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1)

 자, 이제 외전은 끝났군요. 다음 편부터는 최고인기의 여주인공 실비아가 등장할 예정이라는...............

 언뜻 보기에 그 광경은 안마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안마라기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우선 여자가 침상 위에 엎드려 있는 건 평범한 안마 정경 같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란 점이었다. 브래지어와 팬티 같은 속옷까지 모두 벗은 채, 새하얀 피부와 물 흐르는 듯한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드러난 여인의 나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엉덩이 근처에서 찰랑거리는 긴 은발머리는 화려한 빛을 뿌렸으며, 눈처럼 새하얀 피부는 만지면 묻어날 것처럼 매끄러웠다.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한 몸매는 환상적인 S라인을 그리면서 젖가슴과 엉덩이만 빵빵하게 튀어나와서 남자들이 꿈에서까지 그리는 완벽한 육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 정도의 절세의 미녀는 드넓은 펜트 제국 내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리라. 

 한편 안마를 하는 사내는 거구의 흑인이었는데, 초콜릿빛의 웅장한 육체는 탄탄한 근육질로 감싸여 있어서 색을 아는 여인이라면 절로 한숨이 나올 듯 했다. 그도 거의 벌거벗은 상태에 허리 부근에 천 한 조각만 걸치고 있었는데, 하도 작아서 당장이라도 페니스가 그 천을 뚫고 발기할 것 같았다. 

 그들은 바로 이 나라의 황태자비 실비아와 그녀의 전속 안마사 비토였다. 한나라의 황태자비가 부끄러움도 없이 아랫사람 앞에서 벌거벗은 몸을 드러낸다는 것도 눈이 휘둥그래질 일이었지만, 더 소스라칠 일은 비토의 손놀림이 이미 안마가 아니라 애무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아............"

비토의 손이 은발을 헤치고 목과 어깨를 주무르자 실비아는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 소리도 이미 끈적한 느낌을 풍기는 교성이었다. 가냘픈 어깨에서 한줌도 안될 듯한 허리로 이어지는 작살 굴곡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생크림같은 부드러움을 만끽하던 비토는 대담하게도 덜렁거리는 젖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만질 때마다 이리저리 일그러졌다가 다시 팅겨오르는 탄력이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아, 거긴....... 아, 이럼 안 되는데.......... 흐응........." 

실비아는 부끄러워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솟아오르는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한동안 뭉클한 젖가슴을 가지고 놀던 비토는 손을 아래로 내려서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다시 미끈한 허벅지로 손길을 옮겼다. 잘빠진 다리의 선이 그의 손을 순식간에 발목 부근까지 미끄러지도록 만들었다. 

 "아앙......... 후음, 하아........."

실비아는 더 이상은 참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비토의 은근하면서도 힘찬 애무는 그녀의 음탕한 육체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새하얀 피부는 붉은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배어났다. 내쉬는 숨결에도 열기가 느껴졌다. 

 한동안 애무를 계속하던 비토는 갑자기 엎드린 상태의 실비아를 뒤집었다. 그의 우악스런 힘 앞에 가녀린 여체는 손쉽게 뒤집어져서 누운 상태가 되고 말았다. 순간 비토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젖가슴과 보지와 절세의 미모가 그대로 드러난 여인의 나체는 너무 아름다워서 마치 여신이라도 강림한 것 같았다. 

 그 우아하면서도 기품과 매력이 넘치는 화려한 나체에 잠시 압도당했던 비토는, 그러나 곧 거침없이 손을 놀렸다. 어차피 이 여자는 몇 번이나 그의 페니스에 찔려서 창녀처럼 울부짖었던 여자였다. 황태자비니 뭐니 해봤자, 일단 벗겨놓으면 결국 쾌락에 신음하는 탕녀에 불과했다. 망설일 이유 따윈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솥뚜껑만한 손이 여체의 보지를 덮자 이미 촉촉이 젖은 보지는 미끄러지듯이 사내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사내의 손가락이 보지 속을 헤집자 실비아는 허리를 활처럼 둥글게 꺾으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빳빳하게 굳어진 그녀의 나신이 사시나무처럼 파들파들 떨렸다. 

 비토는 계속해서 보지를 애무하면서 다른 손으로 여인의 도발적으로 솟아오른 젖가슴을 움켜쥐면서 젖꼭지를 세게 비틀었다. 음탕한 교성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빨딱 선 젖꼭지는 항의하듯 부르르 떨었다. 

차츰 솟구치는 욕정을 참을 수 없게 된 비토는 하체에 두른 천을 확 풀었다. 이미 잔뜩 성난 그의 페니스는 꼿꼿이 선 채 허공을 찌르고 있었다. 

 재빨리 침상에 누운 여체 위에 올라탄 비토는 과감하게도 그녀의 홀쭉한 배를 깔고 앉아서 황태자비의 풍만한 젖가슴 사이로 자신의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헉!" 

실비아는 눈을 크게 뜨며 자지러졌다. 부드러운 젖가슴의 사내의 과격한 손길에 의해 좌우로 벌려지고, 그 사이로 페니스로 밀고 들어오는 굴욕적인 상황, 값싼 창녀도 쉽게 해주지 않을 저속적인 플레이를 당하고 있었건만, 이미 매저키스트로 길들여진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뇌리가 멈추는 듯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토는 흥분해서 콧김을 내뿜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펜트 제국 제일로 꼽히는 미녀가, 고귀한 황태자비가 자신의 밑에 깔려서 가장 수치스러운 자세로 봉사하고 있었다. 우월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채 주무르는 젖가슴은 몽실몽실하고 부드러웠으며, 그 살덩어리를 성난 페니스에 대고 문지르면서 앞뒤로 진퇴하자 곧 짜릿한 느낌에 뱃속까지 울려왔다. 한편 실비아의 이성은 이런 꼴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음탕한 교성이었다. 

 "아아........ 흐응....... 이럼 안 되는데....... 하아......" 

뜨거운 교성을 흘리던 실비아의 오른손이 갑자기 움직였다. 최고급 도자기를 깎아만든 듯한 섬섬옥수는 그러지 말라는 의지를 거부한 채 자연스럽게 자신의 젖가슴 사이에 끼인 채 얼굴 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새카만 페니스를 향해 다가갔다. 못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페니스를 쥔 실비아의 새하얀 손은 귀두 부분을 살짝살짝 자극하기 시작했다. 

 "우욱!"

안 그래도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사내의 몸 중에 제일 민감하다는 페니스 귀두를 자극당한 비토는 더 이상 참아내질 못하고 배설하고 말았다. 유백색의 액체 줄기가 쭉쭉 날아가 실비아의 아름다운 얼굴과 빛나는 은발을 덮었다. 

 실비아도 신음성을 내며 눈을 감았다. 끝도 없이 날아온 정액이 그녀의 얼굴을 가득 덮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어서 눈도 뜰 수 없었으며,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쉴 때마다 정액이 입 안으로 스며들었다. 

 여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을 유백색의 끈적한 액체가 가득 덮은 채 뾰족한 턱과 가녀린 목으로, 그리고 풍성한 은발머리로 천천히 흘러내리는 모습은 무척 그로테스크해 보였다. 이상한 무력감에 사로잡힌 실비아는 정액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누워있었다. 눈을 감아서 그런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토는 넋을 잃은 여인의 알몸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사나운 야성은 아직도 만족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실비아의 늘씬한 다리를 움켜쥐고는 침상의 아래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어찌나 미끈하게 잘 빠졌는지 허벅지가 그의 팔뚝보다도 더 가느다란 그녀의 다리는 사내의 억센 힘에 의해 금세 쭉 끌려왔다. 실비아는 침상 위에 상반신만 걸쳐진 채 하반신은 대롱대롱 쳐진 형태가 되고 말았다. 

 "학!"

실비아는 얕은 신음성을 토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정액 때문에 눈조차 뜨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한편 비토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여인의 가녀린 다리를 번쩍 들어서 자신의 어깨 위에 걸친 그는 우뚝 선 채 그대로, 크게 벌어진 보짓구멍을 향해 자신의 페니스를 박아넣었다. 

"아흑!"

강렬한 신음소리와 함께 실비아는 허리를 퉁겼으며, 크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정액이 흘러들어갔다. 비토는 여인의 두 허벅지를 꽉 움켜쥔 채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몸을 앞뒤로 움직였으며, 그럴 때마다 그의 거대한 페니스가 실비아의 보지를 휘저으면서 애액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동시에 사내의 움직임에 따라 여인의 몸도 같이 움직였다. 불덩어리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나신이 이리저리 뒤틀렸으며, 젖가슴과 엉덩이가 파도치듯이 출렁거렸다. 숨넘어가는 듯한 괴성이 울려퍼짐변서 그녀의 예쁜 입술 안으로 정액이 끊임없이 흘러들어갔다. 

 실비아는 이러는 자신이 무척 혐오스러웠다. 한나라의 황태자비란 고귀한 신분이면서 고작 천하디천한 흑인 안마사 따위한테 능욕당하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할 상황일진대, 그런 상황에서도 쾌락에 겨워 창녀처럼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입을 크게 벌리고 방 안이 떠나가라 소리지를 때마다 입속으로 꿀렁꿀렁 흘러들어오는 정액이 너무나 더럽고 싫었다. 이미 수백 번이나 사내의 배설물을 받아마신 그녀였지만,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그것을 긍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이성과 육체의 본능은 다른 법, 특히 타고난 음탕한 본성에 체사레에 의해 길들여지고, 스카피의 마약 기운까지 더해진 실비아는 사내의 손길만 닿으면 금세 본능이 이성을 이기곤 했다. 

 어느새 머릿속이 새하얗게 텅 비어버린 실비아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 채 오직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내의 움직임에 맞춰서 절묘하게 굴곡진 몸을 신나게 흔들어댔으며, 정신이 나갈 정도의 괴성을 질러대면서 쏟아져들어오는 정액을 맛있게 받아마셨다.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인지, 자신의 보지를 마찰하면서 몸속으로 거세게 치받고 들어오는 페니스의 느낌이 더욱 민감하게 느껴졌다. 

 애액이 절로 콸콸 쏟아져나와 침상과 바닥을 적셨으며, 온몸의 모세혈관이 터질 것처럼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한편 비토 역시 여인의 보지가 팔팔한 생선처럼 옴죽거리면서 자신의 페니스를 자극해오는데 혼이 나갈 듯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실비아의 육체는 굉장한 명기였다. 그 나신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었지만, 그 페니스를 빨아들이는 듯한 조임과 능숙한 흔들기는 순식간에 사내를 쾌락의 정점에 올려놓곤 했다. 남다른 정력의 소유자인 비토임에도 아까 한차례 정액을 빼놓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조루를 면치 못했으리라. 

 그렇게 굉장히 규칙적으로 자신의 몽둥이를 휘둘러 여체를 공략하던 비토는 자신의 어깨 위에 걸쳤던 늘씬한 두 다리 중 하나를 아래로 떨어뜨리더니 나머지 한 다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이어서 그 긴 다리를 기둥으로 삼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그 반탄력을 이용해서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 충격에 실비아는 거의 자지러졌다. 허리를 활처럼 둥글게 꺾은 그녀는 싸구려창녀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엄청난 비명소리를 내지르면서 온몸을 뒤틀어댔다. 그녀의 보지 속에 말 그대로 끝까지 틀어박힌 페니스의 감촉은 뇌세포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크크큭, 멋지군, 아주 멋져.......... 캬캬칵........."

스카피는 자신의 지하실 방에서 수정구슬에 비친 광경을 보면서 좋아서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헤벌린 입에서 침이 흘러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수정구슬에는 실비아의 비토의 적나라한 섹스 광경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그가 실비아에게 되돌려준 결혼반지에 마법을 걸어놨는데, 그 반지가 그녀 본인 및 주위에 벌어지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스카피의 수정구슬을 통해 상연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결혼반지라 잘 때도, 볼일을 볼 때도, 심지어 비토와 서로 껴안고 음탕한게 구를때도 빼놓을 리가 없기에 스카피는 그녀의 모든 은밀한 모습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성불구자이기에 더욱 지독한 변태가 되어 관음증에 빠진 스카피에게는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그가 그토록 동경했으며, 또한 망가뜨리고 싶어했던 펜트 제국 제일의 미녀 실비아가 자신이 고른 흑인 안마사 비토에게 무참히 능욕당하는 장면은 그의 사디즘을 극한까지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래, 그래, 잘 되가는구나.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진행되면, 내 계획도 궤도에 오르게 된다." 

거듭해서 고개를 끄떡이는 스카피의 두 눈에는 묘한 열기가 떠돌고 있었다. 

 비토가 황태자비궁의 전속 안마사가 된지도 어느덕 두 달여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 실비아는 사람들을 접견하고, 행사에 참여하고, 무도회와 야유회에 나가는 등 대외적으로 황태자비로서 해야될 일은 빠짐없이 처리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비토와 얽혀서 쾌락의 늪 속을 헤엄치곤 했다. 이미 그녀는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우람한 육체와 지칠줄 모르는 정력을 자랑하는 비토였기에 버틸 수 있었지, 보통 사내였으면, 벌써 그녀에게 혼을 빨아들였으리라.

 또, 실비아도 상대가 비토였기에 겨우 그에게 욕정을 풀면서 다른 주위의 아무 사내에게나 덤벼들지는 않을 수 있었으므로 황태자비로서의 체면도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둘은 좋은 공생 관계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공생 관계는 곧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음탕한 정사신과 솟구치는 욕정을 최대한 남에게 숨기면서 차갑고 도도한 황태자비를 연기해야 하는 실비아와는 달리 비토는 전혀 거리낄 것도, 숨길 것도 없었다. 그 차이는 결국 주종관계를 만들어냈고, 사내의 여인에 대한 요구사항은 점점 늘어만 갔다. 

 단둘이 있을 때는 언제나 스스로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되어야 했으며, 직접 정성껏 비토의 몸을 애무해야 하기도 했다. 그의 옆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손으로 쓰다듬고 혀로 핥으면서 남편에게도 하지 않은 서비스를 흑인 노예에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동 중인 마차 안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궁전의 한 복도에서, 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알현 대기실에서 오럴 섹스를 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점점 자존심을 잃고 쾌락에 종속되어 가던 실비아에게 파국이 찾아왔다. 

  약간 서늘한 초봄의 밤이었다. 그날도 실비아는 알몸 위에 얇은 이브닝드레스만 걸친 채 침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침실 한가운데에서 비토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녀의 코발트블루의 눈동자는 이미 욕정으로 인해 불그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비토는 그녀를 안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두껍고 긴 가운을 실비아의 등에 걸쳐주더니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어디로 가려고요?"

의아한 듯이 실비아가 꺼낸 말은 무시당했다. 비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황태자비궁 바깥으로 끌고 나갔으며, 실비아는 영문도 모른 채 이브닝드레스와 가운만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차림새로 딸려가고 말았다. 

 아직 바깥바람이 차서 그런지 실비아의 몸이 오슬오슬 떨렸다. 맨발에 슬리퍼만 신은 채 밟는 땅도 꽤 차가웠다. 

 "왜 그러죠?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에요?"

찬 공기 때문인지, 불안감 때문인지 실비아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러나 비토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어딘가로 데려갈 뿐이었다. 황태자비란 껍질을 벗기고 나면, 한낱 연약한 여인일 뿐인 실비아는 강인한 사내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큰 길로 나오니 검은색의 작은 마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토는 실비아를 그 마차에 태웠다. 의아한 표정으로 이끌리듯 마차에 탄 그녀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키면서 입을 가렸다. 마차의 안, 그 깊숙한 곳에는 스카피, 그녀를 지금의 나락으로 밀어넣은 그 변태 늙은이가 추악한 인상에 잔인한 웃음을 띤 채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다, 당신은.........."

스스로도 명확히 판별하기 힘든, 마구 뒤엉킨 감정에 의해 파르르 떠는 실비아를 보면서 슼피는 더욱 흉측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요, 황태자비 전하. 제가 소개해 준 비토는 어땠습니까? 제법 잘 즐기신 것 같습니다만...... 큭큭........" 

 실비아는 그 노골적인 비웃음에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한 마디 변명도 못한 채 그의 옆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반대편에는 비토의 산만한 덩치가 자리했다. 스카피는 계속해서 비토와 음담패설을 주고받았으며, 굴욕감으로 새파래진 실비아는 귀를 막고 싶은 걸 겨우 참고만 있었다. 

 작은 마차는 도로를 달렸다. 실비아가 불안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창 밖은 달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해서 어디로 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거죠? 어디로 가는 거예요?"

자신도 모르게 뾰족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러자 스카피는 불쾌하다는 듯이 비토를 향해 명령했다. 

 "끌끌, 아무래도 너무 딱딱한 것 같군. 비토, 조교가 좀 부족한 것 아니냐?"

거구의 흑인도 고개를 끄떡였다. 

"확실히 그렇군요. 소피아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좀더 나긋나긋하개 만들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그녀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자기들끼리 말을 진행시키는 둘을 보고 실비아는 기가 막혀서 예쁜 입술을 살짝 벌렸다. 

