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519화 (1,519/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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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도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황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처음 민준이 가슴을 만졌을 당시에는 온 몸에 벼락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쾌락이지 당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번째는 틀렸다. 번개를 맞은 듯한 감정을 한번 느껴보았으니 두번은 안통한다 생각해고 말한 것이었는데 머리에 손이 올라오자 당황을 해버렸다.

왜? 어째서? 아까 전처럼 가슴이 아니라? 이런 생각이 들었던 도철은 민준을 밀쳐내고 도망치듯 본거지로 돌아와버렸다. 도망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던터라 어쩔 수 없었다.

"빌어먹을 벌써 두번씩이나.."

처음 민준을 죽일 기회가 있을 때 죽이지 못하고 도망친 것과 이번에 도망친 것때문에 굴욕감을 받은 도철은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돌을 가루로 만들었다.

"씨발 그 새끼가 무슨 짓을 한게 틀림없어."

도망쳤다는 것만 두고 본다면 짜증이 나고 금방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것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가슴을 만졌던 순간이나 머리 위에 손이 올라온 순간을 떠올리면 그런 짜증과 분노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당혹감만 남았다.

이렇게 주저하는 모습은 자신답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몸과 머리는 따로 노는 듯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애꿎은 돌들만 가루가 되어 흩날릴 뿐이었다.

한편 도철이 찾아오지 않게 되자 다시 새로운 흉수를 만날 생각으로 몸을 움직인 한 민준은 혼돈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궁기는 중간에 만나긴 했지만 친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철벽이 있는 것처럼 차갑게 대했으니 누구 하나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대화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누가 좋을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냉철하다고 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올보다는 혼돈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역시 산맥은 언제 걸어도 적응이 안되는구만.."

산맥은 여러산들이 이어져있는만큼 지형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갑자기 험한 오르막이었다가 평지로 바뀌는 일도 있었고 분명 이쪽 길인 것 같았는데 낭떠러지가 반겨주는 일이 허다했다.

"그 늑대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눈치없게 이럴 땐 안보인단 말이지."

평소 기타를 연주하고 있거나 도철과 대련할 때면 틈틈히 나타나서 그 상황을 지켜보다 돌아가던 녀석이 이렇게 필요할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욕지꺼리를 내뱉은 민준은 다시 한번 책자를 펼쳐 혼돈이 사는 곳을 확인했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걸어도 3일은 더 걸릴 것 같은 예감에 한숨을 내뱉은 그는 갑자기 앞에 그늘이 진 것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혼돈과 함께 거대한 늑대가 있었다.

"으악 씨발 깜짝이야."

있는 것은 그림자로 알았다고 해도 얼굴과 얼굴이 닿을만큼 가까울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민준은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뒤로 넘어졌다. 원래는 물러나려고 했던 것인데 책을 들고 있던터라 제대로 손이 움직이지 않아 그대로 뒤로 넘어간 것이다.

쿵-

꽤나 큰 소리와 함께 머리부터 떨어진 민준은 오만상을 쓰며 일어나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오 씨발 이 씨발 개 씨발 뭔 씨발..."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자신의 실수였으니 혼자서 욕지꺼리를 하던 민준은 고통이 사그라들고 난 뒤에야 혼돈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평소 무표정한 얼굴로 있던 그녀가 당혹감이 서린 표정을 하고는 늑대 뒤에 숨어있는 것을 보자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하고 있냐..?"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뱉은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거 같은데요?"

"아 그렇구나 미안하다."

머리를 부딪힌 순간 앞에 혼돈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욕지꺼리를 내뱉은 것이니 이곳의 언어가 하닌 한국어를 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사과를 하자 혼돈은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앞에 섰다.

"무슨 일로 절 찾으신건가요?"

"오. 내가 널 찾아간다는거 어떻게 알았어?"

"제 영역에 들어오셨으니까요. 그쪽의 기운이 특이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도철 언니를 제외한 다른 흉수들은 전부 자신의 영역을 정해두고 활동하니까요."

"영역은 따로 표시가 되어있는거야?"

"저희끼리 나누어둔거 뿐이예요.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이유중 하나지만 폭주한 도올 언니가 혼자서 날뛸 수 있게 놔두는거죠."

친절하게 설명해주긴 했지만 경계를 하는게 느껴졌던터라 민준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는 듯 헛기침을 한 혼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실명을 했다고 해도 믿을만큼 어두운 눈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보인다는 듯 민준의 두눈을 바라본 그녀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역시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어떤거? 눈?"

