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1)

 이연희는 입속에 머금고 있던 사내의 물건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대뇌는 정액을 먹을 위기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들라고 명령했지만, 그녀의 머리칼을 꼭 잡고 짓누르고 있는 사내의 손 때문에 실제로는 실행되지 못했다. 결국 그녀의 입속으로 정액이 뭉게뭉게 뿜어졌으며, 연희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 단백질덩어리를 꾸역꾸역 들이마셔야 했다. 

구역질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저키즘적인 쾌락이 느껴진다는 것은 이미 그녀가 마음으로부터 창녀가 되었다는 증거인가? 

 거의 동시에 연희의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뒤에서부터 거세게 밀어붙이던 사내도 사정했다. 뿜어져나오는 정액의 샤워가 연희의 자궁 속을 적셨다. 연희는 기운이 쭈욱 빠져 바닥으로 쓰러져내렸지만, 주위의 사내들은 그런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은 연희의 알몸을 빙글 뒤집더니 젖가슴을 주무르고 엉덩이를 쥐어짜고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마음대로 희롱했다. 그러다가 합의를 봤는지 누군가가 연희의 고개를 쳐들고 입속에 자신의 페니스를 밀어 넣었으며, 다른 자는 그녀의 미끈한 두 다리를 넓게 벌린 후에 보지 속에 박아넣었다. 

 길거리 창녀도 하지 않을 최악의 집단 능욕, 이토록 무참한 꼴을 당하면서도 연희는 쾌락의 샘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과 정신은 자신이 하급 중에서도 최하급 창녀라흔 현 실에 기록적인 속도로 적응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이렇게 된 걸까? 무엇이 잘못된 거지?'

연희는 사내들에 의해 앞뒤로 흔들거려지면서 겨우 흐릿한 정신을 일깨워 현재 상태의 원인을 캐보려 했다. 분명히 며칠 전만 해도 연희는 이런 집단 강간을 일상적으로 당하는 처지가 되리라고는 꿈도 꿔본적 없었다. 평범한 여염집 처녀, 아니, 유서깊은 명문에서 엄격하게 교육받은 규수로서 남자와 키스 한 번 해본적 없는 순결한 처녀였다. 게다가 막 능력 좋고 다정한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왜....... 

 '그래, 그 때였어. 그 날, 결혼식 날에 남편이 아닌 그 남자와 첫날밤을 보내지 안않았더라면.......... 아니, 그 전에 피로연장에서 강간만 안 당했어도............ 아니, 그 전에 신부대기실에서..........'

생각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또다시 그녀의 입과 자궁을 가득 채우는 정액의 물결이 사고회로 자체를 정지시킨 것이었다. 

 몇 시간 동안 수십 명의 남자에게 시달리고 또 시달리는 연희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단몬 만원짜리 내기에 팔린 몸이라는 걸..........

 "저 여자가 좋겠군." 

체사레의 단언에 주위 남자들이 떠들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봐, 저 여자는 힘들걸. 겉보기엔 상냥하고 연약해 보여도 그 방면으로는 얼마나 차갑고 도도한데........"

"그것보다 결벽증이 있다고나 할까....... 집안교육이 너무 엄격해서 그럴거야. 대학생 때도 남자랑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해봤다는데........"

"키스 경험도 없이 대학 졸업하자마자 부모님이 권하는 남자랑 바로 결혼한다라....... 요즘 드문 타입이지........."

"하긴 굉장한 미인이긴 해. 그래도 괜히 다치지 말고 그만두는 게 좋을 걸." 

 그러나 그들의 비관적인 이야기에도 체사레는 코웃음만 칠뿐이었다. 

 "바보같긴.......... 너희들은 현상의 겉만 보고 내면은 볼 줄 모르는 무리들이야. 내가 저 여자를 사흘만에 창녀로 만드는데 만원 내기 어때?"

"오케이!"

"걸자고, 걸어!"

다들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테이블을 치는 걸 보면서 체사레는 웃으면서 떠났다. 불쌍한 사냥감을 잡기 위한 거미줄을 치기 위해.............. 

 오크의 창에 찔렸을 때, 그는 분명히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었다. 하필 최고의 미녀인 헬레나를 안던 순간에 뒈져서 억울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전혀 다른 세계,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와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랐지만, 체사레는 금방 적응했다. 다행히 여기도 여자는 얼마든지 있었고, 다이어트와 성형 열풍 덕인지 늘씬한 미녀들이 많아서 참으로 맘에 들었다. 게다가 그가 살던 시대보다 여자들이 훨씬 정조 의식이 약해서 조금만 작업을 해도 금방금방 알아서 몸을 바쳤다. 특히 그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이국적인 생김새와 뛰어난 말재주에 여자들은 그야말로 녹아내렸다. 

 금방 이 나라의 말과 풍습을 익힌 체사레는 마음껏 미녀들을 농락하고, 먹다 질린 여자를 주위의 사내들에게 던져주면서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었다. 과거에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여자들과 그녀를 넘겨받은 남자들에게 돈을 뜯어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다. 

 그리고 오늘 타겟은 이연희, 한국에서는 명문 오브 명문이라 할만한 전주 이씨 가문의 규수였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만석꾼 지주였고, 아버지는 단순 농사를 떠나 정미소, 술도가, 레스토랑 등에 투자해 성공하여 지역 유지로 대접받고 있었다. 엄격한 양반 가문에서 교육받고 자란 연희는 마치 맑고 깨끗한 샘물처럼 순결한 처녀라 할 수 있었다. 

 빼어난 미모로 뭇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본인은 정작 그들을 피하면서 몸도 마음도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채로 지금까지 자라왔다. 그리고 이제 순결한 상태로 부모의 소개를 따라, 재벌 2세이자 항상 다정하고 세심해서 본인도 괜찮게 여겨지는 남자와 막 결혼할 참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물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순백의 처녀 연희에게는 다른 누구도 깨닫지 못하는, 아니 본인조차 모르는 내면의 전혀 다른 얼굴이 숨어 있었다. 그걸 체사레만은 꿰뚫어본 것이었다.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

 화창한 가을날 저녁, 서울의 한 큰 호텔의 1층 홀을 통째로 빌린 화려한 결혼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성장을 한 남녀들이 서로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 지역 유지인 명문의 규수와 국내 서열 5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회사의 후계자 사이의 성혼에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은 다 모여서 결혼식을 빛냈다. 

 신랑의 은사인 한 대학교수의 주례로 진행된 결혼식은 환호 속에서 잘 흘러갔으며, 가족 사진을 찍고 신부가 부케를 던지면서 끝났다.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 떠들면서 신랑의 능력 및 신부의 기품과 미모를 칭찬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너무 아름다워서 여신처럼 빛이 났으며, 신랑은 뛰어난 미남은 아니었지만, 성실하고 세심한 이미지에 재벌 2세다운 품격이 느껴졌다. 다만 둘 다 너무 온실에서 자란 느낌이라 스스로 뭔가를 하지 못하고 주위에 휩쓸려 다니는 것이, 특히 신랑이 신부를 리드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행동이 옥의 티였다. 

손님들이 즐기는 사이에 이연희는 들러리들과 함께 신부 대기실로 돌아갔다. 아직 웨딩드레스를 벗을 수는 없었지만, 베일을 벗고 잠시 쉰 후, 호텔 뒤편의 정원으로 가서 신랑과 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다. 그런 후, 저녁식사와 함께 호텔에서 피로연이 벌어지고, 14층 스위트룸에서 둘은 첫날밤을 보내게 될 것이다. 신혼여행은 내일 떠나기로 했다. 실로 명문끼리의 혼인에 어울리는 화려한 결혼식이었다. 

 연희는 들러리를 서준 친구들과 잠시 수다를 떨다가 잠깐 혼자 있고 싶다면서 다들 내보냈다. 결혼식 때문에 너무 긴장한 탓인지 잠깐이라도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로 푹 쉬고 싶었다. 

 그런데 겨우 등허리를 푹신한 소파에 기댄 채로 한숨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신부대기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친구가 뭘 두고 갔나 하고, 시선을 돌리던 연희는 숨을 삼켰다. 그곳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참, 이번 이야기는 외전으로......... 체사레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환생했다. 뭐, 그런 안드로메다 스토리.............-_- 

외전 끝나면, 실비아 얘기가 나올 듯하네요. 

