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52)

색몽전

52

   적뢰는 그렇게 검모, 검후 자매와 관계를 가지고, 천검문에서 정해진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서 이미 용비강이 와 있었고, 지금까지 어디에 갔는지 물어보자.

   적뢰는 전에 알게 된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정보 상인에게 주변의 정보들을 알아보았다는 핑계를 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후 유성신검의 장례는 짧은 기간에 끝나고 검후 설리가 간소하게 천검문의 새로운 지존이 되었다.

   

   적뢰와 용비강은 그 후 곧바로 천검문을 나와 급히 이동을 하길 시작했다.

   그들이 급히 이동을 하게 된 이유는 천검문으로 온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바로 하오문주인 벽안금호 서교의 서신이었다.

   <부탁하신대로, 지존회 및 천하 여러 군데의 의문의 움직임들을 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5일 안에 황학루 근방으로 한 귀인이 지날 갈 예정이예요, 틀림없이 지존회는 그 분을 납치를 하거나 해 할려고 음모를 꾸미 것이니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분을 보호를 해야만 합니다. 만약 그 분이 안전할 경우에는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무사히 끝나고 나서 서신과 함께 보낸 지도에 적혀진 곳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하오문주 벽안금호> 

   서신을 읽은 즉시, 적뢰와 용비강은 만리천붕을 타고 산동성에서 호북성으로 날아갔다.

   만리천붕의 빠른 속도 덕택에 적뢰와 용비강은 강남의 3대 명루에 하나이며 시인묵객들이 즐겨찾는 유명한 황학루에 도착을 했다.

   황학루는 호북성 무한 서산 위에 세워져 있었다.

   서산은 일명 황학산으로 불리웠는데, 그 유래는 옛날 한 선인이 이따금 황학을 타고와 놀다 갔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 산 위에 세워진 황학루는 신씨가 운영하는 주루에 선인이 지나가다가 벽에 한 마리 황학을 그렸는데, 그 모양이 춤을 추듯 아름답다고 알려지면서 이곳의 장사도 날로 번창하였으며 10년 후 선인이 다시 와 피리를 부니 황학이 벽에서 나와 선인을 태우고 사라지자, 그 후 신씨는 황학산에다 큰 누를 세우고 황학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늘 사람들이 오고간다는 황학루.  이 황학루에 오늘 기이하게도 인적이 끊기고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아무도 없을 릴가 없는데.... 혹시 하오문의 정보가 잘못된 것이....?”

  이때 적뢰가 소리쳤다.

  “비강! 이곳에 핏자국이 있네!”

  적뢰의 소리를 들은 용비강은 급히 적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과연 땅바닥에 말라가는 핏자국이 보였다.

  “아뿔싸! 우리가 한 발 늦은 것 같군요!”

  용비강은 다급하게 소리치면서 핏자국을 따라 몸을 날렸다.

   핏자국은 점점 많아졌고 황학루 바로 옆에 있는 숲속에 이르게 되자 곳곳에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싸움은 매우 격렬했던 듯 사방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베어져 있었다.

   쓰러진 시체의 반 수 가량은 흑의로 보아 지존회의 인물들 같았고 나머지는 비단옷들을 화려하게 차려입었고 또한 갑옷을 입은 모습을 보아 황실, 관부의 인물들로 보였다.

   용비강과 적뢰는 다급히 주위를 수색을 하였다.

   그러는 도중 적뢰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었는데 팔이 하나 잘려나가고 가슴에도 깊숙한 검상을 입고 있었다.

   부상은 제쳐두고라도 출혈이 너무 심하여 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적뢰는 급히 그의 명문혈에 손바닥을 붙이고 내력을 주입해주었다.

  “으으.....”    

  장한은 금세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렸다.

   곧이어, 얼굴에 마저 화색이 도는 듯했다.

   적뢰들은 그것이 회광반조의 상태임을 알아보았지만 다급히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것이오?”

  정신을 차린 장한은 누군가 자신을 도와줌을 느끼고 미약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금위천장, 천부장이...... 배반했...소, 어서..... 태자 마마를... 마마를 구해.....야....” 

