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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남화노선에게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장훈은 바빠도 식사를 거르지 않았다. 잠도 최소한 4시간 가량은 자게 되었다. 덕분에 예민했던 그녀는 어느정도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살인적인 업무량은 변함이 없었기에 결국 여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그러니까..민준에게 부탁을 해보란 말인가요?"
"네. 그라면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있을거예요."
"하지만.."
명령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하에게 부탁을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장훈이 미간을 찌푸리자 원소는 빙그레 웃어주었다.
"상관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도움을 구해보세요. 그러면 한결 편해질거예요."
"그러면 그 녀석이 기어오르지 않을까요? 다른건 몰라도 능글맞은 모습은 보기 싫은데요."
'푸훗..걱정하지 마세요. 민준이 그렇게 바로 기어오를만큼 생각없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다른 분들도 전부 짠것처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한사람만 이렇게 말했다면 신경쓰지 않을테지만 물어보는 이들마다 전부 똑같은 대답을 하였으니 한숨을 푹 내쉰 장훈은 어쩔 수 없이 민준에게 부탁을 하기 위해 그의 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어딘가 나가지 않고 붙어있었던 민준은 장훈이 찾아왔다는 말에 바로 밖으로 튀어나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장훈님."
"그래..너 말이야..그 뭐야..내가 역활 분담을 하려고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그게..명령이십니까..부탁..이십니까?"
"부..부..부탁이야. 부탁.. 남화노선님의 말씀도 있고 해서 사람들을 의지하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분담하면 효율적인지 물어봤더니 전부 너한테 말해보라고 해서 말이야.."
"그렇군요..그럼 일단 제 방보다는 집무실로 가시는게 어떻습니까?"
부탁을 받은 이상 확실하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 민준은 바로 장훈의 집무실로 향했다.
"후우..서류가...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너한테 있어서 명령과 부탁은 뭐가 다른거야?"
"명령은 상관의 말에 복종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토론도 하지 않겠지요..하지만 부탁은 다릅니다. 제 의견도 적극 반영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랬구나."
여인들이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하라고 했던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된 그녀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장훈에게 말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일단은 업무를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분류 작업이 거의 되지 않으셔서.."
"그건 어쩔 수 없다고.정리할 시간도 없었으니까."
장훈이 부끄러운 듯 변명을 늘어놓자 이해한다는 듯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 앉아 서류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기 편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뽑아야하는 만큼 어떤 것들을 도맡아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분류작업이었다.
"그런데 장훈님은 일처리를 하실때 이렇게 조용하십니까?"
"그럼 일하는데 무슨 말을 하나?"
"저한테 소리를 치거나 짜증을 낼 때랑은 다르신 것 같아서 그럿습니다."
"그건 네놈이니까 그런거지."
"하..하하..그렇군요..일단 큰 틀에서 분류 작업은 끝났는데. 복지 쪽이랑 군사 보급품, 식재료등 꽤나 여러곳을 처리하고 계신데 적당한 녀석들을 뽑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보고 체계도 바꿔야할 거 같네요.."
"끄응.."
민준이 말한 보고체계가 어떤 것인지 장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색으로 분류하여 위험등급만 직접적인 확인을 받을 뿐 다른 것들은 관리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서류가 올라오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도장을 찍을 필요도 없고 간결하게 결정되니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다만 중간에 관리가 비리를 저지르면 종잡을 수 없을만큼 썩어문드러지는 체계이다보니 그녀는 내켜하지 않은 것이다.
"그..체계의 문제점은 보완했습니다."
"보완을 했다니?"
"관리가 비리를 저지르면 확인할 방도가 없지요. 그래서 각 조의 조장들과 함께 토론을 한 다음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과 작당을 한다면 비리를 저지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관리와는 다르게 그들은 직접 사용을 하는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비리를 저지를까요?"
"하긴..그렇겠군.."