 ================================================================================================

 체사레는 연희의 주먹만한 얼굴과 그 얼굴을 감싸면서 찰랑거리는 블루블랙의 머리칼을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외간남자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크고 깊은 눈동자, 하지만 동시에 왠지 색기를 풍기는 촉촉한 입술, 그의 형수이자 불륜의 애인이었던 소피아를 떠올리게 만드는 여자였다. 그는 이런 여자를 참 좋아했다. 

 "다, 당신은 누구죠? 여기는 어떻게?"

연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일어서자 거침없이 다가간 체사레는 바로 그녀의 늘씬한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연희는 깜짝 놀라서 버둥거려봤지만, 길고 풍성한 드레스가 방해되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무슨........ 흡!"

연희는 반항의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체사레는 그녀의 입술을 덮치고 혀를 밀어넣어 입안까지 농락했다. 전혀 생각도 못한 첫키스의 충격에 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크크크크..........."

체사레는 연희의 연약한 몸을 가둬둔 채로 맘껏 즐겼다. 가련한 입술을 쪽쪽 빨고, 손으로 움푹 들어간 부드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연희는 본능적으로 꿈틀거렸지만, 팔은 사내의 몸에 갇혀서, 다리는 드레스에 감싸여서 제대로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푸하! 하아아.........."

한참 후에야 겨우 키스에서 풀려난 연희는 콜록거리면서 눈물을 흘렸다. 

 "당신은 누구세요? 대체 왜......."

"나? 난 새신부 사냥꾼, 새신부가 신랑과 첫날밤을 보내기 전에 내가 먼저 범해버리는 게 취미지." 

"무슨....... 헉!"

 체사레의 뻔뻔한 말에 항의하려던 연희는 신음성을 내질렀다. 사내가 그녀의 젖가슴을 꽉 움켜쥔 것이었다. 뭐라 말도 하기 힘든 짜릿한 느낌, 생전 처음 느껴보는 충격과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흐름에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체사레는 계속해서 연희의 몸을 쓰다듬고 젖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고, 입술과 목을 핥았다. 그런데 묘한 일이었다. 이토록 수치스러운 꼴을 당하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연희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은근한 쾌감이 전신 모세혈관 속을 치달렸다. 

 "아, 아........" 

내뱉는 숨소리조차 따뜻하고 끈적한 여운을 남겼다.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이상하게도 몸은 자동으로 뒤틀리면서 사내의 손길에 반응하고 야릇한 신음소리를 발했다. 

 "크큭, 역시 넌 내가 찍은 여자답다. 처녀이면서 첫 키스와 애무에 이렇게 느끼다니, 음탕한 년!" 

"아, 아니야, 난............ 하앙........"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갑자기 신부 대기실 밖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연희야, 언제까지 쉴 거니? 이제 그만 나가서 사진 찍어야지."

"그래, 슬슬 나오너라."

 부모의 목소리, 연희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결혼식 날, 외간남자에게 안겨서 키스와 애무를 당하는 꼴을 들킨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안 그래도 마음이 여리고 약한 그녀는 아마 얼굴도 못 들고 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다. 

 "이, 이봐요. 제발 그만해요. 누가 와요. 제발, 제발........"

"흐흐흐........."

 놀래서 팔딱거리는 연희와는 달리, 그런 그녀의 움직임이 더한 쾌감과 정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체사레는 킥킥거리면서 여자를 더욱 자극적으로 주무르고 쓰다듬었다. 그의 품 안에 갇힌 채로 갓 낚아올린 생선처럼 파닥거리는 여체의 부드럽고 뭉클한 느낌은 짜릿한 흥분을 선사했다. 

 "연희야"

"흐윽, 그만, 그만..... 제발 그만......... 흑흑......." 

계속해서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에 연희는 다급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여나 들킬까봐 무서운 나머지 저항하는 몸짓은 약했으며, 목소리도 작았다. 그래서야 체사레의 집요한 손길과 키스를 피할 수 있을 턱이 없었으며, 그녀는 사내가 원하는 대로 농락당할 뿐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의 반응도 이상했다. 부끄러운 장면을 들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놀라고 다급한 맘과 함께 묘한 스릴이 함께 느껴지는 것이었다. 사내의 손길 하나하나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연희의 몸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안돼요, 그런, 아아..........." 

연희는 소용돌이치는 쾌감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마치 몸이 허공 속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이윽고 체사레가 뒤로 물러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 연희는 아래로 스르륵 미끄러졌다. 드레스가 더렵혀진다는 인식조차 못한 채, 그대로 바닥을 두 손으로 짚고 무릎을 꿇은 채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주먹만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땀이 비오듯 했다. 

 "어머, 왠일이니? 연희야, 너 어디 아프니?"

"얘좀봐, 웨딩드레스에 먼지 묻겠다. 왜 넘어졌어? 어서 일어나렴."

 어느 새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왔을까. 서늘한 바람이 연희의 달아오른 뺨을 스쳤다. 그녀는 부모와 친구가 부축하는 대로 일어서면서 아직도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로 간 거지' 

바로 조금 전만 해도 그토록 그녀를 능욕하던 사내는 신기루처럼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마치 한바탕 기분나쁜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하지만.........

 '아냐, 꿈이 아니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입술의 촉감,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젖가슴과 엉덩이에 찍힌 손자국, 어느새 푹 젖은 음부, 그녀의 육체가 바로 조금 전에 벌어진 음탕한 장면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대체 누굴까........." 

겨우 흐릿한 정신을 정리하면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혼잣말을 하던 연희는 문득 자신이 중얼거린 말에서 사내를 그리워하는 듯한 뉘앙스를 느끼고는 소스라쳤다. 

 중이 고기 맛을 보면 절 담을 넘는다고 했던가. 생전처음 사내의 품에 꽉 안겨서 진한 키스와 애무를 경험한 연희는 그 뜨거운 감촉을 하루종일 잊지 못했다. 신랑과 함께 결혼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한복으로 갈아입고 폐백을 하면서도,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심지어 피로연 자리에서도....... 

 "난 새신부 사냥꾼, 오늘은 네가 표적이거든. 넌 이제 내거야."

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몸을 마음껏 희롱하던 그의 강렬한 눈동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왜 이래!"하면서 머리를 흔들어봐도 어느샌가 다시 그의 품에 안겨서 키스를 당하고 있는 듯한 짜릿한 느낌이 전신을 지배해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숨결이 가빠졌다. 

 겨우 피로연도 모든 절차가 끝나고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자리가 펼쳐졌다. 홀의 한쪽에서는 오케스트라 반주가 흐르면서 환상적인 조명 아래, 남녀 짝지어 블루스를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희의 남편, 김원승은 친구들한테 붙들려가서 술을 퍼먹는라 정신이 없었다. 연희도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제안했지만, 피곤하다고 사양했다. 실제로도 하루종일 일정을 소화한 데다 계속 아까의 진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도는 바람에 심히 피로한 상태였다. 

 이제는 한복도 벗고, 좀더 편하고 예쁜 분홍빛 원피스로 갈아입은 그녀는 홀 한쪽의 테이블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푹신한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 자연스럽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쉬던 그녀는 눈을 뜨고 남편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뻗어있는 남편은 과연 첫날밤이나 제대로 치를지 의심스러울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의 친구들도 모두 술에 취해서 제정신 못 차리긴 마찬가지였다. 괜스레 얄미운 기분에 입술을 삐죽거리던 연희는 시선을 돌렸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급하게 고개를 젓자 그녀의 어깨까지 늘어뜨려진 블루블랙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눈앞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아까 연희를 그렇게 가지고 놀았던 사내, 스스로를 '신부 사냥꾼'이라고 밝힌 그 사내의 깎아놓은 얼굴이 눈앞에 떠 있었다. 그는 여자를 깔보는 미소를 띤 채 균형잡힌 몸을 가볍게 놀려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시시각각 사내가 가까워짐에 따라 연희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아까의 기억이 두뇌 속을 점령했다. 문득 연희는 얼굴이 열이 오르면서 다리 사이가 스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비벼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체사레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눈썰미는 정확했어. 저년은 실비아만큼이나 음탕한 년이다. 엄격한 가정에서 강제로 눌러놨지만, 그런 만큼 한 번 쾌락에 빠지면, 정신없이 허우적거리게 되지.'

 "다, 당신......."

연희의 떨리는 음성을 무시하고 다가간 체사레는 서슴없이 그녀의 젖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아!"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딱 굳었다. 흑요석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를 커다랗게 부릅뜬 그녀는 아직 남편도 만지지 못한 젖가슴을 외간사내의 손에 맡긴 채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 당신..........." 

