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9)

      7. 바람의 진원지

       이틀이 지났다. 선웅은  그 날 이후로 전철을 타면 첫  칸에서 끝 칸까지

      쭈욱 둘러 보며  혹시 그 여자가 있는지 살폈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선웅

      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다시 그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급기야  선웅

      은 학교를  마치자 마자 바로  그녀가 내린 선릉역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

      일대를 계속 찾아  헤매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였다.

      그렇게 찾기를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고야 말았다. 이제 오늘이  3일째 되는

      날이었다.

      ' 오늘 찾지 못한다면 포기해야지... '

      선웅은 비장한 마음을 먹은 듯 다른 날보다 더욱 거리를  헤매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거의 3시간을 헤매었을까.. 선웅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한

      아파트 단지의 대형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하여

      그는 캔콜라를 하나 샀다.

      "   - ! "

      캔을 열자 가스가  빠지는 소리가 났다. 선웅은 한 모금을  입에 부어 넣었

      다. 톡 쏘는 콜라의 탄산 가스가 그의 식도를 자극했다. 그는 멍한  기분으

      로 그 매장을 둘러  보았다. 그 때 한 여성이 자신을 바라  보는 것을 보았

      다. 그녀는 선웅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그 전철안의 여자가  아닌가? 서로

      두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횡급히 돌아서 나가는 것이었다.  선웅은 부리나

      케 그녀를 뒤쫓아  나갔다. 선웅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  무슨 용기에서인

      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녀린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가 손을 잡자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 잠깐만요.. "

      선웅의 말에 그녀가  돌아섰다. 그녀는 곤란한 눈빛으로 선웅이  잡은 그녀

      의 오른손을 내려 보았다. 선웅은 슬며시 잡고 있는 손을 놓아 주었다.

      " 잠깐만... 저.. "

      " 학생이 누군지 알아요.. "

      " 그게.. "

      " 지난 일은 묻지 않겠어요. 그러니 그냥 돌아 가세요.. "

      선웅은 그녀의  말에 자신이 꼬박  3 일을 상상했던 일들이  깨어지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 그게 아니고... "

      " ...... "

      "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선웅은 무엇이 생각난 듯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이걸 돌려 드릴려고... "

      선웅이 꺼낸 것은 지하철에서 그가 칼로 끊어 낸 그녀의  상아색 팬티였다.

      그녀는 순간 붉은 빛을 띄면서 그것을 건내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선웅은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것을 놓아 버리면 이 여자가 떠날  것만 같아 선웅

      은 놓을 수가 없었다. 밝은 대낯에 큰 길 한 가운데에서 남녀가  팬티를 붙

      잡고 있는 이상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녀는 그것을 놓더니  약간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것은 난처하다는 표정이지 불쾌한 표정은  아닌 것같이

      느껴졌다.

      " .... 그래요.. 잠시 따라와요.. "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돌아서 걸었다. 선웅도 그녀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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