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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심 --> 이른 새벽 눈을 뜬 장훈은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소위 숙취라는 것이었다. 겨우 일어나긴 했지만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옆에 있던 책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시녀를 불렀다.
"일어나셨습니까."
"무..무울.."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민준님께서 알려주신 처방전이 있습니다."
"뭐...라고...?"
잘못 들은 거 같아 다시 물어보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서 벽에 기대어 있자 시녀는 따뜻한 차를 하나 가져왔다. 안에는 배가 하나 떠 있었는데 한입 마시자 달콤한 꿀과 배의 맛이 풍부하게 퍼져나갔다.
"이게 뭐지?"
"꿀과 배를 넣은 차입니다. 숙취에 도움이 된다 하셧습니다."
"그렇..잠깐..그말은 내가 취했단 말인가?"
차를 마시다보니 숙취가 잦아든 장훈은 문득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벅벅 긁자 속에서는 다시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욱..제길.."
"진정하세요 장훈님. 아직 숙취가 심하실테니 오늘 하루는 푹 쉬세요."
옆에서 그녀를 지탱해준 시녀가 말하자 장훈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두통은 많이 사라졌지만 머리 속이 복잡했던 그녀는 쉽게 잠이 들 수 없을 줄 알았지만 피로감에 의해 금방 골아떨어져버렸다.
아침이 밝아오고 생각보다 말끔한 정신상태로 일어난 장훈은 기지개를 켰다. 새벽에 마신 꿀차가 도움이 되었던터라 몸을 깨끗히 씻은 그녀는 민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자존심이 쌔긴 했지만 감사와 사과는 확실하게 하는 그녀였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오오 장훈 괜찮은 것이냥? 어제 술 취해서 주인에게 엄청 뭐라했다냥"
"응?"
갑자기 나무 위에서 내려온 니야가 말을 하자 순간 장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민준은 왜 한마디도 안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장훈은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니야는 놀라서 설명해주었는데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런..내가 추태를 보인다니.."
"아닙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사고를 많이 쳤으니."
"시끄럽다. 그보다 네놈 날 어떻게 데리고 갔다고."
"그...부축을 해드리려고 했는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여서 안고 갔습니다."
니야를 번쩍 안아들며 어떻게 데리고 갔는지 보여주자 장훈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수리가 고열에 시달렸을 때 자신 역시 해준 적이 있던터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인들을 옮겨줄 때 사용하는 방법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터라 화내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 자세는 공주님 포옹이라고 하여 사랑하는 여인을 번쩍 안아든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니야는 굳이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장훈이 불같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민준에게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숨기거나 하는건 없다는거지?"
"제가 장훈님에게 숨겨서 좋을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침대에 눕혀드리린 후에는 시녀들에게 맡기고 저는 다시 술자리에 참가했죠"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휴가란 말이군."
민준과 오래 있다보니 그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 지 알거 같았던 장훈은 계획표를 보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민준 역시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후우..그럼 난 오늘 일찍 쉴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방으로 찾아와라"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장훈은 방으로 돌아가버렸고 민준은 황룡 방덕등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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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충분히 쉰 장훈은 다음 날부터 현장에서 사람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민준에게 일임한 일이었으니 뒤에서 지적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처음에는 일꾼들이 장훈의 눈치를 보며 그녀에게 물어보는 형태를 취했지만 이내 민준이 하는 말을 들으며 작업을 진행시켜 나갔다.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음? 방덕이었구나."
"네 아까 아침부터 쭈욱 보고 계시던데 혹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오늘 하루동안 저 녀석이 담을 쌓았다가 무너트린 것만 두번이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야."
그랬다. 민준은 아침부터 인부들과 온천의 돌담을 쌓고 있었다. 다만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 만들면 그곳에 앉아서 확인해보고 아음에 안들면 무너트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라면 인부들도 불만을 가빌 법도 하지만 그들은 전혀 불만을 표하지 않고 민준의 뜻에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장훈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이겠죠. 저번 온천에서 불편했던 점도 많이 들었으니까요."
"저번에? 아..병사들이 휴가갔다오면서 저놈에게 준 편지가 그것이구만?"
휴가는 잘 다녀왔다고 했지만 온천을 즐겼던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민준에게 편지를 전달했었다. 감사의 편지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것이 장단점을 적은 편지라는 것을 알게되자 장훈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석들 잘도 불만사항을 적었구만"
"그건 남편님이니까 가능한 일 아닐까요? 만약에 장훈님이나 원소님이었다면 불만사랑히 있었어도 말하지 못했을거예요."
