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52)

색몽전

38

  

  유령제의 결연한 태도에 고루천마는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이 늙은이의 표정에서 이미 생사를 도외시한 강인한 결의를 읽었기 때문이다.

  (우라질! 지옥귀정은 물건너간 것인가?)

  고르천마의 입술이 낙담으로 실룩거렸다.

  유령귀혼궁을 잘 뒤지면 운 좋게 지옥귀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상부에서 알게 되어 지옥귀정을 회주 아니 교주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대면 자신의 야망은 허상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아깝구나! 지옥귀정만 손에 넣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저자의 목이나 따 가서 교주에게 점수만 딸 수밖에....!)

  고루천마는 내심 머리를 굴리며 다 죽어가는 유령제에게 시선을 옮겼다.

  한데 그 직후 고루천마의 눈이 번쩍 신광을 흘렀다.

  (혹시 그 방법이라면...!)

  그는 흉험한 시선으로 죽어가는 남편을 부여안고 오열하는 유령귀비 구양옥에게로 고정시켰다.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그녀의 육체가 오열할 때마다 상처입은 새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고루천마의 머리에서 사악한 계획이 떠오른 것이다.

  “흐흐! 당신이 끝내, 입을 열지 않겠다면....!”

  고루천마는 사악하게 웃으며 갑자기 구양옥의 가녀린 팔을 확 잡아당겨 유령제에게서 떼어놓았다.

  “아악!”

  “무...무슨 짓이냐?”

  두 부부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놓...놓아라!”

  유령귀비는 고루천마의 가는 팔 안에 안긴 채 몸부림쳤다.

  “흐흐!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가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일! 지옥귀정 대신 당신의 마누라라도 차지하고 가야겠소!”

  찌이익!

  고루천마는 음탕하게 말하며 유령귀비의 가녀린 몸을 가린 궁장의 겉옷과 속옷을 한꺼번에 움켜쥐어 거칠게 찢어내렸다.

  “아악!”

  유령귀비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의 궁장이 아래로 찢겨내리며 그녀의 알몸이 노출되었다.

  “네...네놈이!”

  유령제는 사랑하는 아내의 의복이 고루천마의 음탕한 손길에 벗겨지자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격노했다.

  “흐흐! 정말 상등품이로군!”

  그런 유령제는 아랑곳 않고 고루천마는 옷이 거의 벗겨진 유령귀비의 육체를 유린해갔다.

  옷이 벗겨진 유령귀비의 육체는 의외로 육감적이었다.

  그녀의 허리는 쥐면 부러질 듯 가냘퍼 보였다.

  하지만 그 반면 그녀의 하체는 놀랍도록 풍만했다.

  아마도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듯했다.

  풍만한 둔부의 앞쪽으로 여인의 가장 부끄러운 곳이 드러났다.

  미끈하고 하얀 허벅지 사이에 자리한 구릉에는 아주 무성한 검은 수림이 있었다.

  그 수림은 아주 무성하고 길어 허벅지 사이가 온통 그거으로 가려져 있는 듯했다.

  “흐윽...!”

  유령귀비는 수치감으로 몸을 떨며 손으로 젖가슴과 보지를 가렸다.

  하지만 보지털이 너무도 무성하여 그녀의 작은 소능로 미처 다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가려진 여체의 은밀함은 더욱 도박적인 아름다움을 풍겼다.

  고루천마는 본래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불끈 음심이 끓어 오름을 느꼈다.

  “흐흐, 음곡! 나이든 그대가 독점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몸이로군!”

  고루천마는 음탕하게 웃으면서 그의 양 손이 유령귀비의 온몸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그의 음탕한 손길이 연약한 여체를 쥐어 터트리기라도 할 듯이 유린해갔다.

  “아악~! 놓아라!!”

  유령귀비는 고루처남의 마수에서 달아나려 몸부림쳐 봤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저항은 사내의 정복욕을 자극할 뿐이었다.

