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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 --> 혼자 자주 술을 마시던 바위 위에 올라와 술잔을 세팅한 민준은 달을 안주삼아 한잔 들이켰다. 그리고 가지고 왔던 기타를 연주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 방법은 예전부터 자주 쓰던 방법인데 기타연주를 듣고 있으면 차분해졌기 때문이었다.
"크~ 술맛 좋고 분위기 좋고~ 안주는..하나 가져올걸 그랬나.."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하다보니 허기가 진 민준은 아쉽다는 듯 술병을 바라보며 다시 기타줄을 팅겼다.
현이나 제갈량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무는 오늘의 일을 보며 두가지 중 하나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자신을 좋아하게 되어서 현을 경계한 것이고 두번째는 반대로 현이 이상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소리 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 몇일간의 일을 생각해보면 전자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막 들이댈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한숨을 내쉰 민준은 노래를 한곡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 없는 나날들이~ 그 얼마나 외로웠나~ 멀리 있는 그대 생각 이 밤따라 길어지네~"
자주 들었던 노래를 한바탕 크게 부르자 자고 있던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랐다. 하지만 밤은 깊었으니 민준은 계속해서 노래를 연주했다.
한편 민준에게 소리를 지르며 쫓아낸 것이 마음에 내켰던 무는 뜨개질을 하는 것을 멈추고 그를 찾아나섰다. 원래는 사과할 생각이 없었지만 아무 말 없이 뜨개질을 하다보니 자꾸 마음한켠이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거야?"
민준의 기운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헤매는 것 없이 성 뒷편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노래소리가 커져서 성큼 성큼 걸어간 그녀는 바위 위에 앉아있는 민준을 보자마자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다 바다~~아~~하~~하~~"
노래의 절정에 다다른 것인지 구슬프게 노래를 부른 민준을 멍하니 바라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겨버렸다.
"음? 분명..토끼인가?"
노래가 끝나자마자 무가 있던 곳을 바라본 민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포식자들의 경우는 자신의 몸에 묻어있는 여러명의 기운때문에 다가오지 못했지만 초식동물들은 가끔 민준이 노래를 부르거나 낮잠을 자고 있으면 찾아올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가끔 토끼나 사슴들에게 연주를 들려주었던 그는 자연스럽게 토끼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기분 탓인가? 그럼 한곡 더 뽑아볼까"
방금 전과는 다르게 밝은 노래를 불렀던 그였으나 무는 아까 전의 노래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 멍하니 있다가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기척을 숨기고 있었기에 민준은 그녀가 왔다가 갔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살짝 목이 갈라진 민준은 꿀물을 마시고 헛기침을 여러번 했다. 맹획과 손상향은 갈라진 목소리를 들으며 재미있다는 듯 꺄르륵 웃어버렸고 다른 여인들은 이런 목소리를 가진 민준도 또 다른 매력이라는 듯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크학..어흠..이거 완전..갈라졌네.. 에블바레~이예~~쿠엑.."
"꺄하하 민준 이상해!"
"맞아 오빠 이상하다요!'
"그렇게 웃기냐"
"응 웃기다요!"
"에구 이녀석들아..엇 무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현님이 아니셨네요?"
"그녀석은 조금 더 잔다고 했어..그리고 넌...아..아니야."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떠올랐던 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헤에..언니 옆에 머리카락 붙었다요!"
"응! 머리카락 붙어있어."
"뭐라고?"
밥을 먹던 무는 화들짝 놀라 오른쪽 뺨을 만져보았다. 하지만 두 소녀는 그쪽이 아니라는 듯 반대편을 가르켰다. 다른 여인들같으면 왠지 모를 중압감때문에 말은 못하겠지만 소녀들은 그녀를 크게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 가장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맹획과 손상향이었는데 손상향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요괴인 맹획이 이렇게 붙임성이 좋은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축융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는데 누구보다 배려심이 깊은게 무언니라는 대답을 듣고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그런 그녀들이 알려준 후 꺄르륵거리며 웃자 무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식사를 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말한 것에 일일히 화낼수도 없고 그녀들의 미소를 보고 있자면 화낼 기분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준에게 보였다는 것은 왠지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은 무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아..진짜 이상해진거같아...정신차리자.."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돌아온 무는 언제나처럼 뜨개질을 시작했다. 이제는 뜨개질을 하며 딴 생각을 해도 될만큼 능숙해졌기에 자연스럽게 잡다한 생각을 하게 된 그녀였지만 자꾸 어제 밤의 민준의 목소리가 떠올라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아 정말..도대체 그녀석..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똑부러지는 성격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과 같이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던 무는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이유를 몰라 짜증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위에 있던 현 역시 그녀의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지만 비몽사몽이었던지라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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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여기 계셧네요. 혹시 방통이랑 사마의 보셨나요?"
"응? 그녀석들이라면..모르곘는데?"
"..왜 모르는거죠?"
"......엥?"
여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전부 알리가 없었던 민준이 당황한 듯 되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것은 제갈량의 한숨이었다.
