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바람의 진원지
이틀이 지났다. 선웅은 그 날 이후로 전철을 타면 첫 칸에서 끝 칸까지
쭈욱 둘러 보며 혹시 그 여자가 있는지 살폈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선웅
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다시 그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급기야 선웅
은 학교를 마치자 마자 바로 그녀가 내린 선릉역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
일대를 계속 찾아 헤매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였다.
그렇게 찾기를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고야 말았다. 이제 오늘이 3일째 되는
날이었다.
' 오늘 찾지 못한다면 포기해야지... '
선웅은 비장한 마음을 먹은 듯 다른 날보다 더욱 거리를 헤매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거의 3시간을 헤매었을까.. 선웅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한
아파트 단지의 대형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하여
그는 캔콜라를 하나 샀다.
" - ! "
캔을 열자 가스가 빠지는 소리가 났다. 선웅은 한 모금을 입에 부어 넣었
다. 톡 쏘는 콜라의 탄산 가스가 그의 식도를 자극했다. 그는 멍한 기분으
로 그 매장을 둘러 보았다. 그 때 한 여성이 자신을 바라 보는 것을 보았
다. 그녀는 선웅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그 전철안의 여자가 아닌가? 서로
두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횡급히 돌아서 나가는 것이었다. 선웅은 부리나
케 그녀를 뒤쫓아 나갔다. 선웅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 무슨 용기에서인
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녀린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가 손을 잡자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 잠깐만요.. "
선웅의 말에 그녀가 돌아섰다. 그녀는 곤란한 눈빛으로 선웅이 잡은 그녀
의 오른손을 내려 보았다. 선웅은 슬며시 잡고 있는 손을 놓아 주었다.
" 잠깐만... 저.. "
" 학생이 누군지 알아요.. "
" 그게.. "
" 지난 일은 묻지 않겠어요. 그러니 그냥 돌아 가세요.. "
선웅은 그녀의 말에 자신이 꼬박 3 일을 상상했던 일들이 깨어지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 그게 아니고... "
" ...... "
"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선웅은 무엇이 생각난 듯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이걸 돌려 드릴려고... "
선웅이 꺼낸 것은 지하철에서 그가 칼로 끊어 낸 그녀의 상아색 팬티였다.
그녀는 순간 붉은 빛을 띄면서 그것을 건내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선웅은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것을 놓아 버리면 이 여자가 떠날 것만 같아 선웅
은 놓을 수가 없었다. 밝은 대낯에 큰 길 한 가운데에서 남녀가 팬티를 붙
잡고 있는 이상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녀는 그것을 놓더니 약간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것은 난처하다는 표정이지 불쾌한 표정은 아닌 것같이
느껴졌다.
" .... 그래요.. 잠시 따라와요.. "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돌아서 걸었다. 선웅도 그녀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