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20)

일곱시.

선생님과 부모님의 약속시간이다. 약속장소는 유명 모 메이커 호텔 레스토랑.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얼굴한번 보는데 여기서 보는지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했더니 아버지께선 직원 DC때문에 왔다하니 막상 할말이 없다.

누나는 혼자만 쏙 빼놓고 어딜가냐 투덜거렸지만 어쩔 수 있나.

약속시간은 일곱시였지만 도착하니 여섯시 오십분. 자리를 잡고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일곱시쯤 되자 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이 벨소리를 울려댔다.

"어디에요?"

[나 지금 레스토랑 입구인데, 너무 떨려서 못들어가겠어. 좀 나올래?]

"잠시만 기다려요."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 입구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입구앞에서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의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와 선생님, 엄청 예뻐요."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

아니, 장난이 아니라 진짜 예쁜데. 여태껏 본 모습중에 가장 예쁘다.

"내가 준비하느라고 샵에도 갔다왔어. 머리하는데만 얼마나 걸린줄 알아?"

"아하하, 고맙습니다 선생님, 제 눈호강 시켜주시려고 얼마나 시간할애 하신겁니까."

긴장을 풀어줄겸 말을 장난을 걸었지만 효과는 별로 없어보였다.

"진짜 나 괜찮아?"

두말하면 잔소리.

"예쁘다니까요. 진짜로."

"아, 긴장되서 미칠것같아. 부모님 엄하신 분들이야? 보통 그런 집안 어른들 보면 되게 까다롭잖아."

아뇨, 한없이 가벼워서 탈입니다.

"그런분들 아니에요. 보면 허탈할걸요? 아버지는 애초에 엄격한 집안에서 태어나신것도 아니고 어머니는 누나성격이랑 비슷해요."

"정말?"

"네. 그뤄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가요 얼른.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게 실례겠다."

선생님과 함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니 주위에 시선이 파바박 하고 꽂힌다. 뭔가 아우라가 있어보이는 여성을 옆에 끼고있으니 약간 부담스럽긴 해.

부모님앞에 자리를 하니 그제서야 시선이 돌아갔다. 자리에 앉은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남 수림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인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인하엄마에요."

좋아, 여기까진 괜찮아.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 그래도 되겠니?"

"네 어머님."

"어머님이라..."

엄마가 들으라는듯 중얼거리자 선생님이 바짝 긴장한듯 몸을 살짝 떨었다.

"듣기는 괜찮네."

이제와서 깐깐한 척이야. 어울리지도 않는구만.

"아, 네 아버지 이름이 어떻게 되니?"

"아, 남 정자 욱자 되세요."

"아, 그 오빠 딸이구나?"

그 집안 며느리가 될뻔한 사람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애초에 워낙 가깝게 지냈던 집안이였기도 하고.

"네 돌잔치 사진보면 나 있을걸? 그 때가 고등학생때였나.. 중학생때였나. 그랬을텐데."

"아, 정말요? 집에가서 한번 찾아볼게요."

"얘, 그걸 어떻게 찾니. 지금 이렇게 늙었는데."

"아녜요. 젊어보이시는데요. 처음에 깜짝 놀랬어요. 너무 젊어보이셔서."

"어머, 그러니?"

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들어올 때 깐깐한 재벌집 드라마 컨셉이라도 잡으신 모양이야?

혹시나 싶어서 보이지 않게 문자를 보내봤다.

[혹시 나올 때 컨셉잡고 나오셨어요?]

칼같이 답장이 날아왔다.

[티났냐?]

네. 아주 많이요.

정말, 젊게 사시는 분들이라니까.

식사는 생각보다 조금 더 편한 분위기로 유지되었다. 부모님, 아니 엄마는 확실히 선생님이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학교에서 미술 가르친다고?"

당연하게도 직업얘기가 흘러나왔고 그 때문에 선생님은 바짝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학교에서 근무하는지 물어도 되겠니?"

"아...그게..."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갈피를 못잡는듯 보여서 내가 나섰다. 어차피 이런건 숨길 수 있는일도 아니고 선생님을 마음에 들어하는것 같으니까 좋은 아군이 되어줄 수 있겠지.

"누나랑 같은학교 근무하셔."

