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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야! 뭐해!"
"후아암 넌 잠도 없냐...원래 격하게 대련을 하고 나면 하루 쯤은 푹 쉬어야한다고."
아침부터 도철이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깬 민준은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도철은 거대한 멧돼지를 옆에 툭하고 내려놓았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멧돼지와 도철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자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늘은 한판 붙으려고 찾아온게 아니야. 네셔석의 몸상태가 완벽할 때가 아니면 이기는 재미도 없으니까. 그저 이거."
"뭐?"
"만들어달라고! 네놈은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지만 음식 솜씨는 꽤나 있는거 같으니까 만들어달라고"
계속해서 꼬르륵 거리는 그녀의 배를 보며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잠에서 제대로 깬 것이 아니었기에 민준은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는 가볍게 세수를 하고 손을 씻은 뒤 음식을 만들 준비를 했다. 얼마 전 잡았던 새끼 멧돼지와는 다르게 200KG는 거뜬히 나갈 거 같은 거대한 멧돼지였기에 해체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철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넙적한 바위 위에 앉아 가만히 기다렸다.
'저녀석이 왠 일이래..'
평소같으면 음식이 늦는다고 지랄 발광을 떨어야 정상이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에 의아하게 생각한 민준은 그녀가 있는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자 말만 하지 않고 있을 뿐 짜증 가득한 눈초리로 자신의 쪽을 노려보며 다리를 떨고 있는 도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참.."
대단하다면 대단한 모습에 놀란 민준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해체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럴 때 고기 구울 수 있는 판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꼬치 구이는 만드는데 시간이 꽤 걸리니 차라리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철판이나 석쇠가 있었으면 더 편했을거라 생각하며 꼬치에 끼우자 그녀는 어느세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굽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침까지 주륵 흘리며 바라보는 모습을 보자 어딘가 맹획과 닮아보였지만 민준은 그녀에게 어떠한 짓도 하지 않았다 괜히 잘못 건들였다가는 골로 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신 적당히 구워진 꼬치를 건네주자 흡족하게 웃은 도철은 호호 불어가며 꼬치를 먹어치웠다
멧돼지를 전부 먹어치우자 흡족하게 웃은 도철은 그대로 돌아가버렸는데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다. 대략 9시부터 시작해서 3시간 넘게 꼬치만 구웠던 민준은 어깨를 몇번 돌리고는 냇가로 향하여 몸을 씻고 돌아와 방안에 벌렁 누웠다.
"가끔 이럴 땐 딱딱한 바닥보다는 푹식한 침대가 그립단말이지."
이렇게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를 때면 푹신한 침대가 그리웠던 민준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 뜬 것은 오후 3시였는데 기분 좋은 낮잠이었던터라 민준은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쉰다고해도 잠만 잘수는 없었으니 장작을 만들어두고 주변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 그는 도철이 없는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흑월. 한가지 부탁해도 되냐?"
"오랜만에 여를 부르는군 말해보거라"
"집에 있는 기타좀 가져다줄 수 있어? 금방 돌아갈 줄 알았더니 오래 걸려서 말이야."
"그런거라면 가능하다"
따악-
대답하기 무섭게 손가락을 튕기자 기타가 바닥에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이런게 좋은것인가?"
"통기타 연주하다보면 시간 잘 가니까 그런거지. 그리고 흉수들이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인거 같으니 돌아갈수도 없고 말이야."
"여가 보기에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것 같도다. 그러니 더욱 힘내는 것이도다"
그 말을 끝으로 흑월이 사라지자 민준은 평소 도철이 자주 걸터앉아있던 바위에 앉아 기타줄을 튕겼다. 노래를 부른 넋은 아니었지만 경쾌한 음색이 울려퍼지자 즐거워진 그는 한참동안 그렇게 기타연주를 했다.
"아우우우우~"
"응? 늑대라..설마 혼돈인가?"
한참동안 연주하는 것에 빠져 기타를 치던 민준은 꽤나 큰 늑대울음소리를 듣고 기타연주를 멈추었다. 그냥 늑대가 운 것일수도 있겠지만 혼돈을 만날 때 늑대가 찾아왔던 것을 생각한 민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누군가 바라보는 듯흔 느낌도 무언가 움직이는 느낌도 나지않았기에 다시 기타를 연주했다.
