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4/1909 --------------
<-- 하북에서.. -->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본거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몸을 숨긴 여인은 손에 묻은 피를 보자 화가 난 듯 요기를 담아 벽을 후려쳤다. 엄청난 진동과 함께 벽이 흔들렸지만 그것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히..인간따위가...인간따위가 나에게 상처를 입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듯 몸을 부들 부들 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욕지꺼리를 내뱉다가 호리병에 담겨져 있는 술로 피를 닦아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피를 보았다는 것때문에 다시 한번 화가 난 그녀는 호리병을 집어던지고는 밖으로 나와 계곡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크흣...알아볼게 많았는데 너무 성급했군..."
이성이 돌아오자 남자를 죽여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났다. 물론 연정이나 애정따위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순수한 호기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분명 주작년이 쓰러진 것은 확인했단 말이지.."
토끼를 공격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부터 요기에 대해 신경쓴 기억이 없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요기에 미쳐서 앞에 있던 무녀를 죽을 때까지 범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한 그 남자는 주작이 쓰러질 때까지도 태연하게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요기를 방출하기 직전까지 그렇게 태연한 모습으로 있었다는 것은.....허세라고 하기에도 뭔가 찜찜하군...."
아무리 허세를 부린다고 해도 땀이 흐르거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나오는 것은 막을 방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준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력으로 내뿜은 요기를 그대로 맞아버렸으니 그 때 성급했던 자신을 탓하며 동굴 입구를 봉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한편 혹시 모를 일 때문에 여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걸어가고 있던 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걸어가면서도 걱정되는 듯 계속 힐끔 힐끔 돌아보는 그녀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끄응....언제까지 이렇게 가야하는거야?"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오늘 하루는 여인들이랑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음...평범한 요기도 아니고 마선의 요기니까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름!-
"저렇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모른척해야한다니..어휴.."
-하지만 지금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며 살아야하잖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기 바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말이 없었던 민준은 담배를 입에 물고 그녀들의 뒤를 터벅 터벅 따라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혼절한 주작은 머리를 부여잡고 깨어났다. 아직 요기에 대한 거부반응때문에 속이 메슥거리는 듯 입을 손으로 막았다.
"웁...."
"여기 물..드세요.."
"고마워.."
물을 먹자 조금 진정된 듯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괜찮냐는 물음이 들려왔다.
"...너 제정신이야!?"
"언니! 지금 오라버니에게 다가가시면 안돼요!"
"지금은 안된다냥!!"
처음부터 그녀들이 사사건건 제지를 했다면 반감이 들어서라도 떨쳐버리고 민준에게 다가갔을 주작이었으나 평소 민준과 무엇을 하든 신경을 쓰지않는 두사람이었기에 민준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춘 주작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저랑 제갈근이 오라버니 옆에 다가갔을 때..기억나시죠? 갑자기 여우가 공격했던거.."
"당연하지...그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던 여우가 마선이었다니...내 불찰이야.."
그 때의 일이 생각난 듯 입을 강하게 깨문 주작의 몸에는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 때 오라버니께서 마선을 제압하시고 저랑 제갈근은 언니의...아니 주작님의 결계로 피신했잖아요? 그 상황에서 주작님은 요기를 막아내다가 쓰러지셨고.."
"그래..그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그정도의 요기라면 저녀석도 저녀석이지만 제갈근도 무사하지 못했을텐데.."
"저는 본능적으로 제갈근과 주작님을 끌어안았고 니야가 저희를 막아주는 방패역활을 해주었어요.등으로 막아내느라 오라버니와 마선이 했던 일은 의도치않게 저만 볼 수 있었어요."
자꾸 뜸을 들이는 도겸의 모습에 살짝 짜증이 난 주작의 눈썸이 꿈틀거리자 어쩔 줄 몰라한 도겸은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어갔다.
"죄..죄송해요..말이 길어져서....일단 마선을 제압한 오라버니는 마선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그래서 마선의 몸 주위에 있던 먹구름이 한곳에 모여들 때까지도..."
