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7)

(제 1부 4장 목숨부지 화무결 )

여전히 거센 바람을 동반한 빗줄기는 사그러들줄을 모르고 있었다.

한식경(30분)이 지나도록 두사람은 그렇게 가만히 서로 온기를 나누며 기대고

앉아 있었다. 축축하게 젖었던 의복이 말라가고 머리에서 흘러내리던 물기가

모닥불에 바짝 마르기 시작할 무렵, 제갈초련이 모닥불을 빤히 바라보며

가만히 입을 열었다.

" 사실 ... 저는 집안끼리 정해놓은 정혼자가 있어요... "

" ........... "

" 하지만... 저는 그사람이 싫어요... 얼굴은 사납게 생겼고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스무살이 되면 그사람과 혼인을 해야해요. "

" 저런... "

" 아아아... 그사람이 화공자 였다면... 좋을텐데.. "

제갈초련은 상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화무결의 가슴팍에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화무결은 그녀의 말을 들은듯 안들은듯 흘려버리며 딴생각을 하고있다.

그녀의 분홍빛 속옷 틈새로 빼꼼히 들여다 보이는 봉긋한 젖무덤이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따뜻한 모닥불에 보송보송 말라가는 그녀의 살결은 점점 윤기가 흐르고 

광택을 흘리며 매끈한 여인의 매력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화무결이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손끝을 흔들어 봉긋하게 솟아오른 앞가슴을

간지르기 시작한다. 분홍빛의 얇은 속옷위로 봉우리끝자락의 작은 윤곽이

드러나 보였다.

화무결은 가볍게 그것을 살짝살짝 건드리며 그녀의 반응을 살핀다.

풋풋하게 흔들리던 그 작은 유두가 장난스러운 가벼운 자극에 조금씩 탄력을

찾아가며 꼿꼿해지기 시작한다. 사내도 자극을 받으면 가슴팍의 유두가

꼿꼿하게 일어서게 된다. 그녀는 그 장난끼 가득한 가벼운 손놀림을 어쩌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 가,간지러워요..... "

참지못한 제갈초련이 얼굴을 붉히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반시진 전까지도 화무결이 한껏 손에쥐고 주무르며 입에 물었던 그것이다.

이제와 화무결이 또다시 탐한다 하여도 크게 이상할게 없다.

오히려 이정도는 덜 부끄럽다고 할수있다.

" 당신은... 너무 짖궂어요.. "

그녀가 수줍음이 가득한 어조로 그의 손끝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밀어낸다.

그러자, 화무결이 이번에는 대담하게 손아귀로 덥썩 움켜쥐는게 아닌가.

얇은 속옷자락 위로 그의 손이 한가득 담기며 그 말랑하고 보드라운 것을

터지지나 않을까 조심조심 어루만진다.

" 화, 화공자... "

제갈초련이 ' 어맛 - '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척이자, 화무결은

그녀를 더욱 품으로 끌어안으며 양손으로 그녀의 애처로운 젖가슴을 모두

손에 담는다.

화무결의 손길이 참지못하고 그녀의 속옷밑자락으로 스며들어 보드라운 살결을

스다듬으며 타고올라가, 그녀의 탐스러운 유방을 직접 거머쥐었다.

설화의 젖가슴이 풍만한 여인의 감촉이라면, 제갈초련은 아직 젖살이 가시지

않은 풋풋함이 한껏 느껴진다.

제갈초련이 얼굴을 붉히며 그의 팔목을 움켜잡았지만, 단지 그것뿐 거부할

의사는 없는지 그저 몸을 움츠리며 파르르 어깨를 떨뿐이다.

' 정말 기분좋은 감촉이다. 여인의 몸은 어쩌면 이리도 보드랍고 말랑하단

말인가... 몇날 며칠을 이렇게 손에담고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

화무결은 부드럽게 손을 움직여 그것을 손안에 한가득 담아 원을 그리듯

둥글게 어루만졌다. 제갈초련은 그저 그에게 몸을 맡기고 수줍은 얼굴로

움츠려 있을 뿐이었다.

" 이런걸 신선놀음 이라고 하는건지도 모르겠군요. "

그가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말에 제갈초련의 얼굴이 더욱 화끈거리며 달아오른다.

" 싫은건 아니겠지요.. ? "

" 모,몰라요... "

싫을리가 없다. 아마도 그녀의 속살에 손을대는 사내는 화무결이 처음이리라.

그 어떤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 애정을 쏟는데 싫다 하겠는가.

이미 한차례 몸을 섞은 사이니만큼 그녀도 더이상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등뒤에서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하는 뜨끈한 물건에는 그녀로서도 

긴장하지 않을수가 없다.

' 아아... 어쩜좋아.. '

그것은 조금씩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부풀어 오르는걸

느낄수 있다. 그것이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내, 단단하고 용맹한 모습이되어

그녀의 등아래를 한껏 짓누르기 시작한다.

' 어쩌지...? 어쩌지..? 그가 또 바닥에 눕히면 싫은척을 해야할까 ?'

그녀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정숙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거부하는척 하다가 어쩔수 없다는듯

허락해야 하는지, 이미 그 과정은 거쳤으니 두눈 질끈감고 대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쉽지않았다.

그는 여전히 제갈초련의 보드라운 젖가슴을 손에담아 어루만지고 있었고

귓가에 들리는 그의 호흡이 상당히 가빠지고 있다는걸 느낄수있다.

이제곧 그가 참지 못하고 자신을 바닥에 눕힐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가슴이 콩닥 거리고 묘하게 기대감을 갖게되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제갈초련은 거부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는지, 그저 어찌하면 좀더 자연스럽고, 

창피하지않고 음란한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에 고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갈초련의 앞서가는 억측이었다.

의외로 화무결은 그녀와 결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붉은 혈흔을 보인 그녀였다. 그만큼 혈흔이 흘렀다면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을테고, 그런 상태에서 또다시 결합하면 붉은혈흔을 또다시 보게될것같아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하지않고 있었다. 화무결의 심성은 그처럼 표독스럽지

못하다. 그저, 지금은 여인의 기분좋은 감촉을 음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런것도 모른채 제갈초련은 혼자서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며 결국은 조금

거부하는 시늉을 해보이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화무결은 좀체로 앞가슴에서 손을떼지 않는것이다.

한식경(30분)이 흘렀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젖가슴을 장난치듯 스다듬으며

조물거리고 있다.