  기를 쓰고 말을 하지만 그의 말은 점차 낮아져 입은 달싹였으나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태자라니?)

  그의 말을 들은 용비강은 다급하게 적뢰의 옆에서 장한에게 내력을 보냈다.

   일인에게 2 인 이상의 내력을 집어넣는 것은 장한이나 적뢰와 용비강에게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급한 마음에 용비강은 내력을 넣었다.

  “태자라니? 당신들이 호위한 사람이 바로 황태자마마란 말이오? 어디로? 그들이 어디로 갔소?”

  용비강은 다급히 외쳤다.

   하오문이 전한 그 귀인이 바로 황태자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것이었다.

  “저쪽, 저쪽으로....”

  장한은 하나 남은 손으로 한 곳을 가르켜 보이더니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편히 잠드시오, 원수는 갚아주리다!”

  “형님, 서둘러야 할 것 갔습니다.”

  “그래...”

  (휴우~ 방금 전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알고나 있는 것인가?)

   (하여간 주인공이란 녀석들은 가끔 앞뒤 생각하지 않고 막 나간다니까!)

  휙!

  용비강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장한이 가리킨 곳으로 날아가는 것을 본 적뢰는 용비강의 무모함에 고개를 흔들면서 그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희미하나마 마차바퀴의 자국을 발견하게 되었다.

  휙! 휙!

  적뢰등의 귓가로 매서운 바람이 무섭게 스쳐갔다.

  “비켜서지 못하느냐?”

  바람을 타고 앞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용비강은 새처럼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뒤따르던 적뢰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용비강의 몸이 놀랍게도 십이 장 가량이나 곧장 솟구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것이 천기무영자 냉원주의 만리무영비인가?!)

   (아무리 현경이라도 저렇게 날아가는 것은 반칙이라고....)

  천기무영자 냉곡의 만리무영비를 사용하여 날아가는 용비강을 보면서 적뢰는 자신도 모르게 한 숨을 내쉬었다.

   용비강이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인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해도 만년화룡정뇌를 복용한 적뢰 자신의 내력이 더 높기에 실전에서 나름대로 대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함께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용비강에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를 챘다.

   천무의 절학이나 태양의 절학, 사대고수의 절기등 초극의 무학에서는 거의 대등하였다.

   하지만 그런 초극의 무학등을 보조하는 보법이나 신법등에서 자신이 용비강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호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인 무엇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던 천무존과 천기무영자의 안배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좋아! 반드시 신비의 기연을 내가 얻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리무영비보다 더 뛰어난 신법을 손에 넣겠다!)

  그렇게 내심을 정한 적뢰와 다르게 용비강은 허공에서 찾는 이를 발견한 것 같았다.

  쉬이익~!!

  그의 백의는 거세게 펄럭이며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가히 창공의 독수리가 토끼를 보고 덮쳐 내리는 기세였다.   

   

  산길 소로에는 얼핏 보기에 평범한 마차가 한 대 서 있었다.

   그 마차 앞을 수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포위를 하였다.

   그 흑의인들을 상대로 두 명의 중년인들이 마차에서 나와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눈에 악전고투하고 있음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마차를 지키는 중년인들의 검과 육장이 번뜩일 때마다 흑의인들 중에 인원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수십여 명의 흑의인들은 마차주변을 포위를 한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극히 일부만 나서서 마차와 중년인들을 공격을 하고 있었다.

   흑의인이 마차근처에 접근을 하면 그 방향으로 중년인들이 째 빠르게 움직여서 흑의인의 움직임을 막았다.

   중년인들의 움직임을 보아 그들이 절정이상의 고수들이라 것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었다. 

   그런 중년인들을 상대하는 흑의인들의 움직임이나 기세가 보통이 아닌 것을 보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자들인 것 같았다.

   중년인들의 한 명이 육장을 휘두르며 흑의인들 중에 한 명을 곤죽을 만들면서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화려한 비단옷을 걸쳤으며 허리에는 거대한 금도를 차고 있는 남성이 서 있었다.

   그자는 무엇이 불만족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놈 장현! 장현 금위의 천호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대역무도한 일을 벌이다니...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중년인이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금도를 찬 남성에게 소리를 쳤다.

