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20)

아침에 하는 섹스, 일명 모닝섹스는 어떤 느낌일까. 하고 궁금했었다.

근데 내가 그걸 해볼줄이야... 이인하 다컸다! 장하다 장해!

선생님 집에 들어간 나는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분위기가 야릇해 져서 그대로 덮쳐버렸다. 무리수가 아니였을까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곧장 받아주셨다. 한차례 일을 치루고 난 뒤에 꺼낸 말씀이.

'우리 속 궁합 잘맞는것 같아. 이번에도 갔어. 그 남자랑은 잘 안맞았는데. 혼자 싸버리고 말이야.'

하하... 유치한 우월감과 동시에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집문앞에 있다.

도어락 풀고 집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누나가 토끼눈을 한 채 쇼파에 인형을 껴안고 자고있다.

tv도 켜놨네?

"왔어?"

허,헉.. 자고 있던게 아니였나.

누나가 눈을 뜨더니 나를향해 다가오더니 내 품에 안긴다.

"안잤어?"

"새벽에 잠시 잠들었다가... 기다리고 있었어. 외박했네?"

"으,응... 미안."

옛날의 누나같았으면 나에게 오만가지 욕설을 퍼부었겠지만, 지금의 누나는 그럴생각이 없어보였다.

"왜 늦었어?"

"외할아버지 시키신 일이 있어서.."

"그래... 왠 옷이야?"

"사주셨어. 외할아버지가."

"그렇구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빠져있다. 그만큼 피곤한가? 얼굴을 쳐다볼 면목조차 없다.

"그래.. 피곤할텐데 가서 쉬어."

"응."

대답을 한 나는 내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나가 날 불러세웠다.

"인하야."

"응?"

고개를 돌리니 누나의 울것만 같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네가 다른 여잘 만나도... 괜찮을것만 같았어."

무,뭐지? 어떻게 아는거지?

"근데.. 막상 다른여자 냄새 묻히고 들어오니까.. 누나 되게 힘들다...."

"그게..."

뭐라 변명을 해야하는데... 막상 입이 잘 떨어지질 않았다.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지금 말을 더 꺼내봤자 누나에게 상처만 될것만 같았다.

"쉬어. 나도 좀 쉴게."

그 말을 남기고 누나는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내 방으로 들어온 나는 침대위에 몸을 묻었다.

누나가 걱정되서 샤워할 생각도 하지않고 바로 달려왔는데.... 이런꼴이라니... 내 자신이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하아..."

"뭐 입고가지? 응?"

있는 호들갑은 다 떨고있는 누나. 오늘 첫 출근인데 무슨옷을 입어야 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에 반해 나는 태연하게 식사중이다. 원래대로라면 교사와 학생의 등교시간은 비슷할테지만 누나는 첫출근이라며 일찍 들어가야 한다며 나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밥도안먹고 저러고 있다.

"그냥 대충 입고 가."

"안돼! 첫출근이란 말야!"

누나가 잠깐 고민하더니 내게 묻는다.

"정장 입고가는건 어때?"

"첫출근 이라도 정장은 좀 아닌것 같은데."

누나가 근무하게 될 학교가 어딘지는 모르겠다만 최소한 우리학교 기준에서는 그렇다.

입용고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끝나고 몇일 뒤에 우리학교 근처에 있는 남고로 발령받았다고 말해주더라. 사내놈들 득시글 거리는 곳에 보내려니까 좀 그렇긴 그러네. 차라리 여고로 발령났으면 좋았을텐데.

옷장에서 자켓 두벌을 꺼내오더니 차례대로 몸애 대보며 물었다.

"이게 예뻐 이게 예뻐?"

"...난 두번째꺼."

"그럼 이걸로 해야겠다."

그러면서 자기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옆에서 호들갑 떠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쉽게 식사에 집중하고 다 먹어갈 무렵 누나가 방에서 사뿐하게 걸어나왔다.

"어때?"

검은색 원피스에 검정스타킹. 그 위에 하얀 자켓을 걸쳐입었다. 일단 몸매부터 범상치 않은데다가 외모까지 받쳐준다.

참... 누가 누나한데 배울지는 모르겠는데 좋아죽겠네 아주.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굿!"

"예뻐?"

"누구 누난지 참 예쁘다. 뉘가 대려갈려나."

내 칭찬에 누나가 베시시 웃었다.

"네가 대려가야지!"

"하여간..."

시도때도 없이 애교를 부린다니까. 뭐.... 나는 좋기만 하다.

"밥 진짜 안먹고 갈거야? 배고플텐데."

"괜찮아. 출근길에 편의점에 가서 대충 사먹으면 되니까."

마지막으로 거울에 다가 얼굴을 대보며 화장 고칠데가 없는지 확인을 마친 누나가 준비를 다 끝마쳤는지 백을 어깨에 걸쳤다.

"나 먼저 나갈께."

"잘 다녀와."

누나가 집을 나가니 급속도로 집이 조용해진다. 아침도 다 먹었고.... 읏차... 나도 이제 슬슬 속도내서 준비해볼까.