"이봐요. 이게 무슨........"

 하지만 그녀의 항변은 깨끗이 무시당했다. 비토가 바로 실비아의 손을 낚아채자 순식간에 그의 널찍한 품에 쓰러지고 말았으며, 그녀의 입술을 사내의 두툼한 입술이 내리눌렀다.

"우욱!"

비명소리조차 내지못한 채 실비아가 눈을 크게 뜬 순간, 사내의 손이 가운의 끈을 풀고 얇고 부드러운 이브닝드레스 위로 볼록 솟아오른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짜릿한 충격이 전류처럼 전신을 타고 흘렀다. 

 안타까운 일은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 스카피가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이토록 모욕적이고 폭력적으로 능욕을 당하면서도 그녀의 몸은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미 매저키스트로 길들여진 아름다운 육체는 자신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일방적인 성행위에 강렬한 쾌감을 느끼면서 애욕에 떨고 있었다. 

 전신의 혈관을 도는 피의 온도가 올라갔으며, 눈자위는 불그스름해지고 내쉬는 숨결도 따뜻했다. 사내의 손아귀에 잡혀 마구 이지러지는 젖가슴 끝에 매달린 젖꼭지는 파들파들 떨렸으며, 코발트블루의 눈동자도 색기로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비토의 솥뚜껑같은 손이 이브닝드레스의 은빛 치맛자락을 헤치자 치맛자락이 말려올라가면서 미끈한 다리가 드러났다. 은색의 치맛자락이 허리근처까지 말려올라간 채, 그 아래로 새하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고, 그 위를 새까만 손이 쓰다듬는 광경은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할 만큼 선정적이었다. 

 치맛자락이 말려올라가면서 드러난 두 다리 사이의 진홍색으로 빛나는 음부, 그곳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천조각, 팬티가 없었다. 

 실비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팬티, 브래지어, 속바지, 속치마 등 속옷을 입지 않고 지냈다. 그냥 바로 알몸 위에 겉옷만 입곤 했다. 그것은 벗기기 귀찮다는 비토의 의향 때문이었는데, 실비아 자신도 그쪽이 더 맘에 들었다. 그녀의 음란한 나체는 고급 속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폼을 잡기보다는 빨리 사내의 손에 주물려지고 단단한 페니스에 꿰뚫리길 원하고 있었다. 

 "아앙!" 

비토의 손이 실비아의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 사이로 스며들자 그녀는 고개를 두로 꺾으면서 야한 신음소리를 발했다. 사내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허리가 뒤틀리고 다리가 비비 꼬였다. 그것은 누가 봐도 거부의 동작이 아니라 쾌락에 절은 육체의 광란이었다. 

 이미 여인의 보지가 충분히 젖었다고 판단한 비토는 가녀린 육체를 번쩍 들어 자신의 페니스 위에 푹 내리꽂았다. 여인의 육체가 마치 간질환자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아, 아, 아아, 그만........ 이럼, 안되는데......... 흐윽!" 

고혹적인 여인의 신음소리가 작은 마차 안을 울리고 있었다. 기계적으로 말을 모는 듯한 마부조차 뒤쪽에서 들려오는 그 은근한 신음과 질퍽거리는 소음에 귀를 잔뜩 기울이고 있었다. 

 실비아는 비토의 몸 위에 올라탄 채 방아를 찧고 있었으며, 비토는 그런 그녀의 늘씬한 허리를 살짝 잡고 동작을 도왔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실비아는 두 손을 사내의 어깨에 걸친 채 거의 자동으로 엉덩이를 오르락내리락 흔들어댔으며, 그럴 때마다 애액에 푹 젖은 크고 새카만 페니스가 드러났다가 다시 여인의 몸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아, 안돼! 멈춰....... 제발, 어째서.........'

아무리 속으로 이건 아니라고 외쳐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크고 굵은 페니스가 쑥 빠져나갔다가 다시 자궁 속으로 짓쳐들어올 때의 감촉, 끊임없이 보지를 마찰하는 촉감과 텅빈 몸속을 꽉 채우는 듯한 느낌은 혼이 나갈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실비아의 아름다운 나신은 그 참을 수 없는 쾌락을 찾아 저절로 움직였으며,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크큭, 크큭...... 멋져, 정말 최고야........" 

펜트 제국 제일의 미녀, 고귀한 황태자비 실비아가 자신의 눈앞에서 쾌락에 굴복한 암캐가 되어가는 모습에 극악의 변태 스카피는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의 일그러진 턱 위로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실비아의 가운은 벗겨져서 마차 바닥을 뒹굴고 있었으며, 이브닝드레스는 윗부분이 벗겨지고 아랫부분은 말려올라가서 허리부근에서 돌돌 말린 상태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나신은 거의 그대로 드러나서 방아를 찧을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문득 비토의 손이 실비아의 흐드러진 엉덩이를 꽉 움켜쥐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자 그녀는 "헉!"하는 숨이 멎을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두 팔로 사내의 몸을 꼭 끌어안고 경련했다. 그녀의 머리가 뒤로 한껏 젖혀진 채 풍성한 은발머리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비산하는 은색의 반짝임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발했지만, 그 아래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가장 원초적이고 질퍽한 섹스였다. 

 좀전까지만 해도 아래위로 열심히 방아를 찧던 실비아의 나신이 이제는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지가 쉴새없이 옴죽거리면서 페니스와 마찰되었으며, 늘씬한 다리가 비비 꼬였다. 그녀의 젖가슴과 엉덩이가 사내의 거친 손길에 의해 마구잡이로 일그러지고, 그럴 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마차 굴러가는 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퍼졌다. 

 그렇게 실비아는 스카피가 보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아니 그 점을 의식할 때마다 오히려 매저키즘을 자극받아 더 큰 쾌감을 느끼며, 비토와의 뜨거운 섹스에 몰입했다. 그러는 사이에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차가 멈춘 곳은 꽤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아마도 어떤 귀족 소유의 장원으로 여겨졌지만, 격렬한 섹스의 여파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판단력이 저하된 실비아는 여기가 어딘지 눈치챌 수 없었다. 여러 번 와본 곳임에도 불구하고.........

 비토는 힘이 빠진 나머지 축 늘어져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실비아를 일으켜 세워서 허리 부근에 말려있던 이브닝드레스를 다시 펴서 몸을 가려주고 가운도 걸쳐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땀과 애액으로 푹 젖은 몸에 찬바람을 쐬자 금세 한기가 들어서 실비아는 오들오들 떨었다. 

 비토가 실비아의 조그맣고 예쁜 손을 붙잡고 현관 쪽으로 이끌었다. 완전히 얼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실비아는 이제는 항의의 소리 한 마디 못한 채 그가 이끄는 대로 조용히 따라갔다. 현관 홀은 매우 어둡고 조용했으며, 몇 개의 코너를 돌자 깊숙한 곳에 있는 넓은 방이 나타났다. 

 그 방은 분장실인 듯 거울 달린 화장대가 쭉 늘어서 있었으며, 한쪽에는 굉장히 큰 옷장도 보였다. 그리고 수십 명의 여자들이 앉아서 한창 화장 중이거나 머리를 다듬고 혹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모두 상당한 미모에 새하얀 피부와 늘씬한 몸매를 지닌 미녀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그녀들이 모두 벌거벗은 상태란 것이었다. 허리춤에 미니앞치마라고 해야 하나, 매우 조그마한 천조각 하나를 걸치고 있을 뿐, 새하얀 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어지간히 값싼 최하급 콜걸이라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벗고 일할 것 같지는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에 안 그래도 넋이 나간 상태의 실비아가 제대로 판단이 안 되어서 멍하니 있는 사이에 비토는 아무 말도 없이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리고 알몸으로 화장 중이던 한 여인이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면서 다가왔다. 

 "어머, 황태자비 전하, 당신도 이곳에 오셨군요. 환영해요, 호호........" 

 밝은 백금발에 주먹만한 얼굴, 섬세한 이목구비, 다정한 미소, 그녀는 실비아가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던, 언제나 단정하고 얌전한 태도를 견지하던 귀부인, 바로 체사레의 형수였던 소피아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부끄러움도 모르고 알몸을 다 드러낸 채 귀여운 얼굴에는 음탕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실비아로서는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섹스의 여파로 뇌세포가 헝클어진 탓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실비아를 경악케 하는 일은 그 후부터였다. 널따란 분장실 안에 있던 여러 여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자기들과는 다른 차림의(즉 알몸이 아닌) 여자를 발견하고는 돌아보는데, 모두가 아는 얼굴들이었다. 

 "루시아, 베아트리체, 나미, 발레리아, 플라비아, 엣셀, 풀비아, 이사벨라........ 당신들이 왜 여기에?" 

모두 실비아가 무도회와 연회, 미용실, 의상실 등에서 자주 만나고, 함께 수다를 떨고, 드레스, 보석, 화장 등에 대해 의논하던 귀부인과 귀족 영애들이었다. 개중에는 황궁의 시녀나 신전의 여사제들도 보였다. 

 다들 실비아만큼은 아니어도 한 미모 하기로 유명한 여자들이었고, 우아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여성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왜 여기에서 이런 모습으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걸까? 누구를 위해? 

 대답 대신 그녀들은 완전히 얼이 빠진 실비아를 가리키면서 헤죽거리고만 있었다. 

"어머, 어머, 그 대단하다는 황태자비까지 여기에 오게 될 줄이야. 킥킥, 재밌게 돌아가는 걸........" 

"뭐, 좀 더 예쁘고, 좀 더 신분이 높긴 했지만, 결국 우리랑 다를 거 없는 여자란 거겠지. 키키킥............"

"하긴 뭐, 평소에는 잔뜩 콧대를 높이면서 차갑고 고고한 척 하면서도 뒷구멍으로는 호박씨 까는 매우 음탕한 여자라는 소문은 예전부터 돌았잖아."

"맞아, 맞아, 황태자가 없는 틈을 타서 이 남자, 저 남자랑 아무데서나 섹스 행각을 벌이는 걸 봤다는 시녀들도 많았지. 그게 모두 사실이었나 봐, 깔깔깔........."

 얼이 빠져 있는 실비아를 향해 쿡쿡 웃으면서 다가온 소피아가 단아한 입술을 열었다. 

"어머나, 보아하니 실비아 전하는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 끌려온 모양이네요. 그럼 제가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죠. 이 집의 주인이자 같은 남자에게 수혜를 받아 성노예로 길들여진 여자로서, 후훗........." 

 그러고 보니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곳은 과거 체사레 가문의 저택이었다. 지금은 남자들이 모두 죽고, 미망인인 소피아만 지키고 있었는데, 어째서 여기에 펜트 제국 상류 사회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여자들이 벌거벗은 채로 모여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소피아의 다음 말, 그녀 역시 체사레에게 능욕당하고 길들여졌으며, 너 역시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에 실비아는 뇌세포가 뒤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실비아를 보면서 다른 여자들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깔........ 뭐 그리 신기한 일이라고, 놀라고 그래요?"

"그러게, 제국 사교계에서 한 미모한다는 여자 치고 체사레 손이 안 닿은 여자가 있던가?"

"정말 그 사람의 손길은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 최고의 쾌락을 느꼈었어. 유일한 단점은 너무 많은 여자들을 상대하느라 내게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거였지만."

"그래서 지금도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 사람 때문에 이런 음란한 몸이 되었지만, 또 매일매일 기절할 듯한 쾌락을 즐길 수 있으니까."

 멋대로 떠드는 여자들을 적당히 무마하면서 시작한 소피아의 설명은 이랬다. 제국 사교계의 수많은 미녀들을 멋대로 주무르던 체사레가 갑자기 오크의 창에 찔려죽은 후로 그곳에는 힘의 공백이 생겼었다. 

 모두들 섹스의 맛에 철저히 중독된 터라 밤이면 절로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해결방법은 좀처럼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져봐도 모두 힘과 기술이 너무 치졸해서 하나도 그녀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이었다.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의 최고급 와인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5급 샤토의 마을 단위 와인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맛이었다. 

 그 공백을 치고 들어온 것이 바로 스카피였다. 안마사 비토의 기술과 힘을 이용해서 안마를 하는 척 하면서 달아오른 여체를 그대로 강간해버리기도 했으며, 문란한 성생활을 보내다가 임신해버린 여자가 유산을 하러 오면, 그 촉수를 사용해서 강제 유산시키기도 했다. 

 시작은 달랐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선택의 여지를 잃어버린 여자들은 모두 스카피가 시키는 대로 유백색의 액체, 가장 강력하고 혈관에 녹아내려 효과도 영원히 지속되는 최음제를 마시게 되었으며, 사내의 손길만 닿아도 금세 애액을 줄줄 흘리면서 무너져버리는, 최하급 창녀보다도 더 음탕하고 손쉬운 여자가 되고 말았다. 

 얘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었을 때, 실비아가 깜짝 놀라 신음성을 발했다. 

 "뭐라고요? 그럼 그 약의 부작용 때문에 육체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용도의 약이라는......."

소피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실비아의 은발머리를 살짝 헤치고, 분홍색의 볼을 매만졌다. 

"당연하죠, 쿡쿡......... 설마 그런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믿으셨어요? 어머, 어머, 우리 실비아 전하도 의외로 순진한 분이시네요, 호호........" 

 이 말에 다른 여자들도 깔깔대고 웃음을 터뜨렸으며, 실비아만 중간에서 바보처럼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녀들이 실비아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몇몇이 손을 놀리더니 순식간에 가운의 끈을 풀고, 이브닝드레스까지 확 벗겨버렸다. 속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 실비아의 눈부신 나신이 그대로 드러나버렸다. 

 "어머, 역시 멋진 피부라니까. 새하얗고 부드럽고 매끈하고, 얼마나 잘 가꾸었기에 이렇게 될까?"

"난 이 가슴이 더 부럽다니까. 이렇게 날씬한 몸매에 가느다란 허리에 젖가슴만 이렇게 풍만하고 만지기 좋다니, 반칙이야, 흥!" 

 수십 개의 손이 달려들어 그녀의 몸을 마음대로 만지고 주무르는 데에도 실비아는 제대로 대처를 하지못하고 쩔쩔매기만 할 뿐이었다. 오히려 몸 안 깊은 곳으로부터 묘한 열기가 피어올라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뒤틀고 다리를 꼬았다. 

 아까 비토에게 마차 안에서 강간만 당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진 않았겠지만, 이미 정신은 몽롱하고 몸에선 힘이 빠진 실비아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애무를 하는 손길에 저항할 기력이 없었다. 확실히 스카피가 말한 대로 막 섹스를 끝낸 여자는 한없이 나긋나긋해져서 외부에 대한 저항력이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소피아는 이야기를 끝맺었다. 

"뭐, 저도 그렇게 약을 먹고 스카피에 길들여졌죠. 그리고 미망인인 저에겐 집안에 눈치볼 남자가 없었기에 이곳에 여자들을 모아놓고 최고로 즐거운 파티를 매일 열고 있는 거에요. 실비아 전하, 당신도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자주 찾아주세요, 호호호............." 

 이어서 여자들은 실비아에게 자신들이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미니 앞치마를 입혔다. 보지를 간신히 가릴까말까한 그 작은 천조각은 뒤쪽에도 가는 끈으로만 묶여 있어서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상체도, 늘씬한 다리도, 풍만한 엉덩이도 그대로 드러났다. 게다가 그대로 걷게 되면, 천이 펄럭거리면서 보지까지 보일 게 틀림없었다. 이것은 이미 가렸다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소피아가 직접 검은색의 끝을 실비아의 목에 나비모양으로 묶어주었다. 그러고보니 다른 여자들도 모두 그런 끈을 매고 있었다. 

"이건 노예의 표식이에요. 앞으로 만날 남자들은 모두 우리의 주인인 거고, 우리는 주인님들이 시키는대로 절대 복종해야 하는 거에요. 아셨죠? 호호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실비아는 저항의 소리조차 꺼내지 못한 채 그녀들이 이끄는 대로, 알몸으로 의상실 중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맨발에 닿는 방바닥이 무척 차가웠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상상한 것일까? 실비아의 코발트블루의 눈동자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들었으며, 내뱉는 숨결은 뜨거웠다. 

 그 때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쇳소리가 울린 것은...........

  "뭣들 하는 거야! 화장 끝났으면, 어서들 일 나가야지!"

그 남자는 불룩 튀어나온 배에 호빵처럼 부풀어오른 얼굴 등 참으로 천박해보이는 외모에 천박한 말투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싸구려식당 주방장에나 어울릴 법한 그런 남자의 큰소리에 궁정 유수의 귀부인들과 귀족 영애들, 그 고귀하고 도도한 여자들이 모두 꼼짝을 못했다. 

 "예, 주인님, 잘못했어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사죄한 여자들은 출렁거리는 젖가슴과 엉덩이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앞쪽에 보이는 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렇게 여자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지자, 분장실 안에는 실비아와 그 배불뚝이만 남게 되었다. 

 "호오, 신참인가? 꽤 에쁘군."