제갈초련은 속이 타들어가는것 같았다. 나름 크게 마음을 추스려 두번째

결합을 받아들일 결심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당사자가 당췌 움직일 생각을

않고있으니 마치 매맞는 줄 끝자락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불안해진다.

그녀는 굽혀 모아진 두다리를 작게 뒤척여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은밀한 곳은 한껏 젖어들어 이미 사내를 받아들일

준비가 지나칠정도로 넘치고 있었다.

아랫배가 뜨끈하고 음부가 애간장이 탈만큼 간지럽고 안타까워 마른침이 절로

삼켜질 지경이다. 오히려 이제는 애꿎은 젖가슴만 보듬고있는 화무결이 야속하게

느껴지고 있다.

그런 제갈초련의 속사정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그녀를 생각해서 배려해준다고

자기 자신을 뿌듯하게 여기고 있는 화무결 이었다.

' 음. 그래. 여인을 아끼고 배려해줄줄 아는 사내야말로 진정한 사내라 할수있지. '

그는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담은 젖가슴의 감촉을

즐길 뿐이다.

그때 불현듯 코끝에 거슬리는 냄새가 있었으니, 화무결도 제갈초련도 이상한

탄내가 난다고 생각하며 모닥불 주변으로 시선을 주었는데, 화무결이 바닥에

펼쳐놓은 그녀의 옷 끝자락에 불이붙어 타들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

" 어마 !! "

" 헉 ! "

두사람이 대경질색하여 서둘러 달겨들어 불을 껐으나 밑자락이 보기흉하게

타들어가 있었다.

제갈초련은 울상을 지으며 그것을 집어들어 보았다.

밑자락이 흉하게 되었지만 입지 못할정도는 아니다. 

" 어.. 어쩌지요... ? "

화무결이 어째 그것이 자신의 탓같아 우물쭈물 머리를 긁적이자, 그녀는 괜찮다는

표시를 하며 그것을 걸쳐입는다.

" 괜찮아요. 어쩔수 없는 일이에요. 보기흉해도 다 타버리지 않은게 어디에요? "

" 제가 모닥불 가까이에 펼쳐놓는 통에.. "

" 마음쓰지 말아요, 화공자... 말려주려고 했던건데 그걸 탓할수는 없어요. "

결국은 이런 뜻하지않은 일로 두사람은 떨어지게 되었다.

한층 어색해진 분위기탓에 나란히 조금 떨어져 앉은 두사람은 미시(13 ~15시)쯤

되자 빗줄기가 잠잠해지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 대체 어딜갔다 온게냐?!! 모두 얼마나 걱정한줄 알고 있는게냐 ?! "

고난을 겪으며 겨우 객점으로 돌아온 두사람은 잔뜩 화가난 제갈룡과 화천령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두사람 모두 홀딱 젖어 물에빠진 생쥐꼴이었고, 더군다나

제갈초련은 어디서 무얼 했는지 치맛자락이 흉하게 타들어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우물쭈물 쇠붙이가 달라붙는 신기한 바위를 구경하러 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고생한 이야기를 하자, 제갈룡은 겨우 화를 누그러뜨리며 훈계를

늘어놓았다.

" 제갈공자. 우선은 두사람의 몸을 말리는게 좋겠어요. 초련이 떨고있는게

보이지 않으신가요 ? "

한켠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왕일청이 끝내 한마디 해주자, 제갈룡은 그제서야

제갈초련을 방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제갈초련과 화무결의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화천령은 화무결을

서둘러 방으로 데려와 심각한 어조로 다그쳐 물었다.

" 화무결. 혹시... 혹시나 해서하는 말인데... "

"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말없이 놀러가지 않을께요. 쇠붙이가 달라붙는

신기한 바위가 있다고 해서 정말 구경해보고 싶었다구요. "

" 그게 아니야. "

" 아니에요 ? "

그녀에게 고문에 가까운 꾸지람을 들을줄 알았던 화무결은 그녀가 고개를 흔들자

대번에 마음을 놓으며 히죽거렸다.

" 정말 혹시나 해서 묻는거야. "

" 뭔데요 ? "

" 저기... 설마... 제갈소저와 무슨일이 있었던건 아니겠지... ? "

" ...... 무, 무슨... "

" 그녀에게 남녀간의 이상한짓을 했느냐고 묻고 있는거야. "

" 헉 ! 어,어떻게 그것을.. !! "

단순한 아이다.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 될것을 굳이 도둑이 제발저린 것처럼 크게 놀랐다.

" 아아아... 결국은.... 일을 저질렀구나. "

화천령이 암울한 표정으로 크게 한탄했다.

그와 제갈초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부터 불안했던 그녀다.

설화마저도 화무결의 특이한 능력은 옆에서 주의를 기울여 감시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거라고 경고 했었다.

'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냐. 듣기로 제갈초련은 모용세가의 둘째공자와

혼약이 되어있다고 들었는데... 이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

정말 그리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수가 없었다.

' 연사저는 정말 애물단지를 내게 맡겨 놓았구나... '

화천령은 속으로 연설화를 원망하며 별다른 죄의식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화무결을 바라 보았다.

" 화무결. 그일은 절대 아무에게도 발설해서는 안된다. "

" 그럼요. 그런것을 어찌 남에게 말한단 말이에요 ? 그것이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행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단 말이에요. "

' 알긴 개뿔을.... '

"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비밀이야. 알겠지 ? 무슨일이 있어도 남에게 알려져선

안돼. 잊지말고 명심 하도록해. "

" 알았어요. 그런 것이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화무결의 모습에 화천령은 속이 타들어갔다.

' 차라리 이 특이한 체질을 말해주는것이 낫지 않을까 ? '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설화가 말했었다. 자신의 괴이한 능력을 화무결이 알게되면 자칫 나쁜길로

들어설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남녀간의 진지한 일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그에게 그사실을 알려주면 정말 희대의 색마가 되어버릴지도 모를일이다.

그녀는 차라리 따끔하게 알아듣도록 가르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화무결. 그런것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야. "

" 예 ? 어째서요 ? 제갈소저도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가 더 좋아졌다고

했는데요. "

" ..... 그,그건... 둘다 아직 어리기때문이야. 그런것은 훨씬더 자란후에

혼인할 사람과 치루는 일이야. 마음이 맞는다고 멋대로 일을 벌여선 안돼.

