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그러냐? 혹시 둘이 아는사이냐?"
내 헛숨소리를 들은 듯 외할아버지가 돌아보며 물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잠깐 고민하면서 그녀를 힐끔 쳐다보니 고개를 작게 젓고있었다.
모른척 하자는 거지?
"아뇨."
내 대답이 끝나자 남 회장님이 말했다.
"자,자 서있지말고 앉으시게나."
외할아버지가 남회장님 앞에, 그리고 나는 외할아버지의 옆, 그러니까 '그녀'의 정면에 자리했다.
뭐지, 이 상황은?
그녀와 처음 시선을 주고받았을 때, 처음 그녀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였다. 마치 어디서 봤는데? 라고 의아해 하는 표정.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그녀도 그제서야 상황을 인식한듯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자, 인사하거라."
남 회장님의 말에 그녀는 멈칫하더니 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남수림이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이인하입니다."
아 모른척 할려니까 되게 어색하네.
"잘 어울리는구만. 허헛."
남 회장님은 뭐가 그리 좋으신지 웃기만 하셨다. 아아, 저는 죽을맛입니다.
외할아버지가 남수림 선생님께 물었다.
"자네는 나와 한번 만난적이 있지?"
"아..네. 작년쯤에 뵈었던것 같습니다."
"그 때 이 친구 집에서 자넬 보고 참 맘에 들더군. 전에 남 회장 이 친구랑 했던 약속도 있고해서 이렇게 자리를 만들었네."
"...."
그녀는 할말이 없는지 작게 미소만 지었다.
"그래. 그 때 우리집에서 수림일 봤을 때 이름을 묻길래 대답해 줬더니 얼마전에 갑자기 수림일 들먹이는게 아닌가? 내심 맘에 들었던게지."
남 회장님 까지 맞장구를 치신다.
아아, 여기가 가시방석이 아니라면 어디가 가시방석일까.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나?"
"올해 스물여덟 살 입니다."
"스물여덟?"
뜻밖이였는지 외할아버지가 제법 놀란듯 보였다. 무려 나와 열살차이다.
"인하가 올해 열여덟이니.. 열살차이군? 좀 더 어리게 봤는데..."
외할아버지는 나이차이가 거슬리는 모양이였다. 그래. 여자가 한두살 많은것도 아니고 열살이면...
"나이차이가 열살이 나든 스무살이 나든 요즘시대에 무슨 상관인가. 자넨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 발상인가?"
"음, 그렇기야 하지."
외할아버지는 남 회장님의 말에 공감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넨 하는일은 뭔가?"
외할아버지의 호구조사는 계속 이어졌다.
"아,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 그래, 미술한다고 했지?"
"네."
외할아버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직업도 마음에 쏙 드는군. 인하야 넌 어떻냐."
아니, 저한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그.. 저,저도 좋네요."
차마 싫다고는 못하지.
"이 녀석이 나이는 어려도 생각하는건 제법이야. 그래도 열살차이니 자네가 잘 돌봐줬으면 좋겠군."
돌보기는 뭘 돌봐요?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입밖으로 나올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냥 입 다물고 있는게 최선인것 같으니.
속이 탄 나머지 냉수를 따라 들이키는데,
"미안하지만 남 회장, 결혼은 이 녀석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난 이후에 잡는게 좋겠군."
푸악.
나도 모르게 물을 뱉어냈다. 다행히 컵에다가 뱉어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선생님 얼굴에 뱉을뻔 했다.
"조,죄송합니다."
외할아버지의 부릅뜬 눈을보니 또 기가 죽는다. 벌써부터 결혼시기가 언급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음, 아무래도 고등학교 다닐 나이에 결혼하는건 좀 그렇긴 하지."
"이 녀석도 내년이면 수험생이고, 남편으로써 부끄럽지 않을만큼의 학교는 나와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수림이 나이가 좀..."
2년뒤면 남수림 선생님 나이가 서른. 결혼하기에 늦지도 빠르지도 않는 나이인데 남 회장님은 빨리 결혼하길 바라는듯 보였다.
힐끔 하고 선생님의 눈치를 보니 매우 당황한 표정이다. 내가 이러할진데 선생님은 오죽할까.
"자, 이 얘긴 나중에 하고 우리 이만 가보세. 둘이서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겠나. 우리 눈치 안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서로에 대해 알아갈테고."
"아아, 그러세. 우린 이만 가볼테니 이야기 편하게 하거라. 아 참, 아까 그 카드. 오늘은 네꺼다."