"정말? 그러면, 너랑도 같은 학교잖아. 우와, 이건 솔직히 좀 놀랐다."

묵묵히 고개를 썰던 아버지도 이번엔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철멘탈이라 자부하던 부모님도 꽤나 놀란 모양이다.

"그근 그렇고, 네 누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르지."

알면 큰일이지. 나 죽는건 고사하고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하하하.. 이거 재미있네? 그럼 몰래 만나고 있는거야?"

"그렇게 되네."

"드라마네 드라마야. 이거 잘만하면 사랑과 전쟁 대본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무서운 소리를 태연하게 말한대? 집안 뒤집어질일 있어? 그리고 사랑과 전쟁? 진작에 뛰어넘었다.

"죄송합니다."

남수림 선생님은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할일은 아니지. 상황이 이런데. 알아서들 해."

본인일이라고 너무 속 편하신거 아닙니까?

"인하 학교생활은 어때?"

잠깐만, 여기서 그 소리가 왜나와?

"여기서 무슨 소릴 하는거야."

"가만히좀 있어봐. 어차피 너희 누나한데 네 학교생활 물어볼려고 했거든?"

이제와서 자식한데 관심있는 척 하기는. 그런거 전화 한통화면 되는거 여태껏 한번이라도 해봤대?

"잘 지내요.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고. 여학생들한데 인기도 많고."

"여학생들한데 인기많아?"

"네. 여자친구도 있는데요."

아니, 선생님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왜 하세요.

"여자친구? 이렇게 이쁜 약혼녀 나두고?"

"...."

입이있되 무슨말이 있으리오. 그저 목만 타들어 가기에 물만 들이켰다.

"참.... 누구 닮았다. 그치? 차이점이라면 약혼녀와 아내의 차이?"

죄송합니다 아버지. 저 때문에 불똥이 튀었네요.

"난 그래도 바람은 핀적없어. 적당히 다 돌려 보냈지."

"참나. 그걸 누가 믿어요? 호텔방에 들어갔다는거 봤다는 사람이 얼만데."

잠깐만요, 두분?

"안에서 아무일 없었어. 걔들이 멋대로 찾아온것 뿐이고."

몰랐는데 머나먼 외국에서도 썩 순탄한 결혼생활을 보낸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하긴, 아버지가 좀 인기 많으셨어?

"부부싸움은 저희 없을때 하셔야죠."

"아, 그렇네. 하하. 미안해."

"아녜요."

선생님도 아니라고 대답하고 있지만 당황한듯 보였다. 세상에, 이런 자리에서 바람이니 뭐니 부부싸움이라니.

"근데, 수림이 넌 아무렇지도 않니?"

"네? 뭐가요?"

"인하랑 결혼하는거. 너무 어리잖아? 열살차인데. 게다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자라면서? 남자로 보이긴 해?"

"...."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한거라서. 둘이서 좋아서 만난것도 아니고, 정략결혼인데 이게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정략결혼 의미가 생기는데 우리가 보기엔 아무래도 인하가 약자로 보이지않나. 싶어서."

"그건..."

선생님의 대답을 끊으며 엄마는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부모된 입장이지만 인하가 주도권을 잡고. 이런걸 바라지는 않아. 하지만 끌려가는건 더 바라지도 않지. 제일 처음에 대충 몇살이고, 어떤사람이다. 정도 들었을 때 과연 이래도 되는건가 싶더라고. 인하가 열살이나 어린데다가 고등학생. 그런데 그 상대는 고등학교 교사. 아무리 생각해도 인하가 힘들어 할것같아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있던 선생님이 후우,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서 하시고자는 말씀 뭔지 알아요. 인하. 아직 어려요. 제 학교에서 가리치는 애들 전부 인하 또래지만, 인하는 달라요. 가끔씩 애같이 굴긴 하지만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그리고, 비록 양가 어른들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지만.. 저, 인하 좋아해요. 남자로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는 걱정안하셔도 되요."

"정말이니?"

"네."

"인하 사랑하니?"

"네."

솔직히,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살짝 감동받았다. 엄마도 약간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렇게 적극적으로 말할줄은 나도 몰랐는데. 부모님들은 오죽할까.

"그럼, 믿어도 될까?"

