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8/1909 --------------
<-- 시험 --> "어랍쇼..이게 뭐여..? 엥? 저기 청? 현? 주작 백호 너희 뭐하는거냐...?"
빛이 사라지고 눈을 뜬 민준은 공중에 떠 있는 여인들을 보며 할말을 잃었다. 그녀들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민준이기에 세상이 멈추었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빛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바닥에 있는 빛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 다시금 빛이 번쩍였는데 아까 전처럼 환한 빛이 아니라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강렬한 불빛이 진을 뒤덮은 것이다. 순간 죽는게 아닐까 생각을 했던 민준은 깜짝 놀라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으니 원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그대가 시험을 받을 자로군-
"어...라?"
머리 속에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자 그곳에는 거대한 용이 한마리 있었다. 청과 비슷하긴 했지만 더욱 크고 거대했으며 온 몸이 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황룡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대답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황룡의 몸이 불꽃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신이 불타오르는 것에는 큰 시간이 걸리진 않았는데 다시 불이 꺼졌을 때는 18살쯤 보이는 여인이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발끝까지 올만큼 길게 내려와있었고 눈매는 둥글둥글한게 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은 무언가 바른 것처럼 금빛이 돌고 있어 조금 이국적인 느낌까지 나게 하는 여인이었다.
"후..그럼 다시 한번 묻겠어요. 당신이 시험을 받을 사람인가요?"
"아..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당신을 평가할 관리인은....말도 안돼..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요? 어떻게 시험을 받는 이도 평가를 하는 이도 당신이 될수가 있죠?"
황룡은 난감했다. 이렇게 네명의 신수의 마응을 얻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네명의 신수의 마음을 얻은 이가 생겨났다.. 그렇다는 것은 그를 평가할 사람도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험을 받아야하는 이와 평가를 내려야하는 사람이 한 사람의 몸에서 반응을 내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긴 했지만 여기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차분하게 숨을 내쉰 황룡은 평정심을 되찾으며 다시 한번 담담하게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 시험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원래 이 질문은 앞에 있는 사내가 아니라 평가를 내리는 이에게 해야하는 질문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시험을 받아야하는 이가 자격을 갖추었는지 결정을 내려야한다. 원래는 이 사내를 사랑하는 여인이 평가를 내리게 되는데 거짓을 고하게 되면 그녀는 한줌 재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시험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해도 시험에서 실패하는 순간 한줌 재가 되어 사라지니 비극이 아닐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험을 받는 이도 평가를 해야하는 이도 한명이었으니 어떻게든 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생각한 황룡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흐음..자격이라...그건 모르겠습니다만..여기까지 왔는데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시험에서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했으니 무를수도 없잖아요?"
"그 말씀은 시험을 받을 자격이 된다는 말이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대로 서주시죠."
눈을 감고 몇마리 중얼거리자 민준의 발끝에서는 불꽃들이 일렁이거니 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만약 자격이 충분하지 않는다면 이 불꽃이 민준의 목숨을 빼앗아버릴테니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앗 뜨거..이거 꽤나 뜨거운데 괜찮은 것입니까?"
"네. 일단은 괜찮은 것 같네요. 당신은 시험을 칠 자격이 충분한 사람임을 나 황룡이 인정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만 어떻게 요기와 선기가 같이 있는거죠?"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그 요기는 태평요술서라는 녀석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솔직하시네요. 그럼 따라오시죠. 민준님."
눈만 보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던 황룡이었기에 바닥에서 거대한 문을 소환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뭄이 닫기고 나자 그 안에는 칠흑같은 어둠만 존재할뿐 황룡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어둠 속에서 혼자 있게 되자 짜증이 생긴 민준은 머리를 벅벅 긁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할..뭐 아무것도 안알려주고....엥?"
아무것도 아는게 없으니 움직이지도 못하는 민준이었는데 갑자기 바로 앞에 비디오처럼 여러개의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울고 있는 아이, 죽어있는 사람들 불타는 마을, 그리고 그 위에서 싸우고 있는 여인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여인들이 칼을 겨누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할말을 잃어버린 민준이었지만 지금 여기서 외친다고 무언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영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머리 속에서 다시금 황룡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럼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은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것이 시험입니다."
멀리 문이 보이자 허무한 것을 느낀 민준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분명 걸어가는 것만으로는 시험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걸어가자 한 소녀가 공포에 질린 듯 상자를 꽈악 움켜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벽이 있었다.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걸 건너는 것이 시험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소녀가 들고 있는 상자안에는 사다리가 있습니다."
그 말에 소녀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본 민준이었으나 소녀는 아무런 방응도 하지 않고 상자를 꽈악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옆에 보이는 큰 상자를 뒤져보자 그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있었다.
"장대에..검에..이건 또 뭐야.이 목걸이를 하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일종의 보험같은 느낌이라 목걸이를 찬 민준은 시험삼아 절벽에서 뛰어내려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지면에 부딪힌 그 순간 다시 소녀의 앞으로 돌아온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꺼리를 내뱉아버렸다.
"우왁 시발 이게 뭔 지랄이야!?"
다시 도전할 수 있다길래 실패하는 순간 다시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면에 처박힌 순간 엄청난 고통과 함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벅벅 긁은 민준은 상자에 있는 것들을 이용하여 넘어보기 위해 도전을 해보았다. 갈고리로 지행을 해보기도 하고 장대를 이용해서 뛰어보기도 했지만 전부 살짝 모자른 상태에서 지면에 처박혀버렸으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골똘히 고민을 했다.