욕실에 들어간 나는 깔끔하게 샤워를 마쳤다. 속옷까지 깔끔하게 갈아입은 뒤 교복을 갈아입은 뒤 칫솟을 물고 머리를 말렸다.

이렇게 학교 준비하는것도 꽤나 오랜만이네.

이번 2월달 동안 내 삶에서 감당하기 힘든일들이 연달아 터져나왔는데 몇달이 흐른것만같은 느낌이다.

제일 큰 일을 꼽으라면, 누나와의 관계일것이다.

지금 되게 에매하게 변해버린 관계는, 남매관계라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연인관게라기도 뭐하다. 애매하게도 그 가운데 정도의 관계라고 해야할까.

참 나도 어지간한게 그 날 이후로 성관계는 피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누나가 작정하고 덤벼드니 거부할 수 없었다.

나도 어지간히 속물인가 보다.

어제도 자고있는데 내 방에 들어와 침대위로 파고들면서 유혹하는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다음날 못일어 나면 어떡하려고? 나야 늦게가도 뭐라할 사람도 없는데 누나는 그게 아니잖아?

겨우겨우 이유를 대며 합리적으로 설득하니 그냥 안고 자겠다며 방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않길래 그냥 같이자기만 하자며 합의를 봤다. 참 내 품에 누가 안겨있다는 것이 그렇게 포근한지 처음 알았다. 껴안고 자니 순식간에 잠에 빠지더라.

머리가 꽤 길다보니 말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좀 정리할때가 된것같기도 하다.

방에 한동안 걸치지도 않았던 백팩 가방을 들춰맸다. 참, 학생인데 가방에 든게 없구나.

텅텅 빈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왠지 모르게 학교가는 길이 즐겁고 설레기만 하다.

널널하게 15분 정도 거리의 학교.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하는데 근처 학교들의 교복도 보이고 우리학교 교복들도 보인다.

학교에 들어서니 역시나 우리학교에서 악명 제일 높다던 이문학 선생님. 일명 '선비'다. 왜 선비냐 함은...

"이리오너라~"

이거다. 애들을 조질 때 레퍼토리가 딱 양반이라 그렇다. 방금 도 여학생 하나가 잡혀들어갔다. 쯧쯧, 치마 길이가 저게 뭐냐. 저래서는 엎드리지도 못할텐데.

선비 이문학 선생님의 레이더망을 피해 교실인 2학년 3반으로 입성했다. 교실은 왁자지껄 그야말로 수라장이다.

"인하 왔냐?"

"어 지웅이. 너 이반이였냐?"

"그래 임마."

1학년 때 다른반이였지만 노는 친구들도 비슷하고 해서 알게되었고 친해진 녀석이다.

"야. 내가 오늘 학교 일찍 들어왔는데 존나 예쁜 여자 만났다?"

"누군데?"

"몰라? 이번에 온 교사같던데? 와... 씨발 존나 예뻐. 남수림 싸닥선 날리는 비쥬얼."

그정도야? 그럼 완전 연예인 급이잖아?

"야. 남수림 선생님 보다 예쁜 교사가 어딨냐. 이세상에 없어."

암 그렇고 말고. 그만한 비쥬얼을 가졌는데 교직생활 하는건 남수림 밖에 없을거다.

"내가 여자보는 눈은 너보다도 더 정확해 임마."

확실히... 그건 인정하는 바이다. 여자 점수 메기는데는 이 녀석이야 말로 프로중의 프로다.

"와... 시발 담임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시간에만 들어왔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정도로 얘기하니까 나도 보고싶네. 아니야. 그래도 내겐 남수림 선생님이 있잖아.

그 뒤로 속속히 도착한 진용. 그리고 태진. 이렇게 네명에서 교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참 얘네들과 함께 일년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리고 눈에 띄는점은.

"맞다. 너 요새 서희랑 잘되가냐?"

내 옆자리에 있는 진용이 한곳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있는 여학생들 무리로 시선을 두며 물었다.

"그냥... 별 진전은 없고 카톡은 하는데..."

"하.. 배부른 새끼네. 누군 서희랑 연락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나 같으면 바로 작업들어가서 고백한 뒤에 쎄쎄쎄 하겠다."

쎄쎄쎄는 무슨... 유치원생이냐?

역시나 서희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증거로 지금 저기 서희자리를 중심으로 여자애들이 모여있지 않은가. 서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서희가 힐끔 날 쳐다보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얽혔다.

아는체는 해줘야 겠지?

작게 손을 들어 흔덜우주니 서희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만인의 연인답게 미소가 내 가슴에 불을 지른다.

1교시와 2교시는 교직원들 회의를 비롯해서 이런저런 업무때문에 교사들은 코빼기 하나 보이질 않았다.

3교시가 시작하고 나서야 나타난 담임선생님. 작년 1학년 때 우리학년 국어를 담당했던 백진수 선생님이다. 남수림 선생님은 안바래도 한정민 선생님이나 박연정 선생님을 바랬는데... 30대 아저씨가 걸려버렸다.

"자자.... 올해 잘 부탁한다. 제발 사고치지 말고 무사히 3학년 까지 올라가자. 응?"