"네."

힘차게 대답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뭐랄까. 왠지 모르게 아드님을 제게 주십시요!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믿을께. 그리고 잘 부탁해. 아직 인하... 부족한거도 많으니까. 아 그리고, 인하 여자친구는 뭐야?"

"아.. 그건, 제가 허락한거에요. 저랑 결혼하기전에 연애는 해보라고..."

선생님의 대답을 들은 엄마는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

"그런다고 덜컥 사귀니?"

"아하하..."

멋쩍게 웃음을 흘리면서 대답을 피했다. 거기에 대해선 정말 할말이 없거든. 아직도 죄책감이 든다. 선생님한데서도, 서희에게도.

"아녜요. 정말 제가 원해서..."

"정말? 후회는 안하고?"

"그...."

대답하지 못하는 선생님을 보며, 내가 참 못된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일놈이지.

"누굴 닮아서 그런건지 참."

"크음."

불편한듯한 아버지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꼈지만 자기 업보인걸 어쩌겠나. 그러길래 잘좀하지 그러셨어요.

"부부싸움은 집에 가서 하시라니까요. 식사도 거의 다 하셨겠다. 보고싶은 얼굴도 봤겠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이 자리가 편할리가 있나.

"그러자 그럼. 너희들끼리 시간도 좀 보내야지. 그렇지 않니 인하야?"

마치 다 알고 있다는듯한 말투에 기분이 나빠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끝마치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며 엄마에게 물었다.

"집으로 갈거야?"

"글쎄. 너희들 먼저 가."

"그럼 먼저갈게."

"그럼 가볼께요 어머님."

"응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인사를 끝으로 부모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 쯤에, 선생님은 그 자리에 쪼그려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괜찮아요?"

부축해주며 묻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머 대답했다.

"웃으면서 말씀하시는데 무슨 질문이 그렇게 날카로운지..."

하긴, 내가 봐도 곤란한 질문을 몇개씩 던지곤 했지.

"집으로 가실래요? 택시잡아 드려요?"

내가 묻자 선생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같이 있고싶은걸."

오해의 소지가 가득한 발언에 순간 기분이 야릇해지면서 발칙한 상상을 하게됐다.

"....그거 제가 생각하는 의도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글쎄."

슬쩍 미소를 짓는데 그렇게 아찔할수가 없다. 이거 그거 맞지? 맞는거지?

"여기 호텔입니다?"

"알아서 해."

"....."

과감하게 질러버렸다. 마음같아서는 대실이라도 하고싶지만 특1급호텔에 그런게 있을리가 있나. 속은 쓰리지만 선생님과 나를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을 하니 후회는 들지 않았다.

"먼저 씻는다?"

"네. 그러세요."

선생님은 먼저 샤워한다면서 들어가버렸고 나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켰다. 단체카톡방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니 십분정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언제 나오시려나. 아직까지 물소리가 계속 들리는것같은데.

핸드폰을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진동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했는데 과연 이 전화를 받아야할까. 고민됐지만 길지않았다.

"응. 서희야."

-전화 바로받네?

"아, 핸드폰 만지고 있었거든."

통화를 이어가며 발코니로 나왔다. 아직 제법 쌀쌀한 바람이였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어디야?

"밖이야. 부모님이랑 식사하러 나왔어."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부모님?

"아, 오늘 잠시 돌아오셨거든."

-아, 그렇구나. 내가 뭐 방해되거나 그런건 아니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채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스읍, 담배가 폐부를 휩쓸며 가슴을 자극했다.

"그럴리가."

대답을 하는데 유리벽 넘어로 툭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하얀 가운을 입은 선생님이 뿔난표정을 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차.."

-왜? 무슨일 있어?

재빨리 담배를 끄며 대답했다.

"아니. 아무일도 아니야."

-전화받기 곤란해?

서희가 묻자 뭐라 확실히 대답할 수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계속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유리넘어로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을 보자니 그것도 곤란했다.

"아... 그런건 아닌데..."

-미안, 바쁜것같은데. 그냥 목소리 듣고싶어서 전화했어. 미안해.

"아냐 그런거.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내가 미안해."

