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507화 (1,507/1,909)

-------------- 1507/1909 --------------

<-- 흑월의 부탁 --> 토끼가 모닥불에 적당히 익어갈 때쯤 민준은 하나의 시선을 느꼈다. 도철과는 완전 판이하게 다른 시선이었던터라 민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철이 금방이라도 죽여버릴 듯이 살기를 풀풀 내뿜는 시선이라면 지금 느껴진 것은 어딘가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 적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틈일 노리는 맹수같은 느낌이었다.

"흉수가 아닌가..?"

흉수 중에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있었나 싶었던터라 고개를 갸웃거린 민준은 짐보따리를 뒤적거려 흑월이 준 책을 꺼냈다. 혼돈부터 도철까지 다시 한번 성격을 읽어보아도 이렇게 조심성 가득한 시선을 보낼 이는 없었다. 그나마 비슷하다면 혼돈이겠지만 그녀 역시 흉수. 소심하다고는 해도 인간의 앞에서는 무자비한 면을 보인다고 기입되어 있었으니 어깨를 으쓱거린 민준은 적당히 다 구워진 토끼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역시 노린내를 제거하면 토끼도 맛난단 말이지."

산에서 먹는 것치고는 노린내를 잘 제거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자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시선이 더욱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흉수인지 야생동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확인을 했다가는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는 일이라 민준은 신경을 끄기로 하고 남은 토끼고기에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도철은 그를 노려보았다.

"깨갱 깽"

"뭐야. 늑대였나?"

방금전까지 자신을 관찰하던게 늑대였다는 것을 확인하자 어이가 없어진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빌어먹을"

민준의 모습을 보자 다시 짜증이 솟구친 것인지 욕지꺼리를 내뱉은 도철은 넙적한 바위 위에 앉아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저 도철이라는 흉수. 내가 보기에는 단순한 것 같음-

"난 그것보다 대화가 안되는게 짜증난다만."

단순하든 어떻든간에 대화가 통하질 않으니 어떻게할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흉수를 만나기에는 도철이라는 존재가 너무 거추장스러웠다.

-그럼 신경끄고 할 거 하면 되는거 아님? 어짜피 신수들의 경계가 있으니 주인의 몸은 안전하다고생각됨-

"안전하기야 하겠지만 귀찮다."

도철이 공격하지않는 것만봐도 안전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왜 하필 도철부터 만난 것인지 차라리 다른 흉수가 좋았다고 생각하며 손에 들고 있던 토끼고기를 다 먹은 민준은 주변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헤에? 덤빌 생각이 든...뭐야 씨발! 어디가!"

"어디가긴. 흉수 찾으러가지"

"니 눈깔은 사시냐? 눈 앞에 있는 나는 뭔데?"

"도철"

"그런데 흉수를 찾으러 간다고?"

"대화가 안통하니까. 다른 녀석들도 만나보게. 방해하지마라"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민준의 말투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도철은 성큼 성큼 걸어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인데 가능하자 고개를 갸웃거린 도철은 씨익 웃었다.

"뭐야. 이거 가능하잖아? 그럼 어떻게 죽여줄까? 눈깔을 파줄까? 목을 꺽어줄까? 아니지 니놈 혀가 문제니까 혀를 크핫!?"

결계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도철은 민준의 혀를 뽑아버릴 기세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닿기 직전 몸이 튕겨져 나간 도철은 나무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그냥 밀쳐진 것이 아니라 강한 힘에 의해 밀려나간 것이었으니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은 그녀는 다시 한번 민준을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 개새끼가!"

하지만 그녀가 민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호!"

"청?"

그도 그럴 것이 민준의 위협을 감지한 분신들이 나타나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신이라고는 하나 자신보다 한단계 높은 등급의 신수들이다보니 고개를 떨군 그녀는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한 뒤 그대로 떠나버렸다.

"뭔 입이 저리 험할꼬.."