"예~"

"자... 그럼 첫날이니까 자리부터 배정해야지?"

"이대로 앉으면 안되요?"

여학생 하나가 작게 항의하지만 씨알도 안먹힌다.

"안돼. 지들 맘대로 앉게하면 교실 시끄러워져."

그러면서 종이를 꺼내 가위로 오린 뒤 번호를 쓰기 시작했다. 2학년 3반 총원 33명 여자 18에 남자 15이다. 확실히 문과엔 여자 비율이 좀 더 높다.

1번부터 33번까지 다 적은 뒤 그것을 반으로 접는다. 그리고 칠판위에 자리배치도를 그린뒤 그 위에 1번부터 33번까지 숫자를 쓴다.

"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뒤로 번호대로 줄서. 1번부터 나와서 뽑는다. 1번 나와."

그렇게 시작된 제비뽑기. 1번이 제비를 뽑고 그 번호를 펼친다. 번호가 나오면 자리배치도에 그 번호를 지우고 그 위에 이름을 적는다.

그렇게 시작해서 내 차례가 돌아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제비를 뽑는다.

"이인하 14번이요."

14번 자리에 내 이름이 적힌다. 그리고는 14번 자리에 앉는다.

내 짝은 누가될까? 사내놈들도 좋지만 서희였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런데.

"...."

"이야... 둘이 잘 어울리는구먼."

"그러게 선남선녀네 아주."

옆분단에 있는 두 사내놈들이 깐족거린다. 니들, 좀있다 보자꾸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착한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신께선 내 소원을 들어주셨다.

"짝이네?"

서희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그러네."

"이거 한학기 동안 가는거지?"

"아마도 그럴걸?"

보통 한자리를 1년 내내 앉지는 않을테니.

"그럼 한학기 동안 잘 부탁해."

"응. 나도 잘 부탁해."

아아, 이 얼마나 건전한 관계란 말인가? 말보다는 몸이 앞서는 우리집 이 여사님과, 첫날부터 끝까지 가보자던 남 여사님과는 다른 그야말로 퓨어하기 이를 데 없는 관계.

쓸데없는 걸로 감동을 받고있을 무렵 담임선생님이 교탁위를 타탕 치더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4교시 부터는 정상적으로 수업진행되니까 그렇게 알고들 있고. 실장선거는 다음주 학급시간에 하는걸로 하자. 그럼 임시실장은 누가 맡을까? 음... 서희가 좋겠다. 서희야 괜찮지?"

교내에서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이쁨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학교생활을 잘했던 서희였기에 이런일에도 가장 먼저 언급이 되는듯 했다.

"네."

"그럼 서희야, 일주일 동안 수고좀 해라. 자. 실장 인사."

그렇게 담임인 백진수 선생님이 교실을 떠나갔다. 4교시 시간표를 보니 수학시간이다. 4교시 종이 치고 자리에 앉아서 어떤 수학선생님이 올지 기다리고 있는데...

우와아아아악!

바깥에서 사내놈들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모두들 의아해 한다. 1반쪽에서 나는 소리인가?

우와아아악!

이번엔 옆반인 2반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환호성과 비명소리가 뒤섞인 이상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무슨일이래? 단체로 왜이래?

"와아아아악!"

이번에는 우리반이다. 왠 여선생이 우리교실 뒷문을 지나치자 여선생의 얼굴을 본 사내놈들이 지랄발광을 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여선생이 앞문에 섰을 때 비명은 절정에 달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저 여자가 왜 여기있는거야?

그 여선생은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교탁앞에 섰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있는 서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체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그저세야 조금 진정이 된듯 소란이 사그라 들었다. 그래도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정신이 없어서 무슨 소린지 정확히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탁! 탁탁탁!

그 여선생은 분필을 집어들더니 자기 이름을 써내려 나갔다.

이 수 연

"안녕하세요. 올 해부터 여러분 수학을 맡게된 이 수연 입니다."

"우와아아아!"

그 여교사, 아니 우리 누나의 외모에 열광한 사내놈들이 책상을 쳐댄다. 휘파람 소리까지 세어나오는데 누가보면 아이돌 가수라도 온줄 알겠네.

아 잠깐, 정신좀 수습하자.

분명히 근처 남고에 발령받았다 했지만 그건 순 거짓말이였다 이거지?

잔뜩 불만에 가득차 있는데 누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이번엔 내 짝인 서희에게 시선이 돌아갔는데 표정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다. 자기 제자될 애들을 상대로 질투하는 모양이다. 허헛, 저걸 귀엽다고 해야할지 철없다고 해야할지.

"음, 부장선생님 께서 수업은 꼭 하라고 해서... 한 십분정도 질문 받을께요. 궁금한거 있는사람?"

그러자 진용이 손을 번쩍 들더니 묻는다.

"남자친구 있으세요?"

"없는데?"

"우오오오!"

사내놈들 2차 지랄병 발병.

하긴, 우리누나만 아니였다면 나도 병이 돋았을거다.

"나이는 몇살이세요?"

"여자나이는 묻는거 아냐. 근데 내가 학교에서 제일 어릴걸?"