"잠깐 기다려봐...그 먹구름이...요기로 일어난 자연현상이 아니라...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요기를 모으고 있었단 말이지?"
"....네..그래서 요기가 쏘아졌을 때 당황한 오라버니는 서둘러 달려왔어요. 하지만 요기를 막아낼 시간이 없는 것을 알고 손을 내밀어서 요기를 붙잡은거예요."
"...............붙잡...았다고...그걸...? 그런데 왜 저렇게 멀쩡히 있어!? 저녀석이 사람이야!?"
"....더 들어보면 기절할지도 모른다냥...."
지금까지의 내용만 들어도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이야기었는데 더 있다는 말에 주작은 입을 벌리고 민준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 요기를 붙잡은 오라버니꼐서는 몸안에 품고 한참을 그대로 계셨어요...이 모습을 보며 마선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어버리라는 저주같은 말을 퍼붓고 도망가버리고...저희는 오라버니께서 죽는 줄 알았죠.."
그 떄의 일이 생각난 듯 여인들의 분위기는 다시 무거워졌다.
"원래 그정도 요기라면 사람이 감당할 수 없으니까..죽는게 당연하지...하지만 혼자 미쳐서 죽는다기보단 누군가를 죽을때까지 능욕하는게 정상이고.."
"하지만 오라버니는 그 요기를 전부 빨아들이신 후 걱정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요.. 저희는 기쁘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지만 혹시 모를 마선의 요기때문에 하룻동안 가까이 가지 않은거예요.."
"..................."
모든 것을 듣고나자 머리 속이 혼란해진 주작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혼절할 때까지 엄청난 량의 요기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일인데 요기를 붙잡은 것부터 그걸 흡수했다는 것까지 하나까지 정상이 아닌 일만 일어난 것 같아 머리 속이 혼란해 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작때문에 결국 그자리에서 야영을 하기로 한 여인들은 바로 식사를 준비했다.
곁에 있을 수 없었던 민준은 혹시 모를 일 때문에 쟁여놓았던 육포를 입에 물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마선이 찾아왔을 때 모닥불이 두개면 이상할테니..오늘은 육포로 때워야겠군...하아..내일은 저녀석들을 어떻게 달래준다냐.."
-그건 주인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마선은 어떻게 할 것임?-
"일단 경계를 해야지..지금 당장은 공격하지 않겠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올게 분명할테니.."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주인이 요기를 흡수해서 마선의 기운에 대해서는 정확히 감지할 수 있게 되었음!-
요술서의 말 때문에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한 민준은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주인이 물어본 적이 없잖음!-
"이런 미친 놈이!? 그걸 내가 알면 신이지 인간이냐!"
-하..주인이 멍청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멍청할 줄은 몰랐음..나와 주인은 모든게 공유되니까 조금만 신경쓰면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인데.. 실망임!-
"......실망은 개뿔 오늘 너죽고 나죽자!"
화가 난 민준의 외침에 요술서가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괜히 나무위에 있던 새들만 그들의 투닥거림에 놀라 푸드덕 날아갈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조금 늦은 한편...모임다녀와서 집에왔는데 바로 뻗어버렸네요 덜덜덜
-------------------------------
소설광이냥 2014-12-06 07:41 new
이렇게 민준은 마선을 엿먹이고! 아싸! 마선은 민준을 죽은줄로만알겟지 ㅋㅋㅋ
-〉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죠..헤헤
소드댄서 2014-12-06 07:50 new
트림이라닠 잘못보면 마선을 꿀꺽
-〉 마선을 먹어!?
Wind-HAWK 2014-12-06 11:37 new
자 글을쓰세요!!(찰싹찰싹
-〉 도망을 친다
소드아트 2014-12-07 04:23 new
@뭘먹었길레트림을한겨!
-〉 요기를 먹었습니다.
halem 2014-12-07 05:19 new
오래갑만에 니아가 나오는건 기분탓. 그냥 넘기다보니 사신기의 이름이 나오는것도 기분탓. 작가님이 새로운 소설을........? 지금 만나러갑니다.
-〉 하하하하하......
하북에서..[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