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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이른 아침 눈을 뜬 민준은 개울가로 향하여 몸을 씻고 오두박의 주변을 정리했다. 풀을 뽑아내고 식탁대용으로 사용하는 바위를 닦고 나자 8시정도가 되었다. 슬슬 아침을 준비할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도철이나 혼돈은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에게 호감을 가졌다기 보다는 기껏 음식을 만들었는데 또 만들어야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런 것이었는데 만들어둔 음식을 따로 보관할 방법이 없었던 민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휴. 나중에 또 만들어야지 뭐."
괜히 만들어두었다가 벌레들이 꼬이면 골치아픈 일이 될 수도 있었으니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은 뒤 주방으로 향했다.
아궁이에 불을 붙인 후 밥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무슨 반찬을 만들지 고민했다. 밥은 저녁까지 먹을 것을 게산해서 넉넉하게 만들었으니 적어도 1시간 이상은 걸린다. 그래서 느긋하게 고민을 하고 있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도철이나 혼돈이 온 것으로 착각한 민준은 문만 연 상태에서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도철이었다면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주방으로 올테고 혼돈이었으면 늑대가 먼저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했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으잉? 뭐지?"
분명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는 나는데 찾아오지 않고 있었으니 장작을 두개 더 넣은 민준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곳에는 도올과 궁기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의외네."
이건 진짜 생각외였다. 혼돈이나 도철이면 모를까. 궁기라니? 게다가 도올까지 찾아온 것에 당황하며 멍하니 바라보자 도올은 귀찮다는 듯 나무 밑둥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식탁에 팔을 올린 후 턱을 괴었다.
"네가 요리를 그렇게 잘만든다지? 그래서 찾아와봤다."
"요리라. 마침 밥 만드는 중이었으니 뭐 먹고 싶은거 있나?"
"호오? 이번건 나도 놀랍군 그래."
태연하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근거없는 자신감인지 아니면 정말 맛있는 요리를 내올지 궁금했던 도올은 아무거나. 라고 짧게 말했다.
"뭐..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네요."
궁기의 목적은 요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도철과 혼돈이 좋아한다면 적어도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일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배우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는데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듯 자리에 앉았다.
1시간이 지난 후 민준이 가지고 온 것은 볶음밥이었다. 원래는 무언가 더 많이 만들려고 했지만 볶음밥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고기와 야채를 잘게 썰어 볶아낸 것이다.
"냄새는 합격. 그리고 맛은....호오..확실히 맛있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맛을 보자 도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에 제법 까다로운 그녀가 한번에 맛있다고 한 말에 놀란 궁기 역시 한입 맛보았는데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떳다.
"확실히 맛있네요."
붉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릴 정도로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어떤 것들이 들어간지 알아내려는 듯 천천히 음미했다. 들어간 향신료는 알 수 없어도 야채들이나 고기는 어떤 것을 사용한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멧돼지 고기랑 야채들이..그리고 이건 뭐죠?"
"후추. 이곳에는 보편화된건 아니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난 조금 특이하니까 내가 살던 세계에서 가지고 온거야."
"그렇군요. 확실히 배울 가치가 있어보이네요. 당신 저한테 요리를 알려줄 수 있나요?"
"그거때문에 온거냐?"
"네 도철언니랑 혼돈언니가 요즘 당신과 밥먹는 시간이 늘어났으니 궁금했어요. 그리고 호기심이 생겼죠."
전에 살기를 내뿜으며 하고 싶은 말만 했던 궁기가 요리를 알려달라고 말하자 민준은 어이 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품안에서 담배를 꺼냈다.
"밥먹을 땐 담배 피우는 취향은 아닌데.."
"그게 담배라고? 신기하게 생겼군 그래."
"필터 담배다. 좌자할아범이 만들어준거다."
"그럼 네가 살던 시대의 담배란 소리군 그래?"
민준이 수긍을 하며 담배에 불을 붙이자 궁기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내가 거절하면?"
"당신이 거절이요? 거절할 이유가 있나요? 우리를 구원한다면서요? 그런 사람이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 그 말이 맞긴 해. 하지만 넌 니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제멋대로 해석하잖아?"
"뭐..라고요?"
궁기는 민준의 말을 듣자 불쾌하다는 듯 살기를 내뿜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실례를 하거나 기절을 할만큼 강한 살기였지만 민준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담배를 입에 가져갔다.
"후우. 그런 살기로 협박하려면 나한테는 안통하니까 그만둬."
"언니들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하군요."
"신수들? 내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저 니가 살기를 내뿜는거보다 내 여자들이 화내는게 몇배는 무섭기 때문에 안통한다고 한거다."
"..."
"그리고 난 너랑 기싸움을 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꺼낸게 아니야. 만약 요리를 배우고 싶으면 그 시간만큼은 내 말을 들으라고 하는거다."