"왜? 너도 좋지?" 

"이, 이러지 마세요. 누가 봐요." 

 연희는 스스로의 대답에 놀라 숨을 삼켰다. 그건 누가 보지만 않으면, 그녀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뜻이 아닌가?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쩔쩔매는 연희를 보면서 체사레는 더욱 능글맞은 웃음을 띄었다. 

"걱정 마. 아무도 안 보니까. 게다가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 

 실제로도 홀은 대부분의 불을 꺼놔서 어둑어둑했다. 한가운데의 무대에서는 커플들이 블루스를 추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술에 취해 쓰러져 있어서 여기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 그게 아니라.......... 흡!" 

 뭔가 말을 해보려 했지만, 연희는 곧 덮쳐오는 사내의 입술에 말할 권리마저 뺏겨버렸다. 체사레는 계속해서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부드러운 머리칼과 볼을 쓰다듬으면서 진한 딮 키스를 했으며, 스스로가 꺼낸 말의 함정에 빠진 연희는 저항할 기력조차 잃고 있었다. 

 한동안 여체를 농락하던 체사레는 갑자기 그녀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의아스러운 연희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자, 춤이나 추자고."하고 홀의 중앙으로 끌고 갔다. 사내의 손에 팔목이 잡힌 연희는 그저 힘없이 끌려갈 뿐이었다. 

 블루스는 원래 섹스의 전단계라고 불릴 정도로 신체의 접촉이 잦고 진한 춤이다. 체사레의 연희의 늘씬한 육체를 꼭 안은 채로 리드했으며, 사내의 품에 폭 안긴 채 끌려다니는 연희는 혹여라도 다른 사람한테 들킬까 봐,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결혼식 날, 예쁘게 차려입은 신부가 외간남자랑 서로 꼭 끌어안은 채, 블루스를 추고 있었다. 양가 식구들이 기겁해서 기절할 일일 것이요, 몇십년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연희는 그런 꼴을 당하면, 더 이상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남의 눈에 띌까봐 더욱 사내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숨겨야 했으며, 체사레가 그녀를 실컷 희롱하는데도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한다는 건 생각도 못하는 상태였다. 

 연희의 고개를 젖히고 그 사슴처럼 길고 새하얀 목을 탐닉하던 체사레는 갑자기 여자의 원피스 치맛자락을 헤치고 미끈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팬티스타킹의 감촉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연희는 자신의 치맛자락이 말려올라가면서 엉덩이까지 훤히 드러내는 사태에 깜짝 놀랐지만, 그녀의 날씬한 다리와 통통한 엉덩이에는 사내의 손을 뿌리칠 능력이 없었다. 

 "안돼요, 거긴...........흡!." 

 하는 가냘픈 저항도 격렬한 키스에 의해 곧 막히고 말았다. 체사레는 연희의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그 가녀린 입술을 덮친 채 혀로 입안을 농락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치마를 허리 위까지 걷어올린 채 엉덩이와 허벅지를 차례로 애무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젖가슴을 움켜쥐고 등허리를 쓸어내리기도 했다. 손길이 닿을 때마다 여체가 파르르 떨면서 꿈틀거리는 게 기가 막힌 재미를 선사했다. 

 연희는 그저 두 팔을 잔뜩 오므리고 사내의 어깨에 기댄 채로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미 그녀는 정신과 육체를 모두 사내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꼴을 당하면서도 그녀의 육체는 본능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 새 젖가슴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으며, 젖꼭지는 발딱 섰다. 자신도 모르게 팔을 사내의 목에 두르고 뜨거운 키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었으며, 보지도 이미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체사레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처녀라 해도 이 정도로 달아올랐다면, 자기 방어본능조차 무너져 내렸을 터, 드디어 때가 온 것이었다. 이 여자의 순결은 이제 내 거다! 

 체사레는 연희의 허리를 휘어감더니 홀의 한쪽으로 끌고 갔다. 이미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힘없이 사내가 시키는 대로 끌려갔다. 홀의 끝 부분, 그곳은 온통 커다란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서 밖의 정원이 훤히 내다보였다. 

 그 사람 키보다 더 큰 유리창에 여체를 밀어붙인 그는 등의 원피스 자크를 내리더니 어깨 부분을 잡고, 아래로 확 내렸다. 연희의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문양의 원피스가 걸레처럼 구겨져서 허리 근처에서 돌돌 말린 상태가 되고 말았다. 

 호텔 안이 난방이 잘 된 덕도 있어서 연희는 속에 옷을 그다지 껴입지 않았었다. 분홍빛 원피스 안에 입은 속옷이라곤 팬티와 브래지어 외에 팬티스타킹뿐이었다. 즉, 이제 그녀의 상반신을 가리는 옷가지는 흰색의 브래지어뿐이란 얘기였다. 뿐만 아니라 체사레는 흥분 때문에 이성이 흐릿해진 연희가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깨닫기도 전에 재빨리 브래지어 뒷부분의 후크를 끄르고 확 벗겨버렸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 연희의 벌거벗은 상체가, 가냘픈 어깨와 보드라운 젖가슴과 유연한 굴곡이 훤히 드러난 것이었다. 아직 숫처녀인 그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반나체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무, 무슨 짓을! 안돼요, 여기선........."

파랗게 질린 연희가 두 팔로 드러난 가슴을 가리면서 사내의 품에서 빠져나와 보려했지만, 뱀처럼 영활하게 움직이는 사내의 손이 그녀의 팔을 밀어내고, 볼록 솟아오른 젖가슴을 움켜쥐자 금세 "흑!"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딱 굳히고 말았다. 맨살의 접촉은 옷 위로 주물림을 당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짜릿한 전율이 발끝까지 흘렀다. 

 "여기선 안 돼? 그럼 다른 데로 옮기면 되는 거야?"

"그, 그런 얘기가 아니라............ 아아........ 제발 그만, 누가 봐요. 흑흑......."

"걱정 마, 어두워서 아무도 못 보거든........"

"그, 그런.........." 

 체사레는 마치 작은 새를 가지고 장난치듯이 연희를 놀리면서 한 손으로 젖가슴을 떡주무르듯 주물럭거리면서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감싸안았다. 

분명히 홀 안은 어두웠고, 손님들은 대부분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커다란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에 반사된 연희의 반라는 새하얗게 빛나고 있어서 누가 시선만 돌리면 바로 눈에 띌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이곳이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창 앞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누가 정원을 지나가기라도 바로 들킬 것이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는 좀처럼 사내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저 사내의 애무를 따라 꿈틀거리면서 부끄러운 비음만을 발할 뿐이었다. 문득 체사레가 그녀의 치마를 들추더니 보지를 꽉 움켜쥐었다. 비록 그의 손과 그녀의 보지 사이에 두 겹의 천이 있다고는 해도 민감한 부위를 격렬하게 공략당하니 거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흐윽! 안돼요, 거긴......... 흐응, 하아............"

보지를 감싼 사내의 손이 그곳을 자극할 때마다 애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서 보드라운 천을 적셨다. 연희의 날씬한 몸이 뒤틀리면서 머리칼이 사방으로 흩날렸으며, 미끈하게 쭉 뻗은 다리가 비비 꼬였다. 그리고 그럴수록 쾌감은 더욱 짙어져 갔다. 그녀는 자신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는 홀에서 반나체가 되어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끊임없이 뜨겁고 야한 신음소리를 발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연희는 뒤로 돌려진 채 창틀에 기대어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리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두 팔로 유리창을 짚고서야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눈을 깜박여 보니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훤히 드러난 상반신과 덜렁거리는 젖가슴이 보였다. 

 '아아, 어떡하지. 누가 지나가면 보일 텐데......... 난 왜.......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걸까.........헉!' 

겨우 생각을 정리해보던 연희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다. 엉덩이 부근에 찬바람이 느껴진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이미 팬티 스타킹은 무릎까지 끌어내려진 채, 엉덩이와 허벅지가 허공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처 그녀가 생각을 더 진행시키기도 전에 인정사정없는 사내의 손은 팬티까지 아래로 쑤욱 내려버렸다. 

 "아, 안 돼........."