그 때 지웅이 녀석이 손을 들더니 묻는다.

"아침에 뵈었는데 저 기억하세요?"

아, 아침에 봤다던 남수림 선생님 싸닥선 날리던 외모를 자랑하던 여자가 누나였나.

"미안.. 기억이 안나네."

"...."

실망한듯 입을 다물고 사그라드는 지웅. 반은 한차례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남자 고등학생 어떠세요?"

다소 발칙한 질준이지만 누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좋은데?"

어이, 그러면서 왜 날 쳐다보는데?

그 이후 이어진 정말 쓸데없는 질문들. 첫사랑은 언제냐 부터 시작해서 이상형까지 나온다. 이상형을 물었을 때 대답이 가관이였는데.

'내 동생같은 남자가 좋더라.' 였다.

이거 나중에 남매관계가 들통나면 한차례 소동이 일어날 것 같다.

"인하야."

날 부르는 서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음.. 저분 너희 누나 아니야? 전에 본것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전에 서희가 나와 누나가 같이 지나가는걸 본적이 있다고 했었지.

"맞아."

"역시... 왜 말 안했어?"

"나도 금방 알았거든."

질문타이밍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됐다. 교탁위에서 설명하면 될걸 굳이 교탁에서 내려와 내 주위를 서성거리는데 되게 부담 스럽거든요?

게다가 애들이 사심가득한 눈빛으로 누나의 몸을 훑어보는데 이게 은근히 열받는다.

어떻게 수업시간이 자나간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신경을 쓰다보니 50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더라.

4교시 이후에는 점심시간. 수업이 끝나고 급식소로 이동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밥먹으라고 말한 뒤에 누나의 뒤를 쫓아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 들어가서 자기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올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었는듯 웃으며 내게 말을 건냈다.

"서프라이즈~"

"얼어죽을 서프라이즈. 죽을래?"

"히힛, 화내지마."

화를 내긴 언제냈다고.... 아, 솔직히 화는 조금 나긴 했지만.

"첫 출근 기념으로 밖에 나가서 먹자. 응?"

학교밥 보다야 당연히 밖에서 사먹는 밥이 훨씬 맛있다. 돈이 들어서 문제지만.

"나야 별 상관 없는데 누가 보면 이상하게 보지않을까."

"뭐 어때? 가자."

결국 누나의 손에 이끌려 교외에 있는 식당가쪽으로 향했다. 혹시나 해서 학교에서 나갈때는 누나와 5m의 거리를 유지했다. 근데 교문을 나서기 무섭게 누나가 나에게 달라붙으며 손을 꽉 붙잡았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학교밖인데 왜?"

참.. 누구는 노심초사 하고 있는데 이 누나는 아무생각 없는 모양이다. 하긴, 소문나면 피곤해지는건 나지 누나가 이니니까.

어디서 뭘 먹을까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 반대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그 실루엣이 점점 또렷해져갔고, 그 존재가 남수림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였다.

이 정도면 여복이 아니라 여난이지?

남수림 선생님의 옆에는 지리의 여신 박연정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었다.

박연정 선생님도 제법 뛰어난 외모긴 한데 옆에있는 남수림 선생님의 외모에 묻혀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구나.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안녕하세요."

먼저 두명의 교사에게 인사를 건내는 누나. 나도 뒤이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남수림 선생님은 마주잡은 나와 누나의 손을 향하더니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어떻게 된거야 그 여잔 누구고? 빨리 해명해!' 라고 말하는듯 하다. 눈이 불타오르고 있는건 내 착각일까.

무,무서운데?

"그.. 수연쌤?"

"네 박연정 선생님."

"그... 옆에 학생은?"

날 보고 하는말이다. 점심시간 때 학생과 선생이 같이 외출한것 부터 이상할진데 두 손마저 잡고있으니... 의문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누나가 뭔 헛소리를 할까 싶어서 내가 말을 가로챘다.

"누나에요 누나. 친남매."

이제 됐지?

과연 남수림 선생님의 표정을 보니 언제 화를 냈냐는듯한 표정이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사실 친남매긴 한데 그렇고 그런 관계에요.

"아, 동생이에요?"

"네... 동생이에요. 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

그러면서 손에 들어간 힘이 한층 더 강해진다. 악, 그렇게 꽉 잡지는 마.

"아 맞다. 남쌤은 처음보죠? 오늘 교무회의 참석안해서."

"네."

아, 서로 초면이였어?

"여기는 이수연 선생님. 올해부터 수학과로 부임하셨어요. 여기는 남수림 선생님으로 미술과시구요."

"안녕하세요. 이수연 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남수림이에요."

서로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흐뭇해진다. 그런데 이거 은근히 불안한데? 서로에게 나에관한 얘기는 할리는 없겠지만은..

"아, 수연쌤도 합석하실래요?"

박연정 선생님의 제안이였지만 누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인하 때문에 좀 그러네요. 아무래도 남학생 끼여있는건 불편하지 않을까요? 저희도 그렇고 인하도 불편할테고."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

"그렇긴 하겠네요. 그럼 다음에 같이 식사해요?"