  유령제 음곡은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의 눈앞에서 능욕을 당하자 찢어질 듯 눈을 부릅떴다.

  “네... 네놈이... 우웩!”

  한순간 그는 분노와 비통을 금치 못하고 선혈을 울컥 토해냈다.

  “상공...!”

  그 모습을 본 유령귑는 비명을 지르며 남편에게 기어가려 했다.

  하지만 순순히 그녀를 놓아줄 고루천마가 아니었다.

  “흐흐... 어딜 가시려고...!”

  고루천마는 음악하게 웃으며 뒤에서 그녀를 저지했다.

  유령귀의 가는 허리가 등 뒤에서 고루천마의 강철 같은 팔에 휘감겼다.

  “제발 놔줘요... 상공을...... 하악!”

  간절한 음성으로 애원하던 유령귀비의 입에서 돌연 숨막히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갑자기 사내의 손가락이 뒤쪽에서 그녀의 은밀한 그곳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 격렬한 자극과 치욕에 유령귀비는 일순 두 눈이 하얗게 떠졌다.

  “흐흐... 곧 죽을 인간 따위는 잊어버려라! 지금부터 본좌가 당신을 귀여워해줄 테니...!”

  고루천마는 음탕하게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유령귀비의 보지 안에서 거칠게 움직였다.

  “아흑... 아아아~!”

  유령귀비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고루천마의 팔을 빠져나가려 했다.

  남편의 눈 앞에서 다른 사내의 손에 희롱당하자 죽을 것만 같은 수치심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것은 실로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묘한 것이 육체의 본능이였다.

  고루천마의 손이 집요하게 움직임에 따라 유령귀비의 몸은 격렬한 저항에서 벗어나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반응이었다.

  (내... 내 몸이 이토록 음란하다니...!)

  자신의 육체가 보이는 반응에 유령귀비가 느낀 충격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어느덧 그녀의 메말랐던 몸은 급격히 뜨거운 애액으로 젖어 들었다.

  그리고 상체를 지탱한 두 팔에 자꾸만 힘이 빠졌다.

  “흐윽...... 제...제발..... 그만~!”

  유령귀비는 자신의 변화에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숨가쁘게 애원하며 고루처남의 손에서 빠져 나가려고 하체를 비틀었다.

  그러나, 그녀는 풍만한 자신의 엉덩이가 물결치듯 흔들리는 것이 얼마나 요염한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음...!)

  그녀가 저항할수록 고루천마의 욕정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그에 따라 유령귀비의 보지에 침입한 그의 손가락에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격력해졌다.

  “하으흐흑... 아아아...!”

  유령귀비의 입에서 기절할 것 같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마침내, 상체를 지탱한 두 팔에서 힘이 빠지며 그녀는 스스로 허물어지고 말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자극에 그녀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점점을 이성이 멀어지며 바닥에 늘어뜨린 두 팔에 어굴을 묻은 유령귀비, 그녀의 육체는 집요하게 자극하는 고루천마의 교묘한 손길에 절로 거친 신음성을 질렀다.

  “흐윽... 더... 아아...... 더......!”

  그녀는 실성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거친 신음소리로 애원했다.

  그 모습에 고루천마는 만족스러운 듯 히죽 웃었다.

  “흐흐... 이제야 솔직해 지셨군!”

  그는 유령귀비의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유령귀비의 보지는 이미 애액이 흘러 넣쳐 주위의 보지털 역시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고루천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하의를 벗어내렸다.

  그러자, 그의 흉측한 일부가 하늘을 향해 불끈 치솟은 채 드러났다.

  

  “흐흐...!”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유령귀비의 풍만한 엉덩이 사이를 노려보았다.

  이어, 그는 한 손으로 유령귀비의 가는 허리를 안고 자신의 물건을 유령귀비의 보지로 가져갔다.

  사도제일세력인 유령귀혼궁의 안주인의 고결한 육체가 음마의 마수에 더렵혀지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직전,

  “멈... 멈추라!”