서희가 풀죽은 목소리로 '미안해. 끊을게. 가족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 라고 인사를 건내자 지독한 자기혐오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통화를 끊내고 문을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선생님이 인상을 쓰며 나를 꼬집었다.

"내가 담배피지 말라고 했지?"

"죄송해요."

힘없이 대답을 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평소와 다른 반응 때문인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짓던 선생님이 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물었다.

"서희야?"

"알고계시잖아요."

내 대답에 선생님이 멋쩍게 웃었다.

"히힛, 들켰네. 그런데 왜? 무슨일 있대?"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선생님의 목소리였지만, 그럴수록 자기혐오는 점점 커져갔다.

"서희가 미안하대요. 전화받기 곤란할 때 전화해서."

"...."

"괜찮다고. 곤란하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었는데... 유리 넘어로 보이는 선생님을 보니까,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뒤에서 선생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나한데 미안해할 필요없어."

"아니요. 엄마가 물었죠? 후회하냐고. 그 때 선생님은 아무런 대답 못하셨어요. 애초에 선생님의 말대로 시작하면 안되는 관계였어요. 제 욕심때문에, 선생님이, 서희가 상처를 받고 있잖아요. 제 욕심때문에 선생님이, 서희가 상처받는게 너무 힘들어요.

선생님은 소리없이 웃으며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내 머리를 스윽하고 쓰다듬었다. 내가 의문을 담은 눈빛을 지어보이자 선생님이 미소띤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착하네. 우리인하. 어떡하니 이렇게 착해빠져서."

그러더니 내 입술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예상치도 못한 행동에 얼어붙은 나는 그것을 받아줄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선생님을 쳐다봤다. 내 무반응에 선생님이 입술을 떼며 물었다.

"왜? 싫어?"

"아니 그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내 대답이 웃겼는지 선생님이 피식 하고 웃었다.

"바보같아.."

"하..하하..."

뭐라 할말이 없어서 웃고만 있는데 다시한번 더 선생님의 입술감촉이 느껴졌다. 혀와 혀가 섞이고 선생님의 손이 내 옷속을 파고들었다.

"네가 힘들어하면, 나도 힘들어. 그러니까... 힘들어하지마. 서희는 잊어. 지금은 나랑 있잖아? 그러니까 나만생각해줘. 응?"

"...네."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씩 하고 미소짓더니 다시한번 입술을 맞췄다. 혀와혀가 얽히고 서로의 몸을 어루어만진다.

하얀가운을 툭 하고 벗어내린 선생님의 나신을 쓰다듬으며 허리를 감싸안았다.

"저 아직 안씻었는데..."

"괜찮아. 그보다 빨리. 응?"

고개를 끄덕인 나는 옷을 벗어던졌다. 알몸이 되기 무섭게 선생님이 덤벼왔고 나는 선생님의 체온을 느끼며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인하야, 너무 밝아."

"불 끌까요?"

내 말에 선생님은 약간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네 얼굴 보면서 하고싶어."

애교아닌 애교에 피식 웃으며 선생님의 가슴을 베어물었다. 가볍게 혀로 자극을 하며 다른한쪽 젖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으음..."

바로 반응이 오는지 옅은 신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잠깐만 인하야."

선생님은 자세를 고친 후 허리를 숙이고 내 물건을 베어물었다. 뜨겁고도 촉촉한 느낌. 선생님의 혀가 물건의 끝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쯉;..쯔읍..

열심히 고개를 움직이며 펠라치오를 해주는 선생님에게 보답을 해주고자 나는 손을뻗어 검은 숲을 갈랐다.

빨리 몸이 달아오르는 선생님은 이미 축축할대로 축축해져 있었다. 흥분한 듯 고개를 빼꼼히 내밀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자극하니 선생님이 깜작놀란듯 몸을 떨었지만 이내 내 손에 몸을 맡겼다.

"으응...음..."

자지를 입에 문 채 신음소리를 삼키던 선생님도 손가락이 삽입되자 참기 어려운지 간혈적인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얼마 손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물기가득찬 소리가 들려왔다. 좀 더 속도를 올리자 선생님도 참기 어려운 듯 내 자지를 뱉어냈다.

"흑.. 그만.. 그만.."

손놀림을 멈추고 선생님을 쳐다봤다.