박연정 선생님의 말에 누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 먼저 가볼께요."

남수림 선생님 일행과 헤어진 나와 누나는 근처 한식집을 찾아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앉아있는데 누나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예쁘네. 남수림 선생님."

덕분에 물을 들이키던 내가 괜히 뜬금하며 사례가 들렸다.

"켁켁... 뭐라고?"

"예쁘다고."

음... 확실히 누나와 비교대조 해봐도 서로에게 손색이 없으니...

"인기 많지 그 선생님?"

당연한 소릴. 그나저나 누나는 외모창찬에 대해서는 인색한데... 남수림 선생님이라면 칭찬받아도 이상할게 없긴 해.

"우리학교 최고지."

"역시... 근데 깜작 놀랬어. 그 외모에 교사는 좀 안어울리지 않나?"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건 댁도 마찬가지인데요?

"근데 그 선생님은 왜 자꾸 널 쳐다본대?"

헐?

"그럴리가."

잡아떼고 봤다. 여기서 인정해봐야 좋을게 하나도 없다.

"너.. 그 선생님이랑 좀 친해?"

뭐라 대답할까 찰나간에 고민하다가 얼버무리듯이 대답했다.

"별로?"

누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으음..."

그렇게 대놓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면 기분 나쁩니다만? 찔리는게 많아서 입닫고 있는것 뿐이지.

"수상해."

"뭐가 수상해."

괜히 억울하는 듯 대답했다. 확실히 이런면에서는 여자의 육감이 되게 날카롭다.

"아니.. 보는데 느낌이 묘하더라고? 너한데 화내는것 같기도 하고..."

"전혀... 난 그런거 못느꼈는데? 나한데 화낸가면 내가 제일 잘 느꼈겠지."

넘어가라. 넘아가라. 넘어가라.

"내가 잘못 느낀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린다. 이정도면 반쯤 넘어왔다.

"그 선생님이 얼마나 성격좋은데? 대놓고 그럴거면 이미 학교에 소문 퍼졌겠지. 지금 벌써부터 견제하는거야?"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대처. 이정도면 안넘어 올리가 없지.

"견제는 무슨? 내가 어린애야?"

응.

차마 입에는 담지못하고 물을 홀짝 들이켰다. 그 때 누나가 테이블을 탁! 치며 말했다.

"아 맞다! 너 옆에! 그 여자애!"

으,응? 그 여자애? 아, 서희말하는 거지?

"걔가 걔 맞지?"

"걔가 누군데?"

"그 있잖아. 요새 썸탄다는 여자애. 그 때 카톡하던."

그러고 보니 그 때 누나가 내 카톡내용을 훔쳐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서희였고.

"아.. 맞아."

내 대답을 들은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쉰다.

"에휴..."

"왜?"

내 코를 손으로 쿡 집더니.

"이 남자한데 빠진건 나 하나로만 족한데~"

으아아아 흔들지마.

결국 내 손으로 누나의 손을 떼어내며 코를 메만지며 얘기했다.

"뭘 빠져. 아직 그런단계 아냐."

"진짜... 이런 남자애가 뭐가 좋다고."

내 말은 듣고있는 겁니까? 아 그리고 전부터 궁금한 내용인데 지금이라도 물어보자.

"누나는 내가 어디가 좋은데?"

내 말에 누나는 꿀을 먹은듯 입을 다물더니 한참 생각했다. 그러더니.

"글쎄?"

그,글쎄라니.

"그냥.. 어느순간 보니까 너무 사랑스럽고, 가지고 싶고... 냄새만 맡아도 흥분되고..."

너무 뜬금없는데다가 추상적이다. 이 여자의 정신세계는 정말로 알수가 없는 경지까지 이른건가. 그리고 흥분이라니? 발정기도 아니고.

"무슨... 그게 말이나 되? 갑자기 그렇다니. 첫눈에 반한것도 아니잖아 그건."

17년간 봐온사이다. 17년간 남매로 살다가 갑자기 그런감정이 드는게 말이나 되는가? 누나도 의아해 하는듯한 얼굴이다.

그 때 주문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잠깐 멈췄다. 시간을 보니 썩 많지 않다보니 꽤 빠른속도로 밥을 먹어야 했다. 누나는 왜 그렇게 빨리 먹냐며 투덜거렸지만 어쩌겠어? 내가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식사가 끝나고 누나는 커피를 먹고싶다며 징징 거렸지만 그걸 먹을시간이 어딨어? 근처에 엔젤리너스가 있긴한데 거기 갔다오면 100%에 수렴하는 확률로 수업에 못들어간다.

나 먼저 들어갈테니 커피 사마시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하니 그건 죽어도 싫댄다.

결국 학교로 돌아와서 곧장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고 5분뒤면 바로 수업시작. 커피 사마시러 갔으면 십오분은 지각했겠다.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서희의 자리는 비어있다. 어디갔으려나?

아, 피곤해. 짧은시간에 너무 많은 심력을 소모했다. 눈이 절로 감기네.

5분만 자야겠다. 5분만.

"인하야?"

