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94)

1-4. 십밀낭랑

자신을 금제시킨 자를 짐작하는 듯 나운벽은 옥용을 이지러뜨리며 뜨거운 신음성을 뿜어냈다. 저녁이 되면서 만월이 떠오르자 그녀는 무서운 욕화로 그녀의 이성은 거의 마비지경에 이르렀다. 아무 사내에게나 몸을 던지고픈 극심한 충동! 

처녀의 몸으로서 스스로 육체를 달래는 방법까지도 수치스러웠던 나운벽은 어쩔 수 없이 평소 자신에게 음침한 눈길을 보내던 세가 내의 종복을 유혹하여 그의 애무를 받으며 욕정을 가라앉히려 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주술이기에 선도를 수련한 본녀를 꼼짝 못하게 만들은 것일까! 더러운 놈! 감히 내게 이따위 수작을 부리다니.. 증거만 있다면... 

휴!! 그래도 아까 보다는 참을 만 하구나... 아..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보름에는 천하의 탕녀가 되는 것은 아닌지.... "

목욕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어느 덧 흑의를 벗어내리고 있는 나운벽이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곧이어 나운벽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희디흰 피부와 적당하게 살이 오른 풍염한 몸매는 나운벽의 기품있는 얼굴과 어울려 완숙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으음!! 그 아이는 누구일까! 마치 제부가 그곳에 서 있는 줄 알았다! 외인이 이곳에 들어왔다면 의당 그를 쫒아내야 되거늘.... 

오히려 내가 도망치고야 말았으니.... 그 아이는 내 수치스러운 모습을 모두 본 것일까!! "

나운벽은 동경속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언졌다. 그녀의 가슴사이 마운비의 잠경에 당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 손바닥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흐윽...!! 

자신의 풍염한 유방사이에 찍혀 있던 붉은 장인자국을 쓰다듬던 나운벽이 자신의 유방을 양손으로 터뜨릴 듯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뜨겁게 차오르는 가뿐 숨결과 함께 나운벽은 양손으로 풍만한 유방을 주물럭거렸다. 

하아.... 너... 너라면.... 이... 아줌마가....괜찮을... 것.... 같아!! 흐흑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나운벽의 얼굴이 도화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그녀는 뽀얀 수증기를 일으키고 있는 욕탕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머릿속에 긴 장발을 휘날리며 쇄도해오던 한명의 영준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그녀의 첫사랑인 십자검왕을 닮은... 

늦은 밤! 

십밀서원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그것은 십밀서원이 이십년만에 귀한 손님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십밀각! 

"십밀서원의 의사청, 십밀각은 십밀서원의 동쪽에 우뚝 세워져 명실상부한 십밀서원 최고의 시설답게 그것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 한명의 소년이 의자에 앉아 초초한 듯 손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바로 마운비였다. "

그때였다. 서너명의 발자국소리가 들리며 의사청이 문이 열린 것은! 그리고 그곳을 통하여 일남 이녀가 걸어 들어왔다. 마운비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들어온 세 사람을 맞아들였다. 

중앙의 인물은 장대한 체격의 적포장한이었는데 나이는 삼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중후한 인상에 눈빛이 극히 날카로운 인물. 마운비는 한눈에 이 적포장한이 마교의 십이마인에 못지 않은 능력을 지닌 초고수임을 알아보고 흠칫 놀랐다. 

그 좌측에는 사십전후로 보이는 무르익을 대로 익은 풍만한 몸매를 지닌 흑의여인이 서 있었는데 일견하여 고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용모의 중년미부인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미간 사이에는 지극히 한줄기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또 한명의 삼십대의 중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미부, 그녀 또한 한 눈에 대단한 미모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명공이 빚은듯 섬세한 얼굴의 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넋이 나가게 만들었다.그녀는 풍만한 몸에 검소한 마의를 걸치고 있었다. "

"하나,그 타고난 미모와 기품은 결코 숨길 수 없었다. 그런데 흑의여인과 얼굴이 닮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흑의여인과 마의여인은 자매사이인 듯 보였다. "

허험! 자네가 바로 둘째처형의 아들이라구..... 마운비라고 했던가?  

중앙의 중년인이 서로 바라보기만 하는 두여인과 마운비의 눈길이 어색했던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예! 제가 마운비입니다. 운비가 여러 외가 어른들께 인사 여쭙니다. 

마운비도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듯 고개를 숙이면 세명의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설마 했었는데....정..정말...이로구나! 닮았어... 정말 닮았어... 흑흑!! 그동안 도대체 어디갔다가 온 것이란 말이냐? 운영언니는? 

우측의 마의여인이 한발 앞으로 나서 마운비의 손을 잡으며 울먹였다.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서는 굵은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그만큼 격동한 것이리라! 

