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94)

2-3. 이중함정

잠룡각! 

마운비의 처소였다. 

스윽! 

백화원을 황망히 떠나온 마운비는 소리 없이 어둠을 뚫고 전각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숨결은 다소 거칠어져 있었다. 떨쳐 버리려 했지만 그의 뇌리로 자꾸만 부끄러운 행위를 하며 흐느끼던 이모 나운벽의 뽀얀 동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소를 지으며 내심 자책했다. 

‘무슨 망상이냐? 그 분이 나의 이모인 것을 잊었느냐?’ 

그는 고개를 흔들며 전각의 계단으로 올라섰다. 이어 그는 소리 없이 자기 침실로 다가갔다. 

끼익---!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어두운 침실로 들어섰다. 한데 다음순간 그는 대경실색하여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 

뜻밖에도 잘 정돈된 그의 침상 위에 누군가 이불을 머리까지 덮은 채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언뜻 탐스러운 머릿결이 이불 밖으로 보여 그 인물이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 막내이모? 

"순간, "

흐응……! 어디 갔다가 이렇게 늦었지? 

침상 위의 여인은 고혹적인 콧소리를 내며 서서히 돌아누웠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마운비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적…… 적여홍! 

쿵쿵! 그는 신형을 휘청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온통 경악에 물든 시선으로 돌아누운 여인을 주시했다. 

도화선자 적여홍! 

그렇다! 그 여인은 놀랍게도 도화선자 적여홍이었다. 뇌왕 적우붕의 첩실! 그녀가 만면에 고혹한 웃음을 머금은 채 침상에 누워 마운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마운비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는 끈적끈적한 욕정의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운비는 적여홍의 그 도발적인 자태에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침상에 누워 몸부림치던 나운벽의 치태가 눈앞에 선명히 떠오른 때문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장 내 방에서 나가요! 

마운비는 얼굴을 붉히며 나직한 일갈을 내질렀다. 적여홍은 그런 마운비를 고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호호! 귀여운 것! 이모가 아니라서 실망했나봐!! 나운월 그 계집이 뭐가 그리 좋아서 그러지... 그 정숙한 척하는 년이 가랑이라도 벌려주던? 

음탕한 수작하지 말고 꺼져요! 

와락! 

마운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적여홍이 덮고 있던 요를 일시에 확 걷어 붙였다. 이불자락이 바람을 일으키며 문득 한 줄기 야릇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러왔다.그것은 사향냄음 같기도 하고 여인의 살내음 같기도 한 것이었다.

마운비는 생소한 향기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눈앞에 벌어진 전율한 광경 때문에 그 생각을 더 이상 지속할 수 가 없었다. 

‘흑……!’ 

"놀랍게도 이불 속의 적여홍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던 것이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여인의 동체가 마운비의 눈에 확 들어왔다. 눈부시게 하얀 속살, 적당히 살이 오른 몸매와 미끈한 허벅지, 그리고 그 희멀건 허벅지 사이에 자리한 깊은 수림지대의 유혹이 그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

적여홍은 실상 일흔이 넘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매는 아무리 보아도 서른이 넘은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마운비는 적여홍의 터질 듯 농염한 나체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힘을 느꼈다. 

적여홍! 당…… 당신이 ……! 

그는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 비칠 물러섰다. 하지만 물러서면서도 그의 시선은 적여홍의 뇌살적인 육체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단전에서 무서운 욕정의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일부가 아프도록 팽창해 있는 상태였다. 

‘이런...최음향이로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런 몸의 변화에 마운비는 방금전 맡았던 사향내음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 그 향기에……! 

적여홍은 당황하는 마운비의 모습을 바라보며 깔갈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홋! 이미 늦었어, 귀여운 것! 너는 관음색향(觀音色香)에 중독되어 반드시 여자를 안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심맥이 터져 죽고 말아! "

그녀는 요염한 자세로 누운 채 득의의 교소를 지었다. 

"호홋! 혹시 네가 냄새를 맡고 호흡을 정지할까봐 이 누나의 알몸을 보여준 거야! 

벌써 몇호흡째지? 

한 호흡에 한번을 사정해야 하니 오늘 밤.... 호호호! 나운벽! 그년은 복이 터졌군!! "

적여홍이 눈웃음을 치며 음탕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운비는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이를 갈며 적여홍을 노려보았다. 

바…… 득! 음탕한 계집! 무슨 헛소리냐?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래, 이 누나가 음탕하다고..... 호호호호! 방금전에 나운벽, 그 잘난척하는 년의 음란한 

모습을 보고 와 놓고선... 그래.... 어땠어? 이모의 알몸을 본 기분이? 이 누나꺼보다 괜찮아보였어? "

슥……. 말과 함께 그녀는 서서히 투실투실한 허벅지를 벌려 마운비 쪽으로 개방시켰다. 순간 무성한 수림에 덮인 깊은 계곡이 마운비의 눈에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으음! 