"청? 청! 청!"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다시 갈 길을 가야겠다는 듯 움직이려고 했는데 백호와 청의 분신이 앞을 막아섰다.

사람 얼굴만한 크기였던터라 무척이나 귀여웠던 두 분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지를 잡아 당기며 몸을 숙여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분신들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아진 듯 구 분신들은 볼에 뽀뽀를 하고는 그대로 몸안으로 사라져버렸다.

---

"또 왔냐.."

"닥쳐. 너 나랑 한판 뜨자"

떠난지 3시간도 안되서 다시 돌아온 도철은 화를 가라앉힌 것인지 표정이 진지했다. 다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이가 없었던터라 민준은 못들은셈치자는 듯 손을 휘적거렸다.

"씨발..그러지 말고 한판 붙자니까!"

"그러다가 니가 날 짖어죽이면? 고의가 아닌거고?"

"윽.."

자신의 속셈을 들켰다는 듯 움찔거린 도철이 욕지꺼리를 내뱉자 깊게 한숨을 내쉰 민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니가 이대로 계속 살고 싶으면 날 내버려둬라. 다른 흉수들의 뜻을 물어보고 돌아가던지 할테니까."

"내 사전에 이곳에 들어온 인간을 돌려보내는 건 없다. 그러니 개수작하지마."

"에휴...진짜 죽겠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도철을 보며 어떻게해야할지 감이 안잡힌 민준은 하늘을 스윽 올려다보더니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에라이 씨발 하늘도 안도와주네."

빨리 일처리를 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민준이었지만 비냄새가 나는 것이 비가 올 것 같았기에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오두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민준의 모습을 본 도철 역시 짜증난다는 듯 옆에 있는 바위를 부셔버렸다.

"감히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인간의 흔적따위를.."

그를 지키는 결계만 없어진다면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을 한 도철은 민준이 오두막을 만드는 모습을 놓치지않고 머리속에 기억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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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후우..진짜 어쩐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천장을 바라본 민준은 비가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자리에 누었다 아까 전까지 밖에서 느껴지던 살기가 사라진 것을 보니 도철은 떠나간 듯 보였다.

오두막을 다 만든 것이 3시간 전이었으니 3시간이나 더 밖에 있다가 돌아간 셈이었다. 물론 흉수인 도철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벽으로 막혀있으니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쉴 때마다 오두막을 건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야만 했다.

-그런데 주인 다른 흉수들도 똑같으면 어떻게 할것임?-

"어떻게 하긴 일단 돌아가서 보고를 해야지."

-그런 다음에는?-

"내가 아무리. 오지랖이 넓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변화시켰다고는 해도말이야. 그건 손벽이 맞았으니 가능한거야 날 싫어한다거나 죽인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따지고보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그런거잖아?그런데 흉수들은 내가 아닌 인간 전체와 적대를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내가 발악을 한다고 해서 바뀌는 일은 없다는거지"

-아. 거기에 대해서는 나는 반대임.-

"뭐가?"

-주인의 힘이라면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임-

"넌 가끔 그런 쪽으로는 날 너무 맹신하는거 같다?"

-주인니까! 이 말로 모든게 설명된다고..아야야 아픔 아픔!-

요술서의 헛소리에 책을 찢어버린 민준이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웃은 것이라 왠지 가슴이 뻥 뚤리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카리나나 기타를 들고 오는건데 말이야."

혼자 있는 동안 노래라도 부를껄이라고 중얼거린 민준은 장작불을 다시 확인한 다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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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끼잉.."

"....무슨..일이야..?"

"커엉 컹"

"도철언니가...죽이지 못하는 인간? 그런게..있었어?"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인간은 만나본 적이 없었던터라 소녀는 늑대에게 그 사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틈은 누구나 보이는 법이니까.."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섬뜩한 말을 내뱉은 소녀는 다시 하던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려욧!

흑월의 부탁[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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