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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이라는 시간. --> 최상층에 올라온 남화노선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았다. 방 자체로 따지면 기린의 성이 더 넓었고 경치를 보기에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분위기였다. 기린의 성은 민준의 방을 제외하면 전부 사무적인 느낌을 준다. 일을 끝나고 잠을 자는 장소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가구의 배치가 똑같았다. 개중에는 가구의 배치를 바꾸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사용했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 책이 빽빽하게 꼽혀있을수도 있고 옷이 가득 차 있을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란 소리다.
하지만 이곳은 민준의 방처럼 가구보다는 침대에 집중했고 그곳에는 치렁 치렁한 장식들과 천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묵는다면 이런 장식을 제외시킨다고는 하지만 누가봐도 연인들끼리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분위기를 잡아둔 것이라 그녀의 얼굴은 어느세 새빨갛게 물을어 있었다.
"남화야 괜찮아?"
"후에?"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던 남화노선은 민준의 손길이 닿자 움찔거리며 떨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면 모를까 민준이 다른 여인들과 관계를 가질 때 여인들의 몸속으로 들어간 혼기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계를 가지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한 적이 있었다. 이건 여인들과 민준의 동의를 구하고 한 일이었으니 문제될건 없었으나 그건 감정이 생기기전의 이야기였고 감정이 생긴 지금은 죽을 맛이었다.
여인들마다 좋아하는 체위가 다르고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다고는 하나 결국 민준의 거대한 아들이 꽃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똑같았다. 그러니 남화노선은 자신도 모르게 하복부로 손을 가져갔다.
"그게..있잖아.."
"응. 말해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엔 자신도 상태가 이상한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녀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
"그게..예전에 너랑 다른 아이들 정사를 나누는걸 본 적이 있잖아? 그래서 그게..자꾸 상상이되는게.."
제대로 말하자고 말음 먹었지만 입을 열자 횡설수설이 되어버린만큼 민준은 피식 웃어버렸다. 그녀가 웃겨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끌어안고 정사를 나누고 싶었다. 관계를 가지고 나면 자신의 여인이 되는 것이니 더 많은 애정행각을 할 수 있었고 여인들도 관계를 가지고 나면 한꺼풀 벋어던지고 더 많은 응석을 부려왔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하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입맞춤을 해주었다.
"음..츄읍...하읍.츄으읍..꿀꺽..읍....흐응."
긴 입맞춤이 끝나고 나자 두 사람의 입에서는 투명한 침이 실처럼 연결되었다가 밑으로 뚝 떨어졌다. 몽롱한 표정을 하고 있던 남화노선은 화들짝 놀라 얼굴을 가려버렸고 민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다음 밖으로 나왔다.
다시 거리의 활기가 느껴지자 빨갛게 물들었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여기서 조금만 장난치면 다시 빨갛게 물들겠지만 이 축제를 즐기고 싶었던 민준은 그렇게 하지 않고 남화노선의 손을 잡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기린에서 연 축제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길거리 음식도 많이 팔고 있었고 넓은 광장에서는 무서운 분장을 한 사내와 사자탈을 쓴 사람들이 전통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볼 기회가 얼마 없었던 사람들은 기뻐하며 박수를 쳤고 흥이 많은 사람들은 음악소리에 맞추어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정말 활기차네..오! 민준 저거!"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민준의 손을 잡아끈 곳은 노점상이었다. 앞에는 여러가지 재료들이 있었다. 말하는 즉시 꼬치에 꼽아서 구워주는 걸로 보였는데 남화노선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 순식간에 몇가지를 지목했다.
"흐응..역시 꼬치구이는 정말 맛있는거 같아. 특히 이건 정말 좋아!"
그냥 닭고기를 꼽아서 구운 꼬치도 맛있지만 지금처럼 여러가지 고기와 야채들을 한꺼번에 구워주는 것도 맛있다고 말한 그녀는 금방 꼬치구이를 다 먹어버렸다. 많이 먹는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원래 대식가였고 지금 축제를 보기 위해 꽤나 많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민준도 평소보다 몇배는 많은 양을 먹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세 허기져버렸으니 쉬어갈 겸 해서 식당을 잡았다.