"흑흑! 내가 네 막내 이모란다... 언니 뭐해요? 우리 조카가 돌아왔다구요!! 봐요! 이 눈매하며 콧날, 어쩜! 고집세 보이는 입매무세까지.....어디 한번 이모가 안아보자!! "

사슴같은 눈망울의 마의여인은 마운비를 얼싸 안으며 오열했다. 

우웁! 이모님!! 

마운비는 마의여인이 돌연 자신을 끌어안자 젖무덤의 푸근한 감촉에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한법! 마운비는 곧 마의여인의 품속에서 고향에 돌아온듯한 평온함을 느꼈다. 

어디보자! 이름이 운비라고 했니! 호호호! 정말... 잘 생겼구나! 석년의 형부보다 더 헌앙한 걸!! 이모는 나운월이란다... 운영언니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지.... 

마운비의 시선이 마의여인의 다정다감한 말을 들으며 그녀의 뒤에 있는 적의 중년인과 흑의여인에게로 옮겨졌다. 그것을 느낀 나운월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소개했다. 

호호! 저기 흑의미인이 바로 네 첫째 이모란다... 겉으로는 저렇게 냉담한 척해도 속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분이야...언니! 정말 그렇게 장승처럼 서 있기만 할 거예요! 

순간 흑의여인의 두 눈에 당혹의 빛이 흘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눈앞의 이 소년... 자신의 조카가 되는 소년은 바로 불과 한 시진 전 십밀서원의 입구에서 자신의 가슴에 일장을 선사한 장본인이 아닌가! 

그 젖가슴의 붉은 색 장인이 아직도 선명한데다가 방금 전 욕실에서 그녀는 소년을 상대로 음란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얘가 정말! 조카를 혼자 독차지하고 있었으면서...이제야 이 언니에게 기회를 주는 거니? 후훗.. 정말 제부와 운영이를 너무 닮았구나! 이리 오거라!! 큰이모도 한번 안아보게..! 

나운월의 품에서 벗어난 마운비는 흑의여인의 말에 우물쭈물 거렸다. 사실 마운비는 지금 정신이 없었다. 누구라도 태어나서 처음 절세의 미인 두 명을 이모로 만난다면 정신이 없으리라! 

.......! 

두 여인의 마운비를 대하는 태도에 적포 중년인의 눈꼬리가 미미한 경련을 일으켰다. 

하하하! 십수 년만에 숙질이 대면하는 거라 그런지...이거 내가 낄 자리도 없구려..보기 좋습니다! 

"......!! ""……!"" "

적포 중년인의 말에 일순 두 여인의 눈빛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의여인이 그런 적포인을 마운비에게 소개시켰다. 

인사드려라! 이 분은 이모의 부군이 되는 뇌왕 적우붕이라는 분이시란다. 

‘뇌왕 적우붕……!’ 

마운비는 입 안으로 그 이름을 뇌까리며 적포인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이모부님, 조카 마운비가 인사드립니다.……! "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마운비의 모습에 두 여인은 살포시 아미를 찡그렸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자자... 여기서 밤을 샐게 아니라면... 이 큰이모 방으로 가자... 오늘 밤은 할 얘기가 너무 많을 것 같구나... 

돌연 나운벽이 마운비의 손을 잡아 끌며 십밀각을 나섰다. 

같이가요...언니!! 

나운월도 곧 나운벽과 마운비의 뒤를 따라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 

사라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뇌왕 적우붕의 두 눈이 음침하게 번뜩였다. 

‘이거 봐라! 다 된밥에 재를 뿌리는 놈이 나타났군! 더군다나 내 앞에서 이렇듯 본좌를 무시하다니...!!’ 

그는 음침하게 입술 끝을 실룩거렸다. 

‘실수한 것이다! 나운벽! 나운월! 네년들은 지금 최후를 재촉하고 있다!’ 

이어 그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십밀각을 벗어났다. 

‘나운벽! 전 같았으면 네년의 공력을 두려워했겠지만 네년이 주술에 걸려든 이상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 흐흐흐! 음부가 근질거려 몸이 베베 꼬이는 년이 고상한 척 하는 꼴이라니..’ 

츠읏! 

그의 두 눈이 아주 잔혹하게 번뜩였다. 

‘나운벽! 나운월! 가능하면……죽이지 않고 본좌의 정액받이나 만들려고 했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본 가문의 복수를 위해……

네년들은 조카과 함께 가장 치욕스럽게 죽어 주어야만 한다! 후후훗……! 조카를 그리 귀여워하니... 본좌에게 감사할지도 모르겠는걸!!’ 

‘이제 그 암컷을 족쳐서 십이수사만 불러들이면 계획의 대부분은 완성되겠군! 십이수사! 그대들에게 죽기 전에 멋진 구경을 시켜주지! 흐흐흐흐!!’ 

뇌왕 적우붕은 소리 없이 음험하게 웃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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