왜 멈추라는거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던 선생님이 내 젖꼭지를 살짝 꼬집으며 나를 쏘아봤다.

"너,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것같아. 그.. 여자친구랑 자주 자고 그래?"

잠깐만, 이건 무슨 오해래?

"아니, 선생님. 저, 아직 그만큼 진도 안나갔는데요...."

세상에 이런 오해를 받을줄이야. 물론 거의 맨날 누나랑 하다싶이 하는게 그짓인지라 실력이 안늘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겠지.

이런 오해를 받는건 극구사절이다.

"수상해."

의심가득한 눈초리를 차마 견뎌내진 못하겠다. 서희랑 몸한번 섞은적 없는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죄 진게 있긴 있는지라.

애써 미소를 띄우며 선생님을 이끌었다.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하는대로 내버려 운다지만 사실 선생님도 잔뜩 흥분해있다는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선생님을 눕히게 하고 아래로 내려온 나는 선생님의 다리사이로 들어가 삽입을 준비한다. 허리를 살짝 들며 삽입을 유도하는 능숙한 움직임. 이런 행동도 나와 계속 살을 섞다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일 뿐이다.

"아학.. 인하야."

삽입을 끝마치니 선생님이 애처롭게 내 이름을 불러왔다.

선생님 허리를 움켜쥐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허리 율동에 맞춰서 선생님도 몸을 비틀거리며 내 움직임에 호응해왔다.

"하아...흐윽..좋아... 좀 더.. 응..."

허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른한손은 선생님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밝은 조명에 완전히 들어난 선생님의 얼굴은 흥분에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학...선생님... 표정 너무 야해요."

내 말이 자극이 됐는지 한층 더 조임이 강력해지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창피한지 얼굴로 손을 가렸다.

"가리지마요. 선생님 얼굴 보고싶어요."

억지로 얼굴을 가린 손을 떼내니 선생님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신음소리를 삼키는듯한 표정이 들어났다.

"너..흐윽! 놀리지마. 혼나..그럼.."

"후우.... 선생님, 침대위에서도 권위 세우시게요?"

선생님이 손을 뻗어왔고 나는 재빨리 젖꼭지를 손으로 가렸다.

"두번은 안당합니다."

내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실실 웃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마주 웃었다.

잠시 숨좀 돌리고 체위도 바꿀겸 물건을 빼냈다.

"선생님 엎드려보세요."

선생님은 내 말에 군말없이 몸을 엎드렸다. 뒤에서 선생님을 내려다 보자 발달된 골반은 나로 하여금 시각적 흥분을 자극시켰다.

빳빳히 고개를 세운 자지를 보지에다가 슬슬 문지르다가 자지를 밀어넣었다. 허리를 움켜쥔 나는 숨을 고르며 허리를 움직였다.

착착착!

찌걱찌걱!

"흑..흐윽..."

살과 살이 마찰하는소리, 물기어린 소리가 뒤섞여 음란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선생님은 고개를 침대에 묻은 채 억눌린 신음소리를 냈다.

분명히 아까전만해도 따뜻하다고 느낄 수준이였는데 지금은 땀이 주르륵 세어나왔다. 뜨겁다. 공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내 땀방울이 선생님의 허리위로 툭툭 떨어져내렸다.

"아!...아앙!....아..."

한순간 터져나온 신음소리가 방안을 크게 울렸다. 그 기세를 몰아 절정까지 오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허리를 움직였다.

선생님의 동체가 흔들리고 젖가슴이 출렁였다. 숨이 차오르고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다.

"헉...헉... 선생님 저 갈것같아요..."

"안에..안에..."

선생님도 숨이 차오르는듯 헐떡이는 목소리로 반응해왔다.

"흐윽!"

일순간 선생님의 조임이 내 물건을 강하게 조여왔고 그 순간 사정감을 참지못하고 쾌락에 몸을 맡겼다.

"하아..하아..."

거친숨을 내몰아쉬며 죽어버린 물건을 빼냈다. 내 정액과 선생님의 애액으로 지저분해져 있는 물건을 대충 휴지로 닦아내고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들었다.

