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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정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민준은 바닥에 누워 가만히 있었다. 누가 보면 정신이 나간게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였지만 요술서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주인 왜 받아 들인 것임? 구원은 무조건 해야하는 것이 아니니 받아줄 이유가 없지 않음?-
요술서가 궁금했던 것은 궁기에게 요리를 가르친다고 했던 민준의 말이었다. 그녀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면 모를까 자신이 필요한 것만 취해가려 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모습은 요술서도 별로라 생각했다. 그래서 궁기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것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민준의 생각은 다른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궁기한테는 좋은 감정이 없는건 맞아. 하지만 도철이나 혼돈은 이제 향신료의 맛을 알았으니 내가 돌아간 뒤에도 요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 물론 그녀들이 알아서 먹는거면 신경 안써. 하지만 내가 만들어서 먹였으니까 책임을 지려고 한느거 뿐이야."
산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다가 간이 된 음식들을 먹으면 자연히 후자에 끌리게 된다. 그녀들이 직접 맛본거면 모를까 향신료를 넣은 음식들은 자신이 만들여서 먹인만큼 끝맺음을 확실하게 하려고 요리를 가르쳐준다고 한 것이었다.
-아..그래서 요리 시간도 정한 것임?-
"그래. 어쩌다보니 인생을 바꾼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구원이라는 걸 할만큼 나는 대단한 녀석은 아니니까. 적당히 있다가 돌아갈거야."
도철이 막무가내로 막아서지도 않게 되었으니 도올과는 몇번 대화를 나누어볼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궁기도 더 대화를 나누어봐야하긴 했지만 워낙 자신의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는 무심하게 대했으니 제외해버린 것 뿐이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찾아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 궁기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는 동안 말을 섞어볼 생각을 한 민준은 길어도 1년동안 노력을 해보고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1년은 너무 긴것 아님? 반년정도가 적당한거 같음-
일에 치여 만나는 시간이 적으면 모를까 산에서는 하는 일이 적었으니 반년이면 충분하다고 요술서는 생각했다.
"흉수들이랑 가까이 살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는 것만 1주일이다. 그러니 반년은 짧은거지."
-음..흑월에게 허락을 받고 남화노선에게 문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어떻겠음?-
"문?"
-남화노선 방에 있는 선계와 그녀의 방을 연결한 문처럼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문 말임. 그럼 시간이 단축될 것임-
"......."
-왜 그럼?-
"그런건 빨리 말해야지 새끼야! 내가 어? 얼마나 어? 고생했는데 시발!"
-까먹고 있었음! 주인이 하북에서 움직일 일이 있었음? 중간 중간에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건 전부 데이트 겸해서 간 것이잖음! 그리고 그것도 신수들이나 요괴들이 이동시켜주고!-
요술서도 나름 억울했다. 이건 진짜 엿먹이려고 나중에 알려준게 아니라 기억에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민준이 어딘가를 간다고 했을 때 굳이 이런 부적이 없어도 신수들이 옮겨준다. 그게 아니면 요괴, 신선들까지 발벗고 도와주었으니 말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잊혀진 것이었다.
"후우..알았다. 흑월. 시간 돼?"
"여는 언제나 한가하도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그게 말이지..."
요술서가 알려준 방안에 대해 허락을 받기 위해 설명을 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이도다. 다만 여가 허락해줄 수는 없노라. 흉수들이 직접 허락을 하면 만들어도 좋도다. 그리고 구원하는 것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돌아올 때는 그것들을 파기하거라"
"그럴 생각이야"
"좋도다. 그럼 여는 이만 돌아가겠노라"
민준이 구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사흉수들이 거부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성공하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건 민준도 잘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기회가 되면 흉수들에게 한번씩 물어보기로 마음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하는 것임?-
"가기는 기타연주나 하는거지."
점심은 아까 만드렁준걸로 먹으면 그만이었으니 할 일이 없어진 민준은 기타줄을 튕기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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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되자 궁기가 찾아왔다. 자신이 쓰던 칼을 챙겨오는 철두철미함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
"무엇을 만들 생각이죠?"
"넌 뭐부터 배우고 싶어? 볶음, 탕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볶음이 좋겠네요. 혼돈에게 듣기로는 양념이 있는 것도 있다면서요?"
아까 먹은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 듯 볶음을 고르자 민준은 고추잡채를 만들기로 했다. 재료들을 준비하며 하나 하나 알려주었다. 일단 만드는 것을 보여주고 그녀에게 따라해보라고 시킬 작정으로 다 만들어서 내놓자 궁기는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맛있네요. 그럼 제가 만들어보죠."
만드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아 보고 기억해둔 재료를 꺼내 칼을 휘둘렀다. 문제는 날이 서 있는 칼임에도 불구하고 험하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야 너 뭐하는.."
팅-
지적하기 무섭게 칼이 손가락을그엇는데 상처는 커녕 팅하는 소리만 날 뿐이다. 보았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 도철은 다시 요리를 만들었다.
