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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안량의 알몸을 보았다는 소문이 퍼진 다음 민준은 문추에게 무척이나 시달려야만 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민준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안량이 남탕에 들어온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추는 무답무용이라고 말하며 검을 휘둘렀으니 민준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우아악..야 그렇게 본심을 담아서 휘두르면 죽는다고! 죽어!"
"닥쳐! 감히 안량의 몸을 보다니 용서 못해1"
"아니 그게 내가 잘못한게 아니잖아!!"
"시끄러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량의 알몸을 본 것이니 문추가 화를 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적당히 어울려주는게 아니라 진심을 담아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민준은 어떻게든 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왜 피하는거야!?"
"그거 맞으면 죽어! 죽는다고!"
"닥쳐! 안죽어!"
이미 이성을 잃은 문추는 민준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렀으니 결국 안량이 그녀를 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만해! 민준님은 그게..자..잘못이.어..어..없..하으."
민준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왔던 안량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도와주기는 커녕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갔다.
안량의 알몸을 보았다는 것은 소문이 퍼지지 않았지만 둘 사이에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것은 금방 소문이 퍼졌기에 원소는 민준을 소환하여 자초지종을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말이야..난 몸을 씻으려고 목욕탕을 들어갔는데.."
"거기 안량이 있었다고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나도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야..그래서 난감한거고.."
'하아.그럼 안량이랑 따로 말해보실 생각은 있으신거죠?"
"그게 문추 때문에 힘들어."
안량에게 사과를 하려고 해도 옆에 문추가 있다보니 제대로 사과하기 힘들었다. 가끔 문추가 자리를 비워 둘이 만나는 날도 있지만 부끄러워한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도망가버렸으니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둘만 있어도 마땅히 할말이 없으니까 문제인거야..안량이 그렇게 부끄러워할 줄도 몰랐고.."
사실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할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민준은 난감한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자 깊은 한숨을 내쉰 원소는 시녀에게 문추와 안량을 불러달라고 말하여 세 사람이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추의 경우 민준을 보자마자 칼로 썰어버리려고 했으나 원소가 노려보고 있는 탓에 분을 삭혀야만 했고 안량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숙녀같은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래서 문추 너는 왜 자꾸 민준을 공격하는거야?"
"그게 저 녀석이 잘못 했잖아요? 게다가 변명만 하니까 그런거죠":
"하아..일단 넌 남의 말을 듣는 것부터 해야겠네..그리고 안량 너 답지않게 왜 아무 말도 못하는거야?"
알몸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당연 부끄러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아무 말도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원소는 안량의 속마음을 들어보기로 마음 먹은 듯 성난 문추와 민준을 진정시켰다.
"그..그게..죄송합니다.저도 이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안량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이상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원소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격려해주었다.
"뭐야.그럼 안량이 잘못한거야?"
"내가 말했잖아..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엥? 그랬어?"
그제서야 잘못된 것을 느낀 문추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물끄러미 바라보던 안량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마음을 정한 듯 조심스럽게 민주의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그게.민준...어디..까지 본거야?"
"어..디? 그게..어..음.미안.."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에 놀란 민준은 입에 물었던 담배까지 떨어트리며 시선을 돌려버렸다. 만약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바로 시선을 돌려버렸겠지만 민준 역시 아무런 생각없이 안으로 들어가다보니 안량의 알몸을 적나라하게 바라본 것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대강 납득을 한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원소님..저..그럼 민준에게 시집..가야하는건가요? 알몸은 시집을 가기 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라고 들었는데.."
"엑? 그런거야? 난 더우면 옷을 벗었는데?"
"사람마다 가치관이 틀리니까 이렇다고 정할 순 없는거야. 그리고 민준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시집을 갈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음...어떻게 해야할까.."
민준과 함께 있으면 무조건 반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결정을 내려야한다. 그래서 원소는 골똘히 생각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옆에 있던 문추 역시 여기에 대해서는 딱히 떠오르는게 없는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원소는 입술을 꾸욱 다물고 골똘히 생각을 하였다.
"혹시 제가 민준에게 반할까봐 그런건가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지금까지 그런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민준과 함께 있었던 여인들 중 반하지 않은 여인이 없었으니까.."
"그럼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마땅한 방법은 없는데.."
"아..! 그러고보면 요세 민준이 장훈의 일을 도와주니까 너희들도 도와주는게 어때? 그녀의 앞에서는 민준도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그게 좋을 거 같은데?"
"좋은 방법이네요..그렇게 할게요!"
"장훈님이요? 켁.."
안량은 몰라도 문추에게는 어려운 상대였기에 한숨을 푹 내쉬자 원소는 힘내라고 말해줄 뿐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어떻게 되든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머리만 벅벅 긁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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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도대체 무엇이지..?"
민준이 현계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동안 선계에서는 남화노선이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잘못을 했다거나 선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얼마 전 자허가 말했던 말이 괜히 신경쓰여서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화노선 너 뭐하고 있는거야.?"
"응..뭐가?"
"너 답지 않게 넋이 나간 모습이잖아?"
"아니..그게 아니라...네가..하아..아니야.."
어짜피 말을 해봐야 감정이라는 것을 자신은 이해하지 못하기에 고개를 절래 절래 저어버린 남화노선이 다시 업무에 집중을 하자 이상한 것을 직감한 자허는 그녀의 책상에 걸터앉아 눈을 가늘게 떳다.
"왜 신경쓰여?"
"무.무슨 말이야..?"
"너 요즘 우리가 감정이 생겼다는 말에 꽤나 신경쓰고 있잖아? 그래서 말하는건데.."
"..응?"
"솔직히 네가 우리를 이해하려면 사랑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해. 정말 이 감정에 대해서는 사랑을 해보지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니까.."
남화노선이 섣부르게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보니 자허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랑.....도대체 그게 뭐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남화노선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말하는건 민준을 신경쓰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네가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사랑을 해보는게.."
"하지만 자허. 니 말대로라면 내가 가장 마음을 열기 쉬운 상대는 민준이라는 말이 되잖아?"
'그거야..그렇지만 민준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지 않을까?"
자허의 말에 잠깐 생각을 해본 남화노선이었으나 마땅한 대상이 떠오르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본 좌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꽤나 시끄러워질 것을 직감한 듯 담배를 뻑뻑 피울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술먹고 써서 이상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리리플은 못적을거 같습니다 ㅜ
변화[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