배불뚝이는 다른 여자들과 똑같이 미니 앞치마와 목에 두른 검은색 끈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서 그대로 드러난 실비아의 나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천한 신분이었는지 그 유명한 펜트 제국 제일의 미녀, 황태자비 실비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내의 무지는 전혀 불이익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재산이 되고 있었다. 그는 돈주고 산 창녀를 대하듯이 성큼성큼 실비아를 향해 다가갔다. 

 오히려 실비아가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났으나, 금방 따라잡히고 말았다. 평소에는 인간 취급도 안 하던 천한 남자를 상대로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다. 배불뚝이가 뻗은 손이 실비아의 풍만한 젖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그리고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그녀의 몸이 딱 굳으면서 "아!"

하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리 체사레에 의해 성적인 쾌락에 눈을 뜨고, 철저한 매저키스트로 길들여졌다 해도 평소의 실비아라면, 이런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약물이 성감을 최고도로 진작시키고, 쾌감은 수백 배로 증폭해서 뇌로 전달하고 있었다. 

 이런 아무런 재주도 없는 거칠기만 한 애무에도 실비아의 피는 뜨거워졌다. 몇 번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던 사내는 그 몽실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페니스가 바짝 섰는지 성급한 행동에 나섰다. 

 여체를 거칠게 벽쪽으로 몰아붙이더니 곧 자신의 바지를 까내리고, 실비아의 오른쪽 다리를 팔로 들어올렸다. 

"아, 안돼요!"

 다급하게 외쳐봤자 마음뿐으로, 목소리는 모기소리처럼 작았으며, 흐느적거리는 나신에는 사내의 거친 동작을 뿌리칠 힘이 없었다. 들어올려진 다리가 배불뚝이의 허리에 걸쳐지면서 그녀의 보지가 넓게 벌려지더니 곧 굵직한 페니스가 자궁 안으로 짓쳐들어왔다. 

 실비아는 숨이 막히는 듯한 그 느낌에 허리를 팅기면서 신음했다. 페니스가 보지속을 휘저을 때마다 그녀의 등이 차가운 회색 벽에 밀렸으며,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과 엉덩이가 요동쳤다. 

 어느새 실비아의 육체는 뜨겁게 달아올라서 차가운 벽의 감촉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며, 참으려는 의지를 뚫고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분장실이 떠나갈 듯한 괴성이 터져나왔다. 모세혈관 속의 피가 끓어오르고 완벽한 S라인의 몸매가 화려한 율동을 일으켰다. 고개를 휘두르자 그녀의 은발머리가 펄럭이면서 반짝이는 은색 빛깔이 사방에 흩날렸다. 

 "으음....... 이건 아냐....... 아흑! 하앙........."

못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두 팔을 휘두르던 실비아는 결국 사내의 목을 끌어안고 말았다. 그녀는 스스로 그토록 추악하게 여기던 배불뚝이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고 난폭한 키스를 받아들였다. 

 실내에는 음산하면서도 요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홀처럼 드넓은 실내에 촛불 수십 개가 전부인, 극도로 억눌려진 조명 사이로 무수한 테이블과 의자가 보였고, 그곳에 언뜻 봐도 천해보이는 남자들이 앉거나 서서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미니 앞치마만 걸쳤을 뿐, 속옷조차 입지 않은 나신의 미녀들이 돌아다니면서 서빙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음식을 날라주는 서빙만이 아니었다. 남자들은 지나가는 여자들의 젖가슴과 허리를,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냘픈 목덜미와 얼굴을 마음 내키는 대로 매만지고 키스했다. 보지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애무하는 남자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다리를 비비 꼬고 허리를 뒤틀면서 탄성을 발했다. 

 또 어떤 여자들은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사내의 물건을 바지 밖으로 꺼낸 후, 손이나 입으로 정성껏 애무해주기도 했다. 벌써 한쪽에서는 벌써 여자를 강제로 테이블 위에 엎드리게 하거나 자기 무릎 위에 앉혀놓고 질펀한 섹스판을 벌리는 곳도 있었다. 유백색의 정액이 여자들의 새하얀 알몸 위로 뿌려졌다. 

 최하급 창녀굴에서도 볼 수 없을 듯한,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집단 난교 파티를 목격하고 실비아는 손으로 자기 입을 가렸다. 자신의 자궁 속에 정액을 실컷 뿌린 배불뚝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와 보니 이런 광경이 나타난 것이었다. 

도무지 눈앞의 일이 현실같지 않았고, 꿈결처럼 몽롱하기만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 꿈을 강제로 깨게 만들었다. 

 "또 신참이군. 그럼 교육 좀 시켜볼까."

아까의 배불뚝이와는 달리 마른 몸매에 날카로워보이는 외모의 그 남자는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넘치는 게 이 세계에서는 대빵 역할을 맡고 있는 듯 했다. 그자가 다가오는 모습에 겁에 질린 실비아는 "학!"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파르르 떨면서 뒤로 물러났지만, 짧은 시간 사이에 두 번이나 섹스를 하느라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도망칠 수가 없었다. 

 금세 그녀의 팔목을 나꿔챈 사내는 실내 한쪽의 카운터로 끌고가 거칠게 내던졌다. 

"아악!"

실비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카운터에 매달려 강제로 엎드려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등허리의 예술적인 라인을 그대로 드러낸 채 엉덩이를 뒤로 내민 지극히 섹시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눌린 젖가슴이 일그러지고 길고 화려한 은발이 일렁였다. 

 이토록 멋대로 우롱당하면서도 사내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실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곧이어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크고 굵은 페니스가 그녀의 몸속을 꽉 채우는 듯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흐윽! 아앙......... 주, 죽을 것 같아...... 아아, 좋아...... 더, 더!" 

그 깡마른 남자는 확실히 여자 다루는 기술이 범상치 않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파도치듯이 밀려들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실비아는 안타까움에 떨다가 페니스까지 목까지 치고 올라오는 느낌에 경련하며, 쾌락의 늪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미 그녀의 코발트블루의 눈동자는 꿈을 꾸는 듯이 몽롱해졌으며, 육체는 본능에 따라 꿈틀거리면서 요사스럽게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쥐고 힘차게 움직이던 사내가 문득 손을 앞으로 뻗더니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쥐어짰다. 

 "아악!"

실비아는 고개를 뒤로 꺾으면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고통보다는 향락에 젖어있음을 완연히 증명하고 있었다. 

 깡마른 사내는 계속해서 여체를 밀어붙이다가 문득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위로 쳐든 후에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거친 숨결이 실비아의 귓가를 간질이면서 역한 냄새를 풍겼다. 

 "잘 들어라, 넌 이제부터 우리 모두의 노예야. 만나는 남자들에게 모두 '주인님'이라고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부르면서 그들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라. 암캐처럼 기라면 기고, 페니스를 빨라고 시키면 빠는 거야, 알았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실비아의 내면의 외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못했다. 그저 "아아, 하앙........."

 하고 스스로 귀여운 암캐가 되어서 애원하는 듯한 교성만 발할 뿐이었다. 그녀의 자궁 속을 휘젓는 단단한 페니스의 뜨겁고 강렬한 느낌은 저항할 기력을 완전히 빼앗아서 복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사내가 그녀의 등 뒤를 타고 압박할 때마다 테이블이 닿은 풍만한 젖가슴이 무자비하게 일그러졌으며, 늘씬한 다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입술 사이로는 끊임없이 뇌쇄적인 교성을 발하는 가운데, 페니스가 왕복할 때마다 마치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듯한 질척한 소음이 일었다. 폭포수처럼 솟아난 애액이 그녀의 미끈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다른 여자들처럼 서빙을 하면서 음식과 술을 날라라. 그리고 그들이 널 만지고 네 육체를 원하면 기쁘게 응하는 거야. 바깥에서의 신분이 어쨌든지간에 여기서 넌 그냥 암캐다. 주인이 턱을 긁어주면 기뻐서 꼬리를 흔드는 암캐!" 

 깡마른 사내는 계속해서 여체를 몰아붙이면서 그녀의 귓가에 불어넣듯이 말했다. 사내의 힘과 기술에 의해 혼이 나가버린 실비아의 뇌리에 그 말은 마치 신의 계시처럼 새겨졌다. 

 "자, 가라!"

"예............"

깡마른 사내가 엉덩이를 툭 치자 실비아는 쟁반을 든 채 어두우면서도 시끌벅적한, 이미 온갖 음탕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난교 현장을 향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정신도 몽롱했지만, 가슴은 묘한 기대감으로 뛰고 있었다. 

 비록 어두운 조명 아래였지만, 실비아의 절세의 미모는 눈에 확 띄었다. 특히 허리 근처까지 찰랑거리는 은발머리는 어둠 속에서도 찬연한 빛을 발했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거리는 젖가슴과 엉덩이는 사내들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휘익!"

"신입인가? 멋진데!"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고 곧 여기저기서 손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더듬고 젖가슴을 주무르고, 마치 깊은 계곡처럼 움푹 들어간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에게는 다른 여자들처럼 서빙을 할 시간도, 손이나 입으로 페니스를 애무해주는 특별 서비스를 할 시간도 없었다. 

 그녀의 절륜한 미모와 만질수록 가슴을 떨리게 하는 한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에 솟구치는 욕정을 참을 수 없게 된 남자들은 곧 거칠게 달려들었다. 쨍그랑! 탁자 위를 가득 덮고 있던 접시와 유리잔들이 거친 손길에 의해 바닥을 향해 나뒹굴면서 유리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곧 탁자 위에는 요리와 술 대신 알몸의 여체가 눕혀지고, 욕정으로 시뻘개진 눈의 남자들이 눈앞의 탐스러운 나신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실컷 만지고 빨고 주무르다가 몇 차례의 투닥임이 있은 후, 결국 한 남자가 실비아의 두 다리를 한껏 벌리고 그 사이를 향해 자신의 페니스를 힘차게 박아넣었다. 

 "하악!"

실비아는 몸 전체가 쇠꼬챙이에 꿰뚫리는 듯한 그 느낌에 자지러졌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가 활처럼 둥글게 휘어지면서 화려한 은발머리가 펄럭였다. 곧 크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도 페니스가 틀어박혀서 그녀는 "욱, 욱......" 하는 답답한 신음소리만 낼 수 있게 되었다. 

 끝간 줄을 모르고 패륜적인 쾌락과 세기말적인 음란함에 물든 밤, 말초신경을 최고도로 자극하는 광란의 현장은 그렇게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욱, 욱......... 아아........"

실비아는 지금 자신이 대체 몇 명의 남자를 상대하고 있는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녀의 주위를 수십 명의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자신은 최대한으로 그들에게 봉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막 보지 속을 들락거리던 페니스가 장렬하게 분출하더니 곧 밖으로 빠져나가고, 또다른 사내가 달려들었다. 실비아의 늘씬한 다리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사내의 허리를 뱀처럼 영활하게 휘감았으며, 이미 정액을 잔뜩 머금고 있는 보지는 뻘판처럼 사내의 페니스를 쭉쭉 빨아들였다. 그 절묘하게 조였다 풀었다 하는 움직임과 궁극의 허리 흔들기에 순식간에 절정에 오른 사내는 곧 자신의 배설물을 그녀의 자궁 속에 쏟아냈다. 

 실비아의 하얗고 섬세한 두 손은 제각기 양쪽으로 끌려간 채 크고 냄새나는 페니스를 열렬히 애무하고 있었다. 영활하게 앞뒤로 왕복하면서 섬세한 손가락들이 가장 민감하다는 귀두를 교묘하게 자극하자 역시 못 참겠다는 듯 답답한 신음소리와 함께 분출하는 정액이 그녀의 날씬한 배와 풍만한 젖가슴을 적셨다. 

 한 명이 사정하면, 또 한 명이 달려들고, 그들은 미리 순서를 정해놓은 듯 쉴 새 없이 황태자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실비아의 보지에는 또 새로운 페니스가 꽂히고, 두 손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며, 내미는 페니스를 애무해야 했다. 

 입도 마찬가지였다. 입안에 가득한 정액이 미처 흘러내리기도 전에 바로 새로운 페니스가 그녀의 입속으로 짓쳐들어왔기에 실비아는 숨이 막힌 나머지 아직 남은 정액을 그대로 꿀꺽꿀꺽 마셔야 했다. 벌써 얼마나 많은 양의 정액이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흘러내려갔는지 잴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그녀의 입술은 아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사내의 페니스를 쪽쪽 빨아들였으며, 혀로 열심히 애무했다. 

 어떤 자는 아예 참지 못하고 실비아의 위에 벌떡 올라타더니 자신의 페니스를 그녀의 젖가슴 사이에 끼우고, 힘차게 주무르면서 페니스에 대고 비비기도 했다. 곧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도, 젖가슴 위에도 한 바가지나 되는 정액이 쏟아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감도 잘 오지 않았다. 사내들에게 실컷 시달린 끝에 언제부터인가 실비아는 바닥 위에 널부러진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의 나신은 쉼 없이 경련을 일으켰으며, 얼굴부터 젖가슴과 엉덩이를 거쳐 발바닥까지 온통 정액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토록 화려하게 반짝이던 은발머리조차 정액으로 맥질되어 빛을 잃은 상태였다. 

 한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눈 주위의 정액을 손으로 닦고 혀로 핥아먹으면서 겨우 몸을 약간 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완전히 일어서지는 못한 채, 짐승처럼 네 발로 엎드린 상태가 되었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 작살 굴곡을 이루는 그녀의 등허리는 예술품 그 자체였다. 

 그 상태로도 계속 숨을 고르던 실비아의 코발트블루의 눈동자에 문득 백금발의 미녀 소피아가 비쳤다. 그녀는 방금 전에 실비아처럼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채 능욕당하는 중이었다. 다소곡하게 무릎을 꿇은 채 젖가슴으로 열렬히 사내의 페니스를 비벼대고 있었으며, 두 다리 사이에도 역시 페니스를 꽂은 채 격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소피아의 방아를 찧는 동작과 젖가슴을 비비는 동작은 절묘하게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서 베테랑 중의 베테랑 창녀를 연상시키게 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꿈을 꾸는 듯 몽롱한 게 이미 혼이 나간 듯했으며, 사내들에게 절정의 쾌락을 선사함과 동시에 본인도 가슴 속 깊이 복종과 봉사의 쾌락을 느끼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실비아의 시선을 느낀 소피아는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발견하고는 쌔액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묘한 웃음은 "당신도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하는 비웃음과 함께 음탕한 쾌락을 즐기고 있다는 공범 의식을 7:3 정도의 비율로 섞어놓은 듯 했다. 그 미소를 접하자 실비아는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아랫도리가 저릿저릿거려서 저도 모르게 다리를 비벼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여자의 묘한 유희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소피아가 한창 젖가슴으로 비벼대던 페니스가 갑자기 팽창하더니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향해 힘차게 대포를 발사했다. 온통 정액의 샤워를 뒤집어쓴 소피아는 이제 웃는지, 우는지 분간도 할 수 없는 얼굴이 되었으며, 그저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흘러내리는 정액을 열심히 핥아먹을 뿐이었다. 거의 동시에 그녀의 보지 깊숙이 박혀 있던 페니스도 분출했는지 늘씬한 다리를 한껏 오무린 채 전신에 경련을 일으켰다. 

 실비아도 자신의 움푹 들어간 허리를 누군가가 쓰다듬는 감촉에 흠칫해다가 곧 뒤에서부터 딱딱한 페니스가 그녀의 몸속으로 힘차게 뚫고 들어오는 느낌에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허리가 유연하게 파도쳤으며, 그 때마다 뜨거운 섹시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은발머리가 펄럭거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곧 딱 벌어진 입술 사이로도 새로운 페니스가 틀어박혔다.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음탕한 장면으로 얼룩진 광란의 밤은 끝이 나려면 아직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크큭, 크크크큭........... 최고야! 최고........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지는구나.......캬캬캭!"

마법사이자 정신나간 변태성욕자인 스카피는 수정구슬을 바라보면서 지팡이로 땅을 팍팍 치면서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의 입 아래로 침이 한 바가지나 흘러내렸다. 그 수정구슬에는 광기의 쾌락으로 가득찬, 지독한 사디즘과 매저키즘이 어우러진 실내의 광경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를 미칠 듯 흥분시켜서 성불구자만 아니었다면, 벌써 여러 번 사정했을 것 같았다. 

 태생적으로 작고 못생긴 외모에 성불구자였던 스카피는 그런 만큼 더욱 비뚤어진 성격과 풀 길 없는 성욕을 길러왔었다. 그는 자신을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혐오하던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자신의 배 밑에 깔 수는 없지만, 대신 지옥 밑바닥까지 타락시켜서 천한 남자들의 성노리개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리고 그 오랜 계획이 드디어 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보라! 수치도 모르고 작은 천조각 하나만 걸친 나신으로 수많은 사내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성노예의 표식'으로 불리는 검은색 끈을 스스로 기뻐하면서 목에 매달고, 암캐처럼 엎드린 채 애원하고 봉사하는, 마침내는 수십 명의 사내들에게 처참한 꼴로 능욕당하고 강간당하면서 쾌락에 겨워 신음하는 저 여인들! 그녀들이 고귀한 혈통을 타고나고, 상류사회의 여러 교양을 쌓았으며, 평소 도도하고 차가운 태도로 타인을 깔보며, 자신의 높은 신분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던 귀부인들과 귀족 영애들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저 여자들을 저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스카피였다. 그는 그 사실이 못 견디게 자랑스러웠다. 펜트 제국 제일의 미녀이자 고귀한 황태자비인 실비아도 그에게 무릎꿇었다.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아가면, 제국의 상류 사회 여성들 모두를 그의 손아귀에 움켜쥘 수 있으리라. 