예를 들어 병사들에게 보급하는 물자가 있다면 그것을 빼돌리거나 금액을 뻥튀기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직접 사용하는 이들이 그것을 보고 있겠는가? 그래서 이런 설명을 하자 납득한 듯 장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비리를 저지르는 일은 적어지겠군..하지만 중간에 있는 관리들과 결정을 하는 것은 어찌 정한단 말인가?"
"그건 장훈님이 정기적인 모임을 주관하면 되는 일입니다. 거기서 불만사항이 있다면 수정하고 일정을 짜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확실히..그렇군...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벌써 이런 시간이군...슬슬 밥을 먹어야하는데 말이야..그 주먹밥이라는거.."
"만들어드릴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거 참...그래도 확실히 맛은 있었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민준의 음식이었으니 고개를 끄덕인 장훈은 다시 한번 서류를 정독하며 중요한 것은 따로 필기를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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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잘 하고 있구만.."
선계에 있던 남화노선은 오늘도 어김없이 현계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주요 인물은 장훈과 민준이었는데 장훈의 경우는 자신과 닮은 것때문에 그렇다고 쳐도 민준을 바라보는 것은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계속 신경쓰였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확인를 한 것이다.
"황룡도 잘 적응한 것 같고 말이지...오늘은 선계에서 식사를 해야겠구만.."
요즘들어 민준의 음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던 남화노선이었지만 바쁜 그를 괜히 붙잡아 둘 수 없었기에 과일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흐므스..꿀꺽..오셨어요?"
"..? 자하 너는 무엇을 먹고 있는 것인가?"
"그게..민준의 도시락이요.."
"도시락? 그게.설마 선계로 가져온 것인가?"
"네..그게 안될 줄 알았는데 가져올 수 있더라고요..하나 드실래요?"
"아니..괜찮다..다음에 먹도록 하지."
'남화노선님. 아니면 도시락 만들 때 남화노선님꺼도 부탁할까요?"
"내것도?"
"두개나 세개나 거기서 거기라고 들었거든요."
"크흠..그렇다면 부탁을 해도 되겠나?"
예전이었다면 관심도 안가졌을테지만 선계에서도 민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부탁을 한 남화노선은 과일을 두개 가지고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나답지 않았군.."
"...너답지 않다니.무슨 말이야?"
"까..깜짝이야..놀래키지 마..언제 온거야 넌.."
술을 마시면서 둘이 있을 때는 예전과 같은 말투를 하기로 약속했던터라 남화노선은 부드럽게 말투를 바꾸었다. 그러자 도시락을 꺼내든 자허는 대충 책상에 걸터앉더니 도시락의 뚜껑을 열었다.
"너 안먹었다길래 같이 먹으려고 온거지."
"하아..그렇다면 책상에서 내려와줄래? 아무리 그래도..읍?"
"어때? 맛있지?"
"깜짝이야...그 아이의 음식인데 당연히 맛있지.."
남화노선의 말에 뭐가 그리 좋은지 자허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자 남화노선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자허를 칭찬한 것도 아니고 민준의 요리를 칭찬했는데 왜 그녀가 기뻐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후..그거야..남편의 요리를 칭찬받았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어?"
"냠편이라니..너.."
'왜? 틀린 말도 아니잖아?"
'그건..그렇지만...정말이지..흠짓 흠짓 놀라네."
신선에게는 감정이라는게 생겨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남화노선이었기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지만그녀 역시 감정이 생겨간다는 것을 당사자는 모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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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랭이랑 2016-01-14 11:39 new
쮸쮸~
우마루~
-〉 우마루 귀엽죠
플레이어드 2016-01-14 11:45 new
스땍끼 묵자
-〉 나도 묵고싶당
天空意行劍 2016-01-14 13:49 new
일해라 핫산!
-〉 핫산! 왜 글을 적지 않았지?
Mable Fantasm 2016-01-14 19:39 new
@일해랏 작가!! 프롤로그끝좀 봅시다!!
-〉 그렇게 지구는 폭팔했다.
변화[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