이 말만 남겨두고 두분은 훌쩍 어디론가 떠나갔다. 때 마침 주문한 음식들이 도착한 듯 호화로운 일식들이 테이블을 가득채웠다.
음식이 도착했음에도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서.."
선생님을 부르려는 찰나에 선생님이 테이블 모서리에 위치한 호출기를 통해 종업원을 호출하더니.
"아저씨!"
뭐 주문을 하는데 난생 처음들어보는 것들이다. 내 생각에는 사케를 주문하시는것 같은데...
역시나 내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
사케가 도착하고.
쭈우욱! 탁!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일학년 삼반 이인하!"
"네,네."
깜작이야.
"맞구나."
"...."
마지막 현실부정이였나 보다.
"넌 여기 왜왔니?"
"선보러 왔는데요..."
내 대답에 선생님은 한숨만 푸욱 내쉬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미술하는거 싫어하셨어.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대학 들어가길 바라셨지."
갑자기 이 선생님은 왜 인생한탄을 하신대?
"우리 아버지가 좀 무능력했거든. 그래서 집에 돈이 별로 없었어. 할아버지한데 기댈 수 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할아버지 손좀 벌렸더니 나도 모르게 약혼자가 생겼더라?"
그 약혼자가 저고 말이죠.
"할아버지가 겉으로는 인상이 좋아보이지? 사실은 무서운사람이야. 네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그렇게는 안보였는데...
"너는? 자발적으로 온거니?"
"아뇨. 저도 끌려온건데요."
부끄럽지만 선생님도 본인의 집사정을 얘기하셨고 해서 나도 우리집 치부를 요약해서 전해드렸다. 내 얘기를 전부 전해 듣더니.
"너는 나보다 더 딱하구나. 너도 한잔 해."
잔을 내게 건내주시더니 사케를 따라주셨다. 이걸 마셔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사케를 한잔 들이키니 달달한 맛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사케중에도 연한게 있고 진한게 있다고 어디서 주워들은것 같은데 이건 전자인듯 보였다.
오, 사케 처음 먹어보는데 괜찮잖아?
안주로 회 한점을 입에 넣었는데 과연 그 맛이 일품이였다.
지이잉!
그 때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을 토해냈는데 발신자를 확인하니 외할아버지였다.
[오늘 저녁까진 먹도록 해라. 좋든싫든 네 약혼할 사람이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세어나왔다.
"무슨일 있어?"
"저녁먹고 들어오라는데요?"
"뭐?"
선생님의 핸드폰에도 연락이 왔는지 백을 열어서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헛웃음을 지으신다.
"열시까지 들어올 생각 말라신다. 하아... 정말..."
늙으이들 둘이서 죽이 척척 잘맞으시는구만?
"술맛도 뚝 떨어진다. 배고프니?"
"아뇨. 저 점심먹고 왔어요."
"그럼 일어날까? 여기서 이러는것도 우습고."
"네."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계산을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선생님이 연장자라며 자긱 계산한다 하시는데 가격대를 보니 입이 벌어질것만 같다. 선생님도 예상치 못한 가격이였는듯 이마를 찌푸리고 있는데 문득 내 지갑안에 있는 카드가 떠올랐다.
"아, 제가 계산할께요."
지갑속에서 급하게 까만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저는 돈이 없는데 외할아버진 돈이 많거든요."
오늘 하루는 내꺼라 하셨으니 이런데 쓰라고 주신거겠지.
카드를 받아든 나는 서명까지 끝낸 뒤 일식집을 나왔다.
"우리 어떻게 움직여?"
"그러게요."
"차 있니?"
"면허도 없어요."
고등학생한데 운전면허증이 있을리가 있나.
"나도 오늘 차 나두고 왔는데..."
"어쩔수 없죠. 택시타야지. 일단 저녁먹을 때 까지 시간을 떼워야 하는데... 어떡하죠?"
선생님도 그게 걱정이라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생각하시더니.
"영화 좋아해?"
"남들만큼은 좋아하죠."
"영화나 보러가자 그럼. 그게 제일 시간 잘갈것 같은데."
그리하여, 우리들은 근처 영화관으로 향하게 되었다.
다행히 우리학교와는 꽤 떨어진 곳이라 우리 학교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적었지만 만에하나 만난다면 어떡할까 골치를 썩혀야 했다.
"시간대 맞는게... 저거밖에 없네."
선생님이 가리킨 영화는 19세 딱지가 붙은 외국영화였다. 장르는... 아마도 섹스코미디 인것같다.
과연 저 영화가 스승과 제자가 볼만한 영화인가 의문이 갔지만 선생님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보였다.
나만 오버하는것 같아서 창피하단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눈에는 그저 가르치는 학생 중 하나로 보이는 모양이였다.