   중년인의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에 금위천호인 장현은 미소를 지우면서 입을 열었다.

  “과연 명불허전이라 말이 틀리지 않는군요!”

  “대내 최정예 고수들인 자밀위사들 다 워요!”

  “본 천호는 대 명에 대한 역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기에 계신분이 아닌 다른 분에게 충성을 맹세 했고, 그 분이 앞으로의 하늘이 되는 것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불의를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말과 함께 장현은 옆에 서 있는 흑의인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아, 그런 뒷 마무리를 부탁하네...”

  장현의 말에 흑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검을 뽑아 싸움터로 달려들었다.

   두 자밀위사들은 이제 막 싸움터로 침입한 흑의인이 자신들과 대등한 고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위기였다.

   일류를 넘어 거의 절정에 가까운 십여 명의 공격을 초 절정인 두 사람이 간신히 막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과 대등한 고수가 가세를 한다는 것은 균형이 깨진다는 의미였다.

   즉, 마차 안에 있는 태자마마를 지킬 수가 없다는 뜻이 되었다.

   자밀위사들 중에 일인은 자신도 모르게 순각적으로 두 눈을 감으면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일 장을 어깨에 스쳐 맞아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하였다.

   곧이어 또 다른 장력이 그를 향해 가슴을 노리고 들이닥쳤다.

   아무리 초 절정 고수라도 한 순간의 허점은 바로 죽음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상황에 자밀위사는 탄식을 하며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였다.

  퍼어엉~!

  벼락치는 폭음과 함께 흑의인이 비칠거리며 물러나자 자밀위사는 놀라 크게 눈을 떴다.

   어느 새 그의 앞에는 적뢰와 용비강이 나타나 늠름히 서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둘은 흑의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절대지경의 오른 두 사람은 양 떼 속에 뛰어든 호랑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의 도와 검이 움직일 때마다 흑의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두 사람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흑의인들의 우두머리가 손짓을 하자.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흑의인들 역시 싸움에 가세를 하였다.

   또한 금의천호인 장령역시 자신의 금도를 뽑아 달려들었다. 

   흑의인들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하나의 검진을 형성하여 적뢰와 용비강을 공격을 시작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금의천호 장령은 적뢰와 용비강의 등장으로 한 숨을 돌리면서 마차를 지키고 있던 두 자밀위사를 향해 금도를 휘둘었다.

  쏴!

  핏빛에 도기가 번뜩이며 날카로운 기운이 두 자밀위사에게 덮쳐갔다.

   장령의 동작은 놀랍도록 신속하여 놀랍도록 신속하여 자밀위사들은 피할 여유도 없이 깜짝 놀라면서 마주 검과 장력을 갈겼다.

   

   꽝!

  세 사람의 내력이 상당한 듯 엄청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회오리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장령은 조금의 충격도 받지 않은 듯 냉소를 치면서 여전히 앞으로 바람과 같이 다가서고 있었다. 

   놀라운 모습이었다.

   장령은 황실의 최정예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밀위사인 둘을 압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자밀위사들은 장령의 공력이 너무도 뜻밖인 듯 경악과 불신에 질린 표정으로 장령을 바라보았다.

   그때, 이미 장령의 금도에서 다시 핏빛 도기가 쏟아나서 그들을 덮쳐가고 있었다.

   핏빛의 도기는 두 자밀위사를 난자할 듯 날아가는 순간, 적뢰가 소리도 없이 나타나 장령의 옆구리를 공격해왔다.

   그러자, 장령은 즉시 자밀위사를 향한 공격을 회수하여 적뢰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설명을 긴 것 같지만 이 상황은 실로 찰나간에 벌어져 정신조차 차리지 못할 순간적인 일이었다. 

   순식간에 공수전환을 완벽하게 해 낸 장령의 모습은 굉장했다.

   적뢰는 자신의 공격을 순식간에 막아내는 장령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다.

  “과연, 혈문의 호법다운 솜씨요.”

  “....!”

   적뢰의 말에 장령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적뢰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본관과 본문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이런...!”