날 두들기며 깨우는 상냥한 목소리에 기분좋게 눈을떳다.

"으음..."

앗 침!

소매로 입가를 닦아낸 뒤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을 서희가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 창피해라.

"풋.. 아, 종례할 시간이야."

"어? 종례?"

종례라니? 지금 시간이.... 6교시 마칠 시간이네. 5교시 시작할 무렵부터 해서 2시간 다이렉트로 잠에 든 모양이다.

비몽사몽한 상태. 반쯤 혼수상태로 억지로 상반신을 세웠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와서 오늘은 방과후에 하는 보충수업도 없고 야자도 없으니 집에 일찍 보내준단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자.... 그런고로 오늘 하루 푹 쉬어라. 내일부터는 야자까지 빡빡하게 굴려줄테니."

그렇게 초를 치셔야 겠습니까. 그래도 애들은 좋다고 환호성이다.

"그럼 야지 신청서 돌릴테니까 꼭 내라. 내일까지. 안가져온다고 야자 안하는거 아닌거 알지?"

"예~"

"자, 실장 종례. 실장은 잠깐 나좀보자."

"차렷, 경례!"

"감사합니니다~"

종례가 끝나고 애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피시방을 외쳐대는 이들도 있었고 노래방을 외쳐대는 이들도 있었다.

"어이 친구들. 난 여자친구랑 약속을 잡아뒀으니 이제 가겠네. 껄껄, 잘들 있게나~"

태진이는 우리학교 같은학년의 여자친구를 본다면서 휙 하고 날라가버리고 진용이 녀석도 요새 썸타는 여자와 놀기로 했다면서 휙 하니 떠나버렸다.

"사내놈 둘이서 뭐하냐? 나도 피시방이나 가야겠다~"

하며 지웅이 녀석도 떠나가버렸다. 아아, 젠장할. 나도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간간히 몸의 대화와 함께 사랑을 속삭이는 여자정도는 있다고?

문제는 지금은 함께할 수 없다는게 문제지만.

집에나 가야겠다.

가방을 싸메고 교실을 나가려는데 서희가 들어온다.

"어디가?"

"어딘가길. 집에가야지."

"그래? 그럼 같이갈래?"

아... 서희랑 집방향이 어느정도 일치하긴 하지. 뭐, 거절할 이유도 없고.

"그럴까?"

서희의 표정이 눈에띄게 밝아지더니 응!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가방을 부랴부랴 싸메고 어깨에 걸친다.

서희와 함께 나란히 복도를 걷는데 사내놈들의 질투찬 눈빛이 나 가슴을 쿡쿡 찌른다. 하지만 이정도론 택도없지.

"너희 누나. 오늘 제대로 봤는데 정말 예쁘더라?"

"하? 아... 누나? 음... 예쁘긴 예쁘지. 어렸을 때 부터 인기는 무지하게 많았는데."

누나얘기가 나올 때 마다 괜시리 찔린다. 서희랑은 누나얘기는 별로 하고싶지 않았는데.

"근데 이상형이 내 동생같은 남자라고 하던데."

"응? 그,그건.... 뭐라고 해야할까. 일종의 엿이라고 할까..."

나도 그건 진심인지 반쯤 농담인지. 아니면 아주 농담인지 구분이 잘 안가.

"풋.. 일종의 엿?"

서희가 뭐가 그렇게 웃긴지 쿡쿡 웃기만 했다.

"신경안써도 되. 우리누나 장난기가 워낙 심해서."

"음... 그래?"

뭔가 개운치 못한 낯빛이긴 한데 더이상 누나에 관해 대화를 나눠봐야 손해를 보는건 나다.

서희와는 뭐랄까.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카톡으로 평소에 대화를 자주 주고받아서 그런가? 여튼 옆에있으면 편안한 느낌이다.

진지하게 심리치료사를 권해주고 싶은 정도인걸?

발맞춰 걷다보니 어느새 갈림길이다. 여기서 직진하면 우리집이고, 좌측 횡단보도를 건너면 서희네 집이다. 이제 헤어질까 하고 인사를 건내려는데.

멈칫.

서희가 걷다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무슨일인가 서희의 얼굴을 보니 뭐랄까. 되게 긴장한 얼굴이다.

어디아픈가?

"왜 그래?"

"아 저.. 그게 음..."

뭔가 할말이 있는것같은데 망설인다. 화장실이라도 가고싶은건가? 음, 이 근처에 화장실 갈만한데가.... 어디있나?

"저기 인하야."

"아..응?"

날 부르는 목소리. 서희와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조..좋아해."

"..."

"그.. 첫눈에 반했어. 너한데..."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아,아니 그나저나 뭐라고?

조,좋아해? 이거 고백이잖아. 나 지금 한서희한데 고백받은거야? 

띠리리릭! 띠리리릭!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며 사람들이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귓가를 매운다. 정신이 멍하다. 그런데도 서희의 목소리는 이상하리 만큼은 또렷하다.

"나,나랑..."

"...."

"그..."

"...."

"사귀어 줄래?"

"와... 썅 또 졌네."

모니터에 떠오른 '패배'의 문구. 이걸로 삼연패 중인가? 욕 나오려 하네?

