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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민준이 만들어서 나온 것은 마파두부 밥과 돼지고기 야채볶음이었다. 원래는 마파두부만 해도 되었지만 도철이 육식을 좋아하기에 한가지를 더 만든 것이었다.
"도철. 한개만 부탁해도 되냐?"
"뭔데?"
"넙적한 바위 하나랑 그걸 지탱할 수 있는 나무 밑둥.4개. 한개는 좀 큰걸로 가지고 올 수 있지?"
"후..씨발 마음에 안들지만..기다려"
왜 자신에게 시키냐고 욕지꺼리를 내뱉고 싶었지만 그가 가지고 온 음식을 보자 차마 거부할 수 없었던 그녀는 민준이 알려준대로 나무 밑둥 5개와 넙적한 바위를 가지고 왔다. 바위는 꽤나 큰것을 가지고 왔는데 그가 크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원형 모양으로 잘라내버렸다. 덕분에 공터에는 원형 식탁이 만들어졌다.
'도철언니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저렇게 순수하게 들어주다니...'
흉수인 자신들도 아니고 인간의 부탁이었다. 그가 만들어준 음식이 맛있다고는 하나 안먹는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런데 도철은 욕지꺼리를 내뱉으면서도 그가 부탁했던 것을 가지고 왔으니 혼돈은 눈을 부릅뜰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테니 내색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 마파두부는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고. 이건 야채도 같이 먹어. 야채가 맛있으니까. 그리고 늑대..아 씨. 혼돈. 저녀석 호칭없냐?"
"호칭이라니 늑대가 늑대죠."
"늑대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뭐 내가 이름을 지어줄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하고있다고는 하나 사흉수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민준이었기에 불편해 하면서도 늑대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다른 여인의 애완동물이었으면 벌써 예전에 호칭을 지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무튼 넌 따로 만들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끼잉..."
자신의 식사가 조금 더 걸린다는말에 실망스럽다는 듯 말하자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주방으로 갔다.
"처음 먹어보는데 여기에 뭔가 탄건...저새끼가 그럴리가 없지."
독이나 최음제를 탄다고 가정한다면 이미 예전부터 그럴 기회는 많았다. 그런데 하지 않았으니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한 듯 도철은 마파두부밥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앗 뜨거 씨발!"
분명 민준은 뜨겁다고 말했는데 그걸 신경쓰지 않고 먹었던만큼 입천장을 덴만큼 욕지꺼리를 내뱉은 도철은 다시 숟가락을 뱉어버렸다. 아직 씹지 않았으니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왠지 굴욕감을 받은 도철은 개 좆같은..이라고 중얼거리다가 혀에서 느껴지는 마파두부밥의 맛을 느끼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언니 왜 그러세요?"
"인정하긴 싫지만..맛있다.."
꼬치구이에 간을 했다고는 하나 소량의 향신료와 소금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마파두부 밥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신기한 맛이 느껴졌으니 그녀는 멍하니 그릇을 바라볼 뿐이었다. 도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던 혼돈은 후후 불어서 입안으로 가져갔는데 그녀의 말이 과장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마..맛있어."
처음으로 느끼는 맛의 향연이었지만 과하지 않은 덕분에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던 혼돈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았다.
"이건 또 뭐야? 너희 뭐하고 있어?
넋놓고 마파두부밥을 바라보고 있는 두여인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물어본 민준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멧돼지 뒷다리를 늑대에게 던져주었다.
"너무..맛있네요."
"입에 맞아서 다행이네. 너무 식으면 맛없으니까 먹자."
고맙다는 말을 덧붙인 민준이 마파두부밥을 먹기 시작하자 두 여인도 먹기 시작했다.
혼돈은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고 도철은 게겔스럽게 먹었다. 먹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만들어둔 것을 냄비에 옮겨 가지고 왔던 민준은 듬뿍 듬뿍 담아서 건네주었다.
민준은 한그릇으로 끝을 냈지만 혼돈은 세그릇 도철은 남은 것을 전부 먹고 나서야 만족한 듯 배를 어루만졌다. 문제는 워낙 게겔스럽게 먹다보니 얼굴 이곳 저곳에 양념이 묻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보고 있는 민준은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건에 물을 적셔온 민준은 도철에게 가서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뭐..뭐야? 기습이냐 씨발."