아우우우~
"또 지랄이네. 그냥 기타소리때문에 우는건가보네"
10분정도 지났을까 다시 늑대의 울음소리가 나자 욕지꺼리를 내뱉은 민준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기타를 치자 안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주변이 잠잠해지자 혼돈이 나타났다. 그녀는 민준이 연주하던 기타소리를 들은 것인지 주변을 한번 스윽하고 둘러보더니 다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 음악소리가 결계를 만드는 것도. 신수 언니들을 부르는 것도 아니라면 왜 그렇게 연주를 한거죠? 무슨 이유가 있는걸까요..."
도무지 생각해도 이거다 할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기회가 되면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하고는 혼돈은 그대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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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이 지난 후 민준이 기타연주를 하고 있을 때 혼돈은 그를 찾아갔다. 처음 연주를 할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악기만 연주하는게 아니라 노래까지 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늑대가 운게 그냥 운게 아니었구나"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니까요. 그것보다 당신 그 연주는 무슨 의미가 있는거죠?"
무언가 흥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뜻을 알 수 없었기에 잔뜩 경계하며 물어보자 민준은 별 의미없다고 대답해주었다.
"별 의미가 없다니요? 의미없는 말을 그렇게 흥겹게 중얼거리나요?"
"노래라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그냥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부른 것 뿐이야. 그러니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지."
"그럼 그걸로 무언가 결계를 치거나 함정을 파는 것은 아니네요..."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지? 함정을 파서 너희중 하나를 잡는다고 해도 세명한테 금방 들킬텐데..그리고 결계라니 난 인간이라고."
"그..랬죠...가끔 착각할 때가 있네요. 하지만 전 이해가 되지 않네요.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을 왜 하는건가요?"
"기분 전환이라고 해야할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딱히 없다보니 이런거라도 하는거지. 너희는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기분전환이라는건 꽤나 중요하거든."
혼돈은 곰곰히 생각해았지만 그의 말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서 한거라고 생각해."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뵙지요."
고개를 꾸벅 숙인 혼돈이 그대로 떠나가자 민준은 다시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 연주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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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긴장..했다..."
민준이 나쁜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고 있던 혼돈은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자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끼잉..
"괜찬아. 언니는 멀쩡해"
흥건히 젖어있는 손을 수건에 닦아낸 뒤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늑대도 긴장이 풀린 듯 컹컹거렸다.
"그럼 그 사내는 도철언니와의 싸움에서 변칙적인 수법을 쓰지는 않는다는거니까 그나마 안심이야."
요 몇일간 도철은 만나면 민준과 싸우는 이야기만했다. 찢어죽이는 건 당연하지만 그전에 한번이라도 이기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정말이지 신기했다. 게다가 즐거워보이기까지 했으니 민준이 이상한 짓을 한다면 절대 용서안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긴장되었지만 꾸욱 참고찾아가서 밤바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유를 물어본 것이었다.
"하아..이제 언니가 이기면 좋겠네.."
그렇게 즐거워하는 언니를 본 것은 오랜만이었으니 꼭 이기라고 응원을 한 혼돈은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늑대를 꼬옥 끌어안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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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토니스 2016-10-06 07:45 new
이왕이면 신도 한명더 추가하죠 흑월 혼자선 외롭잖아요. 다른 애들은 다 짝이있는데..
-〉 으..잉?
kwon0223 2016-10-06 07:48 new
ㅋㅋㅋㅋ 다른차원신도 추가합시다
-〉 뭐라구욬ㅋㅋㅋ?
딜리버 2016-10-06 07:57 new
흐흐흐 레이드의 때가 돌아왔나요? 그동안 준비한 장비를 쓸 때가 온거군요
-〉 튀어야지
Baramdolyi 2016-10-06 08:13 new
슬슬 미끼랑 밀당하네
-〉 껄껄
天空意行劍 2016-10-06 08:39 new
자까를통조림할때가온듯하다
-〉 난 이만 사라지겠다
Mable Fantasm 2016-10-06 09:41 new
@호오. 핫산의 연재력은 무려....9밖에안되는군. 총든 성인남성과 똑같아. 연재력을 올려랏
-〉 ,,,?
jinsoo 2016-10-06 10:37 new
ㅋㅋㅋㅋ
jinsoo 2016-10-06 10:38 new
인생을 군만두와함께
jinsoo 2016-10-06 10:40 new
군만두의 맛과향을 죽을때까지 느끼고 싶다면 연중을 하셔도 ㅋㅋ
-〉 죽는다니..먹기싫다!
디마프 2016-10-06 14:04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흑월의 부탁[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