의자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열었다. 뭐 마실게 없나 싶어 봤더니 맥주밖에 없다.

이거라도 마셔야지 뭐.

시원한 맥주와 육포를 들고 방으로 되돌아가서 컴퓨터 자리에 앉았다. 맥주를 까니 칙! 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세어나왔다.

앗, 이 아까운 거품들.

재빨리 입으로 가져다 대며 거품을 모조리 먹었다. 손에 묻은 맥주를 휴지로 대충 닦아냈다.

시간이 꽤 됐네.

벌써 아홉시다. 근데 이 여잔 들어올 생각을 안하네.

개학 첫날이다 보니 교직원들 끼리 회의가 있는 모양이다. 저녁 먹자는 취지로 모인것 같은데 거기에 술이 안끼일리가 있나.

맥주를 마실때 동안은 게임하기 좀 그래서 웹서핑이나 했다.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세상 참 말세다. 때려죽일 놈들이 한두놈이 아니구먼? 쓰레기 새끼들.

그 때 밖으로 부터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가 왔구나. 싶어서 거실로 나갔다.

문이 열리고 누나가 비틀거리며 현관문으로 들어왔다. 넘어지지 않을까 재빨리 누나를 부축했다. 뭔 술을 이렇게 먹었대. 내일 출근해야 하는 분들이.

누나를 바닥에 앉히고 구두를 벗겼다.

"많이도 마셨네. 으이구."

내가 뭐라고 하든 누나는 기분이 좋은지 내 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착하다. 내동생."

"그래그래..."

어휴 이놈의 술꼬장.

구두까지 다 벗긴뒤에 핸드백을 내 어깨에 걸치고 누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그러더니 손을 내쪽으로 쭉 뻗었다.

"업어줘."

....이걸 확 죽여? 살려?

"일어설 수 있잖아. 여기까지 잘도 온 주제에."

"으으응~ 싫어 업어줘."

애교까지 부려대니... 이거 참... 난감하구만.

하아. 한숨을 내쉬고 등을 내밀었다. 방까지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이런것 까지 해야되나.

엇차! 하고 누나를 업은채로 일어났다. 어후, 술이랑 향수냄새랑 섞인것좀 봐.

누나를 업고 방으로 가는데 갑자기 귀로부터 따뜻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뭐해?"

갑자기 귀를 왜 물고있어?

말랑말랑한 혀가 귀를 자극하는데 이게 은근히 간지럽고 흥분된다.

"헤헷..."

헤헷은 뭐야 헤헷은. 방으로 들어간 뒤 누나를 침대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누나가 힘빠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인하야."

"왜?"

"나 하고싶어. 엄청."

어떻게 할지 고민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하고싶은데...

"우씨..."

누나가 갑자기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더니 내게로 입술박치기를 선물한다. 누나의 팔이 내 목을 감싸며 혀가 내 입속을 침공한 뒤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다.

쯉..쯔읍...

누나의 윗입술을 핥으며 혀를 부지런히 놀렸다. 침과 침이 뒤섞인다.

입을떼니 침이 길게 늘어진다. 와 이 장면 완전 자극적이야. 흥분에 가득찬 누나의 눈빛. 섹시함이 잔뜩 묻어나는 눈빛이다. 저런 요염한 눈빛을 받으면서 참아낼 수 있는 남자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나도 모르겠다.

누나를 넘어뜨리며 그 위에 올라탄 뒤 누나의 자켓을 벗겨낸다.

누나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아하..."

가슴을 움켜쥐며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누나의 쇄골쪽을 핥아내렸다.

"음... 벗겨줘 옷."

누나의 요청에 따라 원피스를 벗겨냈다. 원피스를 벗기니 아이보리색 속옷이 들어난다. 손을 뻗어 브래지어 후크를 툭 하고 풀어낸다. 이것도 몇번하니까 순식간이다.

누나도 잔뜩 흥분한 모양인듯 팬티를 스스로 벗어냈다. 완벽한 나신읜 누나를 위에서 내려다봤다. 그 시선이 사뭇 창피한듯 누나가 팔로 몸을 가리는데 그 모습이 훨씬 자극적이게 다가왔다.

고개를 사타구니 쪽으로 향한 뒤 누나의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으응..."

가볍게 콧소리를 내는 누나. 손가락을 넣은채로 흔드니 애액이 점점 흘러나왔다.

"아..아아..."

애액은 점점 많이 분비되더니 얼마안가 내 손목까지 적시기 시작했다. 어깨도 뻐근하고 해서 쉬고있는데 누나가 내 손가락을 빼내며 말했따.

"내가 해줄래."

"응? 뭘?"

"핥고싶어."

"...."

아, 그런거였나? 뭐... 핥고 싶다면야.. 바지를 주섬주섬 벗어던진 뒤 침대위에 몸을 기댔다. 누나는 네발로 걸어오더니 내 자질르 덥썩 입에 물었다.

"윽..."

내 자지를 한입 베어물듯 입에 머금은 뒤 혀로 귀두끝을 자극한다. 그러자 나도모르게 신음소리가 세어나왔다.