태클걸고 싶은 부분은 많았지만 가만히 지켜본 민준은 그녀가 만든 고추잡채를 맛보았다.
"역시나..한번 먹어보겠어?"
"실패할 줄 알았다는 듯 말하네요. 저는 당신이 알려준....."
민준이 만든 것을 보고 익힌만큼 틀리게 없다고 생각한 궁기였지만 한번 맛보자 확실히 다른 것을 느꼈다. 어느 곳은 양념이 짜고 어느곳은 싱거웠다. 이해가 안된다는 듯 그를 바라보자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넌 칼을 쓰는데 조심성이 없지. 그러니 채소들이 정교하게 잘리지 않아 양념이 묻지 않는거야. 이 음식은 야채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하니까. 일단 넌 요리를 만드느거보다 기본기를 익히는게 좋겠다."
자신있게 만들길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던터라 깊게 한숨을 내쉰 민준은 기본기부터 배우자는 말을 했다.
자신을 놀리는 일이었다면 뭐라고 했겠지만 음식의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났으니 궁기는 어쩔 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를 일정한 간격으로 써는 일은 힘들긴 하지만 배워두면 나쁠게 없으니까 여기 있는 감자 채썰면서 연습해봐."
"이건 모양이 틀려도 상관없나요?"
"감자 본연의 맛을 느끼는거니까 그건 괜찮아. 그렇다고 대충하지는 말고."
확실히 배우기로 결심한 만큼 그의 말에 불만을 품을 생각이 없었던 궁기는 그대로 감자 써는 것에 집중을 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것에 신경을 쓰고 만든게 아니었으니 서투르긴 했지만 그는 더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이게 뭐야. 궁기 네가 만든거야?"
저녁때가 되자 도철과 혼돈이 찾아왔다. 궁기가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요리를 배운다는 말에 이해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뭐야? 자리가 부족하잖아?"
"니들끼리 먹으면 되지 뭘. 난 안에서 먹어도 돼."
"씨발 그게 무슨 소리야. 혼자 맛있는거 먹으려고 하는거지 너?"
"맛있는건 무슨.자리가 없으니까 그런거지":
"닥치고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가지고 온다는 듯 날아간 도철은 1분만에 나무 밑둥을 두개 가지고 왔다. 우연히 도올까지 찾아오면 다섯명이 앉아야하니 밑둥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너도 여기 앉아서 먹어. 알았어?"
"그래 그렇게 할게."
부탁하지도않았는데 밑둥을 가지고온 도철을 바라본 민준은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한 듯 어깨를 으쓱거린 뒤 밥을 먹었다. 그리고 혼돈은 이 모습을 보고 무언가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왜..다행인걸까..? 그리고 도철언니가 일어났을 때 왜 당황한거지?'
도철언니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당황했다. 그리고 밑둥을 가지고 오자 그 당황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민준은 아무것도 안하고 밥먹자고 했으니 안도감이 들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흐음..분명 뭔가 있는데.."
그 도철언니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궁기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며 민준을 흘겨 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예비군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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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0223 2016-10-26 11:27 new
화요일 연참 아니였나요 ㅠㅜ
-〉 일이 생겨서..죄송합니다.
플레이어드 2016-10-26 11:29 new
모녀덮밥
-〉 모...녀?
Baramdolyi 2016-10-26 11:34 new
잘 보고 가요
-〉 감사합니다.
디마프 2016-10-26 14:00 new
잘보고 갑니다.
-〉 ^^
딜리버 2016-10-26 14:08 new
예비군? 그게 뭐죠? 그러고 보니 민방위에서 훈련 받으러 오라고 할 때가 지났는데 연락이 없네.
딜리버 2016-10-26 14:09 new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작가님은 짜내야 연참이라는 고소한 기름이 나옴
딜리버 2016-10-26 14:09 new
결론 : 주리틀기?
-〉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신고닷! 히익
신왕일묘 2016-10-26 15:10 new
크크크 다들 음식에 넘어 가는구나 ㅋㅋ
-〉 껄껄껄
天空意行劍 2016-10-26 19:28 new
예비군 ㅂㄷㅂㄷ
-〉 ㅂㄷㅂㄷ..
Mable Fantasm 2016-10-26 19:59 new
@어? 옆동네 g형 군용식량이라면....개복치구나! 개복치!!!!!
-〉 뭔지 모르겠습니다.
jinsoo 2016-10-26 20:11 new
ㅋㅋㅋㅋ
jinsoo 2016-10-26 20:11 new
지금모녀는 없는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jinsoo 2016-10-26 20:12 new
아 모녀가 등장한다고요?ㅋㅋㅋㅋㅋ
-〉 갑자기 모녀덮밥이라길래 ??하는중
프라토니스 2016-10-27 00:33 new
@예비군이라니 잘됬군요 군용식량이 쓸모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ㅋㅋㅋ
-〉 .....!?
흑월의 부탁[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