'칼..칼이라..칼로 저 소녀를 죽인다면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 같은데...그런 짓을 어떻게 하냐..'
다른 것은 다 써봤지만 칼 자체는 써본 적이 없었다. 어딘가에서 맹수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절벽으로 집어던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칼을 움켜잡은 민준이 진지하게 고민하자 소녀는 아까 전보다 심하게 몸을 떨었다.
"...진짜 이걸로 찌르란건가?"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떨고 있는 소녀를 찌를 수 없었던 민준은 다시 한번 도구를 이용해 절벽을 넘을려고 도전을 해보았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절벽에서 떨어지는 고통까지 익숙해질만큼 무수히 많은 도전을 했던 민준은 계속해서 소녀의 앞에서 부활하는 것이 짜증나기 시작했다. 소녀를 죽이면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을 보면 계속 바들바들 떠는 소녀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꼇기 때문이다.
"그럼..다시 한번..어? 잠깐만 시발.."
또 다시 떨어질것을 예상하며 봉대를 잡았던 민준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휘청거렸다.
"어짜피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는 것 때문에 이렇게 미친 짓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거잖아? 그렇다는 것은....좋아 시발 까지꺼 해보자고."
죽은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수천번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그렇게 떨어져도 무덤덤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민준은 과감하게 목걸이를 버리고 절벽에 섰다. 그러자 아까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공포심이 엄습해보오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던 소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떳지만 민준에게는 그런 모습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언제 어느 타이밍에 여기서 뛰어야할지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몇시간동안 식은땀을 흘리던 민준이 결정을 한 듯 도약을 하였다. 하지만 봉대의 길이도 짧고 점프력도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좋은 정도였던 민준이 이런 짓을 한다고 성공할리가 없었다. 그래서 소녀가 눈을 질끈 감아버리자 민준은 한끝차이로 떨어져버렸다.
"........말..도 안돼.."
몸을 바들 바들 떨고 있던 소녀에게서 불꽃이 일렁이더니 황룡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시험은 정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민준처럼 편한 방법을 쓰지않으려고 하겠지만 결국에는 소녀를 죽이고 상자를 꺼낼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정답은 뒤에 있는 문으로 나가면 그만인 문제였다. 문으로 나가라고 했을 뿐이지 어느 문이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았으니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민준은 뒤를 돌아보지기는 커녕 목걸이까지 버리고 절벽을 향해 뛰어갔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까운 사람을..잃어버렸네요."
이 상황에서 죽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목걸이까지 내던졌으니 되살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있자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놀라서 밑을 내려보자 그곳에는 피멍이 든 상태도 절벽을 올라오고 있는 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거에 죽을거 같냐..얕보지마라..난 살아있다! 시발 난 살았다고!"
이를 악물고 절벽을 올라간 민준은 헉헉거리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내뱉았다. 황룡은 황급하게 다시 소녀로 모습을 바꾸었지만 이미 문으로 나가겠다는 집념만 있었던 민준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서 문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환한 빛이 반겨주자 아까까지 아팠던 오른팔이 멀쩡해지고 이곳 저곳 피멍이 든 곳까지 깨끗해졌다.
-그럼 두번째 시험입니다.-
두번째 시험 역시 비슷했는데 이번에는 누구를 구하냐는 문제였다. 사랑하는 이와 어머니 중 한명만 구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누구를 구하겠냐는 물음에서 그는 시원하게 인질로 잡고 있는 사내를 죽여버린다는 답을 내놓았다. 사실 이 문제는 어느쪽을 선택하든 큰 문제는 없는 질문이었지만 이런식으로 답을 내놓는다는게 어이가 없어진 황룡이었다. 그렇게 총 5개의 관문을 상상과는 전혀 다르게 전부 격파한 민준이 단상위에 올라서자 황룡은 여인의 모습에서 본 모습으로 돌아갔다.
-시험에서 통과한 이여. 묻겠다.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내 소원? 내 소원은 말이야...다시 저곳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자연히 돌아가게 될 일이다. 그러니 다른 소원을 말하라.-
"아닙니다. 저는 저곳에 돌아가는게 소원입니다. 당신과 함꼐요."
-뭣? 나와 함꼐라니..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돈, 권력 불사등 소원을 빌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았는데 자신과 함꼐 돌아간다는 소원을 빌자 어이가 없어진 황룡이었으나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듯 신전에서는 빛이 솟구쳤다.
========== 작품 후기 ==========
이제 다시 일상으로
----
플레이어드 2015-11-16 13:00
찰싹
-〉 뭐임!? 어딜 때려! 어딜 떄리냐고
밤하늘에뜬별 2015-11-16 13:26
이제 여신을 꼬시러간다. 혹은 이렇게해서 판타지 세계로 ? ㅋㅋ
-〉 그럴리가 없다 ㅋㅅㅋ
쥬랭이랑 2015-11-16 13:53
ㅋㅋㅋ설마 이렇게 무림으로 가는 것은 아니것지ㅋㅋ
-〉 그 패턴은 읽히지 않았다
天空意行劍 2015-11-16 14:03
방전이신가
-〉 넹 방전 헤헷
소드댄서 2015-11-16 15:56
나타나라 황룡, 그리고 기린!
-〉 나타났다 황룡
림여혜 2015-11-16 17:51
간만에 코멘인데 없다니!!
-〉 헤헷..죄송합니당..
시험[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