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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한참동안 민준을 노려보던 도철은 짜증이 난다는 듯 가까이 있는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으니 민준은 그녀가 박살내놓은 나무에서 쓸만한 가지들을 가지고 와서 불을 붙였다.
"뭐하는거냐?"
"오늘은 여기서 쉴려고 하는거지."
"지랄하고 자빠졌네. 우리가 공격하지 못한다고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만?"
"야 생각을 해봐라. 지금 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살기 풀풀 날리고 있는데 그냥 지나쳐가면? 니 성격에 가만히 있겠냐?"
"하. 내 성격? 날 언제봤다고 평가하는거지?"
"오랜시산과도 모르는 사람이 있고 잠깐봐도 어떻다는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지."
"이 씨발 새끼가? 지금 내가 단순하다는거냐? 아앙?"
화가 치밀어 오른 듯 옆에 있던 나무를 박살내서 휘두르자 그 풍압에 의하여 민준이 기껏 붙여두었던 모닥불은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사방의 돌과 나뭇가지들이 같이 날아왔던터라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민준의 품안에 있던 신수의 분신덕분에 안전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도철은 자신을 약올렸다고 생각한 듯 더욱 난폭하게 주변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야. 그런거 아니니까 혼자 지례짐작하지마라"
"닥쳐 이 개새끼야. 니놈의 모가지를 금방이라도 따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잠깐봐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원래 두부류가 있다. 첫번째로 니가 말했던 단순한 부류. 그리고 두번째가 자신을 숨기지 않는 부류. 넌 후자야."
"지랄하네."
"지금도 살기를 숨기지 않고 들어내고 있는데 그럼 뭐라고 해야 하냐."
"거슬리니까 닥치지?"
머리를 벅벅 긁은 민준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더 이상 말해봐야 통할 것 같지도 않았기에 주작의 분신에게 모닥불이 있는 곳까지 결계를 쳐달라고 부탁했다. 왠만해서는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일에도 일일히 반응하는 도철때문에 잠 조차 제대로 못잘 것 같아서 이렇게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납득했다. 왜 도철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지를 말이다.
최소한 대화가 되어야 응어리를 풀 수 있는 법인데 대화조차 되지 않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죽일 듯이 달려드니 왠지 술이 고파진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 수 밖에 없었다.
"얍삽한 새끼. 신수언니들의 힘을 빌려 결계를 치다니..퉷"
가만히 앉아서 살기를 내뿜으며 노려보던 도철은 짜증난다는 듯 툭 내뱉았다.
"그런 말 하지마라. 애초에 니가 대화하기를 거부하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냐? 그리고 안가냐? 니가 가야 나도 뭘 움직이던지 하지?"
"지랄하지마. 내가 가면? 혼돈이나 다른 흉수들한테 작업걸려고? 그 꼴은 내가 못보지."
"밥먹을 때는 개도 안건들인다고 했다. 그런데 넌 지금 살기를 풀풀 내뿜고 있으니 물어보는거 아니냐. 이 밤중에 내가 어딜가냐? 산맥에서 죽으라고?"
"언젠가 내가 니놈 모가지를 다고 만다 씨발!"
한마디도 안지는 민준의 언행이 짜증난 것인지 버럭 소리를 지른 도철은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제서야 한시름 놓은 민준은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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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씨발 씨발 씨발!!!'
본거지로 돌아온 도철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인지 속으로 욕지꺼리를 내뱉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버렸다가는 자신이 잘 곳이 없어지기에 나무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 전과는 다르게 그녀가 수십번을 휘둘러도 나무가 멀쩡한 이유는 힘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한방에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순 있지만 그래봐야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던 사내가 죽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렇게 나무만 두들기고 있었던 것이다.
"후아암..도철 뭐하고 있어?"
얼마나 주먹을 휘둘렀을까 뒤에서 졸린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꼬불 꼬불한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온 여인이 있었다. 특이한게 있다면 머리색은 파란색이었는데 끝은 붉은색이라는 것이었다.
"도올이냐?이 시간에 니년이 무슨 일이지?"
"그렇게 나무를 두들겨패고 있는데 누가 모를까? 궁기랑 혼돈도 신경쓰는거 같던데?"
"잠은 충분히 잤나보군 짜증을 안내는 것보니."
수치상으로 따지자면 무력이 도철보다 훨씬 낮은 도올이었지만 잠을 방해하는 순간 그런건 따지지 않고 공격했다. 서로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한판 붙어버리면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도철은 딱히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었으니 상관없었다. 아니 지금은 한판 붙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고 온 것인지 도올은 하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왠지 시비를 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눈초리인데?"