연희는 창백하게 질린 채로 파들파들 떨었다. 아무리 그녀가 숫처녀라 해도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탐욕스러운 사내 앞에 보지와 엉덩이가 무방비 상태로 훤히 드러난 상태, 이제 사내가 강건한 페니스로 들이밀기만 하면, 그녀의 순결은 깨지는 것이다! 

 "아, 안 돼요..... 제발, 제발, 그것만은........"

다급한 마음에 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꿈틀거리면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잔인한 사내는 그녀의 엉덩이를 꽉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앞에서 활짝 벌려진 채 뻐끔거리는 보지를 향해 이미 한껏 성이 난 페니스를 꽂아넣었다. 꿈틀거리던 여체가 딱 멈춰서면서 빳빳하게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엉덩이를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강제로 안으로 밀어넣자 처녀임을 증명하려는 듯, 무언가 얇은 막이 페니스의 전진을 막았다. 그러나 체사레가 환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한 번 힘을 가하자 여체의 가냘픈 저항은 금세 뚫리고, 성은 점령당했다. 붉은 피가 스며나와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렸다. 

 한편 연희는 엄청난 충격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뒤에서부러 단단한 몽둥이가 거칠게 뚫고 들어오는 느낌,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소중히 지켜온 처녀성이 깨졌다는 의미였다. 결혼식 날, 첫날밤을 앞둔 새신부가 생판 모르는 외간남자에게 순결을 빼앗긴 것이었다!

 한동안 정신없이 흔들리던 연희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술에 취해 테이블에 엎드린 채 자고 있는 남편 김원승을 발견했다. 그러자 바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여보........ 난, 난......... 아아, 흑흑.........."

'신이시여, 부디 결혼식 날, 남편이 아닌 외간남자에게 처녀성을 내주고 만 이 죄많은 간부를 용서하소서.'

 너무나 슬픈 나머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연희의 늘씬한 몸은 사내의 움직임을 따라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딱딱한 페니스는 그녀의 자궁 속을 휘저었으며, 그에 따라 허리가 파도치듯 움직이고, 젖가슴이 출렁였다.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져나온 따뜻한 물이 바닥과 부딪혀 새하얀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아련한 수증기 사이로 블루블랙의 머리칼이 흩날리고, 늘씬하면서도 절묘하게 굴곡이 진 여체가 일렁였다. 

 호텔 스위트룸에 딸린 그 샤워실은 넓고 깨끗했다. 한쪽 벽면에는 장미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고, 사방을 흰색 타일로 깔아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발했다. 그러나 아름답게 꾸며진 샤워실도 그 중심에 선 여체의 화려함에 비하면 빛을 잃었다. 

 백옥같이 희고 고운 피부, 만지기 좋게 적당히 부풀어오른 젖가슴과 엉덩이, 한줌도 안 될 듯한 허리, 어디가 정강이이고 어디가 허벅지인지 구분도 안 갈 정도로 가늘고 긴 다리, 조그마하고 예쁜 발........ 타고난 미에 더해서 정성껏 가꿔온 그녀의 몸매는 아련한 수증기 속에서 더욱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블루블랙의 머리칼에 감싸인 계란형의 얼굴 역시 극치미를 자랑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고 깊어서 어딘지 모르게 사내의 가슴을 진탕시키는 요염한 분위기를 발했다. 

 연희는 오늘따라 긴 시간을 들여 거듭해서 몸을 닦았다. 마치 육체만이 아니라 내부의 무언가까지 함께 씻어내리고 싶어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평소의 3배 가까운 시간을 들여 겨우 샤워를 끝낸 그녀는 커다란 목욕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샤워실 바깥쪽의 옷 갈아입는 방으로 향했다. 빼어난 미모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수심이 어려 있었으며, 문을 열면서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 쉬는 모습조차 꼭 안아주고 싶은, 섹시한 분위기를 발한다는 게 그녀의 매력이리라. 

 방 안에는 가운과 수건을 비롯해 간단한 화장품 등이 커다란 거울이 달린 서랍장 위에 놓여 있었다. 연희는 우선 헤어드라이기를 들고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말렸다. 그런데 문득 핸드백 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반짝이며 진동했다. 흠칫한 연희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휴대폰을 열었다. 

 "안녕, 아까는 즐거웠어. 이따가 또 뜨겁게 안아줄게 -새신부 사냥꾼-"

문자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연희는 그만 휴대폰을 놓치고 말았다. 딸그락, 휴대폰이 서랍장과 부딪쳐 쇳소리를 울렸으며, 그녀의 알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빨 사이로 신음성이 새나 왔다. 

 "아, 아.........." 

 이 자는, 이 자는 대체 어디까지 날 농락하려는 걸까? 연희는 두 팔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안은 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공포에 질린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불과 3시간 전, 오늘 결혼식을 가진 새신부 이연희는 남편과의 첫날밤을 맞이하기도 전에 자신을 '새신부 사냥꾼'이라 밝힌, 생전 처음보는 남자에게 무참하게 강간당했었다. 아니, 그 이 전에 신부 대기실에서 이미 철저하게 능욕당했었다. 

 그녀의 섹시한 입술에 처음으로 키스한 남자도, 날씬한 허리를 최초로 으스러지게 끌어안은 남자도, 몽실한 젖가슴과 엉덩이를 처음으로 주무른 남자도, 심지어 하나뿐인 처녀막을 제일 먼저 찢어버린 남자도 지금의 남편인 김원승이 아니라 그 '새신부 사냥꾼'이었다. 그의 체취와 뜨겁고 강렬했던 손길은 연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금도 그녀의 온몸을 촉수처럼 휘감고 지배하고 있었다. 

 어느 새 연희의 눈이 붉게 충혈된 채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달뜬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그녀의 정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아까의 기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어두웠다고는 하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는 홀에서 그것도 남편의 바로 옆에서 그녀는 외간남자에 의해 강간당하면서 느꼈었다............. 

 분명히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르고,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황홀한 느낌이 전신 모세혈관 속을 치달렸었다. 울면서 수치스러워하던 것도 잠시뿐, 곧 쾌락에 겨운 눈물과 환희의 신음소리로 뒤바뀌어 그녀는 주위 상황을 모두 잊고 오직 섹스에만 골몰한 채, 사내가 이끄는 대로 방정맞게 반라를 흔들면서 낯뜨거운 신음소리를 발했었다. 

 어느 새 연희의 한 손은 자신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손은 늘씬한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 있었다. 얼굴에 혈액이 몰리고, 야한 비음이 새어나왔다. 그동안 엄격한 가풍에 의해 억눌려왔던 음란한 본성이 작은 계기가 주어지자마자 바로 꽃을 피운 것일까? 연희는 불과 어제까지만 사내를 몰랐던 처녀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음탕한 요부처럼 적나라한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남자들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야한 행위는, 사내의 다소 짜증이 이는 듯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침범하고서야 겨우 멈췄다. 

"여보, 아직 멀었어? 나도 좀 씻어야 되는데........"

화들짝 놀란 연희는 "네, 곧 나가요!" 하고 외치면서 다급히 목욕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호화로운 스위트룸으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장식들이 세련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서성이던 김원승은 연희의 곁을 바로 지나쳐서 샤워실 바깥방으로 들어갔으며, 덕분에 연희는 다소 이상했던 상태를 들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감싸안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행위가 워낙 격렬했던 탓인지 아직도 얼굴은 달아올라 있었으며, 다리 사이로는 한 줄기 애액이 흘러내렸다. 연희도 거의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또 보지를 만지려는 자신의 손을 겨우 제어하면서 거실을 지나 침실로 향했다. 

 한편 김원승은 대충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실로 들어가마자 즉시 한쪽에 위치한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아까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래도 욕조 안을 가득 채운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자 겨우 기분이 나아지면서 다소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감았다. 

 침실 역시 넓고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지긴 마찬가지였으며,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원형의 분홍빛 침대가 놓여 있었다. 연희는 알몸 위에 목욕가운만 걸친 그대로 침대 한쪽에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잡으면서 생각을 아까의 격렬했던 섹스가 아닌 딴 곳으로 돌려보려고 했지만, 푹신한 침대가 시야에 들어오자 자는 것 외에 또다른 침대의 용도가 떠오르면서 곧바로 얼굴이 더워졌다. 

