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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연회가 끝나고 몇일동안 황룡의 행동이 무척이나 이상했다.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일은 멈추지 않았지만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처럼 멍하니 있거나 화들짝 놀라 주변을 바라보는 둥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여인들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녀에게는 물어보기 힘든 듯 눈치만 보는 상황이었다. 자허가 이곳에 있었다면 그녀에게 도움을 구하겠지만 요세는 선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부탁할 수 없었다. 청이나 무에게 부탁하자니 그녀들도 황룡을 어려워했다. 그러다보니 마땅히 부탁을 할 여인이 없었던 것이다.
"요즘 황룡님이 이상한게 정말 민준 때문일까요?"
"솔직히 그게 아니면 다른게 없잖아? 황룡님에게 장난칠 수 있는게 민준님 밖에 없는데.."
남화노선도 있었지만 신선인 그녀가 황룡에게 장난치는 일은 본 적이 없었으니 결국 민준이 무언가를 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자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현이 모습을 들어냈다.
"후아암..무슨 이야기.중이었어?"
"현 언니 깨셨어요? 그게..황룡님 말이예요.."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하자 담담히 듣고 있던 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물어볼까?"
"네?"
"어..언니가요?"
"응..너희는 힘들어하는거 같으니까..난 황룡언니가 그렇게 어렵거나 하진 않거든.."
이 말은 사실이었다. 황룡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자신에게도 언니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뻣을 뿐 어렵거나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선뜻 나선다고 말을 한 것이다.
"그..그게 괜찮으시겠어요?"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그녀가 선뜻 나선다고 하자 안도하기 보다는 걱정이 먼저 되었던 청이 물어보자 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현을 믿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인들의 걱정을 한몸에 사며 자리에서 일어난 현은 느긋한 걸음으로 황룡의 집무실로 향했다.
"..황룡언니 계세요?"
"...현인가? 잠깐 기다리거라."
오늘 있었던 일을 적고 있던 황룡은 현이 찾아왔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한 그녀는 의자에 앉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흐아..움직이느라 힘들었다."
"민준님에게 갈 때는 그렇게 활발하더니 다른 것을 할때는 여전히 귀찮아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그런데 언니 그거 말인데요"
"그거? 어떤거 말이냐?"
"민준 말이예요."
"민준님이 왜 그러느냐?"
대뜸 물어보자 황룡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이야기라는 것은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을 타고 가다가 자연스럽게 물어보더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선회하여 물어보는게 평범한 이들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현은 차를 한모금 마시자마자 민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황룡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은 것이다.
"그게 요즘 언니 멍하니 있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한숨도 잦아졌는데 민준이 뭔가 했나 싶어서요"
"뭐..뭐라고? 내가 멍하니 있었다고? 그럴리가.."
멍을 때리거나 한숨을 내쉬는 일은 황룡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인지 꽤나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떳다.
"그럴리가 없다. 내가 멍하니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일어난 일에 대하여 하나도 적지 못했을 것 아니냐.."
"그게 언니가 혼자 글을 적으실 때나 일이 일어난 직후 멍하니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사람들이 말했거든요. 그래서 민준이 무슨 일을 한게 아닐까 생각한거죠."
"민준님이?"
도대체 민준님이 무슨 일을 했기에 자신과 연관이 된단 말인가? 그것이 전혀 납득이 안되었던 황룡은 곰곰히 민준과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를 한게 전부였던터라 이상한게 없다고 말하려 했던 황룡은 갑자기 민준이 쓰다듬어준 기억이 떠오른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언니..괜찮아요? 얼굴 새빨게요.."
"빠...빨갛다니 뭐가.."
"여기 보세요..언니답지 않게 얼굴이 새빨갛죠..?"
옆에 있던 거울을 집어서 보여주자 황룡에게도 보일만큼 선명하게 새빨간 얼굴이 들어났다. 원래 피부가 희다보니 더욱 티가 났던터라 그녀는 당황한듯 거울을 치워버렸다.
"아니 그게 그럴수도 있잖아? 안그래 현?"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가 봐도..이상해보여요.."
옆에 있던 무까지 그렇게 말하자 황룡은 볼을 잡고 쭈구리고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
"잠깐..잠깐만 기다려줘..일단 진정하고.."
이대로 있다가는 이상해질 것 같아서 한숨을 내쉬며 진정을 한 황룡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현이 다시 민준을 언급하자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버렸다.
"언니..민준이랑 진짜 무슨 일..있으신거죠? 그게 아니면..그리고 부끄러운게 아니니까 말씀하셔도 되요."
"이번에 민준님이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부터 뭔가 이상해진거 같아..그전에는 괜찮았거든..그런데 이번에 조금.."
"이번이면..연회때요?"
황룡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은 확실해졌다는 듯 박수를 쳤다.
"까..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언니. 그게 사랑이예요!"
"뭐? 사..사랑? 내가? 말도 안되는 소리잖아 그거.."
"말이 안되는 건 아니예요..저도 그렇지만 신선이신 자하님도 반한 남자잖아요?"
"그..그건.."
