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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솔직히 문추는 엄청 놀랐다. 민준이 대단하다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저 놀기 좋아하고 이유없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닌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 민준이 보여준 것은 그런 모습을 완전히 깨어부술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하다못해 과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저잣거리에 있는 상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이야기했던 상인들은 당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은 제가 직접적으로 원소에게 말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를 매수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만약 그렇게 되면 진짜 참수를 해야할수도 있습니다.
"차..참수라니.."
참수를 한다는 말에 비리를 저지른 상인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곳 기린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기시 여기는 것들이 두가지 있었는데 잘못을 저지르고 남을 매수하거나 인신매매를 하는 것이었다. 후자의 경우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여 뿌리를 뽑았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아직도 매수를 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고위 관료가 이런 일에 가담하는 일은 적지만 이제 막 부임하거나 돈이 급하게 필요했던 관리들 중에는 넘어가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강경하게 대응했고 그런 일을 저지른 이름의 이름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했으니 사람들은 더욱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 들어온 상인들은 민준을 완전히 얕잡아본 듯 서슴없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그럼 한가지만 물어보겠소..식료품의 경우는 가져갈 수 없는데 얼마에 매입해주는 것입니까?"
"원래 가격의 3할입니다."
"3..3할이라니.."
"왜요? 너무 싸다고 생각하나요? 이런 상황에서도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있던 정까지 떨어지네요. 다른 곳이면 몰매를 맞고 쫓겨나도 할말이 없다는 것 아십니까?"
민준의 차가운 반응이 돌아오자 그제서야 정신이 든 상인은 할 말이 없었다. 원래는 매입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3할이라는 말을 듣자 조금 더 말을 잘하면 4할 아니 5할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역효과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머리를 굴리던 상인은 그만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그럼 이곳에 놔두고 가실 분들은 이름을 적어주시고 아닌 분들은 짐을 싸주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한번만 더 머리를 굴릴려고 한다면 그때는 인정하정 봐드리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고를 한 민준은 뒤늦게 도착한 병사들에게 고개로 신호를 보내자 그들은 각자 상인들에게 들러 붙어 처리할 것과 가지고 갈 것을 나누기 시작했다.
"잠깐 민준 이대로 우린 돌아가는거야?"
"어짜피 병사들이 확인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게 문제 아니야?"
"무슨 소리냐?"
"아까 비리가 많다며. 특히 병사들에게 많이 일어난다며? 저 상인들이 매수할수도 있잖아?"
"걱정하지마 저 놈들은 내가 개과천선 시킨 놈들이야. 쉽게 매수당할 일은 없을거야. 그리고 참수를 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매수하려고 든다면 그게 미친놈이겠지."
"하긴.."
이곳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쫓겨나는 마당에 매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래서 민준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한듯 다른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다행히도 비리를 저지른 가게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제대로 된 법을 읽지 못해 납품가를 고치지 않아 몇달동안 손해를 본 곳을 세곳 발견하였는데 그곳의 경우는 지원금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손해보았던 금액을 보충해주었다. 이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그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고맙다고 말했으니 민준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아까 전처럼 사람의 추악한 본성을 볼 때도 있지만 이렇게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너무 기쁜 것 같아."
"그렇네. 확실히 그런거 같아."
하지만 문추의 경우 아까 전에 민준이 보여준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이었던터라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서 민준은 피식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훗..아..이제 슬슬 돌아가볼까?"
"응..그러자."
"왜 그렇게 넋놓고 있어. 정신차려라."
그렇게 말하며 등을 쳐주자 이상한 소리를 내지른 문추는 자신도 모르게 민준을 후려쳐버렸다.
"그..그렇다고..그렇게 주먹을 내지를 필요는 없지않냐.."
"아..미..미안!"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터라 그녀는 사과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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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 돌아온 민준은 아직도 욱신거리는 왼쪽 볼을 만지며 장훈에게 보고를 하였다. "
"비리를 저지른 곳 7곳에 대해서는 추방 조치를 하였고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3곳에 대해서는 그간 물품의 차익에 대한 손해금액을 배상해주었습니다."
"원소님은 당연히 아실테니...뭐 그래도 문추랑 간 것치고는 깔끔하게 해결했네?"
"의외로 티격태격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만히 있었는걸요?"
"엑? 문추가 가만히 있었다니요..그럴리가 없는데.."
오랫동안 같이 있었던 안량은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자신과 있어도 가만히 있는 시간보다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았던 그 문추가 가만히 있었다는 말을 들었으니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라는 듯 문추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듯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민준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멍하니 시켜본것 뿐이야. 이번 일도 대충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대충이라니 그럴리가 없잖아."
"그렇긴해도 네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이 있는데!"
"어라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네."
다시 티격태격거리자 장훈과 안량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민준에게 반한다? 그것은 있을 수 있었다. 차라리 그렇게 되는게 안심이었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고 그저 충격을 받아서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걱정이었기에 가슴을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많이 피곤할테니 푹 쉬고 민준 너는 1시간뒤에 다시 볼 수 있도록."
"1시간 뒤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방에서 나와 1시간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다 장훈의 방으로 갔다. 그러자 안량과 문추는 돌아간 듯 혼자 업무를 보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래..그뭐냐..하아..네가 말했던거 여기 있어."
"아..그러고보면 시간이 딱 그 시간이군요."
"..큿..내가 이렇게나..하아.. 아무튼 봐라."
부끄러운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서류를 내밀자 그곳에는 오늘 하루동안 장훈이 담배를 핀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피었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총 23번의 담배 중 7개만 그녀가 자각하였고 나머지는 다른 이들에게 담배를 물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었다.
"그래도 7번이라니 많이 자각하셨네요."
"16번이나 지적을 받았는데?"
"저는 처음에 자각을 하고 피우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습관이 들었던거지요. 그에 비하면 무척이나 잘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렇다면..다행이지만..아무튼 이대로 담배를 피우며 자각만 하면 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억지로 끊으려고 하면 짜증만 날 뿐이니 자각을 하면서 피우는게 중요합니다."
민준의 말에 용기를 얻은 장훈은 담배를 입에 물더니 새로운 종이에 자각을 한다는 것에 선을 그었다.
"이것은 나에게 주는 포상이다. 너도 피울테냐?"
"상관과 맞담배라니요.."
"내가 허락하니 괜찮다."
결국 민준은 이 날 처음으로 장훈과 맞담배를 피웠다.
========== 작품 후기 ==========
오늘 글을 적었습니다만 상태 이상으로 리리플은..넘어갑니다...이제 자야죠 ㅠ.ㅠ
변화[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