  피 덩어리를 토해냈던 유령제 음곡이 필사적으로 상체를 일으키며 버럭 외쳤다. 

  그의 외침에 고루천마는 최후의 행위 직전에서 멈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손은 혼절한 구양옥의 허리를 받쳐들고 있었다.

  “흐흐! 왜 그러시는 거요? 그 새 생각이 바뀌기라도 하셨소?”

  “크흐... 좋다! 지옥귀정을 주마! 대신 그녀를 건드리진 말아다오!”

  고루천마의 음침한 물음에 음곡은 피눈물을 뿌리며 말했다.

  “지옥귀정은... 이곳 대전의 바로 아래 지하에 숨겨놓았다!”

  “그곳으로 가는 방법은.....”

  고루천마는 전신이 흥분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드디어 그는 지옥귀정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고금팔대고수의 경지에 오르게 되어 천하재패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이제 네 요구는 다 들어주었으니 어서... 꺼져라!”

  유령제 음곡의 말에 고루천마는 히죽 웃었다.

  “흐흐! 꺼지지 말라고 해도 이 기분 나쁜 곳에서 오래있을 생각이 없소! 하지만 나갈 때 나가더라도 그 전에 하던 일은 마쳐야 하지 않겠소?”

  그는 음험하게 웃으며 늘어진 구양옥의 허리를 새삼 안았다.

  “네... 네놈 설마...!”

  유령제 음곡은 불길한 예감에 사색이 되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흐으....!”

  고루천마는 자신의 물건을 유령귀비 구양옥의 보지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던 것이다. 

  순간 혼절한 구양옥의 육체가 세차게 퍼득이고 그녀 뒤에 무릎을 꿇은 고루천마의 몸에도 부르르 경련이 일어났다.

  두 개의 육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되었다.

  “저...... 저주받을 놈.... 우애액~!”

  음곡은 사랑하는 아내가 악적의 마수에 더럽혀지는 순간 참지 못하고 다시금 피를 토하며 거꾸러졌다.

   

  “흐흐...... 으음!”

  고루천마는 그런 유령제 따위는 아랑곳 않고 유령귀비의 허리를 안은 채 미친 듯 하체를 앞뒤로 움직이며 욕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축 늘어져 혼절한 유령귀비의 가냘픈 몸이 고루천마의 거친 움직임에 따라 그의 팔 안에서 애처롭게 흐느적거렸다.

  고루천마의 짐승 같은 행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렬해지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짐승만도 못한 놈! 죽어랏!”

  콰르릉!!

  사나운 폭언과 함께 한 인영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용비강, 바로 그였다.

  대전의 상황을 한눈에 알아본 그는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웬... 놈이냣!”

  고루천마는 방해를 받자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급히 유령귀비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유령귀비의 몸에서 사정하기 직전에 방해를 받아 지극히 불쾌해진 것이었다.

  동시에 용비강을 향해 빠르게 오른손을 내쳤다.

  츠츠츠....!

  순간적으로 그의 손끝이 시퍼렇게 변하는 것이 용비강의 눈에 들어왔다.

  “조심....클록 비천고루음부마강이다!”

  유령제 음곡의 다급한 경고성이 들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콰콰쾅~!!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순간 검강과 장강이 충돌하였다.

  순간,

  “큭!”

  콰쾅!

  용비강은 엄청난 무게의 망치에 가슴이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끼며 신음을 냈다.

  놀랍게도 화경의 고수인 용비강의 몸이 대전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고루천마, 비록 그가 초 절정 경지였지만, 그 내공은 용비강보다 최소 두 배 정도 높았다.

  그는 순수 내공으로서는 구대천마 중에서도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높았다.

  또한 마공의 특성상 신공보다 파괴력이 높았다.

  용비강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고루천마와 정면충돌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루천마도 무사치는 못했다.

  그는 신검 천무혼의 끝에서 일어난 천무검강에 가슴부분이 잘리며 피분수를 쏟고 있었다.