"그런거 아니니까 가만히 좀 있어봐."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기라고 착각한 도철은 민준을 공격하려 했지만 밥을 과하게 먹었던 탓에 움직임이 조금 느려져 있었다. 평소 그녀의 공격도 피한 민준에게는 이런 공격따위는 쉽게 피할 수 있었으니 고개만 옆으로 숙여 피한 뒤 얼굴을 닦아주었다.
"어..?"
"에?"
혼돈은 도철과 민준이 한바탕하겠거니 생각하다가 놀랐고 도철은 민준이 자신의 얼굴을 닦아주었다는 것에 놀랐다. 놀리기 위해 수건으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었으니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무슨 생각이고 뭐고 간에 얼굴에 양념이 묻어있으니까 닦아내준거지. 괜히 신경쓰이니까."
"그럼 왜 평소랑 다르게 하는거지? 무슨 꿍꿍이야"
"하아..그러니까 니가 대련을 해달라고 할 때 대련이야 하지만 난 지금껀 니 얼굴 때린적 없다. 여자의 얼굴을 어떻게 때려?"
때린다고 해서 붓거나 멍이 들일은 없겠지만 자신의 기분 문제였으니 그렇게 말한 민준이 식기 도구를 정리하자 도철은 아까 민준이 닦아주었던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뭐지..?'
자신조차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았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주는 모습을 떠올리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혼돈은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언니에게 스스럼없이 대해서? 얼굴을 닦아주워서?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은 확실히 나빠졌다. 밤금 전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기분이 나빠진 그녀는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도철 역시 생각이 제대로 돌지 않아 돌아갔고 정리를 끝내고 돌아온 민준은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릴 수 밖에 없었다.
"말이라도 하고 가지 그냥 갔네. 그보다 그녀석들..음 아니겠지."
이곳에서 한달 넘게 있었다고 해도 몇백년동안 패인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질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어이없는 가능성을 치워버리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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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니?"
까악-
방안에 앉아있던 궁기는 까마귀가 알려준 소식에 흥미가 생긴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껏 본적도 없는 음식을 그 사내가 만들어주었고 혼돈과 도철언니가 맛있게 먹었다는 말은 관심을 끌래야 끌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구나 왠지 슬퍼."
궁기는 다른 흉수들을 챙기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자신이 더욱 잘나서 챙긴다. 이런 자만심이 아니라 서로 오랫동안 봐온만큼 목숨을 걸고 지킬 수 있다는 신뢰를 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두 사람이 식사를 하러 오지 않았으니 무료해진 궁기는 관심도 없던 민준에게 관심이 생긴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올언니도 데리고 가봐야겠어."
잘 때만큼은 모든걸 귀찮아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환영하는 도올이었으니 데리고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궁기는 그대로 도올의 집으로 날아갔다.
========== 작품 후기 ==========
도철은 당황했다
혼돈은 질투했다.
궁기는 관심을 가졌다.
도올은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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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드 2016-10-24 05:20 new
엉덩이는 따야 제맛
-〉 남자의 엉덩이를?
디마프 2016-10-24 05:26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jinsoo 2016-10-24 05:46 new
음 그건 좀 남자잖아요 ㅋㅋㅋ
jinsoo 2016-10-24 05:46 new
때리는것도 사실 많이 양보한거죠 자까님의 기분을 위해서 ㅋㅋ
-〉 전 게이드립은 좋아하지 않죠.
kwon0223 2016-10-24 06:55 new
자까님 여성설?
-〉 그럴리가..그랬으면 판타지 로맨스같은거 적었을걸요?
Mable Fantasm 2016-10-24 07:04 new
@뭣? 댓글중에 끔직한 혼종을 본것같다 핫산. 핫산의연재력이 안좋아지는게 완결이다가와서라니? 아니직 기에서 승으로 넘어가는 중인데 뭔 완결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핫산
-〉 난 이 댓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Baramdolyi 2016-10-24 07:38 new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天空意行劍 2016-10-24 08:51 new
으어어어어어
-〉 으아?
정수림 2016-10-24 10:14 new
맛잇는 엉덩이!~ 츄릅
-〉 ;;;;
신왕일묘 2016-10-24 12:18 new
크크크크크 그냥 먹어 먹의라고
-〉 깔깔깔
프라토니스 2016-10-25 00:28 new
자까는 양성입니다ㅋㅋㅋ 소설은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자까님^^
-〉 내가..양성이여..?
흑월의 부탁[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