궁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자기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이를 챙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게는 무심한 듯 대하고 말조차 들으려 하지 않았으니 최소한 요리를 만들 때 만큼은 말을 들으라고 한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네요. 왜 제가 당신의 말을 들어야하죠?"
"그럼 내가 묻지. 내 말도 듣지 않는 녀석에게 뭘 가르치란 말이지? 그냥 보여주고 끝? 그런게 배운다고 할 수 있나?"
지금까지 궁기에게 요리를 만드는 법을 가르친 사람들. 아니 정확히는 보여준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녀의 말대로 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준은 궁기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으니 이왕 가르칠 거라면 확실하게 가르치고 싶어서 이런 조건을 달았다.
"덧붙여서 내가 말을 들으라고 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 한정이야. 다른 일은 일절 시키지 않는다."
신수들도 그렇지만 사흉수들도 약속을 한 상대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약속을 두리뭉실하게 하여 악용하려고 했던 인간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은 도철이 쳐죽였지만 궁기의 입장에서는 약속을 하는 것만큼 껄끄러운 것이 없었으니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물론 민준은 이 사실을 알고 말한게 아니라 궁기라는 흉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지 않았으니 최소한 요리를 할 때만큼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 조건을 건 것 뿐이었다. 하지만 궁기는 전에 민준을 쏘아붙였던 것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책에서도 설명했지만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에게만 헌신하고 그 외의 것들에게는 무심하니까 민준에게 무슨 일을 했고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거라면 저도 납득할 수 있겠네요. 그럼 오늘부터 할건가요?"
"언제든. 아 그리고 또 한가지."
"뭐죠?"
계속 이야기를 들어주면 조건이 눈덩이만큼 불어날거 같아서 흘겨보자 민준은 담배를 다시 한번 깊게 빨아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고 요리를 가르치는 것은 아침 9시부커 밤 9시 사이. 그리고 끝나면 돌아갈 것."
"당연한거 아닌가요? 제가 여기에남아서 뭘하죠?"
"그럼 된거고."
이 조건을 붙인 이유는 도철이 생각나서였다. 민준은 도철과 한창 대련을 할때 3일 내내 붙들려서 싸운 적이 있었다. 잠을 잘 때는 넙적한 바위 위에서 대충 자고 눈을 뜨자마자 싸우자고 했던 도철의 모습을 생각하면 몸이 떨릴 지경이었으니 최소한 아침 일찍 찾아오거나 밤 늦게까지 붙들려있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건을 달았다.
"그럼 저도 준비할게 있으니 저녁때 다시 뵙죠."
"그래라. 도올 넌?"
"난 흥미없다. 다만 네녀석의 요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으니 가끔 찾아오도록 하지."
도올 역시 한번에 폭식을 하는 여인이였다. 도철과 다른게 있다면 도철은 하루에 먹는 양이 많은 것이고 도올은 한번 먹으면 3일에서 1주일간 아무것도 안먹어도 되었으니 가끔 찾아온다는 말을 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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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0223 2016-10-25 07:42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정수림 2016-10-25 07:45 new
엉덩이 엉덩이 츄릅츄릅
-〉 왜 자꾸 엉덩이가..
신왕일묘 2016-10-25 07:53 new
ㅋㅋㅋ첫빠~~~ 가 아니다 ㅠㅠ
-〉 저런 ㅋㅋ
Baramdolyi 2016-10-25 09:36 new
혼돈이 질투하기 시작하네ㅋㅋ
-〉 좋은게 좋은거 아닙니까
天空意行劍 2016-10-25 09:43 new
완결이 멀었으니 할것은 연참뿐
-〉 연참 시간이없다.
jinsoo 2016-10-25 10:01 new
엉덩이는 좀 ㅋㅋㅋ
jinsoo 2016-10-25 10:02 new
취존은 해드릴께요 자까님
-〉 네? 취존이요? ;;???
플레이어드 2016-10-25 10:12 new
피자아 치이킨 작가냠냠
-〉 마지막은 못들은걸로 하죠
깜팅 2016-10-25 10:45 new
이소설에 완결은 없습눼다 후훗
-〉 하...orz.
디마프 2016-10-25 11:01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딜리버 2016-10-25 11:07 new
작가님은 하루에 한번은 쪼아야 맛....이 아니고 글이 나옴
-〉 쪼긴 뭘 쪼아요..새도 아니고!
Mable Fantasm 2016-10-25 19:31 new
@1부완결이 되려면 앞으로 18500화이상 남았다 핫산
-〉 핫산이 아니다.
프라토니스 2016-10-26 00:36 new
@옆동네에서 좋은걸 입수 했습니다. 그 어떤것보다 오래가고 단단한 G형 군용식량을요. 작가님 선물로 드릴께요 ㅎ
-〉 내일 예비군 가는데......
흑월의 부탁[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