"네. 그래요. 얼마전 제가 당신을 만났을 때 눈을 뜨고 있다는걸 알고 한번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찾아와주셨으니 묻겠어요. 왜 놀라지 않는거죠? 다른 이들은 이걸 보고 저주받았다느니 괴물이라느니 그런 소리를 했는데 말이예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거 뿐이지. 막말로 요괴도 있고 신수도 있는데 너 같은 눈을 가진 이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예요. 어째서 당신은 놀라지 않았나. 그걸 물어보는거죠.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은 다르게 반응할 때가 있잖아요?"

혼돈이 추궁하듯 물어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민준처럼 말로는 그럴듯하게 하는 이들을 엄청 많이 만나보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이도 있었고 호기심에 사탕발림 말을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눈을 뜬 순간 그런 이들은 전부 기겁을 했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몸에서 거부 반응을 느낀 듯 뒤로 물러나거나 괴물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이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혼돈은 인간이 하는 말은 믿지않게 되었다.

그런데 민준은 사탕발린 말을 하기는 커녕 의도치않게 눈을 보았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이라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는 생각으로 말도 하기 전에 눈을 떴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신기했던 것이다.

"네 말이 맞지만 나는 사람을 꽤나 편견없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도철이나 방덕을 봤을 때도 그리 놀라지 않았지."

"당신이라는 사람은 참으로 신기하네요."

"그게 내 매력이라니까??

혼돈은 그 말을 듣자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자신의 입으로 할 소리냐는 듯한 표정에 민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죠?"

눈을 보고도 놀라지 않던 사람이 이제와서 놀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혼돈은 표정을 풀고 말하자 민준은 자신의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했다.

"아니 그냥 무표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표정도 할 수 있구나 생각해서 놀란거야."

"...네?"

"널 만나고 무표정한 아이라고 생각했거든. 아 아이라고 하는건 실례구나. 아무튼 표정변화가 거의없고 냉철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보니 놀란거야."

이 남자는 뭘까? 뭐길래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던 혼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군요. 그럼 왜 저를 찾아온거죠? 이걸 물어보는거도 깜빡했네요."

"찾아온 이유? 친해지려고. 도철에게만 붙들려있어서 제대로 다른 녀석들이랑 대화해본 적이 없잖아?근데 궁기는 차갑고 도올은 아예 그런거에 관심이 없다보니까 그나마 대화를 나누었던 널 찾아온거지."

"그런 이유로 찾아온다니. 제가 원래는 언니들보다 성격이 개차반이었다면 어쩌려고요?"

"그래도 이렇게 대화가 통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거지."

낙천적인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본 혼돈은 늑대에게 손짓을 하자 크게 울부짖은 늑대는 민준의 앞에 다가아 배를 바닥에 닿게 앉았다.

"뭐냐?"

"타세요. 일단 당신이 사는 오두막으로 가죠.그쪽에서도 대화는 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까지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혼돈은 민준이 늑대에 올라타자 빠르게 움직였다. 이틀정도 걸린 거리를 10분만에 돌아오자 허무한 것을 느끼긴 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민준은 늑대의 털을 쓸어준 뒤 넙적한 바위에 앉았다. 안으로 초대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거대한 늑대가 들어오기에는 문제가 있어보여 이렇게 한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그 기타연주 말이예요. 꽤나 듣기 좋았는데 들려주실 수 있나요?"

"상관은 없다만 배 안고프냐? 슬슬 식사할 시간인데 밥부터 먹는게 어때?"

"제 식사는 제가 알아서.."

"아니야. 내가 만들어줄게. 음식에 뭐 타거나 하진 않으니까 안심하고. 도철도 맛있다고 말했으니까 기다려봐."

금방 헤어질 것이 아니었으니 직접 음식을 만들겠다고 말한 민준은 훈제해둔 멧돼지 고기를 꺼냈다. 원래 훈제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도철이 잡아온 것이 많다보니 남은 것을 이렇게 훈제해둔 것이었다.

"그럼 힘내볼까!"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혼돈을 한번 바라본 민준은 기합을 넣고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려요.

내일도 알바라 내일 글이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줄겁게 봐주세요.

편의점인만큼 리리플은 없어용

흑월의 부탁[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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