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94)

2-1. 이중함정 

칠주야! 

십밀서원에서의 칠주야는 마치 꿈결같이 지나갔다. 마운비가 방문하는 것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만들어져 있는 잠룡각이라는 별채에서 마운비는 너무도 안락한 칠주야를 보낸 것이다. 

"십밀낭랑 나운벽과 십밀화 나운월, 십밀쌍염이라고 불리우는 그녀들은 마치 잃어버린 아들이 살아 돌아 온 듯 마운비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녀들이 마운비를 돌본다는 핑계로 조석으로 잠룡각을 드나들며 마운비를 수발하는 바람에 마운비는 실로 오랜만에 평화로운 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 "

때는 늦은 저녁! 

잠룡각의 한켠에 있는 서탁에서는 지금 마운비와 나운월이 한가로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문득, "

"그래, 이곳 생활이 맘에 드니? 혹시 불편한 것이라도 있으면 말하거라.. 이 이모가... "

나운월이 고혹적인 목소리로 마운비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이가 믿어지지 않게 청순하고도 앳된 소녀의 인상을 지니고 있는 나운월은 얼굴과는 달리 중년여인의 풍만하고도 요염한 몸매를 지니고 있어 실로 야릇한 모순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니요... 막내이모님! 오히려 너무 잘해주셔서.... 오랜만에 고향집에 돌아온 것 같아요 

마운비는 말과 함께 초롱초롱한 눈길로 나운월의 몸매를 흝어 내렸다. 

"호호! 다행이구나! 혹시 이 이모가 밉다고 빨리 떠날까봐 걱정했었는데... 요즘은 이모도 살맛이 나는 것 같아! 우중충한 서원의 분위기도 좋아진 것 같고... 

호호! 이럴 줄 알았으면 나두 운비같은 아들이나 하나 두는건데....!! 하긴 조카도 자식이라는데... 운비! 너 나중에 운영언니를 만난다고 해도 이모한테 섭섭하게 해선 안돼!! "

문득 그녀는 야릇하게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마운비는 나운월의 말에 급히 고개를 저어 보이며 정색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질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요...! 더군다나.....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제 이모라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나운월은 눈꼬리를 찡긋하며 야릇한 눈웃음을 지었다. 

흥! 운비!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이모를 놀리는구나! 아무려면 탱탱한 젊은 애들과 는 나같이 늙은 것이 비교나 될려고? 

마운비는 나운월의 농담에 무슨 소리냐는 듯 펄쩍 뛰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이모! 큰이모와 막내이모가 이곳 십밀서원에만 있어서 그랬지 만일 중원에 나갔다면 수많은 남자들을 상사병에 걸리게 만들었을 걸요!! 

"호호, 빈말도 잘하네...! 우리 조카!! !! 호호호! 어쨌든 조카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기분좋은 걸!! "

"나운월는 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마운비를을 주시했다. 이어, 문득 그녀는 걱정스러운 듯한 어조로 말했다. "

"휴! 이모는 네가 참 대견스럽다. 운영언니가 이곳에 없다는 걸 알고 실망이 컸을텐데.. 이렇게 쾌활하고... 

걱정하지 말거라 운비야! 네 엄마는 무사히 살아계실거야! 아마 지금은 네 앞에 나타날 때가 아닌지도 모르지...휴! 

이럴 때 어머니라도 옆에 계시다면 우리 운비를 더 잘 다독거려주었을텐데.... "

마운비도 그말에 침중한 기색을 지었다. 

저는 괜찮아요. 이모! 살아만 계시다면 언제고 만나게 되겠지요!! 그나저나 외할머니를 찾아 뵙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맘에 걸리네요! 

"글세 말이다! 어머니가 지금의 네 헌앙한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 그런데 그분은 연무동에 틀어박혀 전혀 외부출입을 안하시니... 

언니가 네가 귀환한 소식을 전했는데도 연무동을 나오시지 않겠다고 하셨다는구나!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너무 큰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아! 하기는 두분의 금슬이 워낙 좋았으니...!! 흥! 이게 다.....휴!! 아니다!! "

마운비에게 외할머니가 되는 십밀대모 진가연에 대해 말하던 나운월은 무엇이 생각났는지 돌연 눈빛을 스산하게 빛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운비는 화제를 돌리려는 듯 짐짓 쾌할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큰 이모는 어디 가셨어요? 오늘은 운비를 보러 오시질 않네요! 

마운비의 말에 나운월이 깔깔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운비는 이 막내이모보다 큰이모가 좋은가보지!! 하긴 큰 이모가 사십대의 나이지만 아직은 처녀고....인정하기 싫지만 나보단 더 예쁘긴 하지!! 

어머! 이건 좀 비약이 심한건가? 호호호!! 오늘 아침에 잠깐 봤는데 얼굴색이 안좋더구나!! 

몸이 좀 안좋은가봐!! 운벽언니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잔정이 많은 분이란다. 네가 가서 위로 좀 해 드리거라!! "

편찮으시다구요? 어디가....? 

마운비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머 어머! 얘 봐! 아주 눈물을 흘릴 태세네...흥! 그렇게 걱정되면 한번 가 보면 돼잖니!! 호호호! 

나운월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마운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 막내이모는 이만 가서 자야겠다.. 큰이모는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그래도 우리 나씨일가에서 가장 공력이 깊은 분이니깐.... 나두 좀 아파봐야겠는걸! 우리 조카님이 어떻게 나오나 보게... 

"말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며 그녀는 마운비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이어, 그녀는 교태롭게 웃으며 눈꼬리를 찡끗했다. "

그만 자거라...!! 

마운비는 갑자기 나운월의 입술이 볼에 닿자 벼락을 맞은듯한 짜릿한 전율이 볼을 통해서 느껴졌다. 

