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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번 촉에서.. --> 민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사들은 딴지를 걸려고 했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다. 가끔 장비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을 보며 지적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만약 장비가 민준에게 정신이 팔려 일을 소홀하게 여긴다면 강력하게 반발을 할테지만 그녀는 소홀하기는 커녕 민준과 같이 있고 난 뒤 더욱 열심히 일 했으니 딱히 지적할 만한게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인식이 안좋았던 사람들과 술한잔 하며 여러가지 대화를 나눈 민준은 점점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으니 처음에 자신들과 뜻을 같이했던 상당 수가 민준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후우..정말 머리가 아프군요.."
"그런데 정말 이런 일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미묘합니다 그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고."
"우연치않게 제가 간옹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그 남자를 만났습니다. 저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그는 책사들 몇명과 술을 마시기 시작하더이다. 평소 간옹님도 그 남자를 안좋게 보고 있었으니 대화를 하면서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셨는데 그게 참.."
남자의 말에 모든 책사들은 어서 말해보라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느긋하게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인 그가 다시 입을 열자 모두 귀를 열고 경청하기 시작했다.
"원래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거나 힘을 실어달라고 할 때는 조금의 보답을 보여주는게 예의 아닙니까? 게다가 그런 자리는 단 둘이 만나야 하는 자리에서 해야하는거고.."
"뭐....그건 그렇지요."
"그런데...그 남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동안 쌓여있던 것을 풀어내며 술을 마시더이다.. 책사들도 당황했지만 점점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그러다보니 오해하고 있던 부분도 자연스럽게 풀렸고...금방 친해지더이다."
"허..아무 것도 없이 그런 식으로 한단 말입니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생각하는게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우리가 이런 식으로 꽁하니 있는게 의미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내의 말에 사람들은 한참을 고민했다 결정을 내린 것인지 한 남자가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도 단판을 지읍시다! 언제까지 이렇게 꽁하게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고. 오늘 밤에 술자리를 잡읍시다."
남자의 말에 모두 동의를 하자 바로 민준에게 오늘 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술한잔을 하자는 서신을 적어 그의 방으로 보냈다.
장비와 함께 있었던 민준은 시녀가 서신을 가지고 오자 펼쳐서 천천히 읽어보았다. 그러자 관심을 가진 장비가 품안에 안겨 무슨 일인지 물어보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
"뭐 이러쿵 저러쿵해서..오늘 밤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던데?"
"...술? 그 사람들이?"
장비도 책사진이 민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술을 하자고 하니 불안해졌다. 민준이 그들에게 수모를 당할 일은 없겠지만 잘못 역린을 건들여서 사이가 더욱 틀어지면 큰 문제가 되기 떄문이었다.
"하하.너무 걱정하지 말고..일단 밤에 약속을 잡아봐야지."
"..정말 괜찮겠어?"
"이곳에 자주 놀러오려면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었어."
민준이 당당하게 말하자 아무 말도 못한 장비였으나 조금은 걱정이 되는 듯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도착했습니까?"
"아아..일단 그 남자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식당으로 오라는 공지를 하겠다고 합니다만..괜찮겟습니까?"
"흠..식당이 조금 미묘하긴 하지만...그래도 확실하게 해결해야하는 일이니 알았다고 답하는게 좋을 듯하군요."
식당을 그 남자가 정한다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질질 끌어봐야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모여있는 자신들을 소탕하려고 해도 명문이 없었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를 옥에 가둔다면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민준의 의견에 동의하자 큰 대자보가 성안 곳곳에 붙여졌다. 이런 대자보에 오라고만 적혀있다면 평소 불만은 가지고 있었지만 말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생각한 것인지 민준은 사이가 가장 나쁜 책사들이 온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공표하며 올까 말까를 망설이는 이들까지 부축여서 술집으로 오게 만들었다.
3층으로 된 식당에 도착하자 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다행히도 민준이 양해를 구한 덕분에 3층은 사람들이 모두 앉을 수 있었다. 강력한 의견을 표하던 사람들이야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외로 조용한 이들도 꽤 많이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저희는 그렇다치고..간옹님과 법정님까지 오실 줄은.."