 또 시작이었다. 연희를 당연한 듯 자기 여자처럼 마음대로 다루면서 허둥대는 그녀를 비웃던 그 사디즘적인 눈동자, 여체의 성감대를 절묘하게 공략해서 하프를 울리듯이 스스로 신음하며 허리를 뒤틀게 만들던 능숙한 손길, 뻐근할 정도로 그녀의 보지를 가득 채우며 들어오던 굵은 페니스, 젖가슴이 마구잡이로 출렁일 정도로 거세게 몰아붙이던 강인한 몸짓이 대번에 그녀의 뇌리를 점령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에 나타난 사내가 그녀를 밀쳐 쓰러뜨리고 거칠게 범할 것 같았다. 한동안 달뜬 숨결을 내뱉던 연희는 갑자기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일어났다. 

"안 돼, 안 돼! 연희야, 왜 이래! 정신차려!" 

 얼굴이 더웠다. 그녀는 손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다시 거실로 나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현관벨이 울렸다. 

 "누구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마침 생각을 돌릴 수 있는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거에 반가운 심정이 된 연희는 즉시 호텔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화등잔만해졌으며, 늘씬한 육체는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마치 자기집처럼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서는 그 자는 그녀의 처녀성을 최초로 침범한 남자였다. 그 까무잡잡하고 조각같은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띤 채 그녀의 몸을 핥듯이 쓸어보고 있었다. 

 문득 자신이 알몸 위에 단지 한 장의 가운만 걸친 상태인 걸 깨달은 연희는 깜짝 놀라서 무언가 가릴 걸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성큼성큼 다가온 사내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아 버렸다. 사내의 넓은 품에 폭 싸인 연희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드러난 허벅지를 쓰다듬고 가련한 입술을 덮치는 데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어느 새 목욕 가운 앞쪽의 끈을 풀어버린 체사레는 연희의 크림처럼 몽실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어루만지면서 젖가슴을 주물렀다. 짜릿한 쾌감에 연희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경련과 함께 신음성을 내뱉었다. 

 "아앙, 그만, 그만, 제발 그만요......... 아아........" 

"뭐가 그만인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몸은 더 원하는 거 아냐?"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 학!" 

 연희는 순간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면서 몸을 굳혔다. 사내의 손이 예고도 없이 그녀의 보지를 덮친 것이었다. 늘씬한 다리를 비비 꼬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보지를 점령한 사내의 손은 마음대로 그곳을 농락하면서 애액의 홍수를 만들고 있었다. 

 "크크큭, 이렇게 푹 젖은 주제에 아닌 척 하긴........."

"그래서 젖은 게 아니에요! 샤워를, 방금 샤워를 해서........" 

 그러나 연희의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는 수돗물이라기엔 너무나 끈적끈적했다. 그것은 만지는 체사레도, 당하는 연희도 모두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내는 비웃는 시선으로 여자를 내려다봤으며, 여자는 변명 한 마디 못한 채 시선을 피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체사레의 품 속의 여체에 대한 농익은 애무는 계속되었고, 그에 따라 여체는 솟구치는 쾌락의 늪 속에 잠기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연희는 힘없이 사내의 가슴에 기댄 채 뜨거운 숨결만을 내뱉었다. 

 이미 경험을 가진 탓일까? 아니면 아까 스스로 자위를 한 탓일까? 연희의 몸은 처음 체사레에게 능욕당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사내으 품을 벗어나려는 저항도,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을 만지고 키스하는 손길을 따라 허리를 뒤틀면서 노래하듯 신음하고만 있었다. 이토록 쉽게 함락되는 자신이 부끄럽고 천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육체의 본능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여인의 보지가 푹 젖은 채 꿈틀거리면서 페니스를 갈구하는 상태임을 깨달은 체사레는 즉시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자신의 허리에 걸쳤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보지를 향해 딱딱하게 굳어진 커다란 페니스가 전진해오는 것을 깨달은 연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아, 안돼요! 그건! 그것만은........"

"안 되긴 뭐가 안 돼? 아까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허리를 흔들어놓곤.........크큭"

"안돼요, 제발........ 남편이, 남편이 있어요." 

 '남편'이란 두 글자에는 담대한 체사레도 흠칫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 그는 곧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안 보이는 걸? 샤워실 안에 들어간 건가?"

"그래요. 언제 나올지 몰라요. 제발, 제발 지금은 그냥 가주세요." 

"지금은 그냥 가시고 나중에 절 짓밟아 주세요.", 탐욕스러운 사내에게는 이렇게밖에 들리지 않는 말을 연희는 되뇌었다. 그만큼 그녀는 절박했다. 첫날밤에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남편에게 들킨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하지만 육식동물 같은 미소를 띤 체사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오히려 그녀를 샤워실 쪽으로 끌고 갔다. 

"왜, 왜 이러세요?"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해 봐도 사내는 우격다짐이었다. 그는 목욕가운 앞섶이 벌어져 반라 상태가 된 여체를 억지로 끌고 샤워실 앞으로 데려가더니 문 쪽으로 밀어붙였다. 이어서 바둥거리는 연희의 몸을 힘으로 구속하더니 가운을 뒤쪽으로 확 벗겼다. 

 "아!"

이대로 알몸이 되는 건가 하는 상상에 연희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알몸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처해진 상황은 더욱 교묘하고 사악한 상황이었다. 체사레는 벗긴 가운을 그녀의 뒤로 돌려진 손목 부근에서 묶어버린 것이었다. 

 이로써 연희는 두 팔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사내가 그녀의 드러난 알몸을 마음껏 구경해도 가릴 방법이 없었고,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기 위해 뻗어오는 팔을 보면서도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것 외에는 저항할 방도가 없었다. 

 사내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전신으로 흘렀다. 그녀가 다리를 비비 꼬자 맑은 액체 한줄기가 미끈한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를 마치 장난감처럼 한동안 가지고 놀던 체사레는 이윽고 그녀의 곁으로 확 다가갔다. 

 꺼떡거리는 거대한 사내의 페니스가 눈에 확 들어오고, 자신의 사내의 몸이 밀착되고, 이어서 한쪽 다리가 들려지는 걸 느끼면서도 양손이 뒤로 돌려 묶여진 연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그만해요. 대체 당신은 어쩌려고..........."

"쉿, 조용히 해. 네 바로 뒤의 샤워실에 네 남편이 있다고. 들키고 싶지는 않겠지." 

 체사레는 여자의 귓속에 악의로 가득찬 속삭임을 불어넣었다. 그 말을 듣고 여체가 딱 굳는 순간, 사내의 페니스가 그녀의 보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훅!"

연희는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삼켰다. 그녀가 자신의 보지가 또다시 유린당하는 것을, 자궁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페니스의 감촉을 분명히 느끼면서도 혹여나 소리가 날까, 남편에게 들킬까 두려운 나머지 심한 저항을 할 수도,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오히려 신음소리가 나는 걸 막기 위해 억지로 입을 다무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소름끼치는 미소를 띤 육식 동물의 흉포한 손에 나꿔채어진 작은 새는 꼼짝없이 그의 먹이가 되었다. 

  그 스위트룸에서 벌어진 광경은 너무나 적나라하고 소름 끼쳤다. 불을 훤하게 켜놓은 상태에서 사내는 여자를 샤워실 문에 밀어붙인 채 격하게 펌프질을 하고 있었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전라를 드러낸 여자는 사내의 움직임을 따라 그대로 흔들렸다. 그녀의 땀으로 끈적거리는 알몸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과연 두 손이 뒤로 묶인 탓에 사내를 밀쳐내지 못하고 있는 거지, 아니면 사내의 목을 힘껏 끌어안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건지 판단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보다 스릴 넘치고 두근거리는 현상은 바로 벽 2개 너머, 샤워실 안에는 여자의 남편이 한창 씻는 중이란 것이었다. 지금은 뜨거운 물속에 피곤한 몸을 담그고 비몽사몽인 상태지만, 언제 일어나서 씻고 밖으로 나올이지 몰랐다. 그리고 그가 샤워실 바깥방, 옷 갈아입는 방으로만 나와도 문에 기대어 뒤얽힌 남녀의 적나라한 모습은 바로 눈에 띌 것이다. 

 하지만 여인을 희롱하는 사내, 체사레는 그런 것에 전혀 두려움이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안에까지 들리지 않을 까 걱정될 정도로 거칠게 움직여서 여체를 문쪽으로 밀어붙여가며, 마찰음을 일으켰다. 반면, 여자, 이연희 쪽은 행여나 안까지 소리가 들릴까 몹시나 떨고 있었다. 