  적뢰는 자신도 모르게 실언을 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원 소설을 통해 장량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적뢰였다.

   모든 혈겁의 배후이자, 지존회의 배후인 혈문.

   혈문의 문주인 혈황, 그리고 그의 직속에 사대 호법.

   금위천장 장량의 정체가 혈문의 사대 호법에 일인인 혈도라는 사실을 그만 누설하고 말았다.

   아직 혈문의 존재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원작에서도 용비강은 오늘 장량을 통해 혈문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이미 그 존재를 말하고 만 것이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적뢰가 고민을 하는 사이, 혈도 장량은 인상을 쓰면서 적뢰를 노려보았다.

  “다시 한번 묻는다. 어떻게 본문에 대해서 알고 있지?”

  혈도의 분위기를 본 적뢰는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알고, 정면 돌파를 하기로 정했다.

  “뭐어~ 그 밖에 많은 것을 알고 있소, 그대들의 지존인 혈황의 그 분의 정체도....”

  말과 함께 그 뒷부분을 전음으로 혈도에게 말하자.

   혈도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적뢰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네놈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

  “뭐, 어떻게 하다 보니, 알게 되었소. 그분의 심정은 대충 이해가 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소!” 

   “네놈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냐!”

  “어째든 네놈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알아낼 것이다!”

  말과 함께 장량은 자신의 금도를 들었다.

   그러자 적뢰역시 자신의 애도인 파천신도를 들자.

   장량은 파천신도를 보고, 적뢰의 정체를 알아챘다.

  “파천신도! 그런 네놈이 파천도룡 적뢰!”

  “그렇소! 본인이 파천도룡이라 불리우는 적아무개요!”

  “하하하, 그동안 네놈이 본 회를 대업에 방해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군!”

  “뭐, 정확히 회가 아닌 그대들 혈문을 방해한 것이 더 정확한 것 아니오!”

  “그래, 그 말이 맞군!”

  “그분을 위해 확실하게 네놈을 정리하겠다!”

  말과 함께 혈도 장량의 두 눈에서 살기가 넘쳐흘렀다.

   그 모습에 적뢰는 호기롭게 외쳤다.

  “나 역시 한번 보고 싶소, 무림역사상 가장 완벽한 살인도법이라는 혈문의 혈해도를 말이오!”

  

   적뢰의 말에 혈도 역시 미소를 지우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본관 역시 마찬가지다. 네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언제고 기회가 되면 파천구식을 보고 싶었다.”

  그말과 함께 두 사람은 서로의 도를 굳세게 움켜쥐었다.

  “...!”

  “......!”

  팽팽한 긴장, 한순간 장내는 백광과 혈광으로 가득찼다.

   두 사람이 엄청난 기도로 대치하자 주위에 있던 자밀위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너 걸음씩 주춤주춤 물러났다.

   혈도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지금까지 만난 본 그 누구보다도 최강의 적이다!)

   (허허... 본관의 상대는 오직 구대천마의 도마뿐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군. 한 명이 더 있었어!) 

  적뢰 역시 자세를 잡자, 순식간에 무아지경으로 몰입했다.

   어떻게 보면 진정 동급의 상대를 만난 것이다.

   그것도 둘다 주무기가 같은 도를 쓰는 도객이었다.

   순간 혈도의 금도에서 삼엄한 혈광이 쭉 뻗어나왔다.

  “소혼혈!”

  쇄액!

  금도에서 엄청난 도기를 뿌리며 적뢰의 전신대혈을 노리며 짓쳐들었다.

  “파천섬!”

  적뢰는 파천도로 거침없이 혈광을 마주쳐갔다.

   두 가지의 강맹한 도세가 허공에서 격돌하는 순간,

  깡깡! 촤르르!

  “헉!”

  “으음!”

  엄청난 금속성과 함께 두 사람은 이삼 보씩 물러났다.

   적뢰와 혈도, 두 도객은 서로의 실력에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벽을 깨기위해 모든 것을 걸자!)

  적뢰는 혈도의 실력이 생각한 것보다 더 뛰어난 것을 알고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어보고 싶었다.

   잘 하면 자신 역시 용비강처럼 벽을 넘을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 공력이 집어넣었다.