 그는 그렇게 단호히 믿으며, 눈앞의 광경만을 즐기고 있었다. 등 뒤로 다가오는 파멸의 발소리는 깨닫지 못한 채로........... 

 은색의 레이스가 달린 베이지색 드레스를 걸친 실비아는 황궁의 한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백합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드레스에 색색깔의 온갖 장신구로 단장한 실비아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사뿐사뿐 걸을 때마다 귀걸이와 팔찌가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산들바람이 반짝이는 은색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기분 좋은 감촉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문득 앞에서 다가오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드레스와 장신구를 전신에 걸친 미모의 여인이 파블로 백작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귀여워한다는 백작영애 엣셀임을 깨닫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상그러운 웃음에는 지인을 우연히 만난 반가움과 함께 묘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엣셀도 역시 밝게 웃으면 실비아를 향해 인사했다. 

"어머나, 황태자비 전하. 여기에 계셨군요. 호호호......."

"엣셀 양도요. 하긴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긴 하죠. 워낙 따사로운 봄날이니......."

 두 여인은 그렇게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럼 이따가 뵈요"라고 깎듯이 인사하면서 헤어지는 그녀들의 얼굴에는 너무나 닮은, 서로에 대한 비웃음과 공범 의식이 포함된,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야릇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서로가 지금은 이렇게 값비싼 옷가지와 악세사리로 잘 차려입고, 한껏 고고하고 교양 있는 태도로 행동하면서도 밤만 되면 홀딱 벗고 천한 사내들에게 강간당하며 기뻐하는, 음탕하고 천박한 성노리개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그렇게 능욕당하는 모습을 똑똑이 지켜보고 비웃으면서 똑같이 타락한 자신의 모습을 변호하는 소재로 써먹곤 했다. 그녀들에게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사내들에게 농락당하면서 열렬히 봉사하는 상대의 모습이 묘한 안도감과 기쁨을 선사하곤 했다. 

 산책을 계속하던 실비아는 서쪽에서 황혼이 이글거리는 모습을 보고, 또 밤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닫자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는 이미 음탕한 욕정이 꿈틀거리면서 보지가 촉촉이 젖어가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수개월 간, 실비아는 낮에는 황태자비로서의 화려한 일상을 소화하면서 밤에는 소피아의 저택으로 가 광란의 난교 파티에 성노예로서 참여하는 생활을 반복해 왔다. 타고난 성욕에 체사레에 의해 개발되고, 스카피가 주입한 음약으로 절정에 오른 그녀의 음탕함은 자신의 욕정을 해결해 줄 사내를 늘상 갈구하고 있었다. 

 매일 밤 계속되는, 속옷조차 입지 않고 보지를 가릴락말락한 미니 앞치마만 걸치고 늘씬하고 아름다운 나신을 훤힌 내보인 채로 자신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지 알아보지조차 못하는 천박한 사내들 앞을 지나다니면서 그들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매만지고 빨도록 하는 시간. 이어서 마치 암캐처럼 사내들 앞에 다소곳이 무릎꿇고 앉은 채로 그들의 페니스를 손으로 정성껏 어루만져 주고, 젖가슴으로 애무해주고, 아이스크림 먹듯이 입으로 맛있게 쭉쭉 빨아주다가 급기야는 무참하게 집단 강간을 당하는 시간. 

 얼마나 많은 사내들의 페니스가 자신의 입과 보지를 들락거렸는지 셀 수조차 없고, 족히 1리터는 될 듯한 정액을 꿀꺽꿀꺽 마셔야 했으며, 자궁 속도 정액으로 넘쳐나서 보짓구멍을 통해 줄줄 흘러내리고, 마치 전신을 정액으로 목욕이라도 한 듯한 꼴이 되는 것이 타락녀 실비아에게는 더 이상 수치도 뭣도 아닌, 기절할 듯한 쾌락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스카피가 그곳으로 끌어들인 다른 귀족이나 황족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그녀들은 낮과 밤의 완전히 다른 이중생활, 낮에는 아는 사람들 앞에서 한껏 내숭을 피우다 밤에는 뛰는 가슴을 안고 난교 현장으로 달려가서 자신의 음란한 성욕을 마음껏 발산하는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행인지 불행인지, 그곳에 오는 사내들은 모두 사회의 밑바닥 계층이라 상대의 신분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동전 한 닢으로 살 수 있는 최하급 창녀로만 여겼기에 그녀들은 그 경악할 이중생활을 펜트 제국 사교계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실비아와 헤어진 엣셀도 음탕한 상상으로 눈동자를 촉촉이 적시면서 비밀 난교장으로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자신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엣셀, 최고급 루비를 녹여 부은 것처럼 빛나는 진홍색 머리칼에 생생하게 반짝이는 바이올렛블루의 눈동자,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갖춘 그녀는 파블로 백작의 무남독녀 외딸로 어려서부터 절세의 미모로 이름을 날렸었다. 

 게다가 그녀는 단순하 얼굴만 예쁜 인형이 아니라 영특하고 재치가 뛰어났으며, 마법에도 제법 소질이 있었다. 여셩으로서는 드물게도 아카데미를 수료했으며, 나이에 비해 뛰어난 마법사인데다 와인에 대한 소양까지 갖춰서, 헬레나와 동갑으로 올해 열아홉 살인 그녀는 펜트 제국 사교계에서 절정의 인기를 끄는 아이돌이었다. 비록 실비아나 헬레나의 여신처럼 완벽한 미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신 눈웃음 한 번으로 사내의 가슴을 진탕시킬 수 있는 녹아내릴 듯한 애교와 철철 넘쳐흐르는 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또한 엣셀은 언제나 적극적인 성격과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운 정열을 지닌 여자였다. 당연히 성욕도 매우 강했는데, 이미 열세 살 때, 사촌오빠에게 순결을 잃었으며, 그 후 아카데미에서 남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수시로 섹스 파트너를 갈아치우곤 했다. 아름답고 섹시하고, 정열적인 그녀와 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산처럼 많았기에 엣셀은 언제나 그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런 엣셀의 생활이 일변한 것은 17살 때, 절세의 여자 후리기 고수 체사레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별 부담없이 잘 생기고, 섹스 기술 좋기로 유명한 체사레와 어울린 엣셀이였지만, 곧 그의 압도적인 힘과 기술 앞에 그대로 녹아버렸다. 다른 남자들은 모두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그 도도하던 자존심도 잊어버린 채, 체사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제발 짓밟아 달라고 애원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작년 여름, 체사레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실종 이후로, 상실감을 견딜 수 없게 된 그녀는 닥치는 대로 아무 남자하고나 관계를 가져봤지만, 누구도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아름답고 늘씬하고 매력적인 엣셀을 탐하는 사내들은 많았지만, 이미 체사레에 의해 하늘을 나는 듯한 황홀경을 경험한 엣셀에게 그들과의 섹스는 도통 맛이 없었다. 

 누구는 쓸데없이 거칠고 아프기만 했으며, 누구는 또 너무 조심스러워서 애무하는 것 같지도 않았댜. 게다가 그들 대부분이 혼자 흥분해서는 엣셀이 미처 달아오르기도 전에 싸버리곤 했다. 이제 좀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에 눈을 감고 섹스에 집중해보려고만 하면, 바로 발사해버리는 사내들을 보고 엣셀은 기가 찼다. 결국 남다른 욕망을 지닌 그녀는 스스로의 육체를 달래기 위해 매일 밤 격렬한 자위를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돌던 뛰어난 흑인 안마사 비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를 불러들인 엣셀은 비로소 오랜만에 절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람한 초콜렛빛 근육질의 비토는 체사레처럼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화려한 말주변을 가지진 못했지만, 힘과 기술만큼은 그 못지 않았다. 특히 안마를 하면서 은근슬쩍 여자의 성감대를 자극해 느끼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애무로 넘어가 여자가 미처 거부할 틈도 없이 섹시한 신음소리를 발하고 다리를 비비 꼬면서 줄줄 흘리게 만드는 손기술이 일품이었다. 

 뿐만아니라 그 힘은 진퉁이었다. 비토의 물건은 크고 훌륭했으며, 정말로 목구멍까지 페니스가 차오르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자궁 속을 가득 채우면서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고, 하루종일 섹스를 해도 지칠 줄을 몰랐다. 

 비토 역시 아름답고 도도한 귀족영애의 젖가슴을 들어 자신의 우람한 육체로 짓눌러 짜그러뜨리는데 강한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엣셀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와 하얗고 섬세한 손으로 그의 탄탄한 가슴을 살짝 쓰다듬기만 해도 비토의 페니스는 발딱 서곤 했다.

 엣셀은 자신들이 참 잘 어울리는 섹스파트너라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이 비록 여자긴 해도 신분과 재력에서 월등한 만큼 상대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깨어지는데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아, 요새 너무 바쁘다 보니 연재가 늦었군요...........-_-

정말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양해해 주시길 바라고, 다음부터는 좀 더 일찍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엣셀은 일찌감치 성에 눈을 떴지만, 그런 만큼 오히려 남자들을 요리할 줄 알았고, 피임에는 철저했다. 순진한 여자들이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서 대책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가 임신하게 되어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그녀의 생활에 없었다. 

 처녀가 임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는 엣셀은 언제나 주기법을 이용해서 철저하게 피임을 했으며, 위험일에는 사내가 밖에다가, 자신의 젖가슴이나 엉덩이 위에 싸도록 유도했다. 차라리 입술로 빨아서 마셔주거나 얼굴에 뿌리게 할지언정 질내사정은 못하게 막았기에 임신의 위험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회피가 어느 날, 비토의 손에 의해 산산이 깨어지고 만 것이었다! 

그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알몸으로 비토에게 안마를 받다가 한껏 달아오른 엣셀은 곧 그 우람한 덩치의 흑인과 어울려서 질펀한 섹스판을 벌였다. 누운 비토의 위로 올라가 기승위를 취한 엣셀은 자궁 깊숙이 커다란 페니스를 받아들이고 두 손으로 사내의 탄탄한 가슴을 짚은 채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비토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을 움켜쥐었으며, 그 보드라운 살덩어리가 일그러질 때마다 엣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섹스가 절정에 오르고 사내의 페니스가 점점 커지는 것을 깨달은 엣셀은 오늘이 위험일이란 것을 기억해내고는 몸을 빼내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비토가 두 손으로 엣셀의 늘씬한 허리를 움켜쥐더니 그녀가 못 빠져나가게 막았다. 

 "무슨 짓이죠? 이 손 놔요!"

다급한 순간, 얼굴이 새파래진 엣셀이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비틀어봤지만, 비토는 요지부동 그녀의 허리를 움켜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힘에서 월등히 밀리는 엣셀로서는 아무리 저항을 해도 사내의 억센 손길을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여전히 사내의 페니스를 촉촉한 아랫구멍으로 머금은 채 한 줄기 액체가 자궁 속을 적시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안돼애!"

불타오르는 것처럼 새빨간 머리칼을 휘날리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봤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이미 사내의 페니스는 그녀의 자궁 안에서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그녀의 늘씬한 육체는 활처럼 휘어진 채 세차게 경련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부정해 봐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도망쳐보려고 허리를 뒤틀어보아도 오히려 사내의 페니스를 자극해서 더 강한 분출을 일으킬 뿐, 그녀는 꼼짝 못하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의 정액을 모두 받아들이고 말았다. 

 비토는 한껏 배설을 하고 나서야 후련한 표정으로 엣셀의 가녀린 몸을 집어던졌다. "앗!"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그녀의 나신이 침대 위에 널부러졌으며, 쭉 뻗은 다리 사이로 유백색의 정액이 뭉게뭉게 흘러나왔다. 

 "임신할지도 모른다"는 충격과 공포 때문에 엣셀은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으며, 바이올렛블루의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평소의 도도하던 귀족 영애이자 우등생이자 마법사인 엣셀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연약한 모습이었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럽게 울고 말았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으며, 그저 견디지 못할 서러움과 슬픔만이 목이 메이게 만들었다. 

 한편 잔인한 비토는 그런 절세의 미녀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서도 안타까워하긴커녕 더 강한 쾌감과 정복욕을 느끼고 있었다. 절로 이는 사디즘으로 인해 그의 페니스는 아무런 자극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또 발딱 섰다.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파르르 떨면서 울고 있는 새하얀 알몸의 여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리 가! 이 짐승!"

엣셀은 울면서 광분했지만, 힘으로는 도저히 거구의 흑인을 당해낼 수 없었다. 비토는 강제로 강제로 그녀를 덮쳤으며, 잔혹하게 강간했다. 엣셀이 그 앙증맞은 주먹으로 때려봤자 사내에게는 아무 느낌도 없었으며, 손톱을 세워서 할켜봐도 오히려 더한 쾌감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결국 엣셀은 또다시 거대한 작살로 온몸을 꿰뚫리는 듯한 느낌에 비명을 지르면서 온몸을 떨어야 했다. 

 그 후, 간절한 기도도 헛되이 엣셀의 육체는 그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생리를 하지 않았다. 임신이 너무나 확실하자 그녀는 탕녀로 찍혀서 사교계에서도 가문에서도 축출당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많은 상류층 여인들이 그랬듯이 비밀리에 낙태 시술을 해주는 스카피를 찾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을 찾은 모든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최음제를 마시고, 촉수에 의해 강간당하면서 성노예로 길들여졌다. 

 하루라도 섹스를 하지 않으면 견디질 못하는, 거칠고 모욕적인 강간에서 오히려 더 강한 쾌락을 느끼는 매저키스트가 된 엣셀의 육체는 어떤 사내를 만나더라도 마치 체사레에게 당하는 것처럼 격렬한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든 사내에게 복종하는 암캐가 되었으며, 밤마다 소피아의 저택으로 가 천박한 사내들의 성노리개가 되는 생활은 그녀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주고 있었다. 

 엣셀은 오늘도 정액의 샤워를 뒤집어쓸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조금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머리칼을 닮은 진홍색 치맛자락이 땅바닥을 스치면서 사락사락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막 자신의 저택 뒤뜰에 도달했을 때였다.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누구.......?"

 미처 말도 꺼내기 전이었다. 뒤에서 나타난 그림자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으며, 앞에서 나타난 그림자는 한쪽으로 와락 밀어붙였다. 귀족 영애라는 신분을 빼고 나면, 연약하고 가녀린 여인일 뿐인 엣셀은 갑자기 나타난 두 사내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몸을 휘감고 있는 길고 풍성한 드레스가 방해가 되어서 제대로 저항도 못해본 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말았다. 

 파블로 백작의 저택에 딸린 정원에는 무성한 수풀이 하나 있었는데, 점점 땅거미가 지는 어스름과 어울려서 바깥의 시선을 차단해 주었다. 그 속에 현재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들어가 있었다. 여자는 몸부림을 치면서 비명을 질러서 구원을 청하려고 했지만, 두 사내가 꽉 끌어안고 있었기에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으며, 입 역시 꽉 틀어막힌 상태라 억눌린 신음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대신 두 남자의 속삭임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내가 그만 빨리 나가자고 했잖아. 네가 그놈의 보석에 정신이 팔려서 꾸물거리더니 결국 이 꼴이 된 거야, 멍청한 놈!" 

"제길, 누군들 이렇게 될 줄 알았냐? 그리고 그깟 금화나 은화 좀 들고 가봤자 몇 푼 되지도 않아. 진짜로 비싼 건 보석이라고."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여기서 잡히면 무슨 소용이야? 그냥 감옥으로 직행할 뿐이지."

"빌어먹을,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여자 방을 찾아서 보석을 좀 찾아들고 나올려고 한 것뿐인데, 그 쌍년이 갑자기 나타나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아무래도 이들은 도둑질이나 소매치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거리의 부랑배들로 보였는데, 몰래 파블로 백작 저택에 숨어들어서 금품을 훔치려다가 마침 지나가던 하녀에게 들킨 모양이었다. 그리고 도망치다가 우연히 엣셀과 마주치자 거의 반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아서 무작정 아무데나 몸을 숨길만한 곳으로 끌고간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들리고, 경비병들이 정원을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엣셀로서는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녀의 날씬하고 가녀린 몸은 두 사내에게 꽉 붙잡혀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틈이 없었으며, 입도 틀어막힌 탓에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그녀가 비록 마법사이긴 했지만, 마법 중에서도 연금술만을 익혔기에 육체를 강화하거나 공격 마법 같은 건 쓸 줄 몰랐으며,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겨우 조금 진정한 두 사내는(서로를 케인과 폴이란 이름으로 부르는) 자기들이 붙잡고 있는 여성에 대해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단 헝겊 조각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두 손을 뒤로 돌려서 꽉 묶은 후, 한쪽에 밀어서 쓰러뜨려놓고 훔쳐온 금화와 보석을 챙겼다. 길고 풍성한 치맛자락이 방해가 되었기에 다리는 굳이 묶을 필요가 없어보였다. 