 연희는 단단한 몽둥이가 자신의 몸 속을 치받쳐 올라올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려는 신음 소리를 참느라 온힘을 다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이빨을 꼭 깨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궁을 유린하는 페니스의 자극은 너무나 강렬해서 늘씬한 육체는 절로 경련을 일으키고, 허리는 이리저리 뒤틀려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흐윽....... 그만, 그만........ 아아, 이럼 안 되는데....... 흑흑........"

안타까운 나머지 커다란 흑요석같은 눈동자에는 눈물까지 어른거렸다. 체사레는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웃었다. 

 "크크큭...... 요조숙녀인 척은 다해놓고 아주 좋아죽는구만. 강간당하면서도 기뻐하다니, 그렇게 섹스가 좋나? 음탕한 년!" 

"그, 그렇지 않아요!"

"그럼 좀 조용히 하지 그래? 자꾸 시끄럽게 떠들다간 남편한테 들킬 걸.......킥킥....."

"아아, 제발, 이제 그만, 그만해요.........흑!" 

 아름다운 여인이 애처로운 얼굴로 애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내의 펌프질은 그 속도조차 줄지 않았다. 계속해서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두 손으로는 그녀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을 마음껏 매만지고 쓸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여체는 갓 낚아올린 생선처럼 파닥거렸다. 

 김원승은 겨우 목욕탕에서 눈을 떴다. 아무래도 피곤한 나머지 한동안 졸은 듯 했다. 

"끙, 이런, 내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네. 어서 씻고 나가야지. 연희가 기다릴라."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첫날밤이다. 볼 때마다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던 절세의 미녀 연희를, 옷 위로 쓸어보기만 하던 신부의 그 우아하고 날씬한 몸매를 품어볼 생각을 하니, 지금까지 누구도 손대지 못한 순결한 처녀성을 처음으로 차지할 생각을 하니 절로 흥분이 되었다. 흐드러진 꽃밭의 수국처럼 청초하고 순수한 연희가 지금 바로 샤워실 밖에서, 불과 벽 2개만 떨어진 공간에서 외간남자와 얽힌 채 음란하게 허리를 흔들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는 원승이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샤워기를 틀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목욕탕 안에 있었던 때와는 달리 그의 씻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빨리 연희의 늘씬한 여체를 품에 안고, 그 보드라운 살결을 희롱하고 싶은 생각에 절로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감고, 몸에, 특히 페니스 인근에 정성껏 비누칠을 하고, 거의 나는 듯이 씻고 난 원승은 샤워실 바깥쪽 방으로 나갔다. 그곳에서는 유리문을 통해 스위트룸 거실의 광경이 보였는데, 문에 조금 뿌옇게 보이는 것 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급하게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남성용 가운을 걸친 뒤, 문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는 그의 아내가 역시 목욕 가운을 걸친 채로 서성이고 있었다. 

 "아, 당신 나왔어요." 

반사적으로 인사하면서 방긋 웃는 연희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뭔가 이상한 부분이 느껴졌다. 방금 샤워한 사람치고는 이상하게 머리는 산발이었고, 표정에는 왠지 모르게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당신 좀 이상하네. 얼굴이 빨간 게 숨도 가빠보이고......... 혹시 열이라도 있는 거야?"

원승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도자기 같은 이마를 만지기 위해 손을 뻗자 연희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여보. 당신이 너무 늦게 나와서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나머지 운동을 조금 했어요."

"운동?"

 원승은 황당했다. 그럴 수밖에. 아니, 이제 샤워하고 첫날밤을 가져야 하는 시간에 호텔 스위트룸에서 웬 운동?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마, 상대가 그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신부가 아니라 부하직원이었다면, 바로 호통을 쳤으리라. 연희는 발간 얼굴에 억지로나마 굳은 미소를 띠면서 변명했다. 

 "그,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제가 당신 드시라고 레모네이드를 한 잔 따라놨으니까 시원하게 마시세요. 전 그럼 다시 씻고 나올게요. 금방 씻을 테니까 염려 말아요." 

거의 도망치듯이 가운 자락을 펄럭이며 샤워실로 들어가는 아내를 보고 원승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가운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늘씬한 다리만 봐도 입이 벙긋벙긋하는지라 그만 화를 내거나 캐물을 타이밍을 놓친 것이었다. 대신 그는 일단 샴페인을 좀 마시면서 생각을 좀 가다듬기로 했다. 

 한편 급하게 샤워실 바깥쪽 방으로 뛰어들어온 연희는 가슴을 부여잡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겨우 1,2분 차이였다. 조금만 더 남편이 빨리 나왔다면, 가운 앞자락이 풀어헤쳐진 채 "전 방금 전까지 섹스하고 있었어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나신을 드러낸 모습을 들켜버렸을 것이다. 

 "아!" 

연희는 문득 보지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받고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내려다보니 체사레가 그녀의 자궁 속에 분출해 낸, 좀전까지 보지에 고여 있던 유백색의 정액이 미끈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편 앞에서는 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고 다리와 보지에 힘을 줘서 버티고 있다가 긴장이 풀리자 아래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 아............." 

연희는 가슴을 감싸안은 그 자세 그대로 파르르 떨었다. 보지가 옴죽거리면서 정액을 거듭해서 토해내고, 그 하얀 줄기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은 묘한 간지러움과 쾌감을 일으켰다. 쾌락에 떠는 육체는 자연스럽게 두뇌를 자극해 좀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까의 뜨거웠던 순간을 기억해 낸 두뇌는 다시 그 황홀감을 육체에 전달해 쾌락의 파도는 연쇄반응으로 커져갔다. 

 "아흑, 아아........." 

결국, 참다못한 연희는 가운을 벗어던지고, 한 손으로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다른 손을 보지에 찔러넣고 말았다. 잔뜩 예민해져 있던 보지는 자극이 오자 곧바로 쾌락의 폭풍을 일으켜 전신으로 전달했다. 그녀는 다리를 비비 꼬면서 허리를 활처럼 굽혔다. 목을 뒤로 잔뜩 꺾은 연희의 붉은 입술 사이로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더 이상은 남편도, 결혼식도 생각나지 않았다. 연희는 밀려드는 쾌락에 굴복한 채, 자위행위를 계속했다. 그 음탕한 모습을 본 사람은 그 누구라 해도 그녀가 오늘 갓 결혼한 새신부란 사실을,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순결한 처녀였다는 사실을 절대로 믿지 못하리라.

 "본 항공기는 인천공항을 출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베를린으로 향하는 직항편입니다. 이제 비행기가 안정 궤도로 들어섰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푸셔도 됩니다........"

 항공기 내에 방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튜어디스들이 카트를 몰고 다니면서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었다. 김원승은 커피를 한 잔 받아들면서 옆에 앉은 아내의 손을 꼭 잡아줬다. 

"어제는 내가 너무 취했는지 그만 혼자 잠들어버렸지 뭐야. 미안해. 대신 베를린에 가서 제대로 된 첫날밤을 보내자."

그의 아내 연희는 "예"하고 대답하면서 아름다운 얼굴에 어색한 미소만 띠었다. 

 어제 결혼식을 올린 그들 신혼부부는 부자답게 신혼여행으로 유럽 일주를 택했다. 일단 베를린으로 간 후, 파리, 로마, 밀라노, 칸느 등 여러 유서 깊은 도시와 휴양지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그들은 어제 식을 올렸던 호텔 스위트룸에서 첫날밤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신랑 원승이 샤워를 하고 나오자마자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원승으로서는 신부 연희의 탐스럽고 매력적인 육체를 범하지 못한 게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연희에게는 남편한테 말할 수 없는 훨씬 더 큰 비밀이 있었다. 남편에게 준 레모네이드에 수면제를 탄 사람은 바로 그녀였기에..........

 연희는 이미 남편이 기대하는 그런 순결한 처녀가 아니었다. 결혼식 날, 그녀는 신부대기실에서 외간남자에게 입술을 빼앗기고, 젖가슴과 엉덩이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도록 허용했다. 피로연장에서도 바로 그 '새신부 사냥꾼'에게 능욕당한 끝에 결국 처녀성까지 내주고 말았다. 다행히 어두워서 아무도 눈치 못 채긴 했지만, 길거리 창녀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참혹한 강간 신이었다. 

 게다가 나중에 그녀가 있는 스위트룸까지 쫓아온 체사레에게 연희는 다시 한 번 철두철미하게 강간당했다. 그것도 바로 벽 두 개 너머에 남편이 있는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애처롭게 애원하고도 결국 자신의 보지를 꿰뚫고 들어오는 사내의 페니스를 막지 못했다. 

