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001화 (1,000/1,909)

-------------- 1001/1909 --------------

<-- 카니르님의 축전..그것을 본다! --> 글을 올리기 앞서 이 축전은 모두 함꼐 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따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카니르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재미있게 봅시다! 제 소설의 처음 받는 축전이고 하다보니 의미가 크네요 헤헤..

-----------------------------------------------------------------------------

민준은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촉도 결국은 민준의 마수에 당해 모든 인물이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했고, 그나마 아직 연인으로써 대하지 않는 여성들도 민준에게 상당한 호감을 품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민준!"

"우왁!?"

모처럼의 안식이라며 실실 웃는 상태로 장원에 놓인 넙적바위 위에서 휴식을 즐기던 민준의 위로 난데 아닌 불호령이 떨어졌다. 깜짝 놀란 그가 바위 밑으로 떨어져 풀밭 위에서 부딪친 뒤통수를 문지르고있자, 바위 위로 빼꼼하고는 한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괜찮아요? 난 또 당신이 하북으로 가버린 줄 알았단 말이에요."

"하북으로 가는 날은 아직 2주는 남았잖아. 설마하니 내가 약속이라도 깨려고?"

"그, 그치만... 혹시 2주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저희들은 민준이랑 데이트를 해도 즐겁게 해주지 못하니까 질려버린 줄 알았어요."

왠일로 청초한 옷을 입고서 머리에 예쁘장한 머리띠까지 하고 온 여성은 다름아닌 제갈량이었다. 부끄럼을 타며 바위에서 조심스레 내려와 민준의 뒤통수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여간 부드러운 것이 아니어서 민준은 그 감촉을 즐기며 자신도 제갈량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예전에 남화노선이 선물 비스무리한 것으로 비단을 준 적이 있었는데 신선들 사이에서도 최상급으로 불리는 비단이라며 제법 자랑을 했던 것이 기억났으나,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제갈량의 머리카락쪽이 더 부드러운 것 같았다. 게다가 좀 더 온기같은 것이 느껴져 기분도 좋고.

"내가 너희랑 놀때 얼마나 즐거워하는데? 신경쓰지말라니까. 그보다 여기 있다는건 어떻게 알았어?"

"그, 그게..."

"???"

딱히 언질을 주지 않았던 데다가 자신이 별로 와보지도 않은 장소였는데 찾은 것이 신기해 물었지만, 제갈량은 되려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작게 돌리고는 '우우'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이내 조심스레 다가와 민준의 옷깃에 붙어있는 실 한가닥을 들어올렸다.

"...실?"

"사실은, 주작한테 부탁해서 긴 실을 끊기지 않게 해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려서 그걸 민준의 몸에..."

"엥? 그럼 반대편은?"

"...여, 여기요..."

조심스레 제갈량이 손을 들어올리자 그녀의 기다란 팔 소맷자락에 실 한가닥이 붙어있는것이 보였다. 자신이 찾는 방법이 누구는 냄새를 맞질 않나 누구는 느낌으로 알질 않나 참 여러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현실적이면서도 어이없는 방법으로 찾아낸 것은 제갈량이 처음이었기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뭐, 뭐가 그리 웃긴가요!"

"크하하핫! 그치만 너한테 이렇게 소녀틱한 모습이 있었을 줄은 몰랐거든. 관계를 가질때나 데이트를 할때도 그런 모습은 별로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밝히기 전, 자신이 리드하기보다는 리드당하며 데이트를 즐기던 때의 동탁이 오히려 애정표현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제갈량은 연인이 되고서도 꽤나 표현이 서툴렀다.

첫관계를 맺은지도 벌써 2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데이트때에는 손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키스나 심지어 볼에 입을 맞추는 것 조차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 그치만... 애정표현 같은 건 못해도, 당신 곁에는 있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래그래.그나저나 혹시 잘못해서 그 실에 걸려서 넘어지거나 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랬어?"

"주작이 이 실은 알아채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 효능이 없다고 했으니까요. 게다가 얇기도 이렇게 얇아서,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신기하구만. 별 다를 것 없어보이는 실인데 말이야."

실을 요리조리 살펴보는 민준이었지만 별 다른곳은 찾지 못했다. 색깔도 그냥 백색이었고 만져지는 촉감도 다를바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무뚝뚝한 제갈량님께서 여기까지 날 찾아왔다면 뭔가 원하는게 있는건가?"

"딱히 원하는건 없어요. 처음 말했던대로 정말 하북으로 가버렸다거나 할까봐... 그게 조금 조마조마 했을 뿐이에요."