벌컥벌컥 정신없이 들이킨 뒤 숨을 고르며 선생님께 물을 건냈고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선생님은 물을 받아들더니 나와 별반 다를것 없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후우... 아.. 엄청 덥다. 그치?"

지쳤지만 생기있는 목소리가 왠지모르게 허탈함을 불러왔다.

나는 지금 죽을맛인데. 하하....

선생님은 곧장 샤워한다면서 욕실로 들어가버렸고 나는 침대위에 걸터앉아서 담배에 물을 붙혔다.

담배를 깊숙히 빨아들이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 사이에 누나가 전화를 한듯 부재중전화에 누나번호가 찍혀있다.

후우, 담배연기를 길게 뱉어내며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누나. 전화했네?"

[언제와? 나, 나 집에 혼자있는거 엄청 외로운데.]

"나 곧 갈것같은데. 엄마랑 아버지 아직 도착 안했어?"

곧장 집으로 들어가실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아직안왔는데? 같이있는거 아니였어?]

"아, 나는 따로 일있어서 나왔거든. 나도 곧 들어갈게. 응, 기다리지말고 먼저 자. 응. 그래. 끊을게."

전화를 끊고 담배를 강하게 빨아당겼다.

담배를 다 태운후에 침대안에 들어가 몸을 뉘였다.

아, 나른하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져들것같다.

슥 스윽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남수림은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왔다. 욕실을 나오자 그 사이에 담배를 피운건지 담배향이 코를 찔렀다.

뭐라고 쏘아줄 요량으로 침대위의 그에게 다가갔지만 이내 고른 숨소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개방한 뒤 침대위에 걸터앉아 그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그냥 외박하고 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포기를 하고 손을 뻗었다.

스윽 스윽

애정섞인 손길로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남수림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나, 더러운 여자라고 해서 버리지 않을거지? 이해 해줄 수 있지? 잠깐만이야."

그렇게 한참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혹시 헤어드라이기 소리에 그가 깨지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생각보다 잠이 깊었던 모양이다.

머리가 길다보니 말리는데만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대충 얕은 화장으로 치장한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속옷을 주워입었다.

옷가지를 챙겨입은 그녀는,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무려 열여섯통이다. 소름이 끼쳐오르는것을 느꼈지만 그녀는 가슴을 진정시켰지만 손이 떨리는건 어쩔 수 없었다.

지이잉! 지이잉!

또 그의 전화인가 싶었지만 이번에 울리던 전화는 이인하의 것이였다. 호기심에 핸드폰을 집어드니 발신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백은별

예상외의 이름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선후배 가림없이 친하게 지내는 그를 떠올리니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속 깊이드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다.

1학년 중에 미모가 발군이라는 그녀. 벌써부터 교직원들 귀에 그녀의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양이였다.

확실히 자신이 보기에도 매력은 있어보였다. 평소에 차가워보이는 인상이긴 했지만 그건 그녀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계속해서 울려대던 진동이 멎었다. 남수림은 핸드폰이 있던 위치에 그대로 올려놓은 뒤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놀란 그녀는 이인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인하야. 일어나야지."

"으아...."

앓은소리를 내던 이인하는 눈을 뜨더니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던 이인하는 이내 남수림의 모습을 보더니 놀란듯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완전 골아떨어졌네요."

이인하는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기엔 시간이 너무 흐른 탓에 빨리 옷만 갈아입고 귀가할 생각이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걱정만이 멤돌고 있었다.

아, 누나가 기다릴텐데.

이씨남매 부부가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결혼한지 25년이 지난 둘이지만 아직까지 뜨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따져볼거 따져보자는 겸 호텔방 하나를 잡고 언성을 높혀갔지만 얼마안가 야릇한 분위기에 휩쓸려 한차례 뜨거운 열락에 몸을 내맡기게 되었다.

거사를 끝마치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부부는 한쌍의 커플을 발견하게 됐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바짝 붙은 선남선녀. 근데 뒷태가 지극히 익숙했다.

"저거 인하랑 수림이 아냐?"

"그런것같네."

"저것들이 발랑 까져가지고."

"내버려 둬. 자기들이 좋다는데."

"하긴, 보기는 좋네. 참, 우리 아버지도 신부는 잘 고른것같아. 그치?"

그녀의 말에 남자는 피식 하고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