 더욱 연희의 정신을 지배하고 남편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게 만드는 점은 그녀가 사내에게 그토록 철저하게 장난감 취급을 당하면서도 그 상황 속에서 전력을 기울여 저항하긴커녕 쾌락에 떨며 환희에 젖은 신음소리를 내질렀다는 점이었다. 미칠 듯한 황홀감과 쾌락의 파도에 휩쓸린 연희의 육체는 음란하게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면서 사내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율동을 일으켰으며, 나중에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도 바로 전의 격렬했던 정사를 떠올리며 다리 사이를 적셨었다. 

 결국 사내가 제공하는 쾌감에 굴복한 연희는 스스로 노리개가 되어 체사레가 시키는 대로 남편에게 준 레모네이드에 수면제를 타서 먹였으며, 그가 곯아떨어진 사이에 남편이 아닌 체사레와 첫날밤을 보냈다. 

 샤워실에서 물을 뒤집어써가며, 거실에서 사내의 몸에 매달린 채로, 침대 위에 두 다리가 쫙 벌려진 채로, 소파에서 사내의 위에 올라탄 채로, 식탁 위에 엎드려져 젖가슴이 찌부러진 채로, 카펫 위에서 개처럼 엎드린 자세로, 그녀는 스위트룸의 모든 장소에서 모든 체위로 섹스를 했다. 사방에 진한 체취와 애욕의 향기를 남겼다. 그것은 더없이 뜨겁고 음탕한 첫날밤이었다. 

 새신부이면서도 본래는 남편과의 추억을 만들어야 할 시간과 장소에서 그 날 처음 만난 남자와 포르노 비디오에나 나올 법한 자세와 행위를 선보인 것이었다. 그렇게 엄격한 집안에서 길러진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티없이 맑고 순결하던 그녀가 어째서 사내의 손길 한 번에 불 옆의 촛불처럼 녹아내리고, 어떻게 그토록 낯 뜨거운 몸놀림을 선보일 수 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밤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서 그녀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녀의 젖가슴과 보지는 그 뜨거웠던 정사의 기억만 떠올려봐도 금세 팽팽하게 부풀어오르고 촉촉하게 젖어들어가면서 미치도록 쾌락을 갈구한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남편에게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긴 비행기 여행은 무척 몸을 피로하게 하고 지루하게 한다. 원승과 연희가 앉은 일등석은 다른 좌석보다 훨씬 넓고 편안했지만, 그래도 역시 여행의 피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눈을 감는 승객들이 늘어났다. 승무원들은 잠이 든 승객들을 위해 실내의 조명을 어둡게 했다. 

 원승도 한동안은 비행기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봤지만, 곧 하품을 하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눈을 감았다. 연희 족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새벽까지 섹스에만 몰입해 있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피곤하긴 커녕 신경이 이상하게 흥분해 있는 듯 눈이 말똥말똥해지기만 했다. 

 "아, 내가 왜 이럴까........"

연희는 고개를 휘휘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거나 차라리 잠을 이우려고 해도 그녀의 뇌는 고장난 비디오처럼 계속 어제의 정사 장면만을 리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리 사이가 젖어들면서 얼굴은 달아올랐다. 

 결국 견디다 못한 연희는 세수라도 하고 오려고 세면실로 향했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흑단 같은 칠흑색 머리칼과 몸에 걸친 얇은 푸른색 원피스의 치맛자락이 휘날렸다. 허벅지를 반쯤 가리는 치마 아래로 드러난 맨다리에 사내들의 눈길리 절로 쏠렸다. 정성껏 가꿔온 그녀의 빼어난 몸매, 특히 잘 빠진 두 다리가 서로 교차하는 모습은 이 시대 남자들의 심미안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녀의 작고 예쁜 발에 신겨진 흰색의 끈 샌들 굽이 비행기 바닥과 부딪쳐 마찰음을 냈다. 

 세면실에서 세수를 하고 난 연희는 가볍게 화장을 고치고 잠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새하얀 피부에 흑요석처럼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오똑한 코, 분홍색 입술, 정말이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특히 양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어서 요염한 기움까지 맴돌아 이런 미녀의 유혹을 받으면, 누구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여유를 되찾은 연희는 자신의 늘씬한 몸매를 슬쩍슬쩍 훔쳐보는 사내들의 시선을 즐기면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남편은 벌써 곯아떨어진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막 복도를 걸어 자신의 자리 앞에 도착한 순간, 비웃음을 띤 목소리가 그녀의 고막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됐군, 연희.......큭큭........."

그 말을 듣는 순간, 연희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을 맛봤다. 반쯤 얼이 빠진 채로 한 차례 몸을 파르르 떨고 난 그녀는 겨우 고개를 돌려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그곳, 기내의 맨 앞에 있는 세 줄의 일등석 좌석 중 그녀의 자리가 있는 줄의 바로 앞줄에 앉은 남자, 까무잡잡한 피부에 조각 같은 얼굴, 그 비열한 웃음을 띠고 있는 저주받을 얼굴은 그녀의 순결을 빼앗아가고 아름다운 육체를 자기 것마냥 농락한 체사레였다!! 

  더없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가냘프게 떨던 연희는 문득 남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잠에 푹 빠져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속에 묘한 안도감이 돌면서 심장이 콩콩 뛰었다. 다시 시선을 돌리자 매력적인 외모의 체사레가 그녀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자기 옆의 빈 자리로 오라는 뜻이 분명했다. 

 '가면 안 돼!'

연희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절대로 저 남자 옆으로 가면 안 된다. 가면 엉망진창으로 당할 거다. 비행기 안, 수백 명의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있는 개방된 공간이지만, 저 사악하고 뻔뻔하고 몰염치한 남자는 그런 걸 가리는 사람이 아니란 걸 연희는 이미 경험과 이성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 처녀였던 그녀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는 홀에서 강간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이 바로 옆에 있는 호텔방에서 그녀의 나신을 실컷 가지고 놀고, 철저하게 농락했다. 부르는 대로 순진하게 옆자리에 앉았다간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녀의 두뇌는 어서 도망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러나 그녀의 육체가 그 명령을 거부했다. 푸른색의 치맛자락이 펄럭이며 연희의 다리에 휘감겼다. 그녀의 늘씬하게 잘 빠진 다리는 자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그녀를 사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어느새 눈동자가 꿈을 꾸는 듯이 몽롱해지고, 살짝 벌어진 요염한 입술 사이로는 달뜬 신음이 새어나왔다. 

 이미 연희의 육체는 사내의 손길에 의해 몸안 깊숙이 새겨진 쾌락을 갈구하고 있었으며, 그 타는 듯한 갈증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완전히 보이지 않는 사슬에 꽁꽁 묶인 듯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연희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자신을 지키려 했다. 최대한 조신한 자세로 체사레의 옆에 앉은 그녀는 자신의 보지를 지키려는 듯 두 다리를 꼭 붙인 채 사내를 향해 말했다. 

 "이제 날 그만 괴롭혀요. 난 당신 노리개가 아니에요."

온힘을 짜낸 그 목소리에 대한 사내의 반응은 코웃음을 치는 것이었다. 체사레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여자의 말을 깨끗이 무시하면서 그녀의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 단순한 동작 하나에 여자의 몸이 딱 굳었다. 

 체사레는 여자의 허벅지를 슬슬 쓰다듬었다. 희고 부드러운 살결이 기분 좋은 느낌을 전했다. 그 감촉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비웃듯이 말을 꺼냈다. 

 "그거 재밌군. 정말로 내가 널 떠나길 원해. 내가 이렇게 잘 길들인 육체가 진심으로 날 거부한다면, 나도 떠나주지."

지금이다! 지금 확실한 거부 의사만 표하면, 그녀를 너무도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꼴로 몰아넣는, 싸구려 창녀보다도 더 참혹한 모습으로 능룍하는 이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건만 어서 말하라고 외치는 이성과는 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 난, 당신은...... 그........"

목소리는 떨려나오고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내가 쓰다듬는 허벅지에서부터 쾌락의 파도가 일어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체사레의 말마따나 육체가 그의 손길에 길들여진 것일까? 이미 남자의 맛을 알았기에 본능적으로 그 느낌을 갈구하는 걸까? 

 연희로서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의 몸이 자꾸만 달아오르고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릿속은 흐릿해져 간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한 애무 하나에도 그녀의 육체는 뜨겁게 반응하고 있었다. 