"내가 이렇게까지 신뢰가 없었나? 처음 만났을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럴── 야! 위험하잖아!?"

"다, 다시 그런 말 했다가는 정말로 때릴거에요!? 첫만남 때의 이야기는 하지말라고 했죠!?"

"알았으니까 그 주먹좀 치워주지 않으련...? 물론 네 주먹이 그렇게까지 아픈건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연인한테 맞는 건 기분이 좀 그런데..."

"여, 연인!?"

연인이라는 단어 하나에 반응해서는 얼굴이 펑하고 폭발해버리며 '그렇다면 어, 어쩔 수 없네요.'라고 중얼거리더니 손을 내려놓은 후 민준의 허벅지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제갈량.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민준은 얼추 눈치를 챌 수 있었기에 피식 미소를 짓고는 제갈량을 향해 보란듯이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에?"

"누우라고. 무릎베개 하고싶은거 아니었어?"

"제, 제가 어린애인가요! 일 없어요!"

볼을 붉힌채로 토라지듯이 고개를 홱 돌려봤자 별로 신빙성이 없었지만 민준은 애써 모른척하며 고개를 떨구고는 우울한 목소리로 제갈량에게 들으라는듯 중얼거렸다.

"그래? 아쉽네... 난 하북에 가기전에 조금이라도 너한테 뭔가 더 해주고 싶었는데..."

"엣!? 아, 아니 저... 그게, 저기...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알아. 요컨대 나 같은 것이랑 접촉한다니, 상상할수가 없다는 뜻이잖아? 하아, 하긴 내가 연인은 무슨... 그냥 하북으로 돌아가버렸어야지..."

"미, 민준...?"

이제는 거의 다 넘어온듯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살피는 제갈량의 행동에 민준은 곧바로 제갈량을 넘어뜨리듯이 자신의 무릎위로 머리를 눕혔다.

"하핫! 어떠냐, 속았지?"

"여, 연기였던건가요!? 어떻게 저를..."

"그치만 하고 싶어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아닌척 하니까 골려주고 싶다고 해...야하...나...?"

호탕하게 웃고는 자신을 원망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는 제갈량의 모습에 민준은 순순히 사실을 토했지만 자신만만했던 그의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름아닌, 무릎에서 머리를 치우고서 일어난 제갈량이 양눈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 어이... 량아...?"

"...저는...! 저는 당신이 정말로...! 제가 솔직해지지 않아서 하북으로 당장 가버릴 줄 알아서...! 너무도 무서워서 금방이라도 사과하고 싶었는데... 당신이 자책했을때 어울리지 않는건 나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랴, 량아? 저, 정말로 미안해. 진짜 미안하니까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이야기를 좀 나눠주지 않을..."

"──은건...!"

"네?"

"──민준 같은건, 다시는 안볼거에요!!!"

짜악!

화끈한 소리와 동시에 민준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고 정신을 차렸을때 민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다름아닌 저 멀리만치 달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제갈량이었다.

"...좆됐다..."

- 항상 느끼지만 주인은 목 위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 것 같음.

"닥쳐, 이새끼야. 지금 진지하게 정신에 혼란이 오니까. 아오, 내가 미쳤지. 쟤가 제갈근보다 마음 여린것도 까먹고... 아오, 자살할까?"

- 그보다 사태 해결할 방법이나 생각하시길 바람. 애초에 자살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면 주인이 진작에 죽었겠지, 지금까지 살아있겠음?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자신이 죽었다가는 슬퍼할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다름아닌 민준 본인이었기에 잠시 헛소리를 해본 것이라며 요술서에게 퉁명스레 내뱉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쫓아가도 늦을거고... 다른 애들한테 안들키길 바래야겠지만 글렀겠지?"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함? 애초에 제갈량의 옆방이 제갈근인데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함!

"그걸 내가 모르냐, 이 등신아!"

- 헐, 등신이라니 너무한거 아님? 적어도 제갈량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주려고 했는데, 기분 나빠졌음. 부르지 말길 바람.

"뭐!? 야, 씨발! 적어도 장소는 알려주고 사라지라고!"

뒤늦게 소리쳐봤지만 묵묵부답인 요술서를 향해 자신이 아는 선에서의 모든 욕지거리를 내뱉은 민준은 후 하고 짧게 한숨을 내쉰 후 입맛을 다시더니 연초를 한대 물었다.

"...후우,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그딴 등신같은 장난을."