축제인만큼 어느 식당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민준은 객잔에서 추천받은 음식점에 와 있었다. 30분가량 줄을 선 다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낡은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의 기둥은 전부 새것으로 교체되었는데 이곳에 있는 것만 낡아있자 인준은 신기한 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헤헤 신기하죠? 그게 저희 식당의 자랑이예요. 주인아저시의 할아버지께서 식당을 만들 때 사용한 것이라는데 초심을 잃지않기 위해 한개 남겨두셨어요!"
"호오 그렇구나."
기둥이 썩어서 제 구실을 못한다해도 다른 기둥들이 지탱을 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생각한 민준은 친절하게 설명한 점소이에게 동화로 된 동전을 다섯깨 쥐어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돈을 받은 점소이는 가게에서 명당이라 불리는곳으로 안내하여 주었다. 지금 두 사람은 이른 저녁을 먹으러 온 것이었기에 야경은 볼 수 없었지만 밤이 되면 확실히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그럼 어떤걸로 가져다드릴까요?"
"볶음밥과 국수. 그리고 이거 뭐지?"
"야채랑 참깨를 버부린거예요."
"맛있겠네 그거랑 보이차 두잔"
"네!"
지금까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는 걸로 선택을 한 민준은 반대편에 앉아있는 남화노선은 바라보았다.
"응? 왜?"
밖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민준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ㅈ
"예전의 일이 떠올라서 말이야. 우리 처음 만났을 때랑 그 뒤로 내가 너한테 혼났을 때?"
"아 그때는 솔찍히 너에 대해서 좋은 인식이 박혀있지 않아서 그래."
맨날 사고만 치는 것으로 모자라 요괴와 신수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민준을 보고 있자면 정말 좋은 감정을 얻기 힘들었다. 특히 시험을 실패하여 모든 것을 잊어버렸던 자하가 갑자기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일어났나버렸고 자하는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폭포로 데리고 가본 적도 있었는데 그 뒤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러니 민준과 연인이 되는걸 허락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른 신선들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때만 해도 내가 자하처럼 될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러고보면 다른 신선들이 뭐라고 안해?"
"응. 괜찮아. 다른 신선들은 자하와 자허때문에 많이 적응 되었으니까."
남화노선 그녀가 처음이었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자하도 있었고 이미 추방당하여 마선으로 타락했던 자허까지 선계에 드나들 수 있게 된 마당에 남화노선까지 이렇게 된다고 큰 문제가 생긴다고는 보지 않았다. 아니 신선의 장이었으니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일처리를 안하고 놀러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신선들은 남화노선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계속 그런 이야기 할꺼야?"
"아니 뭐 그냥 신기하다는 이야기지."
이쪽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자하나 자허의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남화노선은 자신의 앞에서 다른 여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여인들이 스쳐가는 이야기나 누군가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 라는 것은 웃어 넘어가지만 지금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다른 여인이 있는 것은 거북해했기에 민준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는 사이 식사가 나왔다.
"와~ 맛있겠다."
"그러게. 먹자!"
그렇게 말한 민준은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 후 식당에서 나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민준은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었지만 숙소 자체가 워낙 넓고 좋은 곳이었으니 술을 마셔도 이곳에서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씻고 노닥거리던 남화노선은 그의 품안이 마음에 드는지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하하..이거 참."
관계를 가질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늘 당장은 아니고 이번 여행중에 사랑을 확인하고 관계를 가지려고 했던 것인만큼 민준은 그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어짜피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그 역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작품 후기 ==========
급하게 알바 땜빵 오다보니 리리플은 쓸수가 없네요
제가 글을 잘 적어서 한 200만원만 벌면 알바도 안할텐데. ㅜ
즐거운 목요일 아니 금요일 되세요 흑흑
한달이라는 시간.[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