"아 참, 저 팝콘 사올께요."
"아 그래.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께."
꽤나 오랜시간을 기다려서 내 차례가 되자 이번엔 뭘 주문해야할지 고민이 됐다. 팝콘을 하나만 사야되나 두개를 사야되나...
짧은시간안에 꽤나 심각하게 고민한 나는 결국 팝콘 하나만 사기로 결정했다. 남녀 두명에서 영화보러 와서 팝콘 두개 먹는건 좀 아니잖아?
팝콘 하나와 콜라 두개를 들고 선생님이 있던곳으로 향하니 어떤 남자가 선생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뭐지? 아는사람인가? 학교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잠깐동안 남자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남자는 몸을돌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제서야 나는 선생님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
"누구에요?"
"몰라. 번호 따려고 하더라."
세상에 영화관에서 번호를 따려고 들어? 대표적인 데이트 장소에서?
"대단하네요."
"뭐가?"
"영화관에서 번호 따려고 접근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요. 그만큼 선생님이 매력적이란 소리잖아요."
"얘는.."
내 칭찬에 선생님은 기분나쁜건 아닌지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머지 이 여자가 내 약혼녀가 되어서 기쁘다는, 참으로 발칙한 생각을 잠깐이나마 품게되었다.
과연 선생님의 미모는 영화관 안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 외모 덕분인지 지나가는 사내놈들 마다 미모에 끌린듯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선생님은 이런일에 익숙한듯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였다.
거 참, 여자친구 옆에서 그러지는 맙시다 좀.
영화가 시작되고 부터는 영화에 집중했다. 팝콘덕분에 중간중간에 선생님의 손과 마주치기도 했었는데 그 때 마다 가슴이 고장난것 마냥 덜컹거렸다.
팝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라도 스킨쉽을 하는게 어디야.
그런데 문제인것은 바로 옆 자리 커플, 시도때도없이 만지작 거리고 빨아대고 핥아대니 짜증이 났다. 잘하면 여기서 떡까지 칠 기세구먼?
저럴거면 왜 영화관을 온대? 모텔이나 갈것이지.
선생님도 옆자리 커플이 신경쓰이는지 힐끔힐끔 쳐다봤다.
섹스코미디라 그런지 베드씬도 수시로 나오다보니... 여간 민망한게 아니였다.
스크린에서는 스크린 안에서 쩝쩝, 옆에선 옆에대로 쩝쩝. 오늘 무슨 날인가?
참 영화내용 자체도 우리나라 아침드라마 뺨치는 막장이라 볼맛도 안나고.. 얼른 영화가 끝나길만을 기다렸다.
스크린이 올라가고 선생님과 나는 영상관을 빠져나왔다. 선생님은 그럭저럭 재밌게 본듯한 눈치였다.
"재밌었어요?"
"응. 괜찮던데? 넌?"
"저도 뭐..."
재미없다고는 할 수 없이 얼버무렸다.
시간을 보니 6시. 저녁을 먹을 시간이지만 딱히 먹고싶단 생각이 안든다.
"뭐할까요? 저녁먹을까요?"
"아직 배는 안고픈데...뭐 할만한게 없을까?"
시내로 나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할거리를 찾는다. 딱히 뭐 할것도 없고해서 졸졸 따라만 다녔다.
내가 아무래도 선생님 보단 연애경험이 좀 적을것 같긴 해. 저정도 외모면 남자가 끊이질 않았을테고.
"뭐 하고싶은거 없어?"
"잘 모르겠는데요."
"참... 생긴거 답지않게 샌님이네 그냥."
내가 생긴게 어때서?
그 때 선생님이 어디론가 시선을 고정시키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왠 사진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이나.. 찍을까?"
"사진요?"
의외의 내용이 나와서 조금 놀랬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네."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오늘은 아주 의미있는 날인데 사진한장 정도는 남기는게 어떨까 싶어서."
"아.."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외할아버지와 남 회장님은 확실히 약혼을 시킬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그 어르신들은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계시고 세상일이란게 알 수 없는 일이라 약혼이 흐지부지하게 변할수도 있다.
만에하나 약혼이 진행되고 더 나아가 결혼까지 하게된다면,.. 오늘 사진은 꽤 의미있는 사진이 되겠지. 좋은 추억거리가 될것같고.
"어때?"
"좋아요."
선생님에게 이끌려 도착한 사진관, 이거 뭐 입구에 걸어놓은 사진부터 유명한 영화배우 커플들이구먼.
스튜디오 문을 열고들어가니 20대 후반의 여성분이 우리를 반겼다.