  “본...본좌를 베다니......! 박살을 내버리겠다!”

  콰작!

  피를 본 고루천마는 마침내 흉성이 폭발했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아수라같이 용비강을 덮여갔다.

  고루천마는 상상을 못할 정도로 빨라 용비강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그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캇! 죽어랏!”

  빠직!

  고루천마는 이를 갈며 맹렬하게 일장을 쳐냈다.

  

  비천고루음부마강! 

  전설적인 천마교의 십대마공이 펼쳐진 것이었다.

  

  용비강의 안색이 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너...너무 강하다!)

  그는 화경에 올랐다는 자신감과 함께 고루천마를 이미 상대해 본 천검문의 천휴검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 오산임을 깨달았다.

  다음 순간,

  “천무뢰격!”

  그는 사력을 다해 신검 천무혼을 휘둘러 고루천마를 마주쳐갔다.

  콰르르쾅~!!

  콰드드득....

  직후 굉렬한 굉음이 터져 오르며 강기의 충돌 여파가 대전 주위를  십장 넓이로 박살래 버렸다.

  그 엄청난 충격으로 화려했던 대전의 주변은 순간적으로 박살나 날아가 버렸다.

  한데,

  후드득....!

  분분히 치솟던 석벽조각들이 가라앉은 장내,

  고루천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용비강은 낭패한 신색이 되었다.

  고루천마는 강기가 충돌하는 순간 교묘히 달아난 것이었다.

  “놓쳤구나!”

  쾅!

  용비강은 자신의 경험부족으로 상대가 교묘히 달아났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 거칠게 발을 굴렀다.

  바로 그때였다.

  

  “상공... 상공...!”

  충격파로 정신을 차린 유령귀비는 유령제를 부르며 그를 향해 기어갔다.

  유령제 음곡한테 도착한 유령귀비는 그를 안고 불렀지만, 유령제는 깨어나지 않았다.

  “제발 눈을 떠보세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용비강은 한쪽 구석에 떨어진 유령귀비의 옷 조각을 들어, 유령귀비의 몸에 걸치며 말을 걸었다. 

  슬픔 표정의 유령귀비 구양옥은 자신의 뒤에 선 용비강을 살짝 바라보았다.

  “고정하십시오, 부인!”

  “은공!”

  “부군 상태를 살펴볼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부탁드려요!”

  용비강이 유령제의 상태를 본다고 하자.

  유령귀비는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령귀비의 허락을 받은 용비강은 유령제의 맥과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늦었다! 심장과 폐의 대부분이 으스러져 버렸다.)

  유령제의 몸을 본 용비강은 유령제가 더 이상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가요? 다시 깨어나실수 있는지요?”

  그런 용비강의 안색을 보며 걱정스러운 말로 남편의 상태를 묻는 유령귀비였다.

  용비강은 마지막으로 부부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령제의 몇 군데의 혈도를 치며 내력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유령제는 거친 기침을 하며 정신 잃은 유령제 음곡이 깨어났다.

  “허억... 콜록, 콜록....”

  “상공! 신첩을 알아보시겠어요?”

  “부인...”

  정신을 차린 유령제 음곡은 아내인 유령귀비를 쳐다보자.

  그의 뒤편에 있는 용비강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령귀비는 남편의 시선에서 용비강을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자.

  남편을 안심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분 소협께서 그 악적을 쫓아 보내셨어요!”

  아내의 말에 유령제는 살짝 미소를 지우면서 용비강을 쳐다보았다.

  “본좌가 이런 상태라 자네에게 아쉽게 되었군, 천무존 독고한의 후예여.....”

  이미 유령제는 조금전 고루천마와 대결하는 도중에 펼친 천무검식을 보고 용비강의 정체를 눈치를 챘다.

  유령귀비는 남편의 말을 듣고 살짝 경계하는 모습으로 용비강을 쳐다보았다.

