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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도철 오늘도 그녀석한테 가는거야?"
"그래. 이번에야 말로 이기겠어"
"죽이는게 아니라 이긴다고? 무슨 말이야?"
평소 죽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도철이 이긴다고 말하자 느긋하게 하품을 했던 도올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보았다. 그러자 도철은 뿌뜨득 이를 갈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확실히 그녀가 공격이 단순하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눈으로는 반응하지 못할 속도를 가졌는데 그걸 반격한다는 말에 도올은 꽤나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감탄사를 내뱉았다.
"뭐야. 너도 그 녀석이 대단하다 생각한거냐?"
"그래. 도철 네 공격을 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반격했으니까 왠만한 녀석들은 네가 눈 앞에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 반으로 찢겼잖아?"
"그래서 더 재미있는거 같아. 처음에는 짜증났는데 지금은 요리 조리 피하는 그녀석을 잡는 순간 희열을 느낄 것 같단 말이지."
사실대로 말하면 도철은 무료했다. 인간들이 토벌을 오든 요괴들이 갑자기 나타나든 한번에 찢어발길 수 있는만큼 재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인간들이 무서워하거나 살려달라고 벌벌 떠는 모습이 재미있긴 했지만 이것도 반복되다보니 재미보다는 짜증이 먼저 솟았다. 그래서 인간들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찢어발긴 것이었는데 민준은 달랐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반격까지 했으니 무료한 삶에 재미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늘이야말로 이겨주겠어. 그리고 찢어발겨주지."
말하는 것은 달라진게 없어보였지만 한층 더 즐거워진 듯한 도철을 보며 도올은 좋을 때라고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야! 한판 뜨자!"
민준의 오두막에 도착하자마자 도철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한번 더 불러본 도철은 문을 난폭하게 열었다.
"뭐야? 없잖아?"
불은 꺼진 지 시간이 된 듯 불씨도 보이지 않았으니 짜증이 난듯 다시 문을 닫은 도철은 민준의 기운을 찾았다. 워낙 특이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터라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오두막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도약을 하려는 것도 멈추고 넙적한 바위 위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15분쯤 지난 후 민준의 모습이 보이자 도철은 늦었다고 짜증을 부렸다.
"뭐냐. 아까 뭔가 울리던데 니 목소리였냐?"
"늦었잖아!"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지. 너랑 붙는게 얼마나 힘빠지는 줄 아냐?"
한번 붙었다하면 2~3시간은 있어야했던터라 민준은 그대로 잡아온 새끼멧돼지의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딴거 알게뭐야."
고개를 홱 돌린 도철과는 다르게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자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뭐야? 죽고싶어? 왜 그렇게 바라보는거야?"
"이걸 날것으로 줘야하나 요리를 해서 줘야하나 고민한거 뿐이다만"
"좆까. 그딴 값싼 동정따위는 필요없으니까."
꼬르르륵-
민준의 말에 험한 욕을 내뱉은 도철이지만 배에서는 다시 한번 꼬르륵 소리가 났다.
"씨발!"
더 이상 말을 걸었다간 그녀의 성질만 돋구는 꼴이 될테니 민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기를 손질했다.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버린 후 피를 뺀 다음 큼지막하게 썰어 꼬치에 꽂았다. 죽을 해먹어도 상관없지만 말과는 다르게 힐끔 힐끔 멧돼지를 바라보는 도철을 보며 꼬치구이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향신료를 적당히 뿌린 후 불에 닿지 않도록 고기를 고정시키자 지글 지글 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났다.
꼴깍
침넘어가는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났지만 민준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고기를 계속 구웠다. 노릇 노릇 익은 고기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지자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간이 적당히 잘되었구만"
흡족하게 웃으며 고기를 먹자 어느세 도철이 코 앞까지 와있다는 걸 알아차린 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꼬치를 하나 건네주었다.
"안먹는다니까!"
"어짜피 혼자 다 못먹는 양이고 진 뒤에 배고파서 졌다는 말이 안나오려면 먹어두는게 좋다."
민준의 말에 마지못해 꼬치를 잡아든 그녀는 절대 유혹에 진게 아니라 남는 것을 처리하는 중이라고 중얼거리며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앗 뜨거. 뜨겁잖아!!"
꽤나 뜨거운 고기때문인지 소리를 빽 지르는 도철을 보며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만든 것은 20개 정도였지만 민준이 먹은 것으 6개 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도철이 다 먹었는데 만족한다는 듯 배를 두들긴 그녀는 바로 한판 붙자는 듯 일어났다.
"기다려라. 정리는 해야할거 아니냐.."
