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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심 --> "...너 왜 그러냐"
"장훈."
"뭐? 장훈? 이새끼가 미쳤...엑?"
갑자기 장훈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잡는 민준의 모습에 그녀는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한대 치려고 했다. 하지만 주먹을 쥔 손은 그의 머리를 가격하지 못했다. 그것보다 빠르게 민준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터라 당황한 그녀는 말까지 더듬어버렸다.
"무..무슨..무슨..지..지..짓..이야.."
"무슨 짓은..널 사랑하니까 이러는거지"
"사..사...사..사랑이라니..그게..무..무슨..개소..개소리야!"
평소의 민준과 너무 다르다. 선임인 자신을 존경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하물며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잡은 적도 없었으니 장훈은 자신도 모르게 민준을 미쳐버렸다. 순간 두걸음정도 물러난 그였지만 빙긋 웃으며 다시 다가오자 장훈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오지마"
"왜 그래. 장훈 사랑한다니까?"
"시..시끄러워! 오지마!"
능글맞게 웃는것이라면 오히려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진짜 자신을 사랑한다는 듯 애정을 듬뿍 담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가오고 있었으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가 이렇게 바뀐단 말인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떠올리려고 해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도 문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으니 도망갈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졌다.
"오..오지마!"
"왜 그렇게 토라진거야?"
"내...내가 토라졌다고? 무슨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거야 넌!"
"아까 수리한테 했던게 그렇게 질투났어?"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수리에게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이 그 일을 질투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던터라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어느덧 등뒤에는 차가운 벽이 느껴졌다.
"아니라고? 그럼 네 표정은 왜 그런데?"
책상에 놓여져있던 거울을 보여주자 자신의 얼굴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표정 또한 무척이나 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민준은 얼굴 바로 옆을 왼속으로 치며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고는 오른손으로 턱을 잡았다.
'도망가야해 이건 아니야.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어'
턱을 잡은 것도 가볍게 잡은 것뿐이고 벽치리라는 것을 했다고 해도 옆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은 의사와는 다르게 가만히 서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뵈지 않았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것은 말도 안된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천천히 민준의 얼굴이 다가오자 눈을 감으며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안돼에에에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소리를 질러버린 장훈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아무곳도 이상이 없었고 휴양지에서 쓰기로 한 방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꿈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왜 그런 꿈을 꾼 것인지 생각을 하다보니 전날의 일이 떠올라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버렸다.
"망할 녀석..하필 거기서 그런.."
전날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온천에 들어가 있었던 장훈은 민준과 고순,화웅이 벽넘어에 있는 혼탕에 들어온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소녀들은 씻으면서도 야릇한 소리를 내버렸기에 발이 굳어버린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나바면 옅는다고 오해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갈 순간을 놓친 것이었다. 어떻게든 정사가 끝날 때까지 귀를 틀어막고 기다리려고 했지만 황룡과 방덕까지 올 줄을 몰랐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자 민준이 방으로 들어왔다.
"누가 멋대로 들어오라고 했어!"
"쿠헉..자..장훈님이..일어나자마자..보고서..작성하시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그..그렇구나"
저녁에 헤어지기 전 보고서를 작성해서 가져오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장훈이었으나 꿈의 여파때문인지 사과는 하지않고 아무튼 잘못한건 너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악몽을 꾼것같다고 판단한 민준은 깊게 관여하지 않기로 한듯 날아가버린 서류를 다시 모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어디보자...꽤나 깔끔하게 정리한게 방덕이 도와준거야?"
"오늘 새벽에 문득 떠올라서 정리하자마자 왔습니다."
"그 말은 한숨도 안잤단 말이구만? 알았어. 보고서는 확인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알려줄테니까 가서 쉬어"
"네! 알겠습니다."
같이 있다보면 자꾸 꿈과 어제의 일이 떠오를 것 같았던 장훈은 민준을 쫓아내듯 내보낸 다음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뜯어고쳤다고는 하나 지붕과 온천을 고친 것이었으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혼탕은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것이니만큼 대자보로 알리는게 좋을 것 같았기에 대자보에 붙여둘 글을 직접 적어둔 그녀는 휴양지 건을 일단락하려는 듯 보고서에 인장을 꾸욱 하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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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의 정비가 끝나고 난 후 다시 성으로 돌아온 민준은 여인들과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바로 휴양지에 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직 날이 그렇게 추워지지 않았으니 밀린 공사를 빠르게 처리한 뒤에 가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그것과는 별개로 외로워하며 기다렸던 여인들이 있었기에 민준은 데이트를 해줄 수 밖에 없었고 장훈도 밀린 일을 처리한다고 바쁘게 지내다보니 만나는 일이 적어졌다. 그렇게 그 사건은 잊혀진 듯 보였다.
1주일이 지나고 이풍이 퇴원하자 민준은 데이트를 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이풍에게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여인들은 아쉬워했지만 공사를 맡은 것이 민준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시간을 미루는 것에 동의를 했다.
"아고..허리가 아직도 아프구먼..그래 잘 처리한 것 같은데 말이네 혼탕은 장훈이 반대하지 않았나?"
"이미 공사가 진행되어서 뭐라 말하진 않았습니다만..처음부터 봤다면 분명 반대했을 것입니다."
'하하 자네는 역시 대단하구먼..그건 그렇고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휴양지를 이용해봐도 되겠나? 아직 허리가 아픈게 몇일간 더 쉬어야할 것 같아서 말이네"
"물론입니다. 가시는 김에 친한 분들과 함께 가셔서 충분히 즐기고 오십시오"
"하하 고맙네. 그런데 자네 장훈과 무슨 일 있었나?"
"아니요? 딱히 없었습니다만.."
"그렇구만 알았네."
자리에서 일어난 민준은 다시 한번 고개를 꾸덕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그곳에는 소녀들이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켁.."
"오늘은 우리랑 노는거다요! 기다리고 있었다요!"
"오랜만에 노는건 기쁜 일이지"
공융이 더듬이를 쫑긋거리자 민준은 어쩔 수 없이 그녀들과 함께 정원으로 향했다. 문제는 신이 난 그녀들이 재촉을 하다보니 발이 꼬여버린 민준은 계단에서 구들뻔 했다.
"캬.뒤질뻔..우아악"
자세를 겨우 잡긴 해지만 이 모습을 소녀들이 한꺼번에 다가왔기에 그대로 계단을 뛰어가듯 내려온 민준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애를 썼다.
"으갹"
꼬인 발을 풀고 최대한 속도를 늦추기 위해 비틀거리긴 했지만 그대로 벽에 부딪힐 것 같았던 민준은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적으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서류에 몰두하고 있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장훈은 아무것도 모르고 걸어오고 있었다.
쿵-
"뭐야!?"
갑자기 벽을 치는 소리가 가자 화들짝 놀란 그녀는 고개를 들었는데 그곳에는 민준의 얼굴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민준도 뻘쭘해서 인사를 하긴 했지만 지금 이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한 벽치기였다.
========== 작품 후기 ==========
밖이라 코멘은 못달아요 재미있게 봐주세용
자존심[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