  “그렇소이다. 계속해서 스승의 복수가 이상하게 꼬이고 있으니까 말이오.”

  용비강이 냉정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 유령귀비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서 세황이가 와야 하는데...”

  늑대를 피했는데 곧이어 호랑이를 만났다는 이 상황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들인 유령귀령 음세황을 찾고 있었다. 

  그런 유령귀비를 보며 용비강은 무정하게 사실대로 말하였다.

  “죄송하지만, 영식인 음세황은...... 죽었습니다. 조금 전에.....”

  순간.

  “무... 무어라고...? 세황이가.... 죽어... 우웩!”

  “아아... 세황이... 내 아들 세황이가!”

  유령제는 참담한 비명과 함께 한 사발의 선혈을 용비강의 옷자락에 왈칵 토해냈다.

  그의 마지막 기대였던 아들 음세황, 그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으로 음곡에게 강타한 것이었다.

  또한 유령귀비 역시 조금전 고루천마에게 능욕당한 충격과 함께 아들의 소식에 결국에 혼절하고 말았다.

  유령제 부부에게는 캄캄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셈이었다.

  “누... 누가...... 내 아들 세황을 죽였느냐?”

  유령제는 부르르 전신을 떨며 처절한 음성으로 물었다.

  용비강은 솔직하게 고백을 하였다.

  “본인이 죽였습니다.”

  “영식이 귀왕대법을 펼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무...어라고? 네......네가?”

  빠직...!

  죽어가던 유령제의 두 눈에서 일순 화산이 폭발하듯 무서운 살광이 폭사되었다.

  그는 한동안 용서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뜬 채 용비강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이내 그의 눈빛은 회의와 절망, 그리고 슬픔으로 물들다가 어느 순간 희망의 빛을 띄었다.

  “천무존의 원한은 네가 세황이를 죽이므로 청산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우리 유령귀혼궁에게 진 빛만 남았다.”

  “그게 무슨말이오?”

  그의 말에 용비강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검미를 모았다.

  “오직 나만이 이십여년 전에 우리 삼패를 이용해 천무존을 암습하게 만든 진정한 흉수의 정체를 알고 있다.”

  “...!”

  “당연한 것 아니냐? 각각 중원의 끝에 있던 우리들이 계획도 없이 동시에 한곳에 모여 천무존을 암습할 수가 있겠느냐?”

  “다른 두 늙은이들은 질투심과 복수심 때문에 가담하였고, 결국에는 죄책감과 복수를 성공했다는 감정으로 의욕을 상실하여 죽었지만, 나는 탐욕과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조사를 하였지, 그래서 알아냈다.”

  “그게 누구요!?”

  용비강은 유령제의 말에 삼패를 이용하여 스승을 해친 배후의 대해 알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말하자.

  유령제의 음악한 눈빛은 빛나면서 용비강에게 계속해서 말을 하였다.

  “내가 죽으면 이제 이십여 년 전에 일을 알 수 있는 증거도 증인도 아무도 없게 된다.”

  “결국 너는 독고선배의 진정한 복수를 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우리 유령귀혼궁에게 왜, 빛을 졌는지 알겠느냐?”

  그 말에 용비강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겠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유령제는 음악안 눈을 번뜩이며 용비강을 노려보았다.

  “본궁의 대를 이을 세황을 죽였으니... 네 스스로... 본궁의 대를 이어라! 그것만이 네 빛을 갚는 길이다!”

  그의 말에 용비강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오? 저보고 유령귀혼궁의 궁주가 되라는 말입니까!”

  유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본궁의 궁주가 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본좌의 아내가 낳은 음가의 아이다.”

  “옛?”

  용비강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유령제와 유령귀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부인께서 수태를 하셨습니까?”

  용비강이 얼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음곡은 그 말에 히죽 웃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다! 아내는 충분히 수태할 능력이 있으나..... 노부가 너무 무공에 집중하는 바람에 그녀를 사랑해 주지 못한 지 벌써 십년이나 되었다.”

