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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 --> 조심스럽게 죽을 다 먹고 나자 긴장이 풀린 듯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들을만큼 큰소리였지만 제갈량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이해한다는 듯 빙그레 웃고 있었다. 민준은 다음 요리를 만든다고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두꺼운 소고기에 향신료를 뿌려 살며시 구운 요리였다.
"크흠..이건 스테이크라고 하는 음식으로 내가 있던 곳에서는 조금 고급스러운 음식이야. 소고기를 살짝 구워서 고소한 고기의 맛을 극대화했어. 아 그리고 이건 원래 핏기가 있는걸로 먹는거니까 자를땐.."
"...."
"뭐 묻었냐? 왜 그렇게 바라봐?"
"아뇨..그건 아닌데..자..르는 법이 다르다고 하셨나요?"
"이게 나이프랑 포크라는건데 포크로 고기를 살며시 잡아서 당기듯이 썰면 돼. 알았지?"
"아..네..그..그렇군요...하하...해볼게요."
제갈량의 시선이 왠지 모르게 부담스러웠지만 민준은 태연하게 스테이크를 써는 법을 알려주고 그녀가 맛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특별히 만든 통에 담긴 소금을 건네주며 적당히 입맛에 맞게 간을 하라고 일러주었다.
"꽤나 맛있네요..고기도 부드럽고.그리고..어라?"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민준은 다음 요리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돌아간 뒤였으니 머쓱해진 제갈량은 고기를 천천히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은 야채들이 구워져있는 것이었는데 생긴 것과는 다르게 꽤나 맛있어서 두번이나 먹어버렸다.
"자 마지막으로 꿀이랑 여러가지를 섞어서 만든 과자야. 입가심하기 좋을거야."
"이런 것도 만들 줄 알다니..정말 대단하네요."
전체적으로 흡족했던 제갈량은 민준을 칭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웅을 해주고 싶었으나 기다리고 있던 여인들도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여 만들 수 밖에 없었기에 배웅도 하지 못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아쉬운 것을 느낀 제갈량이었으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아..잠을 도대체 몇일이나..게다가..이상하게...아니죠...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죠."
심호흡을 한 그녀는 눈을 감고 민준을 떠올렸다.
그를 생각했을 때 두근거리는가? 아니었다. 그럼 다른 여인들과 있는게 싫었나?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단둘이 있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궁금한 것도 없었다. 아니 궁금한게 있다면 고서에 적힌 것처럼 엄청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건 섣불리 물어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그만두기로 했다.
"분명 아무런 감정도 없단 말이죠..."
물론 이것은 그녀의 생각일 뿐 오늘 하루만 보더라도 이상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민준이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멍하니 보거나 음식에 대해 설명할 때 손이나 입을 뚫어지게 바라본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여인들도 촉이 오거나 이상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피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아직까지 제갈량의 마음이 민준에게 기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여인은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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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죽겠네...현님도 기다리고 계실테고..빨리 가야겠다.."
요리를 원없이 만들어준 민준은 똑같이 코스요리를 만들어서 현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던 현은 그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와~ 맛있는 냄새! 내가 먹을거야~?"
"네 그래서 만들어왔습니다."
"어? 뭐야? 왜 한명 분밖에 없어? 설마 너 난 잊어버리고 현만 주려고 한건 아니지?"
눈매가 가늘어진 그녀를 보며 민준은 빙그레 웃었다. 두사람이 보기에는 이게 1인분처럼 보였지만 넓은 접시에 담겨 있어서 그런 것뿐 3인분 가량의 음식이 들어있었다. 이렇게 담은 이유는 자신이 현을 떠먹여주면 질투심이 폭팔해버린 무가 모습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현을 한번 먹여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무가 나타나서 먹여달라는 듯 입을 벌렸고 음식을 먹고 나면 그녀가 한번 먹여준다음 원래대로 돌아갔다.
정말 정신사나운 일이었지만 적응이 된 그는 태연하게 두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고는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자..잠깐 기다려!"
"응?"