혼인하지 않은 상대와 그런것을 하는것은 나쁜일이야. "

" 예 ..? 하지만... 설화누님과는... "

" 사,사저는..... "

그녀는 그대목에서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만년삼의 기운을 환원하기 위해서라지만, 그것은 화무결도 잘알고 있었고

잘 돌려 말한다 해도 그가 쉽게 이해할리가 없다. 결국은 설화가 그를 잘 가르쳐

놓지 않은 탓이다.

' 어쩔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며 주변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하는수밖에.

너무 어린나이에 여인을 알아서인지 그 이해가 제멋대로 뒤틀려있다. '

그녀가 그랬듯이 서서히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알아가야 한다.

모든이들이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이해하고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화천령은 화무결에게 다시는 함부로 여인을 탐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받아냈다. 그것이 지켜질지는 의문이지만 그가 약조를 했으니 한시름 덜어낼수

있었다.

'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되겠다. 자칫 상대를 잘못 건드리면 큰 화를 당하게

될거야. '

다음날이 되었다.

밤새 몰아치던 폭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해가 쨍쨍한 맑은날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정말 어제의 그 폭풍우가 현실이었는지 의아할만큼

말끔하게 개인 하늘을 보고 화무결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은 서로의 가는길이 달라 작별을 고해야 했다.

화천령은 하북으로 가야했고, 제갈룡일행은 산동성으로 가야했다.

제갈룡을 따라 마차에 오르는 제갈초련은 마지막까지도 화무결의 얼굴을 돌아보며

아쉬움이 가득한 미련을 남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그를따라 가고싶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갈세가의 여식이었고 이미 정해진 정혼자가 있다.

' 언젠가... 연이닿아 또 만날수 있기를....화공자... '

그리고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왕일청은 말도안되는 고민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길게 한숨을 내쉰다.

' 저런 어린아이에게 마음이 동하다니... 정말 요상한 일이다.

이젠 두번다시 볼일이 없을테니 다시는 이런일로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 '

또각또각 말발굽소리와 함께 떠나가는 마차를 향해 화무결은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마차가 먼지가 되어 사라질만큼 멀어지는데도 끊임없이 손을 흔들고있는

화무결의 귓볼을, 화천령이 지그시 꼬집고는 그들의 마차로 끌고간다.

마차는 달리고 달려 하북성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어제는 노숙을 했고, 그제도 노숙을 했다. 잠자리가 불편했던 탓인지 화천령은

몸이 쑤시고 지쳐, 어서빨리 객점이 있는 마을에 당도하길 고대했다.

그런데 화무결은 뭐가그리도 신이 나는지 목청을 돋우며 노래를 부른다.

" 랄라랄라 ~~ 장안의 기녀들이 몽땅모여 ~ 노래를 부르며 옷을벗어 제끼네 ~

그중에 한년이 엉덩이에 커다란 점이 있었으니 ~ 아이고 우스워라 ~ "

" .................. "

참으로 의미불명의 낯뜨거운 노랫말이었다.

" 그게 대체 어디서 배운 노래니? "

" 예전에 거지시절에 주워들은 노래거든요. 아는노래라고는 이노래뿐이에요.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 "

" 다시는 그런노래를 부르지 마. 누가 들을까 무섭다. "

" 2절도 있는데 불러드릴까요 ? "

" 됐어. "

" 에이... 2절이 훨씬 재미있는데... "

" 난 재미없거든? 그러니 제발 조용히 앉아있어. 정신 사나워. "

그녀가 타박을 주자, 화무결은 얼마전의 그일 이후로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 음... 이럴땐 살을 맞대고 그걸 해주면 한결 사이가 좋아질텐데.. '

화무결이 그런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하고있는데, 화천령이 마차를 세웠다.

" 왜, 왜그러세요 ?!! "

그녀가 느닺없이 마차를 세우자 화무결은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귀신같이

알아차린게 아닌가 싶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전방을 바라보며

짙은 침음성을 흘린다.

눈앞에 두개의 길이 있었다.

왼쪽은 순탄하고 평탄한 길이었고, 오른쪽은 산세가 우거진 거친 길이다.

" 왼쪽은 멀리 돌아가야 하고, 오른쪽은 가로지르는 지름길이야. 

어느쪽으로 갈까 ? "

그녀가 선택하지 못하고 화무결에게 묻자, 화무결이 더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 당연히 지름길로 가야죠. 벌써 신시(15 ~ 17시)가 다되었는데, 해가지기전에

마을로 들어서야죠. "

" 하지나 오른쪽길은 조금 위험한 길이야. 가는도중에 몇개의 벼랑길이 있어서

사람이 잘 지나가지 않는 길이거든. 몇년전에 큰 지진이 일어나서 그 커다란

산의 반쪽이 무너져 내렸다더라. "

" 이러다가 오늘도 노숙을 해야할지도 몰라요. 벌써 이틀째 맛없는 육포를

씹어먹고 있는데... "

화천령은 화무결의 말을 듣고는 결국은 오른쪽길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의 말대로 오늘도 노숙을 할수는 없었다. 

" 그래. 네말대로 하도록 하자. 이랴 ~ ! "

그녀가 다시 마차를 몰아 가파른 오른쪽길로 접어들었다.

마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큼 폭이좁고 굴러떨어진 자갈들이 길에깔려있어

마차가 한시도 쉬지않고 덜컥거렸다.

하지만 화무결은 그것이 재미있어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 했다.

그렇지만 귀여운 아기를 안았을때 잠시동안은 귀엽지만 시간이 지나면 귀찮고

뒷처리 해주는것이 고역이 되듯이, 화무결도 얼마못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투덜거린다.

" 악 ! 엉덩이가 아파요 ! "

" 그렇게 신나 하더니만. "

" 얼마나 더 가야하는 거죠 ? 이러다 앉아있지도 못하겠어요. "

" 아직 반도 못왔어. 저기 보이는 좁은 벼랑길이 보이지? 그곳이 아마도

중간지점 일거다. "

" 어서가요. 배도 고프고 엉덩이도 아파서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요. "

" 위험하니까 얌전히 앉아있어. 여기는 사고가 많은곳이란 말이야. "

화천령은 화무결에게 주의를 주고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마차를 몰았다.

그 아슬아슬해 보이는 좁은 벼랑길은 정말 그녀의 말대로 매우 위험해 보였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깊은 절벽은 그 끝이 까마득하게 아득해 보이고있다.

저런곳으로 떨어졌다간 길게 비명을 지르며 앗- 하는 사이 죽어버릴게 틀림없다.