내 반응에 호응을 얻은듯 누나는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였다.

"후우..."

짜릿한 쾌감이 뇌리를 무식하게 관통한다. 숨이 부족한듯 자지에서 입을떼는데 침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리며 내 배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침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내려다보던 누나는 손을뻗어 침대옆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거... 콘돔아냐?"

"응. 아무래도 이거 끼고하는게 더 나을것같아서... 왜 콘돔없이 하고싶어?"

아니... 별 상관은 없는데... 뭐랄까... 대체 이런걸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온거야?

"상관없어."

내 대답에 누나는 콘돔껍질을 까더니 내 자지에 씌여주기 시작했다. 콘돔은 처음 껴 보는데...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네? 그나저나 딸기향 콘돔이라니. 이거 빨면 딸기맛이라도 나려나?

콘돔을 다 씌운 누나는 내 위로 올라오더니 한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구멍에 맞추기 시작했다.

"으으음..."

불쑥 하고 내 자지를 집어킨 누나는 위아래로 몸을 흔들었다.

탁탁탁!

내 아랫배와 누나의 허벅지가 부딪힌다. 어느정도 탄력을 받자 누나는 허리를 슬쩍 비틀어준다.

내 자지와 누나의 보지와 결합된 부분을 쳐다보다가 누나의 얼굴쪽으로 시선을 올리니 입술을 깨물며 흡운에 젖은 누나의 얼굴이 보인다.

내가 손을 까딱 거리자 누나가 내 목을 껴안으며 입을 맞췄다.

"흐응..흥..."

코로 신음소리를 내뱉넌 누나가 못참겠는듯 입을 뗀다.

"하아... 아..아앙....아...어..때?"

"기분 완전좋아... 계속해줘."

"알았어."

대답을 한 누나는 더욱 더 힘을주며 내 자지를 조여왔다. 숨막힐듯한 조임에 절로 인상이 써진다.

"누나 힘들어?"

리드하는게 힘든듯 누나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누나는 내 물음에 살짝 옅은 미소를 지었다.

"쪼오금."

"내려와서 엎드려."

한번도 하지 못했던 체위가 하고싶었는데, 이번에 한번 해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는 군말없이 내려와 엎드렸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있는 모양이였다.

후배위 자세로 엎드린 누나. 자지를 구멍에 맞춰 힘껏 밀어넣었다.

"아아..으으응...."

"어때?"

"너무..깊숙해..으윽..."

"조금만 참아."

말을 마친 나는 허리를 움직였다. 살과 살이 마찰하는 소리가 거칠게 세어나왔다. 누나의 몸이 비바람을 만난 돛단배 마냥 흔들렸다.

"더..더 거칠게...응...아아..앙...앙.."

찔꺽! 찔꺽!

"후우..."

이제 슬슬 사정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꽉꽉 물어오는 조임에 나도 모르게 힘이 풀리고 말았다.

"윽...."

다행히 콘돔을 끼고있었기에 망정이지. 질내사정을 할뻔했다. 질내사정은 그 날 이후로 피하고 있었다. 만에하나 임신하면... 어떻게 할거야? 이런 사태는 피해야지.

자지를 누나의 몸속에서 빼낸 후 콘돔을 빼낸 뒤 휴지에 말아서 휴지통에 버린 뒤 침대위에 쓰러지듯 넘어졌다.

"하아... 완전 좋았어."

누나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미소띤 채 말했다. 나도 옅게 미소짙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누나는 그런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기분좋게 미소지으며 내 품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 잠에 빠진듯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지이잉!

그 때 내 핸드폰이 진동음을 토해냈다. 나는 손을 뻗어 바닥에 널브러진 바지에서 핸드폰만 빼냈다.

[선생님]

내 핸드폰에 이렇게 저장된 사람은 단 한명, 남수림 선생님이다. 누나옆에선 받을 수 없는 전화라 조심스레 누나를 떼어낸 뒤 팬티만 입고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네 선생님."

[뭐해?]

누나와는 달리 또렷한 목소리다. 누나 주량이나 선생님 주량이랑 비슷해 보였는데?

"누나가 좀 취해서요."

[아... 그래 좀 취한것 같긴 하더라.]

"선생님은 뭐하세요?"

[나? 그냥 걷고있어.]

역시 전화기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는게 밖인것 같았다.

밖이라... 갑자기 선생님이 너무 보고싶어졌다. 방금전엔 나를 지독히도 사랑해주는 여자와 몸을 섞었음에도 이러한 내 모습이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선생님."

[응?]

"보고싶어요."

[어?]

살짝 놀란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직설적이였나?

"보고싶다고요. 안되요?"

[아니. 괜찮지. 괜찮긴 한데.... 알았어.]

그 이후에 어디서 볼지 약속을 정한뒤에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혹시나 해서 대충이나마 샤워를 하고 나왔다.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 누나냄새를 묻히고 선생님을 만날수는 없는거잖아?

옷까지 걸친 뒤에 누나방에 들어가 잘 자고있는지 확인을 했다. 곤히 잘 자고 있네.

다녀올게 누나.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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