  (어린 나이에 이런 경지에 오르다니....!) 

   

   혈도역시 내심 크게 놀랐다.

   그리고 그는 이내 웃으면서 금도를 움켜잡았다.

  “파천도룡! 그대와 도를 겨루게 돼서 매우 기쁘다!”

  적뢰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동감이오!”

  일순, 혈도의 도끝에서 붉은 광망이 폭사했다.

  “척혈살!”

  적뢰의 파천신도가 허공을 날았다.

  “파천륜!”

  화산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두 개의 도기는 엄청난 격돌을 일으키고,

  “비혈참!”

  “파천환!”

  우르르릉! 쐐애액~!

  장내는 가공할 도기로 뒤덮였다.

   실로 통천가공의 대격돌! 

   한 쪽은 고금 팔대고수중 일인의 절학이요,

   다른 한쪽은 천년 무림사에 가장 강력한 십대도법 중에 패도! 

   두 도법의 격돌은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다.

  “환혈류!”

  “파천폭!”

  창창창! 꽈르릉!

  엄청난 굉음과 도세가 천지를 뒤덮었다. 

   돌풍이 회오리를 일으켰고 사석이 새까맣게 날아올랐다.

  “크으...!”

  “으음...!”

  그 속에서 두 마디 짤막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사석과 돌풍이 가라앉자 일목요연하게 장내의 상황이 드러났다.

   혈도는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거북이 등처럼 파열되었고, 어깨에서는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콸콸 쏟아졌다.

  (무...무서운 공력이다. 오갑자가 넘는 나의 공력이 상대가 안될 정도라니...!)

  한편 적뢰는 약간의 도상을 입은 채 묵묵히 혈도를 쏘아보고 있었다.

  “...!”

  사실 그는 공력면에서 혈도를 능가하고 있었다. 

   만년화룡정뇌를 복용하여 얻은 그의 내공을 능가할 수 있는 자는 무림을 통틀어도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처음 손속을 나눌 때는 대등한 형세였다. 

   하지만 초식이 거듭될 수록 적뢰의 도세는 점점 강해진 것이다.

   혈도는 상세 깊은 어깨를 움켜잡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비록 적이지만... 그대 같은 훌륭한 도객과 도를 논하게 되어 기쁘네.”

  적뢰도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한 무인이다! 아니 혈문 아니 지존회의 고수들은 대부분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무인들이다.)

   (다만 시대가 운명이 아니 작가가 그들을 악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적뢰는 내심 그렇게 혈도를 바라보며 파천신도를 곧추세웠다.

  우웅!

  파천신도와 금도! 

   당대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신도와 명도에서 신랄한 강기가 번뜩였다.

  스스스!

  “...!”

  “...!”

  다시금 팽팽히 대치한 두 사람 사이에 찍어누르는 것 같은 적막이 내려앉았다.

  스스스슥!

  한순간 상대의 허점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그들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툭!

  그러다 문득 적뢰의 신형이 돌에 걸려 휘청거렸다.

   기회였다!

  (이겼다!)

  혈도는 내심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고수의 대결에서는 단 한 치의 허점이라도 결정적으로 승부를 좌우하는 법!

  “혈천!”

  혈도의 금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기를 뿌렸다. 

   가공할 혈도강은 천지를 핏빛으로 물들었다.

  쐐애액!

  (위험하다!)

  적뢰의 안색이 대변했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천황!”

  드디어 파천구식의 정화, 파천구식의 최종 구초가 펼쳐진 것이다.

   유형화 된 도기가 가공할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꽈르릉~! 꽈~꽈꽈꽝!

  날아오르는 사석 속에서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싸움은 끝났고 적뢰의 안색은 극심한 공력의 소모로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의 주위 사방에는 혈도의 금도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그리고 적뢰 앞 이 장 정도의 거리에 혈도 장량이 쓰러져 있었다.

   그의 온몸은 십여 군데 이상의 도상이 나 피투성이였으며, 왼팔은 어리론가 날아가 없었다.

   살기는 틀린 것 같았다.

  “끄응....”