화무결이 겁을 집어먹고 마차에 매달리며 ' 조,조심하세요 ' 라고 떨리는 

음성으로 부탁하자, 화천령은 그가 하는양이 너무 우스워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 연사저가 너무 어리광을 받아주며 지냈어. 나이에비해 너무 철이없다.

다른또래 사내들같으면 훨씬 어른스러울텐데. '

- 덜커덕 -

그녀가 그런생각을 하며 고삐를 움켜쥐고 있는데 별안간 마차가 크게 흔들린다.

마차바퀴가 커다란 돌을 밟은것인지 크게 덜컹하고 흔들리며 부서질듯 삐걱

거렸다. 

" 엄마얏 ! "

그녀는 별안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크게 놀라며 겨우 중심을 잡았다.

하마터면 옆으로 굴러 떨어질뻔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며 크게 심호흡을 두어번 하고는 옆자리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휴우 - 정말 놀랐지 뭐니. 너도 많이 놀랐.......... !!!!! 화,화무결 !!? "

없었다.

옆자리에 앉아 그녀와 마찬가지로 놀란토끼눈을 하고 겁에질려 있어야할 

화무결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득한 비명소리.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 - - - - - "

그녀가 깜짝놀라 급히 마차를 세우고는 비명이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까마득히 깊은 절벽밑으로 이어지는 화무결의 비명소리.

그가 그리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 이럴수가 !! 화무결 !! 화무결 !!! "

화천령은 망연자실하여 넋을잃고 화무결이 떨어져내린 절벽밑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주저 앉는다.

" 화무결..... 이런... 이런일이... "

그녀는 아무생각도 할수가 없었다.

마치 그림같은 풍경이 자리잡은 곳이있다.

깊은절벽 밑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폭포수. 절벽의 한곳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작은 물가에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녹림을 과시하고 있다.

어찌하여 까마득한 절벽밑에 이런곳이 자리잡고 있는지 신비할 따름이다.

절벽의 커다란 틈새에서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 폭포수는 그 아래로 자리잡은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어 마치, 작은 호수같은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한쪽의 풀밭이 모양새있게 자라난 한켠에 단아해 보이는 한 여인이 서있다.

길고 윤기나는 흑발을 허리까지 드리우고, 물을뜨러 온모양인듯 작은 항아리를

들고 있었다. 동그란 눈에 얌전해 보이는 얼굴은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듯 한껏 미모를 발하고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마치 무릉도원의 선녀처럼 보인다.

해가 지기시작하여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발치의 물가에 동동 떠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한참을

내려다보며 살피고 있었다.

' 오른팔이 부러지고, 늑골이 두개쯤 나갔고, 음... 내상도 심한것 같지만

용케도 숨이 붙어있어. '

마치 환자를 진단하듯 척척 다친곳을 추론해본 그녀는 이내 항아리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것을 물가로 끌어올려 모습을 확인한다.

' 사내... 대략 열일곱에서 열여덟 사이로 보이는군. 정말 운이좋은

사내로군. "

그녀가 고개를 들어 절벽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저만치 보이는 높은 절벽의 중간쯤에 기형적으로 절벽을 타고 자라난 소나무가

크게 부러져 있는것이 보인다. 

' 우선 저 소나무에 걸려 충격을 완화 시켰어. '

그리고 그 밑으로 끝없이 내려온 곳에 커다란 고목나무가 굵은 가지가 부러진채

처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 그후에 저 고목나무로 떨어져 내렸나보군. 정말 운이좋아. 그후에 최소한의

충격으로 물속에 빠져 목숨만은 건진거야. '

엄청난 높이의 절벽이었다. 절벽 위에서는 이 아래쪽의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만큼 까마득히 높은 절벽이다.

아무리 두번에 걸쳐 충격을 완화 시켰다지만, 목숨이 붙어있다는건 믿어지지가

않는 그녀였다.

팔이 부러지고 늑골이 부러진채 사경을 해매고 있는 사내는 다름아닌 천방지축

화무결이었다. 그녀는 그의 체격이 건장하여 좀더 많은 나이로 보았지만

사실 그의 나이는 올해 열다섯이다.

그녀는 화무결을 질질끌듯이 잡아끌어 자신의 거처로 옮겨갔다.

결코 그녀의 혼자힘으로 짓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이는 작은가옥은 아늑하고

한산해 보인다.

그녀는 화무결을 침상에 힘겹게 올려 눕히고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아닌가.

그녀는 시체처럼 늘어져있는 화무결의 손목을 들어 손에쥐고 진맥을 해보인다.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복해서 이곳저곳을 진맥하던 그녀는 이내 화무결의

손을 내려놓고는 실소를 흘렸다.

" 어쩐지 범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했더니... 아무래도 5000년 이상된

산삼을 섭취한 모양이야.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삼의 영험한 영기가

끊어지려는 목숨을 연명하게 해준게 틀림없어. "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지금껏 일년에 한두명씩 떨어져 내리곤 하지만, 이처럼 숨이 붙어있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정말 운이 좋아 머리에는 상처하나 없었고, 다 끊어져가던 숨도

기연을 얻었는지 몸안에 잔재가 남아있던 미약한 산삼의 영기가 혼신을 다해

그것을 이어주고 소멸했다.

" 오년만이군. 사람을 보는게.... 무사히 깨어나면 좋을텐데... "

그녀는 그렇게 작게 혼잣말을 하며 화무결의 부러진 뼈를 살핀다.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린지 벌써 오년째.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미쳐버릴것만 같아, 틈만나면 버릇처럼 중얼거린다.

화무결이 떨어져 내린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녀는 숲에서 캐온 약초를 빻아 조합하며 힐끔힐끔 화무결이 누워있는

침상을 확인한다. 보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의 부러진 팔과 늑골은 그녀의 정성을 다한 치료에 거의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어찌된건지 눈을뜨지 못하고 있다.

' 정말 큰일이야... 아마도 그 미약했던 삼의 영기가 이사람의 기력을 모조리

끌어다 숨을 이어놓은 모양이야. 이래서는 숨만 붙어있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어. 어쩐다지.. ? "

그녀가 화무결의 팔에 새약을 발라 천을 감아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보름동안 치료하며 정도 들었건만, 그는 도통 깨어날

생각을 않고있다. 평생을 죽을때까지 혼자서 외로이 지내야 한다는 고통에

시달리던 그녀에겐 한줄기 빛과같은 일이었다.