실제로도 엣셀은 '웁, 웁'거리면서 몇 번이나 몸을 비틀어봤지만, 다리는 치마에 걸리고 팔은 뒤로 묶인 탓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두 도둑, 케인과 폴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다시 나직한 목소리로 의논했다. 

 "이 계집....... 아무리 봐도 평범한 아낙이나 하녀는 아닌 것 같지?"

"그래, 입고 있는 옷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드레스이고, 보석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는 귀족이다. 아마도 이 집 딸이거나 놀러온 여자겠지."

"이 년을 어떻게 인질로 잡아서 여기를 빠져나갈 수는 없을까?"

"글쎄, 그것도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아마 이 집 딸이면 백발백중인데...... 어!"

 문득 케인이란 사내가 짤막한 신음을 토하자 폴도 반문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여자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네 주제에 어디서 이런 귀한 여자를 봤다고......... 어라?" 

 이번에는 폴도 놀랐다. 자세히 뜯어보니 분명히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여자였다. 

"맞지? 분명히 어제도 우리가 껴안고 뒹군 여자야. 분명히 흐릿한 조명 아랫니긴 했지만, 이토록 선명한 붉은 머릿결과 새하얀 피부는 드물지."

"그래, 유난히 빼어난 미녀들이 많은 데다가 동전 한 닢으로 얼마든지 마음대로 다루고 짓밟을 수 있어서 우리 둘이 그 창녀굴에 매일 밤 갔었지. 거기서 몇 번이나 본 여자야. 틀림없어, 내 기억이 잘못될 리가 없지." 

 엣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무래도 이들은 엣셀이 쾌락 속에서 뒹굴던 소피아의 저택의 창녀굴에 출입하던 자들인 것 같았다. 워낙 최하층 사내들만 출입하던 터라 평소에는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황당한 우연으로 들킬 줄이야! 

 "그런데 그런 값싼 창녀가 왜 이렇게 고급스런 옷을 입고 있는 거지? 어느 멍청한 귀족이라도 꼬셔서 첩으로 들어간 건가?"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만, 인질로 내세우기 전에 좀 얌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해주면 감히 저항할 엄두도 못내겠지."

"크크큭, 그거 괜찮군."

 엣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돌아보는 케인과 폴의 눈동자에는 어느덧 탐욕의 기름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급박한 사태 때문에 흥분한 탓인지 성욕이 강하게 치솟는 듯 했다. 그녀는 다가오는 두 사내의 마수를 보면서 몸을 떨었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선 엣셀의 몸에서 값비싼 보석 장신구들을 모두 떼어낸 케인과 폴은 진홍색의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했다. 상류층 여인들이 즐겨 입는 그 드레스는 무척 풍성하고 복잡해서 벗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사내들은 비단 옷자락을 박박 찢어내면서까지 강제로 벗겨냈다. 

 신기하게도 드레스와 속치마까지 벗겨져 나가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은 반라가 될 때까지도 엣셀은 그다지 저항하지 않았다. 몸을 떨면서 약간 비틀긴 했지만, 사내들의 강제력에 비하면 매우 미약한 수준이었다. 

 엣셀의 늘씬한 육체는 아까부터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은 일견 맨살이 밤의 싸늘한 공기에 드러나서 추워서 떠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숨어 있었다. 엣셀은 케인과 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의도를 눈치챈 순간, 자신이 강간당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만 욕정을 느껴버린 것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영원히 작동하는 최음제 때문에 한껏 음란해진 그녀의 육체는 아주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달아오르곤 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케인은 바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봤다. 그러자 바로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가 흠칫하면서 더욱 거세게 경련했다. 팬티 위를 만져보니 축축하게 젖은 것이 느껴졌다. 과연 이제는 해가 완전히 진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인의 미끈한 다리 사이로 무색 투명한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킥킥, 이년 완전히 발정이 났는 걸? 역시나 그 많은 놈들에게 짓밟히면서도 오히려 기뻐서 발광하던 그 년이 틀림없어." 

"역시나.......... 타고난 창녀라니까, 이년은........"

 '아니야!'

엣셀은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두 사내는 오히려 킥킥대면서 비웃을 뿐이었다. 케인이 여봐란 듯이 그녀의 입에서 헝겊 뭉치를 확 빼버렸지만, 그녀의 요염한 입술 사이로는 도움을 청하는 비명소리가 아닌 "아아......"하는 섹시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크큭! 좋아, 좋아, 이래야 하는 맛이 나지. 말이 필요없는 음탕한 창녀다."

"그나저나 이렇게 자세히 보니 예쁘긴 정말 예쁘군. 이렇게 굉장한 미녀가 내 손아귀에서 놀아난다라.........."

"원래 미인일수록 더 음탕하다고 하잖아. 평소에는 요조숙녀처럼 하고 다니지만, 막상 침대 속에서는....... 킥킥........" 

"하긴, 아름답고 단정한 여자일수록 속으로는 천박한 남자에게 짓눌리는 걸 원한다고 했지.......... 후후........"

 두 사내의 모욕적인 말에도 엣셀은 전혀 반론하지 못했다. 짜릿한 쾌감이 전신 모세혈관 속을 뛰어다녀서 절로 다리를 비비 꼬고 끈적한 교성을 발하도록 만들었다. 묶인 팔도 풀렸지만, 저항은커녕 스스로 사내의 몸을 끌어들였으며, 곧 그녀의 브래지어와 팬티마저도 찢겨져 나가고, 풍만한 젖가슴이 우악스런 손길에 의해 일그러졌다.

 어스름이 점점 짙어지는 수풀 사이로 세 인영이 서로 뒤엉켜서 뒹굴고 있었다. 엣셀의 새하얗고 몽실한 피부를 두 사내의 새카만 손들이 거칠게 쓰다듬고 매만지고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늘씬한 나신이 갓 낚아올린 생선마냥 파닥거리면서 뇌쇄적인 비음을 발했다. 그녀의 보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서 사내의 손가락이 들락거릴 때마다 애액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런 망할 년! 목소리가 너무 커. 이러다 들키겠어."

"어쩌지. 다시 옷가지로라도 틀어막아버릴까?"

"아니,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어차피 우리 둘이 한꺼번에 그곳에 박을 수는 없잖아? 네 물건으로 막아버리라고." 

"오호! 그거 최고로군, 크크큭..........." 

 "아, 안돼요! 그건........ 훕!"

저항의 소리나 몸짓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두 사내는 여자의 의사 따윈 무시하고 밀어붙였으며, 엣셀의 신음성이나 허리를 뒤트는 몸짓은 모두 성욕을 더욱 자극하는 촉진제일 뿐이었다. 곧 폴이 그녀의 다리를 거칠게 벌린 채 페니스를 가운데 구멍을 향해 밀어넣었으며, 케인은 그녀의 머리를 자기쪽으로 돌리고 역시 페니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알몸의 여체가 파도 위에 뜬 가랑잎처럼 흔들렸으며, 곧 땀과 애액으로 인해 아교처럼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엣셀의 눈처럼 새하얀 피부는 어둠 속에서도 찬연한 빛을 발해서 마치 횃불을 킨 것처럼 눈에 확 띄었다. 그런 절세의 미녀가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젖가슴과 엉덩이가 출렁이는 모습은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지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케인과 폴은 쫓기고 있다는 자신들의 처지도 잊은 채 짐승 같은 트리플 플레이에 열중했다. 천사처럼 아름다운 미녀를 마음대로 범한다는 정복감과 한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피부를 주무르고 매만지는 느낌은 금세 페니스를 한껏 부풀어오르게 만들었다. 게다가 절묘하게 조이고 흔들어대는 보지의 기가 막힌 감촉과 닳아빠진 창녀도 울고 갈 정도의 혀놀리는 솜씨는 금세 사정을 하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흐응............."

 세 남녀는 서로 칡덩쿨처럼 뒤엉킨 채로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가끔 두 남자가 그녀의 땀이 밴 알몸을 핥거나 쓰다듬을 때마다 엣셀의 나신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상태로 오래 가진 않았다. 너무나 환상적인 미녀와 꼴리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쾌감은 한 번 분출한 페니스도 금세 꼿꼿하게 서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케인이 땅 위에 누운 채 자신의 위쪽으로 엣셀의 가녀린 알몸을 들어올렸다. 이미 한 차례 쾌락의 파도에 휩쓸리고 난 엣셀은 매우 고분고분해져서 사내들이 끄는 대로 따라갔다. 

여체를 자신의 하반신 위에 앉힌 후, 궤적을 잘 맞춰서 페니스 위로 내리꽂자 곧 페니스가 한없이 음습하고 따뜻한 늪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케인은 자신도 모르게 나른한 신음소리를 발했으며, 엣셀도 자신의 육체가 커다란 쇠꼬챙이에 꿰뚫리는 듯한 느낌에 허리를 활처럼 꺾으면서 숨넘어갈 듯한 비명소리를 토해냈다. 

 "이런, 이년 소리가 너무 크다."

"빨리 막아!" 

 흥분한 상태에서는 몸이 생각보다 잘 안 움직여지는 법, 케인과 폴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의외로 느렸고, 두 사람과는 달리 도둑질을 한 적이 없는 엣셀은 그저 육체의 반응에 따라 마음껏 괴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바로 그 때였다. 

 "뭐지?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여기다!"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경비병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렸다. 세 남녀의 얼굴에서 동시에 핏기가 사라졌다. 순간의 정적이 사라지고 난 후, 폴은 비명을 지르면서 다급하게 뛰어나갔지만, 하나로 연결된 케인과 엣셀은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잔뜩 긴장한 탓인지, 케인의 페니스는 더욱 커져서 좀처럼 엣셀의 보지 밖으로 빠져나오질 못했다. 

 대신 케인은 급한 대로 자신의 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엣셀의 나신을 세차게 끌어안았다. 그들 못지 않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엣셀은 힘없이 사내의 몸 위에 쓰러졌으며, 그녀의 풍성한 진홍색 머리칼이 펄럭이면서 그의 몸을 덮었다. 

 친구를 버리고 달아나는 자의 당연한 말로였을까? 다급하게 도망치던 폴은 금방 경비병들에게 들켜버렸다. 

"여기다! 이 개자식, 드디어 찾았구나." 

"죽여버려!"

"으아아악!"

 웬 좀도둑놈들 때문에 한밤중에 쉬지도 못하고 저택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 했던 울화 때문일까? 경비병들의 손속은 매우 잔인했으며,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창을 휘둘러서 폴을 찔러죽여버렸다. 조금 전만 해도 사나운 야성을 과시하던 들개가 지금은 더 강한 야수를 만나 아까와는 다른, 검붉은 액체를 뿌리며 순식간에 먼 여행을 떠나버린 것이었다. 

 케인은 거의 정신이 나가버렸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판단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숨을 죽인 채로 엣셀의 알몸을 최대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꽉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그녀의 나체가 자신을 가려줄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아무리 어둠 속이라고는 하나 가녀린 여체로 그의 커다란 몸이 가려질 리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새하얀 여체가 더 쉽게 들키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이미 혼란에 빠진 케인의 머릿속에 성립하지 않았다. 

 한편, 엣셀은 케인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그녀는 설령 경비병들에게 들킨다 해도 참살당할 리가 없었으며, 오히려 구조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케인처럼 이성을 잃지 않았고, 어느 정도 상황 판단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알몸을 강제로 끌어안는 사내의 손길에 마냥 힘없이 끌려다니기만 할 뿐, 어떤 종류의 저항도 하지 못했다. 소리만 지르면, 구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자극 때문에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조차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엣셀은 비록 경비병들에게 들켜도 케인과는 달리 죽을 리는 없었지만, 대신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운 꼴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그녀는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 상황이었으며, 게다가 보지에는 여전히 잔뜩 부풀어오른 페니스가 박혀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가문의 식솔들에게 들키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결국 두 남녀는 서로 이유는 달랐지만, 서로 끌어안고 숨을 죽인 채 제발 들키지 않기만을 바라는 그런 처지가 되었다. 

  하늘의 도움이었을까? 아니면 경비병들이 이미 강도를 처치했다고 믿고 경계가 느슨해진 탓일까? 몇 번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움찔움찔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결국 다들 물러가고 말았다. 

 "후우........."

"하아........"

 케인과 엣셀, 두 남녀는 동시에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방의 몸을 끌어안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아났다는 안도감 덕분일까? 아니면 그동안 서로 결합된 채로 꼭 껴안고 있는 사이에 육체가 점점 달아오른 것일까? 

 어쨌거나 두 남녀는 더는 참기 힘든 욕정을 느끼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은 접어두고, 육체의 본능에 모든 것을 맡겼다. 케인은 벌떡 일어나 앉은 채 엣셀의 눈부신 알몸을 세차게 끌어안았으며, 엣셀의 새하얀 나신은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케인의 몸에 부딪혀 갔다. 

 "헉, 헉..........."

"하아, 하아........."

 초봄의 밤 날씨는 꽤 쌀쌀했지만, 이 두 남녀만은 벌거벗은 몸으로도 그런 부분을 전혀 못 느끼는 듯 했다. 아니 그것보다 이들이 있는 곳에서만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엣셀의 새하얀 나신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아교처럼 끈적거리고 있었으며, 크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끊임없이 달뜬 신음소리와 함께 뜨거운 숨결이 뿜어져 나와 어둠 속에 작은 구름을 만들어냈다. 

 엣셀의 두 팔은 사내의 목에, 두 다리는 사내의 허리에 뱀처럼 휘감긴 채 격렬하게 온몸을 흔들어댔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기가 막히게 굴곡진 나신이 파도치듯 출렁였으며, 진홍색 머리칼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그녀의 보지는 자신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와있는 보지를 조갯살처럼 쪽쪽 빨아들이면서 비비고 조였다. 

 그 요염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모습이나 교묘하게 보지로 페니스를 비벼대는 기술은 고급 창녀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과연 지난 수개월간 스카피의 매음굴에서 갈고 닦은 경험이 헛되지 않다 할 것이었다. 케인 역시 참을 수 없는 쾌감에 신음하면서 더욱더 세게 여자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면서 새빨갛고 요염한 입술과 길고 새하얀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그의 손아귀에 닿은 젖가슴과 엉덩이가 무참하게 일그러지면서 손가락 사이사이로 부드럽고 뭉클한 살결이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아아........ 아파요..... 제발 그만......... 흑흑...... 하앙....." 

엣셀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아프다고 애원했지만, 하나도 아픈 표정은 짓지 않았다. 이 세상에 촉촉하게 젖어들은 퍼플블루의 눈동자와 꿈결처럼 몽롱한 표정을 보면서 그것이 아픈 표정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오히려 숨넘어갈 듯한 섹시한 신음소리를 발하고 새빨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요동치는 그녀의 모습은 사내의 뇌리를 마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그녀의 새하얀 나신과 작살 굴곡이 유연한 S라인을 그리면서 화려하게 율동하는 모습을 보고도 페니스가 발딱 서지 않는 남자는 성불구자이리라. 

 케인은 물론 성불구자가 아니었다. 그러긴커녕 비록 비천한 신분에 좀도둑질로 연명하고는 있어도 신체만은 매우 건강한 사내였으므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욕망에 따라 여체를 더욱 학대하고 거칠게 밀어붙였다. 마침내 그는 엣셀을 강제로 밀쳐서 땅바닥에 쓰러뜨리고는 그 위에 올라타서 더욱 거칠고 사납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어스름한 조명 아래 시커먼 사내가 새하얀 여체 위에 올라타 거칠게 짓누르는 모습은, 그로 인해 그녀의 젖가슴이 일그러지고, 가냘픈 허리가 물결치는 모습은 매우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격정적이어서 보는 이의 심장을 터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엣셀은 땅바닥에 눕혀진 채 사내 밑에 짓눌려지느라 등의 맨살에 흙이 잔뜩 달라붙고 작은 돌멩이가 살속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내의 마구잡이적인 손길에 의해 젖가슴과 엉덩이가 쥐어뜯기고 있었으며, 사내가 그녀의 젖가슴을 빨다가 이빨로 젖꼭지를 깨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엣셀은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통증이 오긴 했지만, 곧바로 더 강렬한 쾌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의 뇌리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이미 아픔까지 쾌락으로 느낄 정도로 철저한 매저키스트로 길들여진 그녀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길거리 창녀도 낯을 붉힐 정도의 괴성을 질러대면서 황홀경 속을 헤매었다. 이윽고 엣셀이 몸을 딱 굳히면서 파르르 떠는 순간, 그녀의 자궁 속으로 정액의 폭포수가 흘러들어왔다. 