본의 아니게 적여홍의 비밀스러운 곳을 직시한 마운비의 얼굴이 순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더군다나 이 요녀에게 방금 전 자신이 나운벽에게 품었던 욕망을 틀긴 것 같아 더욱 그랬다. 

흐응! 요 어린 색골! 오늘 밤 네게 이 누나의 보물을 맛보여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뒤로 미뤄야겠구나!! 

적여홍은 콧소리를 내며 스스로 손을 움직여 은밀한 부분을 가리고 있는 방초 숲을 헤쳐 보였다. 거뭇거뭇한 방초 숲이 헤쳐지자 여인의 은밀한 옹달샘이 그 야릇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옹달샘은 곧 맛볼 쾌락의 기대감에 홍건이 젖은 채 바르르 떨고 있었다. 

........!! 

"호호호! 꼬마야 네게 한가지 비밀을 말해주마! 너도 알겠지만 네 사랑스러운 큰 이모, 운벽 그 계집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오늘 밤내로 사내의 양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혈이 역류하여 죽고 말거야!! 그래서인지 아까 그이가 백화원으로 가더구나 "

적여홍의 입에서 나운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운비는 엄청난 음모의 내막을 깨닫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너…… 희들! 이모님께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그는 눈을 부릅뜨며 사납게 일갈을 내질렀다. 직감적으로 마운비는 나운벽의 야릇한 행위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이들 간부간녀의 음모임을 깨달은 것이다. 마운비는 나운벽의 신변에 위기가 닥쳤음을 깨닫고는 초조하게 물었다. 

적여홍은 고혹한 미소를 지으며 마운비에게 말했다. 

글쎄…… 잘은 모르지만....아까 그이가... 뭐라더라.... 오늘 밤이 처형 머리 올려주는 날이라고 하던가? 지금쯤 너의 예쁜 이모는 그이에게 깔려 발버둥치고 있을 걸! 

무…… 무어라고? 

번--- 쩍! 

마운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음약의 기운이 퍼지고 있어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는 중에도 이모 나운벽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그를 전율케 한 것이다. 

직후 

당신! 만에 하나 그분의 머리카락하나라도 건 들였다면 후회할거요!! 

콰--- 쾅! 

마운비는 광기 어린 일갈을 토하며 창문을 박살냄과 함께 북방으로 날아갔다. 

"호호호호! 역시 무공을 숨기고 있었군! 어린 것이 저 정도라니..... 하지만 너는 모른다.. 관음색향의 무서움을... 네가 아무리 절세고수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지...

설사 신화경에 이르렀다 하다라도......나운벽!!! 어쩌면 그년이 저 꼬마 색마의 정력을 버텨내지 못할지도 모르겠군!! "

부서진 창문밖! 마운비의 신형 창공 높이 솟아오르는 것을 바라보는 적여홍이 야릇한 눈길로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의 신형이 벽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운비야!! 자니? 

아직도 관음색향의 향기가 어렴풋이 남아있는 마운비의 침실문이 열리며 웬 중년여인이 들어섰다. 

‘흠! 흠! 이게 무슨 냄새지? 녀석! 계집아이처럼 향수를 뿌려놓았나?’ 

들어선 여인은 백의나삼차림의 여인이었는데 잠을 자다가 나온 듯 잠자리 옷 차림 그대로였다. 그녀는 마운비의 침상에 남아 있던 관음색향의 잔향을 맡자 웬지 모르게 호흡이 가뻐지고 얼굴이 홍조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최음향에 중독되어 나타나는 현상임을 감히 생각도 못한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바로 십밀화 나운월이었다. 그녀는 평상시에도 마운비가 잠을 청한 후 늦은 시간에 이곳 잠룡각에 들러 마운비의 이부자리를 다시 한번 봐주고 가곤 했던 것이다. 

"이 아이가 이 깊은 밤중에 어디로 간거지! 설마 말도 없이 떠난 것은 아니겠지....혹시... 푸훗! 그샐 못 참고 언니 병 문안을 간 모양이군! 녀석!! 장난삼아 해본 말인데.... 

운영언니를 닮아서 맘이 너무 여리구나..... 큰 언니는 좋겠네..... 근데 너무 늦은 시간 아니야? 설마..둘이..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

나운월은 말을 하다가 뇌리에 언니인 나운벽과 조카인 마운비가 음란하게 뒤엉켜 있는 장면이 연상되자 스스로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평상시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각이 머릿속에 그려진 것이다. 

미쳤나봐! 망측하게...으음....내가 왜이러지.... 가슴이 터질 것 같아.....안되겠다.... 언니 한테 가보자...!! 

둘이 뒤엉켜 있는 것을 상상하자 나운월은 웬지 모르게 가슴에서 불길이 확 일어났다. 그것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잠룡각을 나서는 나운월의 발길이 자신도 모르게 빨라지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어느덧 그녀의 심장의 두근거림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몰랐다. 오늘 밤 그녀의 발길이 향하는 곳에서 인생의 완전한 전환점을 맞이할 줄은.... 그녀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오늘 밤 그녀가 얻게 될 천상의 환락이 어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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