저번에 변장을 하고서 원소를 향해 키스를 했던 대사건이 일어난 후 원소의 반응과 설교를 직접 듣고 본 후에 이딴 되도 않는 장난은 치지 않기로 장담했는데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민준이었다.

"...제갈근 귀에 들어갔다가는 오늘 살아남을수나 있으려나."

제갈근은 기본적으로 온화하지만 그녀가 참지 못하는 두 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다름아닌 민준과 제갈량에 관련된 일이었다. 게다가 제갈량이 예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거나 연인이 아닌 사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리봐도 자신의 잘못이고 제갈량도 제갈근과 같은 연인사이다.

즉, 지금 상황에서 제갈근이 자신의 편이길 바라는 되도 않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다는 뜻.

"그렇다고 되도 않는 대가리를 굴리려니 상대는 량이고... 미치겠구만."

분명 회유를 하려고 해도 제갈량이 그런거에 당할만한 녹록한 여성도 아니었고 하물며 그녀는 자신과 관계를 오랫동안 맺은 다른 연인들과 달리 그리 연인이 된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었기에 어떻게보면 관계가 깨지기도 더욱 쉬웠고 더욱 민감했다.

"옛말에 돌아가서 안되면 앞에서 뚫으라고, 그냥 정공법으로 가야하나."

그딴 되도 않는 옛말은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자기위안이라도 삼으며 정신을 다잡은 민준은 곧바로 관청으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         *         *         *         *

"어이, 동탁!"

관청안으로 들어서자 보인 것은 1달 정도 전쯤에 찾아온 동탁이었다. 찾아왔던 연유는 사절 및 문화교류라고 했었는데, 민준의 연인들 중 대체 어떤 여인이 그 속내를 모르겠는가? 다만 그냥 겉으로는 그러려니 하고 내색하지 않았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여전히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듯 팔짱을 껴보인 동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음? 네녀석이었나. 왠일이지? 또 사건이라도 터뜨린건가?"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날마다 사고라도 치는 줄 알겠네."

"흐음, 그렇다면 네녀석의 대답을 듣고 그 대답을 수정할지 말지에대해 고민해보도록 하지. 그래, 날 부른 이유는 뭐지?"

"...죄송함다. 제 생각이 짧았슴다."

결국 자초지종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던 민준은 동탁에게 모든 사실을 말했고 동탁은 음음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민준의 양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 안광을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 좋다. 나와 관련된 일도 아니고 그년이 어찌되든 내 알바는 아니니까. 하지만 혹여나 후에 내게 이딴 되도 않는 짓을 했다가는... 제법 재밌는 일이 일어날테니 조심하도록."

"아...하하... 선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로 동탁에게만큼은 그딴 되도 않는 장난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민준은 동탁에게 제갈량이 있을만한 장소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글쎄. 나도 그년이랑은 별로 대화를 나눠보지 않아서 말이지. 일단 아까 지나가는 것은 보았다만."

"오, 그래? 어딘데!?"

"관청의 뒷편으로 가는 것 같더군."

"뒷편이라 이거지!? 오케이, 땡큐! 고마워 동탁!"

"뭐, 힘내도록. 정 찾지못해서 배출할 곳이 필요하다면 이몸을 불러라. 마침 근질근질하던 참이기도 했으니."

"아니, 그딴 이유로 찾는거 아니라고!"

동탁의 말에 마지막까지 태클을 걸고는 관청의 뒷편으로 향한 민준은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던 와중, 갑작스레 머리에 드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랑 단둘이서 아무도 없는 장소에 있던 동탁이 말투도 바꾸지 않다니, 별일이네.'

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바꾸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며 민준은 애써 깊게 생각하지 않고는 관청의 뒷편으로 향하기만 할 뿐이었다.

*         *         *         *         *

"부탁대로는 해주었다만, 지금 당장 담판을 보지 않아도 괜찮은건가? 네년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허공에 말을 내뱉은 동탁에게 방금전까지만 해도 민준이 찾고 있었던 여성의 청아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2주 후면 민준도 하북으로 돌아갈테니까, 그때까지만 보지 않으면..."

복도에 있던 여러 방의 문들 중 동탁과 민준이 이야기를 하던 방의 바로 옆방의 문을 열고서 나온 제갈량은 힘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2주다. 어차피 긴 인연도 아니었고 이렇게 된거 여기서 끊자고 생각한 제갈량은 2주동안 어떻게 도망다닐까라는 자신답지 않은 사소한 생각에 고민을 하고 있는것에 자조감 섞인 미소를 지었다.