묻고싶은것도 많았고 듣고싶은것도 많았다. 아니, 그런것까지도 바라지않는다.

그저 다른이의 음성을 듣는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녀는 의술을 알고있는지 온갖서적을 샅샅이 뒤지며 그를 살려낼 방도를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같은 환자의 치료법은

나와있지 않았다. 침도 놓아보았고, 혈을 짚어보기도 했지만 아무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손에든 좁쌀만한 환약 몇개를 그의 입안으로 털어내 주고는 그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그를 대신하여 쉽게녹는

작은환약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먹이고 있는 것이다.

" 어찌한다.... "

화무결에게서 흘러나오는 옅은 기운. 그녀가 알기로는 이 기운은 틀림없이

사내의 양기가 비정상적으로 충만하여 넘쳐 흐르는 기운이다.

아마도 오래된 산삼 고유의 영향이라 짐작한 그녀는 그 기운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듯 양기가 충만한 사내들은 천성적으로 여인을 끌어들이고

그 본인도 여인을 찾게되어 대부분 바람둥이나 난봉꾼이 되는 운명이다.

하지만 화무결이 흘리는 양기는 그 기세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 과하면 화가 될텐데.... 앗 !! "

그때, 그녀의 뇌리에 기가막힌 기억이 떠올랐다.

5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 어디서 뭘 주워먹었는지 영기를 품은 100년된 잉어가 있지뭐니. "

" 100년된 잉어요 ? "

" 어제 물가에서 헤엄치는 팔뚝만한 잉어를 보았는데, 금빛 비늘이 열개나

붙어 있더구나. 분명 어디선가 우연찮게 영물을 잡아먹은게 틀림없어.

그래, 수선초야. 천년을 산다는 수선초란 이끼가 있는데, 간혹 물에사는

동물이 그것을 뜯어먹고 영기를 품게되는 일이 종종 있지.

물고기가 영기를 품게되면 10년마다 금빛비늘이 하나씩 생긴단다. "

" 잡아오지 그러셨어요. 약으로 쓰면 정말 좋을텐데. "

" 그걸 잡기란 보통 어려운게 아니야. 내가 모아놓은 서적중에 영물이된

물고기를 잡는법이 쓰여있는데, 차라리 산삼을 캐러다니는 것이 훨씬

쉽겠더구나. "

벌떡 -

그녀가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켜, 어머니의 서적이 쌓여있는 방으로 뛰어들었다.

" 분명 여기 어딘가에... 어딘가에... "

그녀는 몹시 흥분한 탓이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원하는 서적을 찾아 뒤적거린다.

그리고는 마침내 찾던것을 손에들고 거칠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 있다 ! 정말 있었어 ! "

어머니가 말해주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서술되어있는 곳을 찾아냈다.

영물이된 물고기를 판별하고 사로잡는 법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는 그것이다.

그녀는 서둘러 그내용을 읽어내렸다.

[ 자고로 영물이된 물고기는 수컷이면 금빛 비늘이, 암컷이면 은빛 비늘이

10년에 하나씩 몸에 돋아난다.

이것을 사로잡아 그 물고기가 살던물을 길어 이틀간 삶게되면 뼈까지 녹아내려

걸죽한 액체가 되는데, 이것을 섭취한자는 생명이 다한자도 10년을 더살게되고

몸이상해 죽어가던 자는 기력을 되찾게되며, 반신불수 불구자가 섭취하면

뼈가 곧아지고 멀었던 눈이 뜨여지며 귀가 밝아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단, 주의할것이 수컷은 양기를 암컷은 음기의 성향이 짙어, 사내는 수컷을 

여인이라면 암컷을 섭취해야 할것이다. ]

여기까지 단숨에 읽어내린 그녀는 그 효능이 분명 화무결에게 효과가 있을것

같자, 쉬지않고 더 읽어내린다.

[ 영물이된 물고기중 수컷을 잡는법은 그 수법이 괴이하고 까다로와 

성공률이 3할도 채 되지 않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수컷을 잡기위해서는 깨끗한 처녀의 몸이 필요하고, 생리를 하는중이어야

하며, 보름달이 뜬 밤이어야 가능하다.

보름달이 밝게뜬 밤, 물고기가 사는 물에 몸을 담그고 생리중인 음부에서

스며나오는 음기섞인 혈흔이 물에 퍼지면, 그 냄새를 맡고 수컷이 다가온다.

이때, 당황하여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기다리면 수컷이 여인의 음부에

주둥이를 들이대고 그 새어나오는 혈흔을 들이마시니, 그러기를 반시진쯤

기다리면 수컷이 음기에취해 정신을 잃고 물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때, 주의할것은 조금만 움직여도 물고기가 놀라 경계하며 도망치니

반시진 이상을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한다.

이놈은 영물인지라 머리가 좋고 영악하여, 취해 정신을 잃지않은놈을

건져올리게 되면 스스로 몸안의 영단을 파괴하여 자결한다.

이어, 암컷을 사로잡는 수법은....... ]

그녀는 여기까지 읽고는 그 괴이하고 해괴한 수법에 얼굴을 찌푸렸다.

공교롭게도 마침 하혈을 하는 기간이었고, 이틀후면 보름달이 뜨는 밤이온다.

그녀의 나이 올해로 스무살.

아홉살에 그 어미의 손을 잡고 이곳으로 들어와 지금껏 살아왔으니, 당연히

사내에게 순결을 잃을일도 없었다.

" 어쩔수 없다. 위험하지만 않다면 해볼수밖에 .... "

또다시 언제 저같은 기연을 얻은 사람이 떨어져내려 숨이 붙은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수없는 일이다. 아마도 결단코 같은일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립다.

혼자서 이대로 쓸쓸하게 살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틀이 지나 보름달이 밝게 비치는 밤이 찾아왔다.

그녀는 커다란 솥을들고 물가로 다가와 그 끝자락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잡은 물고기를 넣고 삶아낼 그릇이다.

5년전 어미가 보았다는 100년묵은 잉어가 아직도 이곳에 살고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옷자락을 하나둘 풀어내린다.

단아하고 고운 어깨가 드러나며 그 옷자락이 스르륵 떨어져 내리자, 아름다운

나신이 달빛에 푸르스름한 빛을내며 고스란히 드러난다.

눈부시게 흰 살결이 여인의 기품을 드러내고, 한손에 가득 담길듯한 봉긋한

젖가슴이 탄력있게 둥근 종모양을 유지하며 흔들린다.