성질이 너무 급하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주변 정리를 끝낸 뒤 도철과 제대로 한판 붙었다. 그 간 싸우면서 공격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로 늘린 도철이었기에 조금 더 까다롭긴 했지만 어찌 저찌 버틸만했던 민준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승리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썅! 앞으로 조금 이었는데!"
몸을 휘청거리는 것을 보며 기회다 싶었던 도철은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게 민준의 속임수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욕지꺼리를 내뱉은 그녀는 내일은 다를거라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중요할 때마다 실수를 해서 매번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뭐가 문제인거야 썅!"
전부 마지막에 실수를 해서 져버렸으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 도철은 밑에 있던 돌을 차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다 박살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화를 내는 것보다 민준을 이기고 나서 모든 분노를 그에게 쏟아내기로 다짐했기에 꾸욱 참은 것이다.
"그렇게 날 이기고 싶냐"
"당연한거 아니야? 널 이기고 나면 그대로 목을 꺽어버릴테다!"
살기를 가득담아 말하자 민준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이런 민준의 모습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도철은 그대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언니 계세요...?"
"혼돈. 무슨 일이야?"
"요즘 언니가 걱정되서요. 듣자하니 그 사내랑 한판 붙으셨다면서요?"
"죽이려고 달려든게 아니니까 신수언니들이 나타나진 않았어.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자꾸 지니까 씨발! 말하니까 또 빡치네"
화가 난다는 듯 툭 내뱉자 혼돈은 품안에 있던 과일을 내밀었다.
"진정하세요. 고민해보면 답이 나올거예요."
"후..고맙다 혼돈. 아무튼 그 새끼는 내가 어떻게든 목을 따버릴테니 걱정마."
"언니라면 충분히 해내실거예요.. 다만..중요한 순간에 신수 언니들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요."
"그 새끼가 기절하면 신수언니들도 별 수 없는거 아니겠어?"
그랬다. 도철이 민준에게 시도 때도 없이 붙자고 한 것은 바로 이 이유였다. 처음으로 기절이라는 것을 경험해본 그녀는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프고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기운 역시 망가졌었으니 민준이 기절하면 신수들의 분신들도 제대로 힘을 못쓴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혹시라도 제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언제든 달려달게요."
"말이라도 고맙다."
혼돈의 말에 마음이 누그러진 듯 자리에 앉은 도철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자신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간 것은 민준밖에 없었으니 의도치않게 그를 하루종일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에게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 줄은 지금의 그녀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9시에 잠에 빠져서 5시 반에 일어났습니다만
약을 먹었더니 다시 졸리네요
감기는 거의 완쾌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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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드 2016-10-05 08:04 new
잉크루시오오오오!
-〉 몰라 그런거..
Mable Fantasm 2016-10-05 08:16 new
@윙 가르디움 레비오우사~
-〉 이건 또 뭐죠
jinsoo 2016-10-05 08:22 new
진정한배드엔딩은 작가가 핫산에서 벗어나는것 같은데 ㅋㅋ
-〉 전 핫산이 아닙니다만..
정수림 2016-10-05 09:13 new
자까님?배드엔딩 원하세요? 잠시만 칼이 어디잇더라?
-〉 칼은 이미 버렸다.
Baramdolyi 2016-10-05 09:20 new
잘 보고 가요^^
-〉 감사합니다.
天空意行劍 2016-10-05 10:59 new
ㅋㅋㅋㅋ 베드엔딩은 없다
-〉 튀자
에로정원 2016-10-05 11:58 new
사흉수들아 민준 죽이며 니들 그 순간 죽는다?! 뭐 민준은 못죽지마!
-〉 껄껄
디마프 2016-10-05 12:25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kwon0223 2016-10-05 15:08 new
이거 사흉수 꼬시고 나면 흑월꼬시고 그러고나면 현대를 가서 플래그 회수하면...
자까님이 알아서 편수를 늘려 주시겠지 하핫
-〉 ...으잉!?
taky1523 2016-10-05 16:25 new
쿠폰투척
-〉 감사합니다.
puck 2016-10-05 22:35 new
장훈이 책사였나? 장군아니었던가?
원가에서 상장 비슷한 레벨로 알고있었는데. .
-〉 제가 잘못알고 있었습니다 orz.
금삐까찬양 2016-10-05 23:21 new
1511화 정주행 들갑니다 근데 진짜 이건 절대 반지 찾는수준인데??
-〉 ㄷㄷㄷ 화이팅
프라토니스 2016-10-06 00:34 new
배드엔딩이라... 어... 레이드 당하시고 싶다구요? 해드려야지요 히히히히히
-〉 아니요 그런게 아닙니다
흑월의 부탁[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