반면 동탁은 그런 제갈량의 모습이 탐탁치 않았는지 그녀답지 않게 별다른 표정도 짓지 않은채 제갈량을 향해 술병을 내밀며 말했다.

"...흐음, 뭐 네년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별 달리 토는 달지 않겟다만. 이것 하나는 충고해주도록 하지."

"...?"

"겨우 그딴 것으로 끊으려고 생각했다면, 녀석을 너무 우습게 봤군. 2주가 아니라 2시진이나 네가 그 녀석을 보지 않고서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

"이익...! 저를 우습게 보는건가요!"

"아니, 네년은 우습게 보는게 아니다. 민준 그 녀석을 높게 평가하는거지. 그래뵈도 자신의 것에 대한 열정하나는 풍부한 녀석이니까 말이야. 크큭."

'뭐, 어쨌든 잘 도망다녀보도록.'이라는 말을 남기고서 술병을 흔들며 민준이 향했던 방향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동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제갈량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은 그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열정이라니, 나같이 애교도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데다가 같이 있어도 즐겁지 않은 여자에게... 아무리 민준이라도 그럴리가 없어.'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여자가 있다. 애교가 많은 여성, 모성애가 가득한 어른스러운 여성, 색기어린 여성, 퉁명스럽지만 그를 향해만큼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잇는 여성까지.

하지만 자신은 그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아까처럼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는 대화를 하다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데이트 중에도 괜히 청개구리 같은 짓만 해버리고 결국 그와는 관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채 헤어진다.

자신이 민준이라도, 이런 여자는 도무지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2주만 버티자. 민준이 하북으로 돌아가면, 잊을 수 있겠지.'

그런 원하지 않지만 원해야만 하는 소망을 가진채, 제갈량은 힘없이 발걸음을 계속해서 옮길 뿐이었다.

*         *         *         *         *

"제기랄! 어디 있는거야! 동탁의 말대로라면 관청 뒷편으로 갔다고 했는데!?"

관청 뒷편으로 향해서 갈만한 곳은 산밖에 없다. 제갈량이 산을 제대로 오를만한 체력을 가졌는지조차 의문이긴 하지만, 일단은 자신은 무작정 제갈량을 찾는것 외에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기에 민준으로써는 동탁이 준 단서 하나만 믿고서 산 온곳을 이잡듯이 찾는 중이었다.

"아오, 미치겠네! 불러봐도 대답도 없고! 진짜 이쪽으로 간거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관청 자체만 해도 넓고, 차라리 도망간다면 인파들 사이에 숨을만한 저잣거리 같은 곳이 낫지 왜 굳이 관청 뒷편으로 갔을까? 갈만한 곳이라고는 텅 비어있는 뒷뜰겸 공터와 이 황무지 같은 산밖에 없는데.

"...아니, 잠깐. 생각해보니까 아까 동탁이..."

아까부터 자신의 머릿속을 묘하게 괴롭히던 한가지 기억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어째서 동탁이 자신에게 말투를 바꾸지 않았을까'였다. 방금전까지야 별 생각없이 그냥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제갈량의 행동이 예측이 되질 않는다면 오히려 의심의 화살은 동탁을 향해 겨눠질 뿐이었다.

"설마... 제기랄! 동타아아아아아아아악!!!!!!!"

오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민준은 산밑으로 다시금 하산하기 시작했다. 향할 곳은 관청.

"나중에 밤에되면 울고 빌어도 날샐때까지 안놔줄거라고!!!"

*         *         *         *         *

반면, 제갈량은 제갈근의 방으로 잠시 피신 겸 상담을 위해 그녀를 찾았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지금 네 생각은 어떠니?"

"...민준과 만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실망도 했지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니까요..."

"...그래? 민준님께는 내가 전해드리도록 할게. 그거면 되겠니?"

제갈근은 강요하지 않았다. 물론 제갈량이 민준과 다시 마주해서 화해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끝맺음이 없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제갈량의 뜻이 아니다. 적어도 제갈근은 그녀가 스스로 일어나 민준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랬다.

이것은, 언니로써의 사랑과 민준에 대한 연인으로써의 사랑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도출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갈량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로 제갈량이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면 제갈근은 제갈량을 민준과 연인으로 남게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여동생이라지만 민준또한 소중한 지아비였고 그런 지아비에게 스스로에게 자신감조차 없는 여성이 달라붙기를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여동생이 그것을 강요당해 누군가와의 사랑을 재시작하려고 하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니에요. 민준의 성격이라면 저와 마주해서 어떻게든 대화하려고 하겠죠. 전 그때 민준에게서 벗어날 자신이 없어요."