그아래로 미끈하게 유선을 그리는 복부와 군살없는 잘록한 허리로 이어져 내리는

균형잡힌 엉덩이가 도드라져 보인다.

늘씬하게 이어져내린 미끈한 다리사이로 탄력있는 아랫배와 작은 숲을 이루는

윤기 흐르는 정갈한 음모가 자리잡고 있으니, 그것이 특이하게도 그녀의 머리는

선명한 흑발인 반면에, 음부를 가려주는 작은숲은 검붉은 밤색을 띄고있다.

이윽고 그녀가 설레이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그 어여쁜 발끝을 물에 담그니

잔잔하게 물결이 일어나며 그녀를 깊은곳으로 끌어들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허리까지 차오르는 곳까지 들어가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녀의 다리사이로 흐미하게 붉은빛이 새어나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혈이 끝나려면 아직 이틀이나 남아있었다.

100년묵은 잉어가 분명 수컷이라면 그놈을 끌어들이기엔 충분할 것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그녀가 한식경(30분) 가까이 기다릴 무렵이었다.

저만치 어두운 깊은곳에서 팔뚝한한 물체가 유연하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 왔구나 ! '

그녀가 기다리던 그놈이 분명하다.

놈은 서서히 혈흔이 퍼져나간 주변을 경계하듯 맴돌며 서서히 그 중심지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녀는 두손을 가슴팍에 모아쥔채 꼼짝도 하지않고 석상처럼 서있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놈의 몸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비늘이 달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었다. 녀석은 한동안 그녀의 몸 주변을 배회하며 경계할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그녀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않고

지켜보고 있자, 이윽고 녀석이 기쁜듯 꼬리를 흔들며 그녀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녀와 가까와질수록 짙어지는 혈흔에 , 녀석은 신이나서 한껏 그것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주둥이를 한껏 뻐끔거리며 사내들이 술을 마시듯 그것을 들이키고 있는 것이다.

놈은 일다경(15분)가까이 근처에 퍼져있는 혈흔을 들이키더니, 기어코 그 혈흔의

중심지로 눈을 돌린다.

주둥이를 연신 뻐끔거리며 서서히 그녀의 다리사이로 유유히 다가온 녀석은

살짝열린 다리사이로 확인이라도 하듯 8자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아보더니

물살에 넘실거리는 그녀의 검붉은 숲을 주둥이 끝으로 건드려 보고는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그 아래 연한 살틈으로 머리를 디밀었다.

' 아앗 !! '

정말 소름끼치는 순간이다. 터져나올뻐한 비명을 가까스로 삼켜내며 이를 악물었다.

놈이 그녀의 살틈으로 새어나오는 혈흔을 한껏 들이마시며 그 주둥이를 바짝

들이대고 뻐끔거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두눈을 질끈감고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 요사스러운 물고기 같으니.... !! '

그런데 놈이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혈흔의 원액을 마시려는듯 그 여린

조갯살틈을 헤집고 주둥이를 흔드는 것이 아닌가 !

그녀는 전신에 소름이 돋아나 두려움과 그 소름끼치는 감촉에 동그란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어 당장이라도 울어버릴것만 같았다.

이렇게 반시진(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듯 하다.

녀석은 만족스러운듯 꼬리를 요란하게 흔들며 주둥이를 살틈에 밀어넣고

끊임없이 뻐끔거리 있었다.

다행인지 그 움직임이 그리 크지않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반시진.

드디어 녀석의 움직임이 취한듯 둔해지기 시작했다.

요란하게 흔들던 꼬리가 서서히 그 움직임이 옅어지고, 경쾌하게 뻐끔거리던

주둥이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 이제야 이놈이 정신을 잃기 시작했구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

그녀가 그렇게 쾌재를 부르며 기다리니, 얼마못가 놈의 주둥이가 살포시

그녀의 살틈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팔뚝만한 잉어 한마리가 그녀의

눈앞에 배를 뒤집고 둥둥 떠오르니, 그 광경이 참으로 대단하지 않을수가 없다.

그녀는 두손을 조심스럽게 내려 물결을 밀어내 요사스런 잉어놈을 물가로

밀어냈다. 이윽고 놈이 물가에 다다르자, 그녀가 솥을 들어올려 물에 가라앉히고는

잉어와 함께 한가득 물을 담아냈다.

' 되었다 ! 되었어 ! '

그녀는 창피한줄도 모르고 물가로 뛰어 올라가 춤을추듯 팔짝팔짝 뛰었다.

솥안에 얌전히 잠들어있는 100년묵은 잉어를 들여다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한순간에 씻겨나간다.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이놈을 잡지 못한것은

처녀가 아니었기 때문이 분명하다. 게다가 놈이 주둥이를 들이밀고 음부를

탐할 생각을 하면 누구도 선뜻 잡을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이틀간을 불을지펴 잉어가 곤죽이되어 녹아나도록 삶아냈다.

녀석은 정신을 차린후에도 자신이 익숙한 물 안이자,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을

불안해 하다가 그대로 삶아져 버렸다.

그것을 고아내고 고아내어 걸죽한 액체가 될때까지 기다리자, 한그릇에 가득

담길양의 잉어죽이 되었다. 비늘까지 남김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

이를데 없다.

그녀는 그것을 그릇에 남김없이 담아내어 화무결이 누워있는 침상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막상 약을 준비해놓고 보니, 이것을 어찌 먹여야 할지 막막해진다.

수저로 먹인해도 제대로 삼키지 못할테고, 자칫하면 기도가 막혀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어쩐다.... "

미처 생각치 못한 일에 그녀는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한참을 안절부절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는, 이윽고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흘려넘겨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더이상 지체할것 없이 잉어죽을 한수저 떠서는 입안에 한가득 머금어

화무결의 살짝 벌어진 입술로 가져간다.

그녀는 화무결의 머리를 높게 들어 그 벌어진 입안으로 죽과함께 혀를 밀어넣어

깊은곳의 식도까지 흘려넣어 주었다.

생각했던 것이 제대로 되자, 그녀는 신이나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싹싹 긁어내어

그의 식도로 모두 흘려넣어 주었다.

기묘한 감촉. 화무결의 보드라운 입술과 그느낌을 마땅히 표현하기 힘든 

혀가닿는 감촉에 그녀는 저도모르게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릴때부터 의술을 배운 그녀였다.

남녀간의 낯뜨거운 일을 모를리가 없다.

