기는 채썰기를 평소의 배는 했다. 팔에 쥐가 난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알만큼 많은 감자를 채썰었던 그녀는 얼추 크기가 비슷해져왔다. 이건 어디까지나 민준이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변화일 뿐 궁기 그녀는 뭐가 달라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듯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계속 채를 썰었다.
"잠깐. 궁기. 그거만 끝나고 새로운거 알려줄게."
"갑자기 새로운 것을 알려준다니. 어떤건가요?"
이제 감자와 이별이라는 듯 표정이 누끄러진 그녀가 바라보자 민준은 양파를 꺼냈다.
"이 양파라는 건 감자보다 더 많이 음식에 들어가. 특히 얇게 썰어서 들어가는게 대부분이지 이런식으로 말이야."
감자를 채썰 때와는 사뭇다른 느낌이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 더 보여달라고 했던 궁기는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파같은 경우 눈이 매울수도 있고 손으로 눈을 만지면 큰일 나니까 그런 짓 하지말고."
"저도 이미 경험해봐서 알고 있네요."
상인이 가지고 왔던 것을 요리해보려고 하다가 고생한 기억이 있었던 그녀는 다시는 그런 짓은 안한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그녀가 채썰어놓았던 양파를 냄비에 옮겨담아 볶기 시작했다.
"그 많은 것들이 재료로 들어가나요?"
"양파랑 저기 보이는 대파가 가장 많이 들어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럼 지금 만드는건 뭐죠?"
"볶음밥. 왜 채썰기가 중요한지 알려주기도 할겸 만드는거야. 맛있기도 엄청~ 맛있거든"
맛있다는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궁기는 민준이 만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양파를 볶다가 여러가지 야채들을 한꺼번에 넣은 뒤 밥을 넣고 소금과 여러가지 향신료로 간을 한게 전부였다. 쉽다면 쉬운 요리이긴 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아 그릇에 담겨져 나올 때까지 구경을 하고 있자 그는 그릇으로 밥을 옮겨담은 후 계란을 냄비에 넣고 휙휙 휘져었다. 그러다 계란이 적당히 익자 다시 볶아두었던 밥을 넣고 서로 잘 섞일 수 있도록 볶아냈다.
"이건 내가 살던 나라에서 볶음밥이라 불리던 음식이야. 여기에 짜장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거 같아서 간을 좀 세게했어."
지금 만든 것은 중국집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볶음밥이었다. 민준이 자신있어하던 게란볶음밥과는 달랐다.
계란을 밥알 하나 하나에 코팅하듯 볶아내는 것과는 다르게 뭉터기로 볶아내는만큼 계란 자체의 맛은 많이 죽었지만 다른 야채들의 맛을 극화했기에 괜찮을거라 생각한 그는 궁기에게 한입 먹어보라고 권했다.
얼마 전까지는 이런 음식을 맛보는 것을 꺼려했던 그녀였다. 독을 탄건지 최음제를 탄건지 모르는 음식인만큼 꺼려한 것이다. 물론 그런 것에는 면역이 되어있긴 했지만 순간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이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만큼 먹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한 것이었지만 민준은 자신이 그럴 이유도 없고 음식을 맛보지않으면 간을 맞추기가 힘든만큼 의심하지 말고 먹으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먹지않자 도철과 혼돈도 먹은 음식인만큼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덧붙이자 그제서야 맛을 보게 되었다.
간을 조금씩하면서 맛을 보자 음식의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된 그녀는 그 뒤로는 민준이 맛보라고 하면 의심하지 않고 맛을 보게 되었다.
"이 단맛은 뭔가요? 당신이 넣은 것은 후추. 소금 그리고 참깨로 알고 있는데요?"
후추는 톡쏘는 매운맛이 나고 소금은 짠맛 그리고 참깨라는 것은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단맛을 내는 것이 없었으니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맛은 파와 양파에서 나는 거야. 그러니 이런 고유의 맛을 살리고 싶으면 간을 세게 하며 안되는거고"
좋은 것을 배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번 더 맛보고 있자 밖에는 다른 흉수들이 도착한 듯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정말 타이밍은 귀신같구만"
"타..뭐요?"
"밥먹을 순간은 귀신같이 잘 맞춘다고. 일단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가져가. 나는 반찬도 몇개 만들어서 가져갈게."
"네 그럼 가볼게요."
이런 남자 곁보다는 언니와 동생들과 함꼐 있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았던 궁기는 음식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밖에 있던 도철은 볶음밥 냄새를 참지못하고 먹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예의를 따졌냐는 말에 옆에 있던 혼돈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궁기는 그녀들이 식사를 시작하면 같이 먹을 생각이었던터라 도철이 먹기 시작하자 볶음밥을 떠먹었다. 혼자 기다리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볶음밥을 먹었던 혼돈은 맛있다는 듯 우와아아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울?"
이런 밥을 먹을 수 없었던 늑대는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혼돈은 그것도 모른채 볶음밥을 먹는 것에 열중했다.
"...이게 먹는 즐거움이라는건가?"
민준이 매번 강조하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던 궁기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기로 한 듯 주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볶은야채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가지고 온 민준은 볶음밥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을 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날 기다리란 말은 안하겠다만 반찬은 같이 먹지 그랬냐. 어휴..일단 한번 더 만들어야겠다."
자신의 것이 없으면서도 화내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 민준을 보며 궁기는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 것에 열중했다.
========== 작품 후기 ==========
오후에 올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kwon0223 2016-10-28 10:12 new
황황 거리는거에서 개뿜ㅋ
-〉 노린게 통했다.
Baramdolyi 2016-10-28 10:24 new
작가님 큰 그림그리시네ㅋㅋㅋ
-〉 빅픽쳐
샤이닝쿠마 2016-10-28 10:24 new
연참내놔라 작가 연참이보고 싶노라
-〉 그런거 없다.
플레이어드 2016-10-28 10:31 new
인준이 폭군이 아니어서 플무룩
-〉 폭군이라...그건 ㅋㅋ;
天空意行劍 2016-10-28 10:53 new
으어 4년차 끝나시다니 전이제 4년차인거같은데
-〉 아아아아아!
신왕일묘 2016-10-28 12:11 new
크그크 앞으로 4년남응 작가느님도 4년 나도 4년
-〉 으잉?
Zxion 2016-10-28 12:52 new
야이... 우는 소리가 저게 뭐야... 황룡이니까 황황하고 우냐!? 틀렸어... 이 작가 이젠 막나가고 있어...
-〉 웃자고 적었어요 ㅋㅋㅋ
깜팅 2016-10-28 15:03 new
저도 개뿜 설마 황황 이라니 ㅋㅋㅋ
-〉 예스!
디마프 2016-10-28 17:09 new
잘보고 갑니다.
-〉 ^^
jinsoo 2016-10-28 17:34 new
장소가 구해졌으니 한번 납치를 ㅋㅋ
-〉 도망쳐야겠군
Mable Fantasm 2016-10-28 20:13 new
@개복치를 모르나? 와트를 위해서이긴하지만 실제로 개복치급 생존력을 뿜어낸 존재이지만 지금은 열심히살아가고있는 작품인데?핫산은 개복치작품을 보면 힘들어질테니 포기해라 핫산
-〉 뭔지 모르는 작품이다..
프라토니스 2016-10-29 00:18 new
@자까님 사흉수들이 바꿔치기를 자주 하는군요. 교육좀 시키세욧!
-〉 흐익
깔짝 2016-10-30 00:35 new
무림은 나왓는데 이건 안나오네..ㅜㅜ
-〉 ㅠ.ㅠ
흑월의 부탁[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