  혈도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헛된 것일 뿐, 겨우 고개를 드는 것에 불과했다.

  “천이시여... 죄송합니다.... 불충한 신은 천의 대업에 더 이상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대업을 이루어...”

  그는 어느 한 방향을 향해 보고하는 것처럼 말하다가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그것을 본 적뢰는 허탈한 표정으로 죽은 혈도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소,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만고의 충신이 되었을텐데... 부디 내세에는 부디 좋은 시대에서 태어나서 권력 싸움에 무의미하게 희생되지 마시오!)

  원 소설을 통해 혈문의 제자들의 진실을 알고 있던 적뢰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슬픔을 어느 정도 이해를 했기에 마음속으로 죽은 혈도에 대한 묵념을 하였다.

   한편, 용비강과 흑의인들의 싸움역시 거의 끝나갔다.

   흑의인들의 검이 용비강을 향해 일제히 찔러 들어왔다.

   십여 개의 검기가 전면을 가득 메우며 날아오는 것을 본 용비강은 곧장 바닥을 차며 몸을 허공으로 띄우고 흑의인들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십여 개로 늘어난 검영이 흑의인들의 머리위로 빗발치듯 떨어져 내렸다.

   흑의인들은 급히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바닥으로 내려선 용비강은 주저앉듯 몸을 낮추며 흑의인들의 하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아악!

  용비강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기가 넓게 호선을 그리며 흑의인들의 하체를 쓸어갔다.

   반응이 빠른 자는 몸을 띄워 용비강의 검기를 피해 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은 검기를 피하지 못하고 무릎 위쪽이 잘나가며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용비강은 다리가 잘리며 쓰러진 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솟구치며 몸을 띄어 검기를 피한 흑의인들을 향해 연속적으로 검을 올려쳤다.

   사선으로 쳐올려 간 검기가 몸을 띄운 흑의인들을 덮쳐 갔다.

  파파파~!

  흑의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어 검기를 막으려 했으나, 그보다 검기가 더욱 빨랐다.

   흑의인들의 가슴과 어깨가 검기에 갈라지며 허공으로 피가 뿜어져 올랐다.

   가슴과 어깨가 갈라진 흑의인들은 날개가 꺾인 새처럼 바닥으로 추락해 처박혔고 용비강은 미끄러지듯 움직여 그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비록 흑의인들이 지존회의 최정예라고 하지만 절정의 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일류의 수준이었다.

   그들이 늑대라면 현경의 고수인 용비강은 호랑이 나니 거대한 육식공룡이었다.

   흑의인들을 전부 정리한 용비강은 적뢰에게 다가오자.

   마차에서 중년의 뚱뚱한 남성이 내렸다.

   현 명나라의 황태자이자 명나라의 4대 황제가 되는자.

  인종 홍희제 주고치.

  많은 무협소설에서 이 시기에 활동을 했던 황제들은 조연급 정도로 소설에서 나왔지만 전현 등장도 하지 못하고 이름만 살짝 나왔다가 사라지는 황제가 홍희제 주고치였다.

   

   황태자가 모습을 보이자.

   자밀위사들은 황태자의 앞에서 경계의 눈초리로 적뢰와 용비강을 노려보았다.

   적뢰와 용비강은 황태자 근처로 다가와 오체복지로써 주고치에게 예를 올렸다.

  “무부 적뢰와 용비강이 황태자 전하를 뵈옵니다. 천세천세 천천세!”

  “평신하라.”

  

   황태자의 말에 적뢰와 용비강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대들 덕택에 고는 화를 명할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하여 이 자리에 나타날 수가 있었는가?” 

   “예!”

  “저희들은 강호에서 혈란을 일으키는 지존회라는 조직을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도중 그들이 이곳 황학루에서 황실의 귀인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어서 급히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설마 그들이 황태자 전하를 해 할 목적을 가질 줄은 저희들도 몰랐습니다.”

  “지존회라....”

  황태자의 물음에 용비강은 지존회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대답하였다.

   그런 용비강을 보면서 적뢰는 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자아, 이제 어떻게 할까? 이대로 용비강을 따라 황실인연 스토리로 갈까? 아니면 독자적으로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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