 체사레는 그녀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면서 손을 슬슬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 움직임에 따라 푸른색 치맛자락이 위로 말려가고 대신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연희는 자신의 자신의 치마가 말려올라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숨을 삼켰으나, 이미 관능의 사슬에 얽매인 그녀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몸을 가늘게 떨면서 두 주먹을 꼭 쥐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윽고 치맛자락이 허리 근처까지 말려올라가면서 그녀의 하반신이 훤히 드러났으며, 근처의 누구라도 시선을 돌리면 바로 연희의 팬티를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체사레는 동시에 상의의 끈을 풀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원피스 상의 부분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엷은 푸른색의 원피스는 가느다란 허리 인근에서 돌돌 말린 형태가 되었다. 

 '안 돼! 여기는 항공기 안이야. 언제 누가 지나다닐지 모르고, 언제 스튜어디스가 서비스하러 나올지 모른다고! 이런 건 안 돼!' 

 마음의 비명과는 달리 육체는 매저키즘적인 쾌락에 떨다 결국 사내의 품에 안겨서 입술을 빨리고 애무를 당했다. 곧 브래지어와 팬티도 벗겨져 나가면서 연희는 전라가 되고 말았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있는 홀에서 순결을 빼앗긴 연희였다. 하지만 최소한 그 때는 어둡기라도 했다. 지금은 흐릿하지만 엄연한 조명이 있는 비행기 안에서, 게다가 아직 잠에 빠지지 않은 승객이나 스튜어디스들이 일상적으로 돌아다니는 상황, 설령 서푼짜리 창녀라 해도 이런 곳에서 옷을 벗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희는 이미 전라가 되었으며, 곧 사내의 페니스로 그녀의 보지 속으로 파고들어올 기세였다. 

 연희는 체사레가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다가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허벅지를 간질이는 페니스의 감촉이 느껴지자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아, 안 돼요......... 누가 봐요, 이러지 마요....... 제발........ 아....... 그, 그건......"

 연희는 몸을 뒤틀었지만, 잔인한 사내는 그런 그녀를 힘으로 제압하면서 자신의 페니스 위에 내리꽂았다. 여자의 입에서 "학!"

하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온몸이 딱 굳었다. 파르르, 경련의 파도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이미 늦었다. 사내의 페니스는 촉촉이 젖은 그녀의 보지를 미끄러지듯이 통과하여 몸안 깊은 곳에 푹 박힌 후였다. 

 '말도 안 돼!'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숫처녀였던 연희는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방이 훤히 뚫린 비행기 좌석 위에서 강간을 당할 줄이야!

 '아냐, 이건........ 이건 꿈이야........' 

그러나 꿈이라기엔 그녀의 자궁 속에서 꿈틀거리는 페니스의 감촉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스스로 뱉어낸 듯한 야한 신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찔꺽찔꺽, 야릇한 마찰음이 흐르면서 벌거벗은 여체가 흔들거렸다. 버들가지처럼 유연하게 흔들거리는 여체는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정확히 나온 극치미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뒤로 한껏 꺾어진 채 칠흑같은 머리칼이 흩날렸다. 

 "아학........ 이럼 안 돼는데......... 흐응..... 아!"

누구나 눈을 휘둥그렇게 뜰만큼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 그 붉은 입술 사이로 참기 힘든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사내의 손이 흐드러진 엉덩이를 움켜쥐면서 끌어당기자 여체는 저릿저릿한 느낌에 신음하더니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평범한 침실에 평범한 연인 사이였다면, 그냥 좀 낯뜨거운 사랑의 행위였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 항공기 안, 그것도 사방이 확 트인 좌석 위였다. 그리고 여자는 새신부였고, 사내는 그런 그녀와 전혀 관계없는 외간남자였다. 더더욱 큰 문제는 여자의 남편이 이 적나라한 정사가 벌어지는 좌석 바로 뒤쪽에서 졸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희는 이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식으로도 알고, 본능으로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어쩔 수 없는 쾌락의 법칙에 지배받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뒤로 꺾은 채 적나라한 신음소리를 내뱉고, 다시 또 방정맞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겨우 스스로를 멈춰보려 해도 사내의 손길 하나에 이지러지는 젖가슴, 그 짜릿한 쾌감이 또다시 교성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사내의 어깨 위에 걸쳐져 있던 두 팔은 못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결국 목을 끌어안고 말았다. 

 연희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남편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일어나지 마요. 눈뜨면 안 돼요. 제발, 제발....... 나의 이런 꼴을 보지 말아요.'

손으로 입이라도 가려보려 했지만, 그녀의 팔은 사내의 목을 꼭 끌어안기 바빠서 입까지 올라갈 틈도 없었다. 그저 알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에 바빴고, 그럴 때마다 환상적인 S라인이 출렁거렸다.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최적으로 자극하는 적나라한 장면, 그것도 뛰어나게 아름다운 절세의 미녀가 포르노 비디오보다 더 화끈한 모습으로 섹스에 몰입하는 광경은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의 신경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갈 곳을 잃은 소리는 사람들의 귀를 간지럽혔고, 결국 깨어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두 남녀가 서로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 게다가 여자는 거의 벌거벗은 상태이며, 사내의 목에 매달린 채 쉴 새 없이 방아질하는 모습, 페니스와 보지가 격하게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찔꺽찔꺽하는 소음에 섞인 여자의 섹스러운 신음소리........

 모두 비밀스런 침실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광경,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포르노비디오보다도 더 적나라한 섹스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해왔었던 그들은 벌린 입을 다물질 못했다. 개중에는 자기 볼을 꼬집어보는 자도 있었지만, 이건 분명 꿈이 아니었다. 분명히 천사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길거리 창녀보다도 더 낯뜨거운 괴성을 질러대고, 더 방정맞게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스튜어디스 한 명이 손님들을 살펴보러 나왔다가 깜짝 놀라서 수첩을 떨어뜨렸다. 

"헉! 세상에.........."

눈이 화등잔만해진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체사레와 연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남자들 중에는 어느새 진지한 모습으로 구경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자도 생겼다. 

 연희는 부끄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 상황을 스스로 타개해는지는 못하는 그녀였다. 사내의 페니스가 몸 안에서 용두질을 칠 때마다, 머리칼으 붙잡고, 입술과 목에 키스할 때마다 젖가슴을 으스러질 정도로 쥐어짤 때마다 더 부끄러운 꼴을 자아냈다. ·가느다란 허리를 쓰다듬기만 해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활처럼 꺾으면서 부끄러운 신음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칠흑색 머리칼이 허공에 휘날렸다. 

 결국 이 난리에 그녀의 남편 김원승도 깨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가 알몸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방아질을 찧는 광경을 보고 얼이 빠지고 말았다. 한떨기 수국처럼 아름답고 청초하던 연희, 그 순결한 여인에게서 저렇게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차라리 꿈이라면 좋을 텐데............

 연희도 남편의 정신이 나간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흩뿌렸다. 

"미안해요, 여보. 미안해요......... 난.........흑....."

 견딜 수 없는 수치스러움에 울면서도 여전히 엉덩이를 앞뒤로 격렬하게 돌려대면서 쾌락에 빠져 신음하는 그녀였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어............"

한 사내가 거친 동작으로 자신을 안아 올려 테이블 위에 앉히는 걸 느끼면서 연희는 흐릿한 이성으로 겨우 며칠 전의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히 그 직후, 체사레는 모스크바에서 연희를 데리고 비행기를 내렸다. 완전히 혼이 빠진 연희는 사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으며, 남편 역시 멍하니 그녀를 보내버렸다. 그리고 체사레는 그런 그녀를 변태들이 모여 여자를 집단 강간하는 최하급 창녀굴에 팔아버렸다. 명문가의 아가씨가 악마의 손에 걸리자마자 불과 사흘도 지나기 전에 창녀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흑! 아아아..........."

연희는 또다시 자신의 보지 속으로 파고드는 사내의 페니스를 느끼면서 신음성을 내질렀다. 곧이어 그녀의 입도 페니스로 막히고 말았다. 이미 정액으로 맥질된 나신 위에 또다시 유백색의 정액이 뿌려졌다. 이미 매저키즘적인 쾌락에 푹 빠져 타락할 대로 타락해버린 연희는 지금의 비참한 상황을 벗어날 만한 능력도, 그런 의지도 없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