어느세 몸의 주도권을 빼앗은 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민준의 손을 강하게 잡고 침대쪽으로 끌어당겼다. 하마터면 그릇들을 쏟을 뻔 했던 민준은 조심스럽게 그릇을 놓아두고 침대로 가자 그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맞춤을 했다.
"음? 낮인데 괜찮은거야?"
낮인데도 불구하고 혀를 넣어오는 무를 보며 놀란 민준이 물어보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포..포..포상이야. 포상이니까 감사히 생각하란 말이야!"
"그런거라면 고맙지! 그런데 무...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어? 뭐야?"
"나중에 우리가 같은 방을 쓰면...현은 어떻게 되는거야?"
"응? 나중에? 아.그.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무는 우물쭈물하다가 그때만큼은 절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후아암..언제까지...그러고 있을거야.."
지금은 현의 시간이었으니 머리 위에서 느긋하게 있던 그녀가 살짝 투정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깜짝 놀란 무는 서둘러 입맞춤을 끝내고 주도권을 내주었다.
"후아암..정말이지 자꾸 그러면 내가 낮잠자는 시간이 줄어든단 말이야..그러니까 조심 좀 해줘."
"그런데..인간의 형태로 자는게 더 편하신 것입니까?"
"무에게 주도권을 준 상태에서는 뒹굴거릴수가 없는걸.."
꼬리에 달려있는 모습으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할 수 없었던 현은 차라리 인간의 모습이 편하다고 말하고는 침대에 누워서 뒹굴러리다가 금세 낮잠을 자버렸다.
"하아..정말..그리고 고마워..뒤는 밤에 또.."
아직 만족할만큼 입맞춤을 한 것이 아니었으니 무는 밤에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기고 그녀도 낮잠을 가버렸다.
"나도 오랜만에 정원에서 낮잠을 자볼까."
방에서 낮잠을 자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새들이 지저긔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잘 생각이었던 민준은 정원으로 향하여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원래 이곳은 푸우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지만 소녀들과 놀아준다고 바쁜기 때문에 자리를 선점하고 누워버렸다.
"어라? 오빠? 설마..자요?"
식사를 끝내고 잠깐 졸음이 쏟아졌던 한호는 잠을 깰꼄 정원에 찾아왔는데 민준이 자고 있자 옆에서 구경을 하다 끌어안고 잠을 자버렸다. 그리고 낮잠을 자고 정원에 왔던 소녀들 역시 민준과 한호가 자고 있는 모습에 졸린 듯 옆에서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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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사마의와 방통의 생각이 났던 제갈량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직 그녀들은 도착하지 않는 듯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직접 찾아나선 것이었는데 있을만한 곳에 보이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설마 낮잠을 자고 있는건가요?"
그녀 자신은 낮잠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책사들은 머리를 많이 쓰는만큼 30분가량 자는 사람도 있었으니 방통과 사마의의 방으로 찾아가볼까 생각을 했지만 정말 낮잠을 자고 있으면 그만한 민폐도 없기때문에 포기하고 정원으로 향했다.
"이게..무슨..."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한 정원을 보며 고개를 갸룻거린 그녀는 나무를 돌아서자 민준을 끌러안고 자고 있는 소녀들을 보며 할말을 잃었다. 한호는 소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소녀들이었으니 할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는 방통과 사마의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헤헤..스승님.."
"어..?"
사마의의 입에서 이런 애교 석인 말이 나온 적은 본적도 없었던 제갈량은 충격을 받은 듯 망부석처럼 굳어버렸고 소녀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하나 둘 깨어날 때쯤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게 올렸네요..원래 월요일부터 글을 올리려 했으나 문제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연참을 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그마저도 하지 못하여 뭐라고 하셔도 할 말이 없군요..그래도 이제는 열심히 적겠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에게 일이 생겨서...주말에 본가에 내려가봐야되는군요.. 게다가 오늘은 조금 짜증나는 일도 있어서 이래 저래 심란하기만하네요.. 그래도 다시 즐거운 글을 적도록 힘내겠습니다.
PS. 기분이 너무 안좋아서 오늘은 리리플을 즐겁게 달지 못할 것 같으니 하루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도착[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