‘이모....!!’ 

"나운월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마운비를 뒤로하며 방문을 열고 나갔지만 마운비는 그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도 감미로운 전율에 취해 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

뇌종원(雷宗院)! 

뇌왕 적우붕의 처소. 

삼경(三更). 

만물이 잠든 깊은 밤이었다. 음산한 어둠이 거대한 뇌종원(雷宗院)을 뒤덮고 있었다. 뇌 

침실! 

이곳은 아주 화려하게 치장된 한 칸의 침실이었다. 완벽하게 방음이 된 이곳은 밖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아흑……! 더…… 더…… 빨리……! 

"지금 이 밀실에서는 한 명의 여인이 사지를 바동거리며 희열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이는 이십대 후반정도, 무르익을 대로 익은 풍만한 몸매를 지닌 미소부였다. 일견하여 고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용모의 미부인,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미간 사이에는 지극히 음탕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

아학…… 죽…… 죽겠어! 흐응……! 

여인은 희멀건 허벅지를 허공에 쳐든 채 숨을 헐떡였다. 그런 가운데 그녀의 허리는 교묘하게 율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기름진 동체 위, "

헉…… 헉…… 으음…… 고모! 당신은 정말……! 

한 명의 건장한 사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건장한 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눈빛이 극히 강렬하여 패도적인 인상을 물씬 풍기는 장한. 뇌왕 적우붕 바로 그자였다. 지금 적우붕은 벌려 세운 미부의 허벅지 사이에서 거칠게 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흐음…… 아흑…… 좀…… 더…… 아아……! 

그의 일부가 힘차게 하체로 드나들 때마다 여인의 입에서는 자지러지는 듯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 그때 적우붕은 절정이 다가온 듯 행위가 점점 급박하게 변했다. 그에 따라 여인의 교성도 거의 단말마적으로 변해갔다. 

"한순간, "

허억……! 

아학! 

적우붕은 자신을 거칠게 여체를 몰입시키며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여인 또한 동시에 절정에 오른 듯 몸이 활같이 휘었다. 두 사람은 그 자세로 한동안 쾌락의 여운을 즐겼다. 이윽고 적우붕은 숨을 몰아쉬며 여체에서 몸을 떼어 옆으로 누웠다. 

그러자 여인은 그의 품에 콧소리를 내며 안겨 들었다. 적우붕은 히죽 웃으며 여인의 풍만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후훗…… 고모! 당신의 몸은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일품이오! 

그의 말에 여인은 고혹적으로 눈을 흘겼다. 

흥! 색골 같으니…… 나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네게 그때 나를 강제로 범하지만 않았어도 나는 아직까지 정숙한 미망인으로 남아 있었을 거야! 

적우붕은 고소를 지었다. 

어거지 쓰지 마시오. 그때 나는 신혼이었소! 그때는 그녀를 사랑했었다오. 흐흐 물론 원수의 핏줄인줄을 몰랐을 때지만... 그런 나를 유혹한 것은 바로 고모가 아니요! 

말과 함께 그의 손이 슬쩍 아래로 내려와 여인의 풍만한 허벅지 사이로 파고 들었다. 

하진 고모의 여기는 나를 미치게 만들기도 했지만……! 

아흑……! 

적우붕이 어떻게 했는지 여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어 그녀는 숨을 할딱이며 적우붕의 가슴을 때렸다. 

흐응…… 정말 나쁜 아이야! …… 아무리 그래도 고모인 나를…… 흥응……! 

그녀는 콧소리를 내며 하얗게 눈을 흘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은근히 적우붕이 손을 놀리기 쉽게 한쪽 다리를 들어 그의 허리 위에 올려놓았다. 적우붕은 히죽 웃으며 교묘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후훗! 나운월 그 멍청한 계집이 이 장면을 보면 아마 놀라 주화입마에 빠질 거요. 첩이라고 들어온 당신, 도화선자 적여홍이 사실은 남편의 친고모라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 "

아아…… 싫어…… 흐응……! 

여인은 자극적인 비음을 발하며 몸부림쳤다. 한데 도화선자 적여홍이라 했던가? 그런데 삼년 전 적우붕이 첩실로 들여 앉인 그녀가 진정 적우붕의 고모란 말인가? 

어린 시절 십밀야 부부의 기명제자로 들어온 적우붕은 호기롭고 반듯한 청년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그리고 십 이년전 적우붕은 드디어 십밀화 나운월과 혼인을 올리게 되었다. 정식으로 나씨일족의 데릴사위가 된 것이다. 

처음 십밀화 나운월과의 신혼생활은 참 행복했었다. 적어도 그 앞에 웬 여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도화선자 적여홍! 

십밀서원을 떠나 잠시 외출을 했던 뇌왕 적우붕에게 나타난 그녀는 실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뇌왕 적우붕의 신세내력이었다. 

동방의 작은 나라 선국은 도인들이 유달리 많은 지역이었다. 그러한 도인들 중 고대로부터 이어진 열두개의 계파가 있었는데 도인들 사이에서는 그들을 십이지맥이라고 불렀다. 이들 십이지맥의 도인들은 그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모임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바로 십밀서원이었다. 

하지만 동방의 선국에는 이러한 십이지맥 이외에도 수많은 지파와 방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영원한 젊음을 목표로 도술을 연마하는 지파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장춘곡의 도인들이었다. 

그런데 사십년 전 선도를 추구하는 동방의 명승고적에서 해괴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술을 연마하는 도인들을 상대로 누군가 채음채양의 사술을 펼쳐 그들의 도력을 모두 빼앗아 간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십이지맥의 대표들인 십이수사와 십밀서원의 원주 십밀야는 피해자가 도가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십이지맥에서까지 발생하자 그 원흉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장춘곡을 찾아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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