 "헉, 헉........."

"하아.........."

 두 남녀는 똑같이 땅바닥 위에 널브러진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잔뜩 긴장한 후에 다시 질펀한 섹스판을 벌인 탓에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죽은 듯이 누워있던 그들은 조금 기운이 돌아오자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둘 중에서 먼저 기운을 차린 케인은 일단 벗은 몸을 가리고 싶었기에 주위에 아까 벗어던진 옷을 찾아 입었다. 엣셀은 겨우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섹스의 여파로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을 들어 사내를 쳐다보긴 했지만, 당연히 그는 여기서 여자를 부축해 줄 신사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알몸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은 채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귀하게 자란 귀족 영애가 아니라 성을 밝히는 한 마리 암캐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편 케인은 엣셀에겐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이 어떻게 이 저택을 빠져나갈 지만 궁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경비병들이 이제 해산했다 해도 적어도 아침까지는 좀 더 강하게 경계를 설 것이다. 역시 밤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새벽에 다들 졸려서 경계가 느슨할 때쯤 빠져나가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았다. 

 결심을 한 케인은 엣셀에게 다가가더니 반강제적으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따라와라!"

"예? 뭐, 뭘 어쩌려고요?" 

애처로운 여인의 목소리에도 지금의 사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어디 숨어 있다가 이곳을 나가야겠어. 넌 들킬 때를 대비한 나의 인질이다. 보아하니 이 집 딸이거나 놀러온 손님인가 본데, 아무튼 귀족 여성을 인질로 잡고 있으면 경비병들이 함부로 덤비진 않겠지. 제아무리 사내를 밝히는 음탕한 년이라 해도 말이야, 크큭......."

케인의 이야기를 들은 엣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을 만큼 핼쑥해졌다. 

 "아, 안돼요, 그건........."

"안 되긴 뭐가 안 돼? 웃기지 말고 따라와!" 

케인이 반 강제적으로 엣셀을 일으켜 세우자 그녀의 젖가슴이 출렁이면서 묘한 색기를 발했다. 케인은 그걸 보면서 음탕한 미소를 지었으며, 엣셀은 부끄러움이 얼굴이 빨개졌지만, 당장 사내의 손에 팔을 잡힌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다른쪽 팔로 가슴과 보지를 최대한 가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이미 훤히 드러난 그녀의 알몸은 이미 가리기 전보다 더욱 섹시한 분위기만 발할 뿐이었다. 

 "이미 할 짓 못할 짓 다한 주제에 요조숙녀인 척 하지 말라고. 따라와. 이제부터 넌 내 소중한 인질이니까, 후후......... 일단 조용한 곳에 가서 좀더 즐겨볼까?"

"자, 잠깐만요. 옷이라도 좀 입고........."

"옷? 무슨 옷? 저 천쪼가리 말이냐?" 

 케인과 폴이 하도 거칠게 찢어발기면서 옷을 벗긴 탓에 엣셀의 옷은 드레스도, 속치마도, 스타킹도, 브래지어와 팬티도 모두 갈갈이 찢겨진 상태였다. 이대로는 입기는커녕 몸을 제대로 가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제발, 제발, 날 그만 놔줘요. 재물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흑흑흑......." 

그녀가 품에 지니고 있던 지갑에는 금화가 가득했으며, 목걸이, 귀걸이, 팔찌등 값비싼 보석 장신구들도 많았다. 일반 서민들이라면, 충분히 몇 년은 놀고먹을만한 액수의 금은보화들이었다. 그러나 케인은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놀고 있네. 그거야 말 안해도 어차피 다 내 거지. 웃기지 말고 시키는 대로 따라와. 내가 안전하게 이 저택을 떠날 때까지 넌 꼭 필요하니까." 

 엣셀은 절망감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지만, 사내는 강철 심장의 소유자인지 절세의 미녀가 애처롭게 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강제로 손목을 나꿔쥔 채 끌고가기만 했다. 이미 케인은 그녀를 원하는 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음란한 암캐 이상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퍼플블루의 눈동자에서 펌프질하듯 눈물을 쏟는 엣셀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가 비록 매일 밤 소피아의 저택에 위치한 매음굴에서 최하급의 창녀도 낯빛이 변할 정도로 짐승 같은 집단 섹스를 벌여오긴 했지만, 그런 모습을 적어도 주변의 인간들에게는 철저히 숨겨왔었다. 그곳에 오는 귀족 여성들 모두가 그랬기에 그런 이중생활의 유지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에게 끌려다니다가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에 손자국과 키스 마크가 가득하고, 다리 사이로는 희뿌연 정액까지 흘리고 있는 모습을 들킨다면, 가문의 식솔들에게 들킨다면? 그런 상상만으로도 돌아버릴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자가 만약 그녀에 대해 "음탕한 년" 어쩌고 하면서 마구 떠벌여댄다면, 엣셀이 살아갈 방도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외부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고 재치있고 태도가 단정해서 늘 인기만땅인 귀족 영애였으니까. 

 '방법은 한 가지뿐이야.'

눈물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음을 깨닫자, 엣셀은 머리를 굴려서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은 금방 나왔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무사히 탈출시켜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거칠고 자기밖에 모른 강도는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어. 그 방법밖에는............."

입술을 꼭 깨문 엣셀은 케인 쪽으로 돌아보면서 말했다. 

 "내가 당신을 이 저택 밖으로 내보내줄게요. 그럼 날 놔줄건가요? 

"네가? 어떻게? 무슨 비밀통로라도 아나보지?" 

 케인으로서는 아무 생각 없이 던져본 말이었지만, 의외로 엣셀은 순순히 고개를 끄떡였다. 케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렸지만, 곧 수긍했다. 

"뭐, 좋아. 네가 여기서 따로 무슨 수작을 부리진 못하겠지. 그럼 안내해 봐." 

그리하여 엣셀이 앞장을 서서 안내하고, 케인은 금품을 챙긴 채 그 뒤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녀는 찢어진 옷가지로라도 대충 몸을 가리고 싶었지만, 케인이 막아서 그럴 수 없었다. 

 "그냥 벗은 채로 가라. 그래야 감히 중간에 도망칠 생각을 못하지, 크큭............" 

 천박한 비웃음에 엣셀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제발 아무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두 팔로 몸을 최대한 가린 채 모종의 루트로 케인을 안내했다. 그 길은 사실 그녀가 밤에 몰래 저택을 빠져나와 소피아의 저택에 있는 창녀굴로 갈 때 쓰던 루트였다. 어떤 우연에 의해 그 루트만은 경비들이 돌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편 케인은 별 생각없이 그녀를 따라가면서도 은근히 흐뭇해하고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의 우아한 뒷모습, 특히 걸을 때마다 가녀린 어깨에서 한줌도 안될 듯한 허리를 거쳐 풍만한 엉덩이로 이어지는 유연한 곡선이 일렁이는 모습은 최고의 눈요기였다. 

 얼마간 걷자, 커다란 마굿간이 하나 나타나고, 그 옆으로 작은 샛길이 보였다. 

"이쪽으로 나가면 되요. 그러면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거쳐서 금세 멀리 달아날 수 있을 거에요."

 이제 곧 이 악마 같은 남자를 보내버리고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엣셀의 목소리는 절로 흥분되었다.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도 잊고 출렁이는 젖가슴을 무시하면서 손을 들어 자세히 설명할 정도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녀의 그런 움직임이 사내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었으니........"

 "그럼 그만 이제........ 왜 이래요?"

뾰족한 비명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미 그녀의 늘씬한 육체는 마굿간의 짚더미 위에 쓰러지고 있었다. 짐승처럼 여체를 덮친 사내는 젖가슴과 엉덩이를 거칠게 쥐어뜯으면서 가느다란 허리를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그, 그만해요! 제발, 제발........ 이젠 날 좀........흑흑........"

또다시 무참하게 강간당하는 자신의 처지가 기가 막힌 나머지 엣셀은 울음을 터뜨렸다. 허나 더욱더 저주스런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음탕하게 개조된 그녀의 육체는 이런 상황에서도 쾌감을 느끼며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 새 허우적거리던 그녀의 두 팔은 사내의 등에 바싹 밀착된 채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으며,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달뜬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케인의 동작에 맞춰가면서 스스로 다리를 벌리자 곧 단단한 쇠꼬챙이가 그녀의 자궁 안 깊숙이 밀려들어왔다. 

 "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한밤의 마굿간 안을 울렸다. 

  '이상한걸.........'

실비아는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도무지 엣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타고난 음탕함에 체사레에 의해 길들여지고, 스카피의 음약까지 곁들여지면서 거의 그녀만큼이나 남자를 밝히고 성욕이 강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창녀굴을 찾던 엣셀이건만 오늘은 도통 보이질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실비아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뒤에서부터 무언가 강력한 것이 그녀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느낌, 몸안에 단단한 쇠몽둥이가 틀어박히는 듯한 느낌에 한순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었다. 

 "아아, 하앙..........."

암캐처럼 엎드린 자세의 그녀는 애절한 감창을 내지르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긴 은발이 휘날리고 허리가 유연하게 파도쳤다. 실비아의 눈앞으로 다가선 사내가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을 꽉 움켜쥐더니 곧 벌어진 입술 속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창녀굴의 음란하고 요사스러운 밤은 오늘도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편, 장소와 상황은 다르지만, 엣셀도 실비아와 마찬가지로 뼈와 살을 불태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굿간의 거친 짚더미 위에 널브러진 채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사내의 굴강한 몸과 파도치듯 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보지에서 찔꺽찔꺽하는 마치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듯한 마찰음이 일었으며, 풍만한 젖가슴이 사내의 가슴에 눌려 찌부러졌다. 

 거친 지푸라기들이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찔러서 상처를 냈지만, 엣셀은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허리 부근에서부터 피어올라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쾌락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다른 느낌은 어떤 것도 뇌리에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두 팔로 사내의 목을, 두 다리로 사내의 허리를 감싸안은 채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면서 마굿간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댔다. 

말들조차 부끄러워서 얼굴을 돌릴 정도로 진하고 격정적인 정사는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하악, 하악........"

"아아..........."

두 남녀는 땀에 푹 절은 알몸을 맞댄 채 정사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을 같이 누워있었다. 하도 격렬하게 섹스판을 벌이다 보니 둘 다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한동안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윽고 겨우 기운을 차린 케인이 일어나서 옷을 찾아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을 옷이 없는 엣셀은 섹스 후의 한기가 찾아드는데도 알몸을 움츠리기만 할 뿐, 가릴 길이 없었다. 그녀는 옷을 다 입은 케인이 말을 끌고 올 때까지 그대로 가쁜 숨만 내쉬고 있었다. 

 "일어서!"

말에 안장까지 얹은 케인이 갑자기 거칠게 외치면서 엣셀의 손을 잡고 강제로 일으켜세웠다. 섹스의 여파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녀는 시키는 대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사내의 앞에 서게 된 엣셀은 처음에는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곧 다시 늘어뜨리고 말았다. 어차피 실컷 보이고 빨리고 능욕당한 몸, 더 이상 가릴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었다. 

 "후후........"

그런 그녀의 심경 변화가 짐작된 케인은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그녀의 알몸을 핥듯이 쓸어보았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확실히 나온 작살 굴곡, 환상적인 S라인을 그리는 늘씬한 여체는 너무 아름다워서 바로 조금 전까지 그가 마음대로 실컷 가지고 놀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 얼마동안은 고개를 한쪽으로 내린 채 가만히 있던 엣셀은 케인이 계속 쳐다보기만 하자 불끈하면서 입을 열었다. 퍼플블루의 눈동자에 도전적인 빛이 감돌았다. 

 "이제 끝났죠? 자 그 말을 타고 떠나세요. 더 이상 여기 있지 말고!"

엣셀로서는 이 썩을 강도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어서 빨리 이 자를 내보내고 자신은 예전의 평온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다. 재색을 겸비한 귀족 영애이자 마법사로서 남들의 선망의 시선을 받고 살면서 아무도 몰래 은밀한 쾌락을 만끽하는 그런 생활로.........

 확실히 고귀한 신분 태생답게 그녀는 남들에게 호령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훤히 드러난 알몸으로, 게다가 알몸 여기저기에 손자국이 가득 찍히고 온통 땀과 체액과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으며, 미끈한 다리 사이로 뭉글뭉글한 정액을 흘리고 있는 자세로는 전혀 위압감이 들지 않았다. 

특히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사내가 보기에는 더더욱 그랬다. 

 케인이 대답없이 능글맞은 얼굴로 그녀의 나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엣셀은 얼굴을 붉혔지만, 곧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왜 그래요? 내게 볼일은 끝났잖아요? 이제 그 말을 타고 여길 나가라고요. 당신이 말을 탈 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은 잘 타."

 케인이 엣셀의 말을 끊자 그녀는 흠칫 했다. 설마 이런 부랑자가 말을 잘 탄다고?

"왜 안 믿겨지나? 밑바닥 쓰레기들도 알고 보면 예전에는 그럴 듯한 직업을 가진 놈들이 많지. 나도 전에는 기병이었다. 전쟁에도 여러 번 나가고 훈장까지 받았지만, 도박에 빠진 탓에 이 꼴이 되고 말았지. 하여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너도 나랑 같이 가야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비밀 통로까지 가르쳐줬잖아요. 이제 그만 날 놔둬달라고요!" 

엣셀이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비단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외쳤지만, 케인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 아직은 안 돼. 혹여나 이 바깥에 경비병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넌 소중한 인질로서 딱이라고."

 끝까지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음을 깨달은 엣셀이 가슴을 끌어안은 채 달아나려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훌쩍 말에 올라탄 케인은 엣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허리를 확 나꿔챘다. 

 과연 기병 출신이라더니 그의 말 다루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엣셀이 워낙 가벼운 탓도 있었지만, 그녀를 아주 가볍게 안아올리더니 가볍게 말에 올렸다. 그녀는 버둥거리면서 저항해 봤지만, 완력에서 상대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일단 말에 태워진 이상은 떨어질까 겁이 난 나머지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으며, 결국 사내가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며 나름대로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자세였다. 알몸으로 두 다리를 쫙 벌리고 말 등에 올라탄 채 사내와 마주보고 있으니 이런 꼴로 밖에 나간다고 생각하면, 절로 얼굴이 화끈해지고 부끄러워서 죽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 끔찍한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케인이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 말고삐를 잡은 채 말 옆구리를 툭 치자 그대로 가볍게 달려나간 것이었다. 역시나 기병 출신이라더니 그의 말 다루는 솜씨는 꽤 뛰어났다. 찬바람이 피부에 스치면서 알몸에 훤히 드러내고 두 다리를 크게 벌린, 최하급 창녀도 안할 포즈로 길가에 나오게 된 걸 깨달은 엣셀은 기겁을 해서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곧 스스로 자기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한밤중의 길거리는 공허했지만, 자칫 잘못해서 비명을 질렀다간 누가 나와볼 것이 뻔했다. 이런 꼴로 아는 사람 눈에 들키느니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확실히 그녀에게 옷을 주지 않은 케인의 처사는 악랄했지만, 또한 현명했다. 알몸으로는 설령 틈이 나도 도망치는 것이 엣셀에게 불가능했다. 

 케인은 그녀를 꽉 안은 채로 가볍게 말을 몰아서 도심 속의 거리를 질주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구에게도 들키는 일 없이 그들은 귀족들의 저택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널따란 공터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됐죠? 이대로 달려만 나가면 당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거에요. 제발 날 좀 놔주세요, 흑흑........."

몰려오는 수치심과 분노 때문에 엣셀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애원했다. 하지만 케인은 딴소리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게는 옛날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말이야."

"네? 무슨?"

의아해하는 엣셀의 귀로 거의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날아들어왔다. 

 "말 위에서 여자랑 해보는 거였지. 정말 환상적일 거야."

처음 한동안은 엣셀은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새 말을 멈추더니 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다른 손으로 바지끈을 푸르는 사내를 보면서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안돼요! 제발.......... 이젠 그만 용서해 주세요, 흑흑........."

아름다운 여인이 애처로운 태도로 눈물을 흘리면, 강철 심장이 아니고서야 마음이 움직여야 정상이거늘, 이 잔인한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덤벼들었다. 엣셀은 있는 힘껏 저항해보려 했지만, 말 위에서 떨어질 것처럼 휘청거리자 깜짝 놀라 스스로 사내의 품 속으로 파고들고 말았다. 

 사내는 아주 여유롭게 자신의 품안에 갇힌 작은 새를 요리했다. 부드러운 살결은 생크림처럼 몽실몽실했고,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젖가슴과 엉덩이는 절로 성욕에 불길을 당겼다. 여자는 말에 타느라 이미 다리를 크게 벌리고 있었기에 따로 억지로 벌릴 필요도 없었기에 바지 밖으로 나온 페니스를 바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다만 말 위라서 균형잡기가 힘들었기에 그도 구멍을 맞추는 데는 조금 고생했다. 