  음곡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비강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떻게 부인이 음씨의 아이를 낳는다 말씁입니까?”

  음곡은 음침하게 용비강을 노려보며 불쑥 말했다.

  “네가 만들어 주면 될 것 아니냐?”

  “예엣!”

  용비강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설마 유령제 음곡이 자신에게 유령귀비를 임신시키라고 말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그는 얼굴이 붉게 변하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궁주! 말이 지나치시오! 나를 어찌 보고... 부인의 정조를 더럽히란 말이오?”

  그는 실로 어이가 없었다.

  원수지간인 자신을 보고 아내를 거두어 달라니....

  하지만 음곡은 그런 요비강의 내심을 아랑곳 않고 서글픈 눈을 혼절한 유령귀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정절은 이미 더럽혀졌다. 극서을 네 눈으로 보지 않았느냐?”

  “......!”

  용비강은 일순 할말을 잊고 말았다.

  그렇다 유령귀비가 고루천마에게 능욕당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음곡은 지극한 애정이 담긴 눈으로 유령귀비를 바라보며 문득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 억지 같은 부탁은... 본궁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녀를 위하는 것이다.”

  “......?”

  용비강은 의아한 눈빛으로 음곡을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본궁은 유령과 귀왕, 두 무맥의 연합세력이다. 노부가 유령의 후예이고, 그녀가 귀왕의 마지막 후손이다. 사실은 그녀는 죽은 노부의 아우의 정혼자였다.”

  “아우가 죽고, 본궁의 유지를 위해 나이 차가 많은 이 늙은이와 정략적으로 결혼하였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다. 노부는 그녀가 더 이상 노부 때문에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음곡의 말에는 아내와 정략적으로 혼인을 하였다고 말하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아내의 안위를 염려하는 지극한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었다.

  천하제일 악인라 불리우는 유령제 음곡이 부인을 이렇게 극진히 아끼고 있었다니....

  아마도 세상 사람들도 이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

  용비가은 실로 어이없는 심정이었다.

  “이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응낙할 수가.....!”

  용비강은 안색이 붉게 변한 채 난감한 눈빛으로 음곡을 바라보자.

  그런 그에게 음곡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였다.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가 네 아이를 낳아 본궁을 이어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면 그녀는 차마 자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최소한 네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아무리 그래도...!”

  용비강이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음곡은 이미 그의 말 같은 것은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만을 이어갓다.

  “너는 지금 즉시... 대전의 바로 아래층으로 가거라! 그곳에는 본궁의 지키고 있던 지옥귀정이 있다. 그 악적이 그것을 손에 넣으면 새로운 고금 팔대고수급 경지의 고수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천하의 재앙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아니 파괴를 해버려라!”

  “그 악적에게 끝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저 중앙 권좌를 왼쪽 기둥을 건들면 그곳으로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그를 따라 잡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음곡의 말에 용비강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지옥귀정이 고루천마 같은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음곡의 말대로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용비강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내 아내를 깨워다오!”

  “알겠습니다.”

  음곡의 재촉에 용비강은 지풍을 날려 혼절한 유령귀비를 깨웠다.

  “으응...! 상공!!”

  깨어난 유령귀비는 바로 남편인 음곡에게 다가가자.

  용비강은 곧바로 기관이 있는 기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관이 작동을 시켜, 지옥귀정이 있는 곳으로 가는 암로가 나타나는 사이 유령귀비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이야기를 음곡이 아내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용비강이 암로로 들어서고 얼마 후, 대전쪽에서 유령귀비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마도 유령제 음곡이 죽은 것 같았다.

  (유령제, 비록 원수이지만 천하의 패주 다 웠소. 그대의 유언은...... 휴우~)

  용비강은 고개를 흔들면서 잔념을 떨쳐냈다.

  그의 발걸음 더욱 빨라졌다.

  유령제 음곡.

  무림삼패중에 서귀이자, 사파제일인이던 그 효웅은 그렇게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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