"하아..당연히 사랑한다고 말한 여자들의 위치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 당신이라는 사람은.."
"아니 잠깐 그게 왜..그렇게 되는거냐...수십명이나 되는 녀석들의 위치를 계속 파악할 수 없잖아?"
그..렇군요...당신은 한두명이 아니었죠..사과할게요 미안해요."
"엉..?"
"왜 그러시죠?"
"아..아니 그게."
평소의 제갈량답지 않은 모습에 이상한 것을 느낀 민준은 무언가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를 발견하고 뛰어온 맹획의 몸통박치기 때문에 단말아를 내뱉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미안! 오빠 아파?"
"...그렇게 저..전력으로 뛰어..오지 않아도...된.다니까.."
"흐엥..미안.."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울먹거린 맹획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민준은 배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이미 제갈량은 돌아간 뒤였다. 강한 충격때문에 무엇을 물어볼려고 한 것인지도 까먹은 민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맹획을 번쩍 안아들고 정원으로 향했다.
"하아..침착하자 제갈량 침착해. 너 이런 아이 아니잖아?"
방으로 돌아온 제갈량은 거울을 보며 침착하려고 애썻다. 이상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은 것도 그렇고 맹획이 민준에게 안겼을 때 복잡한 느낌을 받은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이상했기에 자시반성을 하며 평정심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아 한숨을 내쉰 제갈량은 방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풀기에는 방통과 사마의와 함께 토론을 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면서...하지만 일이 있는듯 두 소녀는 보이지 않았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제갈량은 책들을 훑어보다가 신경쓰이는 책을 한권 발견할 수 있었다.
"전법의 모든..것이라..도대체 누가 쓴 책이죠?"
전법이라고 하는 것은 무궁무진했다. 아 다르고 어다른만큼 조금만 바꾸어도 전법은 달라진다. 그런데 당당하게 전법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으니 발끈한 그녀는 책을 읽어보았다.
3시간정도 지났을까 책을 정독한 그녀는 왜 이책의 제목을 전법의 모든 것이라고 해둔 것인지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가 탄탄한 책이네요."
수십 수백가지가 있는 전법인만큼 그것에 기초가 되는 것들을 상세하게 적어둔 책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제갈량은 다시 책을 원래자리에 돌려두고 책을 구경하였다.
"사랑..? 이런 책도 있네요.."
"제갈량. 기다리고 계셨군요! 소녀가 방에 찾아갔는데 안보여서 걱정했습니다."
"까..깜짝이야..안녕하세요."
책을 집었던 제갈량은 뒤에서 방통이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책을 숨겨버렸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라 다시 꺼내놓을 순간을 놓쳐버려 토의를 할 때까지 가지고 있었고 결국 책을 돌려놓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하아..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책을 멋대로 가져왔다는 것보다 소녀들 앞에서 숨겼다는 것이 더 어이없었던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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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뜬별 2015-08-16 02:05 new
잘보고 있습니다만 조금 오타? 이상한 부분있네요. 뽀뽀 해주는 부분 대사가 민준이랑 현 이랑 붙어있네요
-〉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합니닷 헤헤
IceOfSonic 2015-08-16 02:20 new
작가양반 1300화까지는 진행하는게 아니라 거쳐가는부분일분이네만
-〉 하 그럴리가 없지
내뢰 2015-08-16 02:33 new
재밌다! 그리고 곧 뭔가 일어날 것 같아 어서 다음편이 시급하다아아아
-〉 감사합니다.
카니르 2015-08-16 02:41 new
제갈량이랑 방통 만나서 문뜩 떠올랏는데 제갈량은 식견이 넓엇지만 정치쪽으로 좋앗고 방통은 군략에 넓엇음. 제갈량도 자기 입으로 위정자로써라면 모르겟으나 군략으로 따지면 자신은 방통에게 태양 앞의 반딧불이라함... 랄까 왜 말햇지
-〉 아하 그렇구나.
tyle냥스 2015-08-16 03:59 new
1300화는 지나가는 통과점의 하나일 뿐. 2020년에도 리리플에서 갈굼당하는 작가님 꿈꿈요.
-〉 20년이면 전 아마..결혼하지 않을까요..아니 했을라나
플레이어드 2015-08-16 04:58 new
민준 폭군되서 난교하는 신 보여줘오ㅡ
-〉 으잉?
天空意行劍 2015-08-16 09:01 new
주작이야 라고하니 뭔가 어감이 날아오를듯한느낌
-〉 ㅋㅋㅋㅋㅋ
ChaosY 2015-08-16 09:25 new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 주작작 주주작
Mable Fantasm 2015-08-16 11:11 new
@1부완결까지 약18800화남았습니다
-〉 무슨 소리죳
쥬랭이랑 2015-08-16 11:13 new
우히히히히히힣히ㅣ히
-〉 ㅎㅎㅎ
도끼천사야 2015-08-16 11:20 new
제갈량 급해지나요 들이대나옵니까
-〉 과연?
jum946 2015-08-16 20:32 new
얀데레라고..? 칼부림나오나
-〉 무서워라..
도착[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