"불만이 있는 것은 다 털어내야하지 않겠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다른 분들도 오실거라고 생각했는데..장소나 장굉도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전보다 민준에게 호의를 가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법정은 아쉬운 듯 계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늦었다는 듯 헐레벌떡 뛰어오는 두사람이 있었다.
"하아..하아..일이 끝나서...이제 왔네요.."
장소와 장굉까지 도착하자 사람들은 민준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언제 오는건가요? 꽤 늦네요."
"그게 무인들도 반발을 하고 나서서 다음에 자리를 만들겠다고 설득한다고 늦고 있어요."
"...무인들이요? 같이 모이면 되지 않나요?"
"책사들과 끼여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그래서..아 이제 오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장소가 말한 것처럼 무인들과 조금 말을 나누다보니..크흠..뭐 아무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상하시던 분들이 꽤나 많이 오셨네요."
"이런 자리가 되었으니 물어보는건데 왜 하필 이런 곳을 구한건가요? 다른 곳도 있을텐데.."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도 볼겸해서 말이야..조금 기분이 상할수도 있는 자리인데 분위기도 무거우면 되돌리기 쉽지 않으니까 말이야..그럼 한잔들 하자고"
그렇게 민준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어색하게 술잔을 들이켰다. 조금 씁쓸하면서도 텁텁한 맛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아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모두 분위기가 왜 이럽니까 하고 싶은 말들 없으면 저부터 시작합니다?"
결국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민준이었다. 이런 모임은 많이 가져보았으니 능숙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해서 회의실에서 했던 것처럼 딱딱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들이 만난 것처럼 동내 형 동생이 만난 것처럼 편한하게 썰을 풀었다.
"제가 솔직히 이렇게 된 것은 의도한게 아니라 그놈의 오지랖이 문제입니다. 뭔가 답답하거나 내키지 않으면 내버려 둘 수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되었는데..이상하게 여자들이랑 꼬이면 뭐...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하하.."
"크흠...그거야...장비님까지 저렇게 바뀌신 것을 보면...대단하신거지요..그런데 당신은 어떨 때 가장 화가 납니까?"
"화라...저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어요. 내가 그렇게 행동하니까..하지만 제 부모 욕을 하는건 화가 나죠. 왜 내가 이렇게 행동했다고 부모님이 욕을 먹어야하나? 물론 그게 쓰레기 짓을 했다면 마땅히 욕을 먹어야하지만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모님의 욕을 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인들을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한다고 말하는게 참을 수 없지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왜 이용합니까?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그걸 이용하면 안되죠."
"도움을 받는다니. 어떤식으로 도움을 받으십니까?"
"저 같은 경우는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제가 쓸 돈이야 조금 가지고 다니지만 큰 돈은 없죠..그러니 기린에서 발행해준 지전을 가지고 있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천하 상단에게 돈을 좀 빌리는거죠..그리고 돈으로 뭘하느냐! 라고 물어보시면 여자들 선물 사주거나 사람들과 술한잔 하는거죠."
"그럼 사람들과 친해져서 뭐하시려고 하는건가요? 이건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거야..이런 활기찬 분위기가 좋아서 그렇지. 저기 밑을 봐봐 모두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서 힘쓰고 있잖아? 흥정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친구들끼리 술도 마시고. 이런 사람이 살아간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친하게 지내는거지."
이미 말을 놓은 장굉에게 서슴없이 말하자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이제 제가 한번 물어보죠. 여러분들은 쉴 때 뭐하십니까?"
"네..?"
"그게 무슨.."
"여러분 여기가 회의장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죠? 난 그냥 여러분과 쌓인 것을 풀어내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모인 것 뿐이예요.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뭐하고 지내는지는 물어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생각의 범주를 벗어난 질문떄문에 사람들은 적지 않아 당황했고 몇몇 사람들은 실소를 참을 수 없어 웃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식당에서의 밤은 깊어만 갔다.
========== 작품 후기 ==========
집에 오니 좋네요 헤헤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오늘은 체력이 방전이라
리리플은 좀 쉴게요.
다시 한번 촉에서..[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