"후훗, 우리 량아가 이렇게까지 반응할 정도라니. 민준님도 대단하시다니까. 그래, 그럼 여기서 당분간 숨어있으렴. 난 네가 요깃거리 할만한 것을 가져올테니까."

"죄송해요, 언니..."

사과를 건네는 제갈량에게 괜찮다는듯 손을 흔들어보인 제갈근이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가자 제갈량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민준은, 화났겠지... 어떻게보면 다행일지도... 나도 구태여 도망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참 야속한것이 그와 동시에 그가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슬픔이 더욱 깊어지는며 가슴이 미어져 오는것이 제갈량은 스스로의 가슴속을 한순간 뜯어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슴이 시큰거렸다.

"...민준... 보고싶어요..."

"보고 싶으면 봐야지."

"...네... 보고싶으면 봐야... 에?"

"이야, 드디어 찾았구만. 그래도 그나마 빨리 찾아서 다행이야."

한순간 자신의 귓가에 들린 음성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열려진 창문턱 위에 앉아있는 민준이 있었다.

"미, 민준!? 여, 여기는 어떻게!?"

"동탁이 무슨 관청 뒷편으로 갔다길래 산에 올라가서 찾아봐도 안보이는거야. 그래서 관청을 전부 다 찾아다녔지."

"관청을... 전부 다요?"

"응. 전부 다."

확실히 태연한 척 하지만 그의 숨은 상당히 거칠어보였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수준이 아니라 아주 비가 내리듯이 온몸이 땀투성이에 옷까지 충분히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한순간 눈물이 핑 돌것만 같은 기분을 애써 내색하지 않고서 제갈량은 고개를 홱 돌리고는 소리쳤다.

"도, 돌아가세요! 전 당신과 할 이야기 따위 없어요!"

"여기까지 찾아왔는데도 그 반응이냐... 하긴, 뭐 어쩔 수 없나."

머리를 긁적이며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민준은 제갈량의 옆으로 다가와 침상에 털썩하고 엉덩이를 붙였다.

"넌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나만 일방적으로 말해도 되는거지?"

"그건 무슨 궤변인가요!"

"요컨대, 의사소통이 아니라 난 그저 '말하는 것 뿐'이야. 듣던지 말던지는 네 자유고 말이야. 어때?"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네요."

자신은 어디까지나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민준의 말에 뭐라 반론을 하지 못한 제갈량은 애써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

"사랑해."

"우읏!"

"어, 뭐야. 듣고있었어?"

"드, 들을리가 없잖아요! 혼잣말이나 실컷 떠들다가 돌아가기나 해주세요! 피곤하니까!"

"그래, 뭐..."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목을 푼 민준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진짜로 사랑해."

"우읏!"

"아까 한건 장난일 뿐이고 네가 그렇게 슬퍼할 줄은 몰랐어."

"....."

"그리고 네가 나에게 미안해할 건 없어. 사람은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표현 방법이 있는거고 그건 너만의 표현 방법일 뿐이니까."

"....."

"주작만 봐도 질투할때는 가끔씩 나를 태우려고 달려들때도 있잖아? 그거랑 비슷한거라고."

제갈량은 묵묵부답일 뿐이었지만 민준은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해나갔다.

딱히 그녀가 무슨 반응을 보이길 바라고 이런 말을 하는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오해를 풀어주기를 바랄 뿐이었으니까.

그 뒤에 그녀가 자신과 헤어지든 이대로 방을 나가든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미안함을 표출하고 싶었을 뿐.

"그러니까 난 질투를 하는 제갈량도 좋고, 여느때처럼 데이트를 할때도 손조차 제대로 못잡는 제갈량도 좋고 방금전처럼 내 말에 오해해서 혼자서 우는 제갈량도 좋아."

"우읏!"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지 않겠어? 만약 네가 좀 더 표현을 잘하고 싶은 여자가 되고 싶다면 내가 그렇게 바꿔줄테니까. 함께 힘내보자고."

"...푸훗!"

결국 되도 않는 언변에 터져버린 것인지 제갈량은 마침내 웃음을 터뜨리며 배를 부여잡았다.

"아하핫...! 그게 뭐에요...! 문장 구조도 이상하고 화법도 전혀 들어있지 않잖아요... 엉망진창이에요."

"하핫, 그런가?"