"어서오세요. 사진 찍으실거에요?"
"네. 둘이서 찍을거에요."
"아, 그럼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그 여성분은 스튜디오가 있는쪽으로 안내했다. 아무래도 사진작가의 조수쯤으로 보였다. 우리앞에는 이미 다른 손님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난 뒤에 우리차례가 왔는데 사진작가분이 선생님을 보더니 꽤나 놀란듯 보였다.
하긴 저 외모면 쉽게볼 외모가 아니지.
내 여자친구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졌다.
"자.. 찍습니다. 좀 더 붙으세요. 네, 좀 더.. 좀 더... 남자분 표정 너무 굳으셨어요."
큼, 긴장한게 표정에 들어났나?
사실 별거 아닌데 괜히 긴장이 된다. 그저 평범한 사진일 뿐이야. 긴장하지 말자.
사진을 찍으려던 작가가 찍다말고 카메라에서 눈을 뗀뒤 고개를 저었다. 뭐가 문제지?
"흠.. 남자분 살짝 뒤로가보세요."
사진작가의 말 대로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대로 뒤에서 포옹해보세요. 가볍게."
"네?"
"포옹이요."
이..이거 장난아닌데?
"아,안아도 되요?"
아,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아 쪽팔려!
"응. 이왕 찍을꺼 진짜 커플같이 찍자."
어정쩡한 자세로 뒤에서 가볍게 껴안았다. 내가 잘 안보이지만 지금 내 포즈가 왠지 굉장히 우스울것 같아.
"남자분 팔을 여자분 명치에 모으세요. 네, 그렇게... 좋아요."
크,큼 가슴에 굉장히 가까운데?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그 뒤로 몇가지 포즈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다.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기 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주문을 받았지만 처음 찍었던 사진이 제일 잘나온것 같다.
처음 나온 사진을 인화한 뒤 나눠가졌다. 선생님은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
"밥먹으러 가자."
선생님은 고기를 썰고싶다며 자신이 아는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안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였는데 분위기가 제법 그윽한것이 연인들이 즐겨찾을법 보였다.
"전 이런데 잘 안와봐서 모르겠네요."
"이런데 잘 안와?"
"네. 일단 같이 올 사람이 없잖아요."
"아 맞다... 너 고등학생이였지.. 자꾸 은연중에 까먹는다."
그,그거 좋은건가요?
"하긴, 고등학생이 이런델 왜 와보겠어. 돈이 많은건 둘째치고 이런데 보통 여자친구랑 오잖아?"
"오늘 하루 제 여자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런델 다 와보네요."
"그런가?"
내 장난에도 선생님은 기분나쁘지 않게 웃었다.
"우선 내가 주문할게. 여기 양고기 엄청 맛있어."
"선생님이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전 오늘하루 선생님의 것이에요."
"자꾸 까분다? 그래도 나 네 선생이야. 야한농담은 치는거 아냐."
"고등학생인것도 까먹으시면서.."
"윽."
내 말에 할말을 잃었는지 멈칫하신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었다.
"비웃는거지?"
"귀여워서 웃는거에요."
"귀여워? 어린놈이 못하는 말이없네?"
웃으면서 그런말 하면 하나도 안무섭네요.
선생님은 종업원을 부르더니 이런저런 주문을 하셨다. 와인도 겉들여서 주문하신것 같은데 와인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이라 뭐라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와인 한잔씩 시켰어 괜찮지?"
"그럼요."
어차피 내돈도 아닌데.
얼마안가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했다. 뭐, 고급레스토랑은 몰라도 빕스 정도에서 식사는 꽤 해본편이라 고기써는데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어느정도 친해진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식사를 했다. 여자는 분위기에 취하기 쉬워서 그런지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은 선생님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지이이잉!
그 때 선생님 백에서 진동음이 들려왔다. 선생님은 그 핸드폰을 꺼내보더니 표정이 싸하게 굳어갔다.
누구지?
"나.. 잠시만."
자리에서 일어난 선생님은 전화기를 붙들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내 앞에서 받아도 될텐데. 왠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 기분이 좋았는데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 들었다. 짧지않은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이 돌아왔다. 힐끔 표정을 살피는데... 기분이 안좋아 보였다.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요?"
"그냥.. 아는사람.."
전화를 받은뒤로는 분위기가 침체되어 먹기만 한것같다. 참.. 뭐지? 한참 잘나갔는데.
식사가 끝나고 계산을 마친 우리는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어마어마한 가격이 나왔다. 와인한잔에 2만원이나 하더라.
"인하야."
"네."
"술한잔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