 엣셀은 눈물을 뿌리면서 몸을 뒤틀어봤지만, 떨어지는 걸 감수하지 않고서야 그 정도 저항은 사내의 강력한 힘에 비하면 매우 미약했다. 결국 케인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구멍을 맞출 수 있었으며, 페니스는 푹 젖어있는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쑤욱 들어갔다. 

 "헉!"

엣셀은 눈을 부릅뜬 채 파들파들 떨었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벌써 페니스가 그녀의 몸속 깊숙이 진군해버린 것이었다. 허술하던 성벽은 공성추가 단 한 번 치자 간단하게 허물어져 버렸다. 잔인한 미소를 띄우면서 한손으로 자신과 연결된 여체를 단단히 끌어안은 케인은 다른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다시 가볍게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묘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말을 달렸을 뿐인데, 두 남녀의 표정이 확 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엣셀은 스스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그녀의 입술은 쩍 벌어진 채 낯부끄러운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흑! 하아, 아앙, 이건......... 흐윽!"

그냥 페니스를 박아넣고 말을 달렸을 뿐인데, 피스톤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 달리는 그 리듬을 따라 파도치듯 몰려오는 움직임과 느낌은 기절할 정도로 강렬했다. 페니스가 전신을 꽉 채우고 목까지 치받쳐 올라오는 것 같았으며, 진동기 위에라도 올라탄 것처럼 지독한 경련이 전신을 덮쳤다. 

 타고난 아름다움과 음탕함으로 열세살 때 처음 순결을 잃은 이래, 하루도 사내와 살을 부딪히지 않은 적이 없는 엣셀이건만, 지금까지 수만번의 섹스를 해왔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정신은 황홀경을 헤맸고, 죽을 것만 같은 쾌락에 미친년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어느새 그녀의 늘씬한 다리는 사내의 허리를 뱀처럼 칭칭 휘감았으며, 두 팔을 허공을 휘젓다가 목사내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말이 달릴 때마다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거세게 출렁이면서 환상적인 S라인을 그렸다. 

 케인 또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최고도로 흥분한 여체가 그의 페니스를 감싸안고 활발한 동작으로 비벼대면서 쥐고 흔들어대는데 혼절할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아마 오늘밤 여러차례 정사를 벌이지 않았다면, 벌써 싸고 말았으리라. 

 그는 여체의 한줌도 안될 듯한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말을 모는데 집중했으며, 그녀는 사내의 팔에 기댄 채로 나신을 뒤로 누이고 죽어라 흔들어댔다. 진홍색 머리칼이 세차게 휘날리고 수박처럼 커다란 젖가슴이 세차게 출렁였으며, 전신이 쉴새없이 지독한 경련을 일으켰다. 

 말이 달리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여체의 광분도 점점 더 심해졌다. 쾌락을 견디다 못한 엣셀은 손톱을 잔뜩 세우고 사내의 가슴과 등을 긁어대기까지 했다. 알몸으로 너무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느라 안장이나 버클에 스쳐서 상처가 났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끝없는 벼랑에서 떨어지는 듯한 절망적인 쾌락과 몸속의 페니스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남녀는 평원 위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옆에서는 말이 풀을 뜯고 있었다. 동녘 하늘이 밝아오는 게 슬슬 아침이 되려는 듯 했다. 거친 숨을 내쉬던 케인은 슬그머니 일어나면서 말했다. 

 "정말 네년은 최고야. 내가 오늘 얻은 최고의 전리품이다. 앞으로도 나랑 함께 가자고, 크큭....... 심심할 때마다 하고, 너 정도면 돈이 필요할 때는 몸을 팔게 해도 꽤 받을 수 있겠지. 멋져, 크크크킄.........."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엣셀은 반론하지 않았다. 하도 심한 섹스를 하느라 아직도 전신이 나른했으며, 다리에는 힘이 없어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정신은 몽롱하고, 눈에는 뭐가 낀 듯 뿌애서 몇 번 깜빡이고 나서야 겨우 시야가 확보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케인의 얼굴이 그 비열한 웃음을 머금은 그대로 아래로 툭 떨어진 것이었다! 착각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었다. 갑자기 목에 반짝이는 선이 그어지더니 목 윗부분이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몸마저 풀썩 쓰러졌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죽음을 느끼지 못했는지 케인의 얼굴은 여전히 웃는 형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엣셀! 오랜만이로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던 엣셀은 기억에 있는 상쾌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태양처럼 반짝이는 금발머리, 여신처럼 완벽한 미모, 그녀는 바로 헬레나였다! 

  이 이야기는 아직 펜트 제국이 성립하기 전, 대륙이 수십 개의 나라들로 갈라져 서로 싸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훗날 펜트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는 위대한 정복자 하겐은 군대를 이끌고 주변의 나라들을 차례로 병탄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연한 결과로서 하겐은 막대한 전리품, 넓은 평원과 광산, 금은보화, 창칼 등의 무기, 다수의 젊고 예쁜 여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고귀한 태생의 여인들이 전쟁에서 패하면서 한순간에 노예로 전락했다. 슈렌 왕국의 공주 이피아도 그렇게 하겐의 전리품이 된 여자들 중 하나였다. 

 이피아는 자신의 앞에 선 병사를 따라가고 있었다. 성인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느라 무척 재게 발을 놀려야 해서 힘들었지만, 다른 수는 없었다. 지금 그녀의 목에는 개목걸이가 걸려 있었으며, 그 쇠사슬의 끝을 병사가 쥐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제대로 못 따라가면 그대로 끌려 쓰러지면서 목에 콱 조이는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무서워서라도 열심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새하얀 피부도, 불룩 튀어나온 젖가슴을 지나 움푹 들어간 허리를 거쳐 다시 크게 솟아오른 엉덩이로 이어지는 작살 굴곡도, 미끈하게 쭉 뻗은 다리와 그 사이의 분홍빛 음부까지도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피아는 차마 가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젖가슴과 보지를 두 손으로 가리고 잔뜩 움츠린 채로 걸으려 하면, 성큼성큼 걷는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고, 결국 목에 걸린 쇠사슬에 의해 통증을 느끼면서 나자빠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가려봤자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고,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데, 뭘.'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피아는 그냥 알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얼굴을 푹 숙인 채로 걸어가야 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비참한 심경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이피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참았다. 어차피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해도 적어도 공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다. 

 이윽고 이피아는 작은 침실로 끌려들어갔다. 양쪽에 2개의 침대가 놓인 그 침실은 비록 크기는 작았지만, 꽤 우아하면서도 예쁘장하게 꾸며져 있어서 이피아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 병사는 이피아를 오른쪽 침대로 끌고가더니 거칠게 휘장을 걷고 그녀를 위쪽으로 끌어올렸다. 자신의 피부를 더듬는 사내의 손길이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끔찍스럽고 싫었지만, 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녀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끌고 간 병사는 한쪽에 걸린 고리에 쇠사슬을 연결해 두고 침대 휘장을 다시 닫은 후, 말없이 휙 나가 버렸다. 

 노예라고는 해도 손발은 자유로웠다. 침대도 부드럽고 푹신해서 지내기 좋아보였다. 다만 여전히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으며, 목에 개목걸이가 채워져 있고, 그 쇠사슬 끝이 한쪽 벽에 걸린 고리에 연결되어서 그녀를 구속했다.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침대 위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이대로 침대 위에 갇혀 지내는 건가......... 후우..........'

그래도 왕가의 여인으로서 누가 보지 않아도 흐트러진 자세를 취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기에 개목걸이가 채워진 알몸으로도 침대 위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은 이피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려는데 문득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새로 들어오신 분이시네요. 당신은 누구죠?" 

단번에 여성임을 짐작하게 해주는 꾀꼬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 깜짝 놀란 이피아는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앉아 있는 침대의 옆, 다른 침대에도 사람이 있었다. 두 침대 다 분홍색의 휘장이 쳐져 있었기에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 실루엣은 분명히 사람, 그것도 여자였다. 

 아마도 이피아와 같은 처지의 여자 노예인 듯, 비록 휘장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실루엣이었지만, 가슴과 엉덩이 부위는 동그랗게 튀어나오고 허리 부위는 쏙 들어간 여성스러운 알몸의 굴곡과 목에 걸린 쇠사슬이 똑똑이 보였다. 

 "어머, 놀래켰다면 미안해요. 전 그냥 반가워서........."

슈렌 왕국이 멸망한 후, 처음 들어본 따스한 목소리에 이피아는 반가운 마음에 절로 들뜬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니에요. 저도 반갑네요. 전 슈렌 왕국의 이피아라고 해요. 당신은"

"전 래그널 왕국의 이사벨이에요. 나라가 망하면서 노예가 되어서 이곳으로 끌려왔죠."

"흑,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전 처음이라....... 당신은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되었죠?"

 이사벨은 이피아의 의문에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그녀는 이 침대가 2개인 방에 끌려온지 일주일째이고, 그동안 성노예로서 길들여져 왔다고 한다. 

"펜트 왕국의 정복왕 하겐은 특이하게도 처녀를 아주 싫어한다고 해요. 섹스를 알고, 잘 교육되어서 남자를 즐겁게 할 줄 아는 여자가 그의 취향이라네요. 그래서 사로잡은 왕가나 귀족의 여인들을 여기로 데려와서 교육시켜서 하겐에게 보내는 거에요." 

 이사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피아의 얼굴은 새파래졌다. 알몸으로 끌려오면서 짐작한 일이긴 했지만, 결국 그녀는 이곳에서 철저하게 능욕당하면서 사내의 노리개로 길들여진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미래였다. 

 "그건 말도 안 돼요! 나는 왕가의 여인, 그것도 처녀라고요. 순결을 잃을 바엔 차라리 축어버리겠어요!"

이피아가 뾰족한 소리로 외치자 이사벨이 문득 쿡쿡거리면서 웃었다. 그 웃음에서 묘한 비웃음을 느낀 이피아는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왜 웃죠?"

"어머, 실례, 일주일 전의 저랑 너무 똑같아서요."

"무슨 뜻이죠?"

 이피아가 의아해하자 이사벨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설명했다. 

"아뇨. 사실은 저도 일주일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만약 정절을 잃게 되면, 차라리 자살을 하자고.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요?"

 문득 이사벨의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흐릿한 휘장 너머로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묘한 조롱과 쾌감이 가득한 미소였다. 

"세상에 이런 쾌락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어요. 여자로 태어난 게 너무 행복할 정도에요."

 시간이 흐르고 저녁때가 되었다. 제공된 식사는 질 좋은 흑빵, 철갑상어 알, 로스트 비프, 청어 소금구이 등 꽤 훌륭했다. 노예라고는 해도 왕의 침실 노예인 만큼 역시 제대로 먹이지 않거나 노역을 시키는 경우는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이피아는 마음이 불편해서 음식을 반도 못 먹고 고스란히 남겼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만 하면, 절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분홍색 휘장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이사벨은 공주답게 얌전하고 교양 있는 자세를 취하고는 있었지만,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녀와는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마음자세부터가 다른 게 틀림없었다. 

 '저런 음탕한 창녀! 그래도 한 나라의 공주로서 교육받았을 텐데, 수치도 부끄러움도 없이.........'

이피아는 이사벨을 노려보았지만, 차마 입밖으로 꺼내서 욕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저녁식사가 치워지더니 곧 시커먼 사내 한 명이 들어섰다. 덩치가 무척 크고 우람한 근육질의 그 사내는 옷을 모두 벗고 있어서 덜렁거리는 커다란 페니스까지 그대로 보였다.

 "꺅!"

이피아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비명을 지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세상에, 저게 뭐야............"

생전 처음 보는 사내의 물건에 당황한 그녀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누를 수가 없었다. 이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문득 그 우락부락한 사내가 이피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오, 신참인가? 어디 한 번 볼까?"

곧바로 성큼성큼 걸어온 그는 분홍색 휘장을 확 제쳤다. 그 사나움에 이피아는 즉시 패배해 버렸다. 공주로서의 위엄은 사라져 버린 채 평범한 여자가 되어 두 팔로 젖가슴을 꼭 끌어안고, 두 다리를 꽉 오므린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목이 잠겨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으며, 두려움에 가득 찬 까만색 눈동자는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크큭, 이번에도 제법 예쁘군. 역시 곱게 길러져온 상류층 계집들은 가지고 노는 맛이 있다니까. 내 이름은 파울이라고 한다. 잘 기억해 두도록."

그렇게 한동안 놀리듯 이피아를 바라보기만 하던 파울은 의외로 그녀에게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은 채 휘장을 도로 닫았다. 사내의 그림자가 멀어지는 걸 보고서야 겨우 안심이 된 이피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잔뜩 움츠렸던 몸을 조금 풀었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렸고, 덜렁거리던 거대한 사내의 페니스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양 무릎을 꼭 끌어안은 채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든 그 끔찍한 물건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이상한 신음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힌 것이었다. 

 "아아......... 거기...... 조, 좋아요...... 흐흑....... 하앙, 미치겠어! 학!"

그것은 여자의 신음소리, 그것도 쾌락에 젖은 신음소리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들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의아한 기분이 든 이피아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그녀의 바로 옆 침대, 휘장 너머로 두 남녀가 서로 뒤얽힌 희미한 실루엣이 비쳐보였다. 

 "후욱, 후욱......."

"아앙......... 그래요. 절 짓밟아 주세요......... 주인님, 하아........."

 부끄러움도, 수치심도 없는 듯한 그 적나라한 신음성에 이피아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게다가 그녀에게 더욱더 경악스러운 것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 비록 분홍색 휘장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실루엣이었지만, 똑똑히 보였다. 남자가 여자를 짓누른 채 앞뒤로 거친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그 때마다 여자는 숨넘어갈 듯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자지러졌다. 여자의 팔다리가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사내의 몸에 휘감겼다. 

 "히이익!"

이피아는 경악한 나머지 손으로 스스로의 입을 가렸다. 눈앞에 펼쳐진, 상상도 해본적 없는 적나라한 광경에 뇌리가 온통 정지되었다. 어떻게 저런 행위를, 저렇게 짐승처럼 수치스러운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두 남녀가 마구 얽혀들어가서 벌이는 온갖 행위가 그녀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구역질이라도 날 것 같은 그런 행위를 당하면서도 오히려 기쁨에 넘치는 듯한 이사벨의 모습이었다. 도대체가 한 나라의 공주로서의 품위는 어디다 팔아치우고, 저렇게 길거리 창녀처럼 방정맞고 낯뜨거운 행태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마침내 견디다 못한 이피아는 고개를 홱 돌린 채 스스로 두 눈을 꼭 감고 두 귀를 꽉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녀의 가열한 섹스 장면은 뇌리를 떠돌았고, 어디선가 계속 울려온 질퍽질퍽 하는 소음과 여자의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소리가 고막을 흔들었다. 그녀의 날씬한 육체가 파들파들 떨렸다.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오고 다시 점심이 지나가고, 밤이 왔다. 그 파울이란 남자는 마치 그게 일인 듯 하루에 여섯 번씩 꼬박꼬박 그 침실에 들어와서 이사벨과 질탕한 섹스판을 벌였다. 거의 밥만 먹으면 그 짓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사벨도 좋아 죽겠다는 듯이 어울리곤 했다. 적어도 이사벨에게는 확실히 섹스가 "지금까지 맛본 최대의 쾌락"임에는 틀림없는 듯 했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이피아였다. 거의 하루종일 바로 옆에서 섹스만 벌이니 아무리 신경을 안 쓰려 해도 귀와 눈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처녀의 감성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녀의 뇌리와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먹고 자고 섹스만 하는 남녀를, 역시 먹고 자고 그저 구경만 하고 지내면서 이피아의 머리도 멍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오믈렛과 홍차, 스콘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파울이란 이름의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들어왔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먼저 이피아 쪽으로 다가와서 "잘 잤나?"

하고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인사했다. 이피아는 말도 못한 채 그 페니스가 징그럽고 근육질 육체가 무서워서 뒤로 슬슬 물러나면서 파들파들 떨기만 했다. 파울은 늘 그렇게 어린새를 가지고 놀듯이 그녀를 놀렸지만, 정작 손은 대지 않은 채 이번에도 옆 침대의 이사벨 쪽으로 향했다. 

 "하으음......... 어서 오세요."

이사벨도 언제낯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사내를 반겨 맞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촉촉한 색기로 젖어 있었으며, 스스로 보지의 간지러움을 참다 못해 두 다리를 비비 꼬고 있었다. 곧 우악스러운 손길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고 두 다리를 확 벌리더니 페니스가 여체 속으로 파고들었다. 

 "으흑! 하아앙.........."

여자의 두 팔이 사내의 목을 끌어안고 늘씬한 두 다리가 사내의 허리에 휘감기면서 또 뜨거운 섹스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거듭되는 자극 속에 수치스러움이 무뎌진 탓일까? 아니면 호기심이 수치심을 이긴 걸까? 이번에는 이피아는 더 이상 피하거나 귀를 막으려 하지 않은 채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옆 침대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분홍색 휘장 너머 희미하게 실루엣으로, 두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자세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람한 사내의 위에 올라탄 작고 가녀린 여체는 끊임없이 일렁거리고 있었으며, 그럴 때마다 여인의 입술 사이로 쾌감어린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저게 저렇게 좋을까?'