자하가 언급되자 마땅히 할말이 없어진 황룡이었지만 자신이 민준에게 반했다는게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아닐 것이라고 말하자 골똘히 생각한 현은 무언가 기막힌 생각이 든 것인지 다시 박수를 쳤다.
"언니..그럼 지금 저랑 같이 가서 민준이랑 5초 이상 눈 마주칠 수 있나 실험해보실래요?"
"눈? 고작 그런걸로 판가름이 난단 말이야?"
다른 것도 아니고 눈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판가름 난다는 말을 듣자 어이가 없어진 황룡은 지금 당장 가자고 말하고는 현과 함께 민준을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었다. 처음에는 식당에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일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하여 다시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민준의 방문을 다소 난폭하게 열었다.
"깜짝이야..갑자기..왜 그래?"
"민준 부탁이 있는데 황룡언니랑 눈싸움 할 수 있어?"
"눈싸움? 내기라도 한거야"?
"응"
"그렇다면야 뭐..황룡 너도 괜찮아?"
"전 괜찮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고작 눈을 마주치는 것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수십번 생각한 황룡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눈을 감았다. 그냥 바라보는게 아니라 눈싸움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는데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눈을 뜨자 심장이 멋을 뻔했다. 고작 눈을 마주치는 것 뿐인데 식은땀이 나고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반면 민준은 무덤덤한 듯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니 그가 야속하게 까지 느껴졌던 황룡은 눈싸움이 끝났다는 말을 듣자 황급하게 시선을 돌려버렸다.
"오랜만에 하니 잘 안되네. 그것보다 황룡 너 괜찮아? 얼굴 새빨갛게 물들었는데..열이라도 있는거 아니냐?"
"네? 저요? 아뇨 괜찮...힉..."
손을 이마에 가져간 것도 아니고 직접 이마와 이마를 맞대다보니 더욱 새빨갛게 물들었던 황룡은 자신도 모르게 민준을 밀치더니 구석으로 향하여 뺨을 잡고 쭈구려앉았다.
"아야야..괜찮..응? 이거..그거냐?"
"아..마도..?"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머리를 벅벅 긁었던 민준은 순간 머리속을 스치는 한가지 생각때문에 현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어보았고 거진 맞는거 같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자 어떻게 할말이 없었던 민준은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끄응..어디서 이렇게 된거지..진짜 깨닫지 못했는데.'
-...주인이 장난치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떠먹여주고 껴안아줘놓고는 감 잡히는게 없다고 말하는 것임?-
'야 그건 불가항력이었잖아? 그리고 그땐 황룡도 표정하나 안바뀌었다고!'
-원래 눈덩이는 구르다보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법임! 이것도 다르지 않음!-
일이야 어찌되었던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었던 민준은 황룡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자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 황룡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민준을 바라보며 손을 덥석 잡았다.
"민준님 이게 진짜 사랑일까요? 그리고 진짜 사랑이 맞다면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요?"
다른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많이 봤지만 직접 경험한 적은 없었던 황룡이 당황한 듯 말하자 민준은 그녀를 진정시켜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면 돼"
"가슴이 시키는대로요?"
"그래.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 한명도 없으니까 너무 눈치보지말고 하고 싶은대로 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룡은 잠시간의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민준을 바라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은 확실히 좋아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기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몰라 망설여진 것이었다.
"내가..하고 싶은게.뭘까..남화노선님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나마 마음이 통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 신선이었으니 황룡은 남화노선에게 서신을 써서 바람에 날려보냈다. 바람을 타고 어느정도 올라간 서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잘 도착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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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랭이랑 2015-12-31 15:08 new
이건 가업임!
-〉 그럴 돈이 되면 좋겠네요
정수림 2015-12-31 15:18 new
작가님두 병신년!!생복많이받으세요
-〉 ㅎㅎ 넹
플레이어드 2015-12-31 15:45 new
리턴투 1화
-〉 1화?
IceOfSonic 2015-12-31 16:24 new
새해복많이받으십시요
-〉 감사합니다. 아이스님도 많이 받으세용
天空意行劍 2015-12-31 16:36 new
작가님 이거 리메이크 하시나요?
-〉 아..니요?
Mable Fantasm 2015-12-31 16:40 new
@황개와 황룡--〉황개와 황충
-〉 감사합니다.
Mable Fantasm 2015-12-31 16:43 new
@작가님....월 30만원으로 1년간 방에서 연재하실생각없으세요?식비가 30만원임 ㅋㅋㅋㅋ
-〉 그돈 주면 더 열심히..쓸 수 있을까..
교정 2015-12-31 17:25 new
황룡도 넘어왓군..
-〉 꺄르륵
히미가미 2015-12-31 17:42 new
연말이니 연참을...
-〉 연말이니 술 마시고 옴
샤이닝쿠마 2016-01-01 00:11 new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언능2만화까지 가봅시당ㅋㅋ
-〉 살려주셈..
호랭이가죽 2016-01-01 08:11 new
새해니 기쁜마음으로 연참을...당신의 고생이 곧 우리의행복 파이팅 보이
-〉 알바가야하니 힘이 쭉 빠진다.
변화[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