' 어맛. 어떡해.. 알고보니 이런것이 입맞춤 이로구나. '

입으로 흘려넣어 줄때는 급한 마음에 별생각이 없었던것이, 일을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맑은물로 입안을 헹구어 내고는 화무겨의 곁에 앉아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자꾸만 그의 입술이 시선에 잡혀 어쩔줄을 몰라한다.

상대가 여인이었다면 모르되, 사내였으니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달콤한 감촉이 자꾸만 되살아나 양볼이 화끈거리며 달아오른다.

' 아.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그가 깨어나서 이 몰골을 본다면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할거야. '

그녀는 이틀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화무결을 돌보랴 삶아내는 잉어에 신경쓰랴

씻고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었다.

그탓인지 그몰골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녀는 깨끗한 물로 몸을씻고, 가장 예쁜옷을 골라 입고는 그의 침상에 기대어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잉어의 약효가 아직 소화되고 있는 중인지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100년묵은 잉어가 품고있던 영험한 기운이 그의 끊어질듯한 생명줄을 

이어줄 것이다.

' 그가 깨어나면 어떤 인사를 해야할까? 이름부터 알려주어야 할까? 

아니야, 우선 그의 이름을 먼저 묻는게 좋을거야. 어떤 이름일까 ?

얼굴이 앳되어 보이는게 체격보다 나이가 더 어릴지도 몰라. '

그녀는 그가 깨어났을때를 상상하며 온갖 일을 두서없이 떠올린다.

얼마나 긴장되고 기대감이 치솟는지, 그와의 대화를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기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화무결이 사내가 아닌 여인이었어도 분명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녀는 그만큼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화무결이 눈을 뜬것은 다음날 아침이 다 되어서였다.

" 아.... "

" 어맛 ! 깨어나셨군요 ?! 제가 보이시나요? 제가 하는말이 들리시나요 ? "

그가 눈을뜨자 그의 곁에서 선잠을 자고있던 그녀가 울어버릴듯한 얼굴로

그에게 다그쳐 물었다.

" 여긴....... "

" 당신은 절벽에서 떨어졌어요. 기억나지 않으세요 ? "

" 아.. .!! 그렇지 !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 "

화무결이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서는 자신의 몸을 더듬어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아, 안죽은 건가.. ? "

" 그래요. 당신은 운이좋아 살아났어요. 제가 당신을 발견해서 그동안 치료를

했어요. 팔을 움직여 보세요. 부러진것이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

그녀의 말에 두팔을 움직여본 화무결은 몸이 아프기는 커녕 이전보다 더 가벼워

진것을 알고는 크게 안심했다. 

" .... 죽을줄로만 알았는데... 믿어지지가 않아... "

" 아아아 .. 다행이에요... 살아났어요. 살아났어. "

화무결은 그녀에게 그동안의 자초지정을 듣고는 자신이 천운을 만나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죽지 않았고, 마침 의술에 정통한 그녀를 만나 죽지않고

살아났음을 알고 크게 기뻐했다.

" 눈을 뜨는순간 선녀가 보이기에 틀림없이 극락인줄만 알았지 뭡니까? "

" 어마. 제가 선녀에 비할바가 되나요 ? "

화무결이 그녀를 선녀에 비유하자 그녀는 수줍어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그런데... 저기... "

" 예 ? 말씀하세요. 말씀하세요. "

" 배가... "

" 배.. 배가 아파요? 어디가 아파요? "

" 아니.. 먹을것좀.... "

그렇다.

화무결은 배가고파서 미칠 지경이었다.

거의 20일 가까이 시체처럼 누워 있었고, 그녀가 간간히 입안으로 떨어뜨려주는

환약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기력이 고갈되어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 우걱우걱 컥컥컥 쩝쩝 우그적 쩝쩝 - "

화무결은 그녀가 가져온 요리를 정신없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물에서 잡은 물고기와 갖가지 과일로 만든 보잘것 없는 요리였지만, 화무결에겐

황금 한덩이보다 그 요리 한접시가 더 간절했다.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턱을괴고 

그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저는 비영이라고 해요. 공자는 .... "

" 쩝쩝쩝 - 저는 화무결 입니다. "

" 어마- 화공자 셨군요. 요리는 입맛에 맞으신지... "

" 한접시 더 주시면 안될까요 ? "

그가 어느새 비워낸 빈접시를 내보이며 묻자, 그녀가 만류했다.

" 안돼요. 한동안 공복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과식을 하면 큰일나요. "

" 에에.... "

" 오늘은 조금씩 시간을 두고 식사를 하시는것이 좋아요. "

화무결은 크게 실망했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않고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붙이며 그동안 하지못했던 대화를 원없이 하기 시작했다.

화무결은 그녀의 끝없는 질문에 화사하게 대답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다. 어쨋든 생명의 은인이었고, 선녀처럼 예쁜 미인이니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몸이 지치고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가 결국엔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답하는데도 그녀는 평생할 말을 하려는듯

끝없이 쫑알거렸다.

화무결이 깨어난지 이틀이 지났다.

그가 이 주변을 한바퀴 돌아본 바로는, 사방이 절벽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그중 그가 떨어져내린 절벽은 그 높이가 까마득하여 결코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행인것이 갖가지 과일나무가 즐비하게 자라있고, 맑은 물이 쏟아지는 

작은 호수가 있었으며, 작은 가옥까지 지어져있어 사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열매를 따먹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나물이나 약초를 캐서 먹는다면 죽을때까지

별탈없이 지낼수 있을것 같다.

비영은 화무결이 가는곳은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며 이제 다시는 혼자서는

있고싶지 않은지 항상 곁에 붙어다녔다. 그가 자신보다 다섯살이나 어린것을

알고는 오히려 더 친근하게 대했다.

" 그럼 그동안 줄곧 혼자서 살았던 겁니까 ? "

화무결이 향긋한 내음이 풍기는 열매를 우물거리며 묻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 그래요. 저는 정말 쓸쓸해서 죽고싶었어요. "

" 토끼도 혼자두면 외로움에 사무쳐 죽는다는데, 사람이 오죽 했겠습니까? "

" 맞아요. 아마도 저는 몇년안에 쓸쓸함에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화공자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분명 그렇게 되었을 거에요. "

" 그런데 정말 이상하군요 ? 그럼 비영낭자는 이곳에 어찌 들어온 겁니까? "

" 저는 어릴때 어머니와 함께 왔어요. 그때는 저쪽 한구석이 절벽이 아닌 

산이었지요. "

" 아... "

" 그런데 5년전.... 그곳이 무너져 내리는 통에.. 어머니는 그때 .. "

" 저런.... 정말 상심이 크셨겠군요... "

그녀의 말에 의하면 5년전까지도 산이있던 자리가 어느날 큰 지진과함께

무너져내려 절벽이 되어버렸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때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비영은 그날 이후로 이곳을 나가지도 못하고 쓸쓸히 혼자 지내온 것이다.

