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화 두 명의 아내
어느 사이 12년이 흘렀다. 정재는 중견건설 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성현은 23살의 대학교 4년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였다. 그리고 성현
과 미영의 딸인 성미는 13살이 되어 중학 1년에 재학중이었다. 미영
은 여전히 가정일을 하면서 성현과 정재의 뒷 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아주 화목한 가정 생활이었다. 비록 정재가 밖에서 비서와 따로 산림
을 차리고 있기는 했지만, 미영이나 성현, 성미..그 어느 누구도 그
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엄마 또 에어로빅이야?"
성미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거실에서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엄마에
게 말하였다.
"응...이제 오니?"
미영은 요즘 들어 에어로빅에 한창 열중이다. 40살이 넘어서면서 몸
매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데 반해 딸인 성미는 점점 물이 올라 가는
것에 질투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요즘 미영과 성미는 성현을 사이
에 두고 전쟁을 치르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
쟁이었고, 어떤 진정한 싸움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응..아빠는...."
"아직. 안왔다. 선배들과 모임이 있다고 오늘은 조금 늦는다고 하더
라."
"...그럼 할아버지는?"
"조금 전에 나갔어."
성미는 정재를 할아버지로 성현을 아버지로 부르고 있었다. 물론 그
런 것은 가족내에서만 불리는 호칭이었고, 밖에서는 절대 표시하지 않
았다.
"엄마는 에어로빅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렇게 열심이야?"
"엄마 나이가 벌써 42살이라는 것을 모르니?"
"아니 잘 모르겠어. 누가 엄마를 42살의 아줌마로 보겠어? "
"어머! 그러니? 고맙다."
미영은 여전히 비디오에 나오는 에어로빅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면
서, 딸 아이의 말에 싱긋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그랬다. 그
녀는 여전히 예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몸에는 군살 하나
없었고, 얼굴에서는 잔주름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럼! 아빠가 엄마만 더 좋아하는 것을 보면 몰라?"
성미는 소파에 앉아 에어로빅에 열중인 엄마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
다. 그런 말을 하면서 성미의 입은 조금 삐죽나왔다. 어떤 질투심에
서 였다. 분명 성미 자신이 더 젊고, 싱싱한 피부를 가졌음에도 자신
의 아빠인 성현은 엄마인 미영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고, 자신 몰래
엄마를 더 안아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성미였다.
"불공평해!"
엄마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성미가 갑자기 말했다.
"뭐가?"
미영은 여전히 에어로빅을 하면서 성미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건 순
전히 예의상에서 였다. 미영은 이미 딸 아이가 불공편하다고 하는 것
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엄마는 다 자란 어른이고, 나는 아직 애인게 불공평하다구!"
"그게 뭐 불공평하니?"
"불공평하잖아. 내가 만약 엄마와 같은 나이였다면, 아빠의 관심을
나에 게 더 돌릴 수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한테 말야."
"풋~~~~"
미영은 그만 웃음이 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웃음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미영 자신도 몰랐지만, 아무튼 딸 아이의 말이 갑지가 우스
웠다.
"성미야. 너 나에게 지금 질투하니?"
"흥..! 엄마야 말로 나에게 질투하지마!"
"내가 뭘?"
"엄마.. 지금 아빠의 관심이 나에게 올까봐 지금 에어로빅을 하는
거 나 다 알아."
"이제 알았니?"
"씨........"
성미는 말싸움에서 졌다는 느낌에 입이 삐죽거렸다. 미영은 그런 딸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성미야. 네 친구들도 자기 엄마한테 질투를 하든?"
"하는 애들도 있고, 안하는 애들도 있고 그래."
"아니 너 처럼 하는 애들이 있냐구."
"몰라. 그 애들 가족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니까."
"풋~~"
미영은 실소를 했다.
"왜 웃어?"
"그냥.. 아무튼, 엄마에게 너무 질투하지마. 네가 더 나이들고, 내
가 더 나이들면, 네 아빠는 분명히 네 차지가 될테니까."
"...."
성미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린아이 같은 그런
모습에 미영은 다시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에어로빅을 따
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