"시끄럽다."
생긋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복장이 뒤틀릴 것 같았던 도철은 용무가 없으면 빨리 사라지라고 말했다.
"그냥. 네가 가장 먼저 인간을 만난거 같은데 아무 것도 안하고 돌아온게 신기해서 온거야."
"씨빨! 그 개새끼!"
다시 민준이 떠오른 듯 화를 낸 도철은 이윽고 앞에 있던 나무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쩌저적하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진 나무가 땅에 처박히자 심호흡을 한 그녀는 도올을 노려보았다.
"왜 날 놀려봐? 난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거 뿐이야. 인간따위는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이상 관심도 없고 말이야."
죽여달라고 찾아오는 것이면 모를까 직접 찾아가고 싶지 않았던 도올은 흐흥~ 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런 상황이 무척이나 짜증났지만 알려줄 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는 덧을 잘 알기에 자신의 보금자리에 걸터앉은 도철은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헤에..대단하잖아? 인간주제에 신수언니들을 안았단말이야? 본적도 없는 황룡언니까지?"
"씨발.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거야? 나도 좆같으니까 믿기 싫으면 관둬"
"놀라서 그런거뿐이지 왜 화를 내"
"인간따위가 이곳에 눌러앉아있다는게 화가 나니까 그렇지! 생각하면 할수록 좆같잖아!"
다시 짜증이 난 듯 돌 하나를 가루로 만든 그녀가 혀를 차자 민준이 있는 곳을 스윽하고 바라본 도올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몸을 돌려 자신의 보금자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저 망할 년. 왔으면 한판 붙던가.. 젠장"
흉수끼리 죽이지 못한다고는 하나 싸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도철은 마음만 먹으면 도올과 한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궁기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여인이었지만 화가 났을 때는 사흉수 중 가장 무서웠던터라 그녀는 도올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 좆같은 새끼 죽일 방법이나 생각해봐야지"
절대 궁기때문에 싸우지 않았다고 중얼거린 도철은 민준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하다가 잠에 빠져들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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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오고 잠에서 깬 민준은 꺼진 불을 다시 피운 다음 주변에 있는 야생동물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도철이 찾아온다해도 자신이 잤던 곳이 아니라 눈 앞에 올 것이 뻔했기에 마음 놓고 돌아다닌 것인데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으니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녀석 성격이면 포기하진 않을텐데..뭐 나는 편해서 좋지만"
덕분에 맛난 식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민준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후쯤에 감기가 떨어진거 같은 느낌은 있었는데
오늘 알바라 그냥 푹 쉬엇습니다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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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dolyi 2016-09-28 10:05 new
푹쉬시고 내일도 기대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드 2016-09-28 10:41 new
애완변기ㄱ
-〉 육변기나 애완변기나 ㅋㅋㅋ
jinsoo 2016-09-28 11:06 new
인생사 편하게 가셔야죠 ㅋㅋ
jinsoo 2016-09-28 11:06 new
올드보이말고 핫산으로다가 ㅋㅋ
-〉 그게 편한 인생이었나!?
에로정원 2016-09-28 11:23 new
사흉수 총 4명(4마리)이죠?!
그럼 이렇게 하면 되는군요
얀데레,메가데레,츤데레,쿨데레
-〉 히익?
디마프 2016-09-28 12:04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딜리버 2016-09-28 12:45 new
흐음 하나당 20편씩 80편, 기린으로 데려가서 카오스 15편... 특별편이군요 흐흐흐
-〉 으엉?
天空意行劍 2016-09-28 15:27 new
감기라니
-〉 조심하세요
Mable Fantasm 2016-09-28 20:09 new
@핫산에게 휴식을 허락한적은 없다. 그러니 연재를 바란다 핫산.
-〉 감기는 거지같다
소쭈 2016-09-28 21:20 new
끝낸다 끝낸다하시는데 사실 작가님이 끝낼생각이 없으신거 아닌가요! ㅋㅋ
우린 좋습니다
-〉 끝낼건데! ㅂㄷㅂㄷ
신왕일묘 2016-09-28 22:34 new
캬캬캬캬 민준의 바론을 물어 뜻어라 ㅋㅋ 사흉수들이여 ㅋㅋㅋㅋ
-〉 호옹이
유령세상 2016-09-29 20:39 new
@이럴때는 민준이 잘하는 꾹꾹눌러 줘야죠 그나저나 조아라 요즘 너무 값을 올리네요;;;
-〉 그러게요 ㅠ.ㅠ
흑월의 부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