기껏 휴가를 보내주었는데 불만이 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민준은 달랐다. 그는 애초에 병사들이 출발하기 전부터 이 말을 해두었다. 겨울이 오기 전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할테니까 무언가 문제점이나 아쉬운점 좋았던 것들이 있으면 꼭 적어서 가지고 오라고. 그래야 다음엔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말이다. 민준에 대해 잘 안는 병사들은 그의 뜻대로 많은 의견들을 남겨주었다. 물론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몇번이나 올라온 문제점도 있었다. 가장 처음으로 안건으로 나온 것이 혼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두번째가 방이었다. 연인들끼리 온 이들은 침대를 크게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대 가족으로 온 인원들은 한 두명이 잘수있는 침대를 무척이나 불편하게 여겼다.
그래서 민준은 침대 방과 침대가 없는 일반 방을 따로 분리해서 만들어두었다. 그 외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최대한 절충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곳 진류는 너희들도 그렇지만 병사들도 찾아올 수 있는 휴양지로 만드는게 저녀석 목적인거네?"
"남편님의 말씀이시니까요. 거부하는 사람은 없죠. 그리고 다른 곳에도 휴양지를 몇개 만드신다고 했어요"
"병사들을 위해서?"
"네 그렇죠."
아직 완벽히 통일이 된것은 아니었다. 몇군데 저항을 하고 있는 곳도 있고 밑으로 들어갈테니 통치권은 자신들에게 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걸 힘으로 굴복시키고 싶지 않았던 민준은 알아서 하라고 했기에 그들은 자치권을 가지고 성을 통치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사람들은 전부 통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큰 의미는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또 이렇게 일이 늘어나게 되겠네 하아"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듯 장훈은 담담히 민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장훈님은 어쩌실 생각이세요?"
"뭐가??"
"이제 슬슬 장훈님 혼자 떠안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니 신랑감을 찾아보는게 어떨까요?"
"나보고 혼인을 맺으라고..?"
"사실 장훈님은 너무 여유가 없이 살아오셨어요. 그러니 사랑을 하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해본거예요."
이것은 여인들의 의견이 아닌 방덕 개인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장훈 역시 여유없이 살았다는 말에 어느정도 수긍하고 있었으니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좋겠지..일단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번 사람들을 만나볼까..?"
일을 우선순위로 두는게 아니라 사람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 이것은 장훈에게 있어서 어마어마한 변화였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것이 민준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장훈은 빙빙 둘러서 가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남자를 만나본다. 민준과 비교하게 된다 거기서 이상함을 깨닫고 질투한다.뭐 이런거?
근데 이렇게 진행되면 내가 내 작품 스포일러한거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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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댄서 2016-04-22 02:53 new
작가님은 저희들의 글노예 잖아요! 그러니 연참 하세요
-〉 나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카니르 2016-04-22 03:38 new
2000화까지 안쓰셔도 뭐 괜찮긴한데... 삼족을 멸할거임?
-〉 세상에나 삼족을....
IceOfSonic 2016-04-22 03:57 new
ㅋㅋㅋㅋ 어느센가 2천화까지 가자고 독자들의 의견이 모였어 ㅋㅋ
-〉 나는 아무것도 본게 없다
쥬랭이랑 2016-04-22 04:35 new
......? 2000화는 당연한거 아니었나?
이제와서 새삼스레...
-〉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아아아아 ㅜㅜ
EXYE 2016-04-22 06:01 new
연참도 좋지만 추천도 꾹 누릅시다
-〉 억 감사합니다.
정수림 2016-04-22 08:25 new
좋고좋고
-〉 쿵짝 쿵짝
天空意行劍 2016-04-22 08:38 new
그러게요
-〉 헤헤
플레이어드 2016-04-22 10:27 new
작갸는 작가작가하넹
-〉 호옹이
트리리넷 2016-04-22 19:01 new
다 읽고 다시 정주행하는 도중 뜬금없는 질문이 생겨서 여기에 올리는데요 언백호랑 백호는 다른 사람이죠? 영물인 백소와 사람들을 꺼려했던 언백호.. 이름이 거의 같아서 조금 헷갈려서요.. 언백호는 묻혔나요아님 제가 헷갈린거죠?
-〉 음..언백호라..엄백호는 그냥 장수이름이예요..근데 어떤 스토리였더가 저도 기억이 잘안나네요 헝헣
신왕일묘 2016-04-23 18:25 new
ㅎㅎㅎㅎ 장훈도 얼마 안남았음 화팅!!!
-〉 ㅎㅎ
Mable Fantasm 2016-04-24 13:22 new
@작가님은 언제나 글쓰는기계일뿐
-〉 나는 기계가 되지 않는다.
최광호우 2016-04-24 17:15 new
예전에 감싸준건 누규아님?
-〉 그랬던가요..찾아봐야지 흑
자존심[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