"네. 하지만... 그런 바보같은 말에 다시 움직이는 제 마음도 참 바보같네요."

싱긋 미소를 짓는 제갈량은 평소와는 달라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랄까, 평온함? 항상 자신과 있을때는 안절부절하고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는 아이처럼 시선조차 제대로 마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제갈량은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단 1초의 흔들림도 없이, 지그시.

"민준."

"말해."

"저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해요. 항상 민준의 곁에서 틱틱거리기만 할 뿐이고 일방적으로 질투만 할 뿐이에요."

"감정도 없는 고순도 내가 치료해줬어. 너 정도야 약과지."

"저는, 언니처럼 뛰어난 가사실력도 없어요. 맛있는 음식같은건 만들어주지 못할거에요."

"이래뵈도 요리실력은 괜찮다고. 내가 만들어줄테니까 걱정마."

"저는, 그렇게 예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처럼 성숙한 매력이 있는것도, 색기가 있는것도, 귀엽지도 않아요."

"네가 예쁘지 않은거면 길가에 여성들은 진작에 자괴감에 빠졌어. 걱정마. 게다가 넌 누구보다 성숙하고, 색기있고, 귀여워."

"...저는, 저는...!"

또 무언가를 말하려는 제갈량의 머리를 자신의 품에 감싸안은 민준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짓궃게도 그녀의 말에 선수를 쳤다.

"너는 누구보다 내게 과분한 여자야. 그러니까, 못났다는 말은 하지마."

"...으아아아아아앙───!!!!"

결국, 그렇게 터져버린걸까.

시작되버린 제갈량의 오열은 꽤나 긴시간동안 계속되었다.

반면, 방문 앞에서 그 모습을 문틈사이로 바라보고있던 제갈근은 미소를 짓고는 가져왔던 그릇을 든채로 다시금 주방으로 향했다.

자신이 마냥 어린아이같이 보았던 동생이, 오늘은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날이니까.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웠기 때문에?

아니다.

단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그 정도로 족했다.

*         *         *         *         *

"민준,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이렇게 기분 좋은 날에는 거하게 걸쳐줘야지."

"오늘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하핫, 표현도 제대로 못하던 연인이 진정으로 속을 털어놔줬는데 어떤 날이 이보다 기쁘겠냐!"

"뭐, 뭐에요! 정말이지...!"

아무래도 이런 직격타에는 면역이 적은 제갈량이었기에 조금은 적극적으로 나서보자는 그녀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금방 퉁명스레 그의 말에 반응하고 말았다.

'...나는, 역시 안되는걸까.'

어떻게 그에게 애정표현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애교를 부리는 방법도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목소리가 선천적으로 귀염성있는 목소리인것도 아니고 외모는 강아지 상에 가까워서 도발적인 미소 같은 것도 힘들다.

"...아! 미, 민준! 저, 저도 한잔만 주시겠어요?"

"어, 네가? 왠일이냐. 자자, 마셔."

"고마워요."

민준에게서 한잔을 받아든 제갈량은 입으로 술을 조심스레 흘려넣었다. 입안에서 감도는 과일향이 제법 향긋한것이 이대로 꿀꺽하고 삼키고 싶을 정도였지만,

"민준."

"엉? 왜── 우읍!?"

"──츄릅... 츕... 하아... 민준, 정말 사랑해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오늘만큼은, 주인이 따로 있으니까.

========== 작품 후기 ==========

후기에 넣어주셨으면 하는 말들 -

민준의 행보는 참으로 감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소설을 창작해내신 반쪽달님을 참으로 '신기하게'생각합니다. 본래는 50kb로 두편을 쓰려 했으나 제가 까먹고서 이제서야 생각해내는 바람에 2시간 정도에 후딱 써버렸습니다. 역시 제 필력으로는 부들부들... 반쪽달님의 필체를 최대한 따라해보고 싶었지만 도무지 힘드네요. 그냥 그러려니 해주세요.

정말 저퀄리티의 글이고 별 볼일 없지만 1화부터 정주행만 14번 해오면서 참 애착이 깊은 소설이기에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내용도 막장이고 참 이게 뭔 글인가 싶으실테지만... 사실, 그렇게 따지면 본 소설이 막장인건 사실이니까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허허.

아무튼 1000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설 번창하시길 바라면서 10만회, 100만회까지 쭉쭉 달려가주시기 바랍니다!(1만회는 너무 당연해서 안적었습니다)

다시한번 1000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여담으로 제갈량 긔엽긔 )

남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