벌써 이틀째 이런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이피아의 마음속에도 묘한 호기심이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토록 행복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이사벨의 모습을 보니 괜히 스스로도 기분이 이상해지는 듯 했다. 

 문득 사내가 여자를 올려치자 여자는 허리를 뒤로 꺾으면서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성을 발했다. 그녀의 머리칼이 산지사방으로 흩날렸다. 파울은 이사벨의 가느다란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면서 출렁이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이사벨의 신음 소리는 더욱 애절해졌다. 

 그렇게 두 남녀는 오랫동안 섹스에만 몰입했다. 이사벨이 암캐처럼 침대 위에 엎드리자 파울이 그녀의 뒤에서 양손으로 허리를 붙잡고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이사벨은 또다시 어깨를 흔들며 우는 듯한 감창을 토해냈고, 사내의 움직임에 맞춰 그녀의 허리가 파도쳤다. 

 그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이피아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묘한 기분이 되어갔다. 이상하게 심장이 뛰고 신체가 간질간질하면서 얼굴에는 피가 몰리고 숨결이 점점 가빠졌다. 

"후, 후.........."

무릎꿇고 앉은 채로 바로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질펀한 섹스판을 둟어져라 바라보던 이피아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꼬았다. 왠지 모르게 하반신이 근질근질해진 것이었다. 

 "이상하네, 왜 이러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자신의 알몸을내려다보던 이피아는 슬며시 손을 들어 허리에 갖다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아래로 쭉 미끄러진 손은 곧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슥, 슥, 만져보자 모든 게 확실해졌다. 그녀의 보지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 말도 안돼! 내가?"

부정해봤자 사실이 바뀌진 않았다. 왠지 자꾸만 전신이 스멀거리고, 젖가슴과 보지를 자꾸 만지고 싶어졌다. 그런데 문득 "크큭"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서 올려다 본 그녀는 "꺄악!"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언제 섹스를 끝내고 이쪽으로 왔는지 휘장을 젖히고 우람한 체구의 사내, 파울이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잔뜩 겁에 질린 이피아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으며, 파울은 그런 그녀를 비웃는 눈길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피아뿐 아니라 사내 역시 알몸이었기에 대롱거리는 커다란 페니스가 그대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징그럽다는 생각 한 켠에 왠지 모르게 그것에 찔리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에 취한 이피아는 사내의 몸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자신의 가슴을 두 팔로 가리고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런 그녀를 비웃듯이 한동안 내려다보던 파울은 슬그머니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학!"

깜짝 놀란 이피아는 그 커다란 손으로부터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그러나 좁은 침대 위에서, 그것도 쇠사슬이 걸린 목걸이가 채워진 채로는 도망갈 수 있는 곳도 뻔했다. 뒤로 돌아선 채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려 했지만, 곧 파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을 내리눌렀다. 

 "우응........."

신음하면서 몸을 뒤틀어봐도 소용없었다. 그저 목을 내리눌렀을 뿐인데, 그녀의 가녀리고 연약한 몸을 그 강대한 힘에 눌려서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간단히 여체를 제압한 사내는 슬며시 엉덩이 쪽으로 다른 손을 움직였다. 한없이 희고 부드러운 살결이 매만질 때마다 기분 좋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아, 안돼!" 

사내의 손이 엉덩이 사이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서야 자신이 사내 앞에서 얼마나 수치스러운 꼴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여인의 몸에서 가장 소중한 부위를 얼마나 간단하게 내주고 있는지를 깨달은 이피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목을 강하게 눌린 채로는 일어날 수도 없었고, 엎드린 상태로는 팔을 휘저어봐도 엉덩이까지 닿지 않았다. 꿈틀거리는 다리는 약간의 시간을 끄는 것이 전부였다. 

 파울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이피아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어루만지다가 그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곧 촉촉하게 젖은 보지가 손 끝에 만져졌다. 그가 손가락을 놀려 보짓구멍 속으로 찔러넣을 때마다 고여 있던 애액이 뿜어져 나와 침대 시트 위에 떨어졌으며, 미끈한 다리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피아의 붉은 입술 사이로는 어쩔 수 없는 비음이 새어나왔다. 

 "흐으응....... 안돼, 안돼요........ 그만, 흑흑......... 아아........."

마치 전류라도 흐르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휘어감았다. 어느새 이피아의 두 다리는 중간에 사내의 손을 꼭 낀 채로 비벼대면서 파듶파들 떨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보지를 자극하는 사내의 손가락과 함께 참을 수 없는 쾌감이 하반신에서부터 솟아나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이미 힘이 쭉 빠진 이피아는 자신의 목을 내리누르는 사내의 힘이 약해져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며, 붉어진 얼굴로 가쁜 숨결만 내쉬었다. 

 한참 후, 실컷 여체를 가지고 논 끝에 손가락을 뺀 파울은 그 손 끝에 잔뜩 묻은 애액을 보면서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푸하하하, 실컷 요조숙녀인 척하더니 결국 잔뜩 젖어있군. 처녀 주제에 이토록 음란하게 반응하는 몸이라니, 암캐도 너보다는 수치를 알 거다, 크크큭......." 

"으흐흑..... 흑흑흑........."

자신이 어떨 꼴을 당한 건지 깨달은 견딜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뒤엉킨 이피아는 암캐처럼 엎드린 자세 그대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죽고만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파울이 뒤로 휙 돌아서는 걸 느끼면서 계속 울기만 하는 이피아의 뇌리로 절망 섞인 상념이 덮쳐왔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후욱, 후욱.........."

"아앙, 하아.......... 조, 좋아요.......... 아아, 죽겠어............ 흑흑........."

이피아가 이 침실에 끌려온지 사흘째, 오늘도 파울과 이사벨은 격렬한 섹스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이피아는 견딜 수 없는 느낌에 몸을 움츠리고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마음의 문제였으니까. 눈을 감아도 남녀가 서로 얽힌 적나라한 모습이 떠오르고, 귀를 틀어막아도 숨넘어갈 것처럼 야릇한 신음성은 고막을 울렸다. 

 결국 견디다 못한 이피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옆 침대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섹스를 뚫어져라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새 그녀의 오른손은 자신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러댔으며, 왼손으로는 보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짜릿한 쾌감에 뇌리조차 마비되었고, 그녀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쾌락의 느낌에만 집중했다. 

 어느새 보지 속으로 사라진 손가락이 안쪽을 쿡쿡 찔러대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넘쳐흐른 애액이 침대 시트 위로 흘러내렸다. 

"아아.......... 하앙..........."

그렇게 뇌쇄적인 비음까지 발하면서 자위에 열중하던 이피아는 왠지 모르게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뭐야, 저 남자는 왜 맨날 이사벨하고만 하는 거지? 왜 나는 그냥 내버려두고.......'

이피아는 스스로의 상념에 깜짝 놀라서 흑요석처럼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차오르는 수치심의 그늘 속에는 끈적하면서도 달콤하게 달라붙는 어떤 쾌감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사내에게 격렬하게 당하고 있는 이사벨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쾌락에 겨워 울부짖는 저 여자가 스스로인 것만 같자 다리가 비비 꼬이면서 참을 수 없이 무언가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문득 파울과 이사벨이 섹스를 멈추더니 이피아 쪽을 바라봤다. 파울이 이사벨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자 그녀는 곧 킥킥대면서 웃기 시작했다. 곧이어 파울의 손이 움직이자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이사벨의 목에 걸린 쇠사슬이 풀렸다. 두 남녀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 킥킥거리고 웃으면서 침대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

깜짝 놀란 이피아가 입을 벌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파울과 이사벨은 바로 분홍색 휘장을 젖히더니 이피아의 눈앞에 버티고 선 것이었다. 파울은 여전히 거대하고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덜렁거리는 페니스도 징그러우웠다. 

 사내 옆에 서 있어서 더욱 가녀리고 왜소하게 보이는 이사벨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소녀였다. 찰랑거리는 금발에 휩싸인 얼굴은 천상의 미모였고, 늘씬하게 잘 빠진 몸매는 흠 잡을 데 하나 없는 작살 굴곡을 이루고 있었다. 

 이피아는 지금까지 항상 주변에서 너무 아름답다는 칭찬만 듣고 살아왔지만, 이제 보니 이사벨의 미모도 그녀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멍하니 자신의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이피아의 알몸을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한 가지 부러운 곳을 발견했다. 몸을 살짝 움직일 때마다 크게 출렁이는 젖가슴은 적어도 이피아보다 1.5배는 커 보였다. 사내가 실컷 만지고 주무른 탓인지 이사벨의 젖가슴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문득 이사벨이 그런 이피아를 내려다보면서 비웃듯 말했다. 

"어머나, 이피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흠칫 놀란 이피아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의 두 손은 여전히 자신의 젖가슴와 보지 위에 걸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후다닥 치워봤지만, 이미 늦었다. 파울과 이피아의 비웃음만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파울이 눈짓을 하자 이피아는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손으로 가려서 겨우 눌러 참으면서 유려한 걸음걸이로 이피아를 향해 다가왔다. 

"괜찮아요. 이피아, 그건 너무나 당연한 육체의 본능이니까. 내가 얘기했죠? 아주 즐거운 일이라고, 쿡쿡.........." 

얼핏 아름다우면서도 사이해 보이는 이사벨의 미소에 이피아는 흠칫하면서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목의 쇠사슬이 풀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사벨에 비해 여전히 쇠사슬에 속박된 그녀로서는 좁은 침대 위에서 도망칠 곳이 없었다. 

 곧 이피아를 붙잡은 이사벨은 그녀를 뒤에서부터 껴안았다. 이피아의 칠흑색 머리칼 속에 코를 묻자 향긋한 냄새가 맡아졌다. 그녀가 이피아의 젖가슴을 끌어안고 주무르자 하얗고 몽실한 살덩어리가 손아귀에서 뭉개졌다. 

"아앙, 그만........ 안돼요......." 

놀란 이피아가 앙탈을 부려봤지만, 이사벨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양손으로 더 힘차게 젖가슴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귓가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도망치지 말아요. 자신의 기분에 충실해지도록 해요." 

"그, 그런......... 아아........." 

참아보려 해도 이미 늦었다. 이피아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젖히면서 뜨거운 숨결을 발했다. 정신이 점점 멍해지고 시선이 흐려졌다. 이사벨은 그런 그녀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피면서 젖가슴을 주무르던 두 손 중 하나를 슬며시 내렸다. 날씬한 배를 타고 흘러내린 손은 곧 보지를 덮었다. 

 "흑! 아, 안돼요, 거긴.......... 학!" 

소용없었다. 같은 여성이기에 오히려 여자의 성감대를 잘 알고 있는 이사벨은 이피아를 간단히 농락했다. 보지를 쓰다듬다가 손가락을 넣어 쑤시자 이피아의 늘씬한 여체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두 다리가 점점 좌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흐윽, 하아, 하아.........."

"어때요? 아주 끝내주는 기분이죠? 그대로 빠져드세요. 거부하지 말고.........쿡쿡....."

정말이지 이런 쾌감은 처음이었다. 아까 스스로를 위로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짜릿한 느낌이 전신 모세혈관 속을 타고 치달렸다. 그렇게 이피아가 쾌락에 늪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문득 이사벨의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후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제 주인님께서 당신을 진정한 여자로 만들어 줄 거에요." 

퍼뜩 놀라서 흐릿한 시선을 똑바로 잡아보자 어느새 파울이 그녀의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전신이 나른해져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이피아의 양 다리를 잡아 좌우로 넓게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왔다. 그의 커다란 페니스가 그녀의 보지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후후후....... 좋아요, 여기로......"

게다가 뒤에서 이피아를 껴안은 이사벨은 사내가 쉽게 페니스를 꽂아넣을 수 있도록 손가락으로 이피아의 보지를 넓게 벌리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처지에 놓인 건지 깨달은 이피아는 깜짝 놀라서 저항해 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곧이어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악!" 

  '이런 느낌, 이런 느낌인가? 사내를 받아들인다는 건?'

이피아는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 그녀의 뒤로 한껏 젖혀진 상태였으며, 두 눈이 까뒤집힌 채 전신이 벼락 맞은 사람처럼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 커다란 몽둥이 같은 곳이 그녀의 좁은 보짓구멍을 헤치고 몸속으로 깊숙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 뻑뻑한 느낌이 여인을 미치게 만들었다. 

 "아흐윽........ 아악....... 페니스가, 페니스가 내 몸을 깊이, 깊이 찔러오고 있어...... 하아악!"

자지러지는 이피아를 보면서 이사벨은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것은 마치 예전 그녀가 처음 순결을 잃던 날, 그 반응과 너무나 똑같았다. 그녀는 이피아의 젖가슴부터 허리까지 쓰다듬으면서 혓바닥을 내밀어 긴 목과 귓불을 핥았다. 

 "자아, 그렇게 힘주지 말고 순응하세요. 자연스럽게, 극히 부드럽게 그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거에요. 후훗........" 

"하학, 하앙..........."

 이사벨의 비웃는 듯한 말에 이피아는 반론조차 할 수 없었다. 신경은 온통 자신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페니스에만 쏠려 있었고, 이사벨이 자꾸 자극할 때마다 정신이 흐릿해졌다. 

이윽고 사내의 것이 몸속으로 끝까지 박히는 순간, 이피아는 "아흑!" 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고개를 세차게 젖혔다. 전신이 경련이 일어났고, 칠흑색의 머리칼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파울은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붙잡고 힘을 주었으며, 그럴 때마다 페니스가 보지 안팎으로 왕복하면서 애액을 튀겼다. 

 "아아........ 흐윽.... 흑흑......... 하앙........"

 이피아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 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그녀의 몸속을 들락날락하는 사내의 페니스와 그녀의 성감대를 교묘하게 자극하면서 애무하는 이사벨의 손놀림과 키스가 이피아의 뇌세포가 똑바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 

 "아흐윽........... 아아........ 제발, 제발 그만.........하아........." 

애원해봤자 소용없었다. 사내는 그녀의 허리를 움켜잡고 규칙적으로 밀어붙였으며, 그럴 때마다 목까지 페니스가 짓치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자지러졌다. 그 격렬한 쾌감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이사벨의 애무였다. 

 짜릿한 쾌감에 암캐처럼 입을 반쯤 벌린 채 혀를 내밀고 달짝지근한 신음을 토해내자 이사벨은 그녀의 턱을 잡고 같이 혀를 내밀어 서로 엉키고 핥아댔다. 늘어진 침이 여인들의 목이며, 가슴이며 드러난 살결 위로 떨어졌다. 또 타이밍 맞춰서 이피아의 젖가슴과 허리를 움켜쥐고 주무르고 쓰다듬는 것이 파울이 강렬한 쾌락이라면, 이사벨은 섬세한 쾌감으로 그 둘이 어우러지자 혼절할 것만 같았다. 

 이윽고 이피아는 제정신을 잃어갔다. 참기 힘든 쾌락이 피어올라 전신을 점령했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황홀경에 빠져 들어갔다. 정신은 낙원에 가서 놀고 내 몸이 내 놈이 아닌 것만 같았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녀의 미끈한 두 다리는 사내의 허리에 휘감겨 있었으며, 두 팔도 허공을 휘젓다가 사내의 목을 끌어안았다. 파울과 이사벨은 쾌락에 겨워하는 이피아를 보면서 킥킥대며 비웃었지만, 그것을 느낄 지도 못할 정도로 생전 처음 느껴보는 황홀경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피아는 암캐처럼 엎드린 채로 사내의 페니스를 받아들여야 했고, 두 손으로 정성껏 페니스를 애무하다가 급기야 입안에 넣고 쭉쭉 빠는 것도 배웠다. 이사벨처럼 그녀도 하루 종일 섹스로만 보내게 되면서 순결했던 그녀의 육체는 무척이나 음탕하고 섹스에 탐닉하는 창녀로 변환되어졌다. 

 육체가 길들여지면서 정신도 따라 순종적으로 바뀌어서 공주로서의 자존심도 도도함도 모두 내던진 채 사내의 앞에 스스로 엎드린 채 요염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신세가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꼴을 당하면서도, 그렇게 싫지도 않고, 오히려 살아오면서 이렇게 좋았을 때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행복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섹스에 길들여져 갔다. 

 하루하루 또 날이 흐르고, 이피아가 이 침실에 온 지 일주일째가 되었다. 이제 이사벨은 충분히 성노리개로서 길들여졌다고 여겨졌는지 펜트 제국의 황제 하겐에게 보내졌으며, 빈 침실에 또 다른 여성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피아와 마찬가지로 알몸으로 끌려와서 개목걸이가 채워진 그녀의 이름은 풀비아로 어떤 유명한 귀족 가문의 영애라고 했다. 

 풀비아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이피아는 그녀가 "순결을 잃을 바에는 혀를 물고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만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풋하고 웃어버렸다. 

 "저도 일주일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

너무 짧은 듯 하여 헬레나 이야기를 조금 첨부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