비영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배운 의술이 생각보다 뛰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강호에서 꽤나 이름이 있는 의술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린

딸을 데리고 이 한적한곳에 자리잡고 의술을 연구하며 지내던중 그런 봉변을

당한 것이다.

" 천령누님은 내가 죽은줄 알고 있겠지... "

끝없는 절벽 밑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그를 외쳐부르는 화천령의 목소리를

들은것 같다. 어쩌면 그녀는 시체라도 찾기위해 이곳으로 내려올 방도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무결은 이전보다 몸이더 좋아졌다 할만큼 건강해져 있었다.

눈이 더 밝아졌고, 귀가 더 예민해 졌으며,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몸이 날아갈듯

가볍게 느껴졌다. 비영도 그의 몸을 진맥해보고는 오감이 발달하고 근골이

좋아졌다며 크게 기뻐했다. 그런데 화무결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증상이

있었으니.... 깨어난 이후로 그토록 맡은일에 충실했던 아랫도리가 전혀 

반응해오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미인과 함께 있으니 가끔 마음이 동해 부풀어 오르기도 하련만, 그러기는

커녕 아침마다 한결같이 기상을 알리던 일마저 사라졌다.

' 헉 ! 이거 ... 사고로 고자라도 되어버린게 아닐까 ? '

하지만 그것은 폭발직전의 화산이 숨을 죽이는 것이었으니, 화무결이 깨어난지

나흘째 되던 어느날, 그는 한가롭게 뒹굴거리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비영은 화무결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었고, 화무결은 그 고소한 요리냄새를

즐기며 흐믓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무릉도원이 따로없지 않은가.

그에게 잘해주는 미인이 함께하고, 살기좋은 환경과 부족할것 없는 생활이니

그에게 있어서는 예전 설화와 함께 수련동굴에서 살때와 다를바가 없었다.

' 응 ? '

그러던 화무결의 몸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설마 고자가 되어버린건 아닐까 걱정을 하고있던 그의 아랫도리가 스멀스멀

부풀어 오르고 있는것이 아닌가 !

화무결은 그것을 감지하고는 헤헤 웃으며 크게 안심했다. 만약 정말로 그것이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면 화무결은 아마도 인생의 큰 낙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몸의 체온이 급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식은땀이 비오듯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화무결은 처음엔 그저 날씨가 더운가 싶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버텨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점점 견디기 힘들만큼 심해지기 시작했다.

" 오늘은 잉어탕을 만들고, 내일은 잉어찜을 만들고, 그다음날은 잉어구이를..."

이런 제한된 곳에서 씹어먹을 고기라고는 물고기뿐이므로 비영은 화무결이 

좋아하는 고기요리 목록을 나열해보며 기쁜 마음으로 잉어탕을 끓이고 있었다.

화무결에게 큰일이 난줄도 모르고 그가 쩝쩝거리며 맛나게 먹을걸 기대하는

그녀는, 식사후에 그와 산책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귓가를 찌르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으니.

" 끄아아아아아악 - !! "

" ........... 화공자 ?!! "

비영이 그 비명을 듣고 달려가보니 화무결이 자기옷을 두손으로 마구 쥐어

뜯으며 발버둥치고 있는게 아닌가 !

비영은 너무놀라 당장에 화무결에게 달려가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 화공자 ! 화공자 ! 정신 차리세요 ! 어,어째서... "

화무결은 흰자위가 드러날만큼 두눈을 치켜뜨고 휘어질듯 허리를 꺾고

목줄기에 힘줄이 돋아날만큼 몸을 경직시키며 까무러칠듯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마구 질러댔다.

" 이 화기는..... "

비영은 곧 그의 전신에서 기운차게 퍼져나오는 뜨거운 기운을 느낄수 있었다.

급작스런 그의 병세에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그의 몸을 살피던 비영은 이윽고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닫게 된다.

" 큰일이다... !! 중요한것을 잊고 있었어 ! "

그렇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양기가 한계를 벗어나리만큼 충만해 흘러넘치던 화무결 이었다.

기력이 다해 생명이 끊어져가던 때에도 그 기운을 잃지않던 그다.

그런데 그런곳에 양기로 똘똘뭉친 100년묵은 잉어 수컷을 먹였으니, 끓는물에

용암을 부어 마치 화산을 폭발시키는 방아쇠를 당긴것과 다를바 없다.

자고로 영기란 그 생물이 오랜세월 자연과 동화되어 쌓인 속성이 없는 자연의

영험한 기운이다. 하지만 양기는 그 생물 고유의 기운.

만년삼이 그랬듯이, 100년묵은 잉어도 마찬가지다. 여인의 하혈에 섞여나오는

음기에 끌리는 요사스런 잉어였다. 그 잉어가 양기를 충실히 품고있는 영물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그저 100년묵은 잉어의 영기만을 생각 했었다.

그녀는 이 두가지 기운이 공생하고 있다는걸 간과한 것이다.

화무결은 온몸이 타들어갈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몸부림 치고있었다.

흘러내린 땀이 금새 증발해 버리고,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으며, 두눈에 핏발이

서고 아랫도리가 강맹하게 부풀어올라 터질듯이 요동친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나는법.

" 끄아아아아악 - !! 커헉 - 끄으으으으으윽 - !!! "

비영은 눈물로 범벅이되어 훌쩍이며 온갖 서적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저 끓어넘치는 양기를 잠재울 비약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찾기위해 어머니가 지필한 서적을 뒤지고 온갖 자료들을 살피며

끊임없이 들려오는 화무결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어야 했다.

" 이럴수는 없어 . 이럴수는 없는거야.. 안돼.. 안돼.. "

이대로 놔두었다간 화무결은 분명 폭발해버린 양기에 녹아내리거나 터져버리거나

순식간에 재가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든 그가 죽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방도를 찾기위해 집안을 모조리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방도는 알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오열을 터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저만치서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는 화무결을 황망하게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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