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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안에서.. --> 어두운 밤이다보니 속도를 빨리 낼 수 없었던 민준은 등불에 불씨를 더 넣은 후 다시 마차를 출발 시켰다. 옆에 있던 제갈량은 사뭇 긴장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마차를 몰때 옆에 타본 적은 있었지만 그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그녀의 기억속에는 새들이 지저긔는 소리와 싱그러운 햇살이 반겨주었는데 지금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만 들렸기 때문이었다. 가끔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늑대나 여우의 울음소리는 그녀를 거욱 긴장하게 만들었으니 제갈량은 자신도 모르게 민준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어짜피 저 놈들 다가오지 못하니까 긴장할 필요없어."
"그..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당신은 여러번 겪었겠지만 저는 처음이라고요? 그런데 예 그런가요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니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지금 저놈들이 우는건 위협이 아니라 무서워서 그러거니까."
"네?"
"생각해봐. 내가 지금 품은 애들 중에 너도 알다시피 사신수도 있고 신선들도 있고 요괴들도 있잖아?"
"그건..그렇....아..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방금 전에 추태를 보인 것은 잊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알아들었으니 다행이네.."
민준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은 제갈량은 방금 전까지 민준의 쪽으로 가던 것을 멈추고 다시 원래대로 거리를 벌려버렸다. 하지만 밤의 숲을 바라보는 것은 아직 껄끄러운 것인지 밑을 보거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제갈량은 다시 부엉이소리가 들려오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민준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현무를 만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뭘 어떻게 해?"
"또 다른 분들에게 했던 것처럼.."
"야..솔직히 그건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라고..그리고 문제는 가장 맡언니라잖아..엄청 긴장되거든...?"
"당신이 긴장할 때도 있네요."
"그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은 동생들을 전부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잘부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긴장되는건 당연한거라고.."
그렇다고 해도 평생 긴장할 것 같지 않은 남자가 긴장한다는 말을 듣자 신기하게 생각한 제갈량은 눈을 깜빡거리며 민준을 바라보았다. 말을 몰고 있어서 그녀를 바라볼 순 없지만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느끼고 있는 민준이 더 할말은 없냐고 물어보자 한참을 머뭇거린 제갈량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 그 고서에 대해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검은 실이라는 것에 대한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다른 것은 몰라도 검은 실에 대해 신경쓰였던 제갈량은 부채로 입을 가리고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힐끔 바라본 민준은 한동한 말이 없을 것을 직감하고는 마차의 속도를 조금 올려버렸다.
시간은 지나 새벽 4시쯤이 지나자 제갈량은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밤을 새는 것도 거뜬한 그녀였으나 초반에 야생동물들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수마와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힘들면.."
"음..핫..아..안자요 안자니까...."
"이거 참.."
눈꺼풀이 반쯤 감겨있음에도 고집스럽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은 민준이었으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른 여인들이었다면 다리를 베고 자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제갈량은 그럴 수 없다. 그런 말을 꺼내는 순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볼게 뻔하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기로 한 것이다. 그 순간 돌덩이에 부딪힌 것인지 마차가 살짝 기울어버렸고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제갈량도 민준쪽으로 몸이 쏠려버렸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쿵하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살짝 눈을 떳던 그녀는 편안한 잠자리를 찾은 듯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오른팔에 기대고 있는 그녀를 몇번이나 깨워봤지만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탓에 민준은 어쩔 수 없이 팔을 들어 다리를 베게 해준 후 마차를 몰았다.
"이러다가 잠에서 깨면 욕 한바가지 먹겠구만.."
기왕 깨서 욕먹을 거면 일찍 일어나거나 산을 벗어난 뒤에 깨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민준은 마차를 계속 몰았다. 다행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잠에서 깨지 않은 그녀 덕분에 산을 벗어날 수 있었던 민준은 갓길에 마차를 세워두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불을 지피고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어라...어!?"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눈을 뜬 제갈량은 어느순간 자버렸다는 것에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민준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급하게 밑으로 내려와 그를 노려보았다.
"왜?"
"어제 저...언제 잠들었죠?"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마차를 몰다보니까 거기까지 신경은 쓰지 못했다만.."
"그렇 수 있죠..그런데 왜 제가 누워서 자고 있는건가요?"
"고개만 숙이고 자고 있길래 불편한 것 같아서 깨웠는데 안일어나서 그럴거면 누워서 자라고 했더니 그렇게 자더만.."
"그럼 당신에게 기대서 잔 것은 아니란 말이네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요. 그럼 저는 이만."
다시 자려고 생각한 제갈량은 마차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배가 꼬르륵 거리는 것을 느끼고 그릇을 내밀었다.
".....요.."
"뭐?"
"당신은 아무 것도 못들은거라고요. 알아들었어요?"
"그래 그래 알았다."
"이익..."
왠지 장난스럽게 대답한 민준이여서 한마디 하고 싶었던 제갈량이었으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민준이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마부들 역시 하나 둘 일어나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밤새 민준이 말을 모는 것에 신경쓴 탓에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한 듯 눈이 퀭한 상태였다.
"일단 먹으면서 들어요. 말도 조금 쉬어야하고 저도 피곤하니까 점심시간때까지 이곳에서 쉬다가 가죠. 그리고 불침번은.."
"그건 저희들이 서겠습니다. 불편하다곤 하나 많이 잤으니까요."
마부가 잽싸게 말을 하자 민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가 끝난 후 민준과 제갈량이 자리에 눕자 마부들도 서로 경계를 하는 순서를 짠 후 잠에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산을 넘어온 사람들은 갓길에서 자고 있는 민준일행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아 떨어지거나 야생동물들의 습격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만큼 일행에게는 천운이 따른 것이라며 부러워한 그들은 마차를 향해 꾸벅 목례를 하고 지나갔다. 이것은 상인들 사이의 풍습같은 것이었는데 위험한 곳을 안전하게 지나온 마차가 있다면 그 운을 나누어 받기 위해 이렇게 목례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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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쯤이 되어 일어난 일행은 간단하게 육포를 먹으며 출발준비를 했다. 민준은 식사를 만들려고 했지만 그랬다가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관계로 육포로 타협을 본 것이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너희들도 조금만 힘내줘!"
"푸히잉!"
알았다는 듯 힘차게 소리를 내뱉은 말들이 움직이자 민준은 마차안으로 들어갔는데 제갈량이 모포를 덮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으잉? 이녀석이 이 시간에 자고 있네..?'
민준은 마차 안에서 할일이 없을 때면 낮잠을 잘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제갈량은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거리를 바라볼 뿐 잠을 자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잠에 빠져들었으니 민준은 놀란 듯 눈을 깜박인 것이다.
'하...자는 모습은 귀여운데 말이야..'
이 말을 입밖으로 내뱉았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생각만 했던 민준도 잠을 청했으나 그는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아까 전 4시간가량 잔다고 했을 때 제갈량은 자지않고 있었다. 아니 못자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말 민준의 말대로 자신은 마차에서 조용히 잔 것인가? 아니면 만의 하나라도 잘못되여 그에게 기대서 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가유가 말했던 사랑에 대한 것들이 자꾸 떠올라 잠을 자는 것을 방해해버렸고 결국 한숨도 못자고 4시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잘 수 있었던 이유는 민준의 행동이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마부석에서 자는 동안 아무 것도 없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민준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는 것은 자고 있는 제갈량은 몰랐다.
========== 작품 후기 ==========
자야지
PS. 이상하게 댓글이 뜨지 않아 리리플을 달지 못하게 된 것 양해부탁드릴게요..
여행의 안에서..[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