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몽전
34
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천극무왕은 하나의 검결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혼을 불태운 검이었다.
<노부는 어린 시절의 학문에 스승님에게 배운 가르침인 부족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배우라는 가르침을 신조하여 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이 가능한 능력이 되는대로 권법, 장법, 검법, 신법에 부족하다면 내가 신공 역시 음양의 기운 및 오행에 관련된 무학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그 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를 보안하면 조화를 일으켜 화경의 경지에 이루었다.
그런 노부 앞에 현경의 경지에 오른 자부천패가 나타났다.
자부천패는 전설적인 선문인 자허옥황부의 부주로 현문의 전설적인 신공인 옥황신공과 패도의 패천신공을 합벽시켜 자전패엽신공을 창안하며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
현경의 깨달음이 담긴 자전패엽신공은 정말 강했다.
변황사패의 지존 중에 3인을 일격에 재로 만들 정도의 위력이었다.
노부는 평생, 남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자부천패를 보면 왜? 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그의 자질이나 재능은 노부보다 떨어졌다.
그렇다고 인품도 뛰어나지 않아, 영웅이라기보다 효웅이라고 불릴 수도 없을 정도로 이기적인 소인배였다.
그런 그가 왜 하늘에 인정을 받아 현경의 경지에 오른 지 커다란 의문이었고 그것으로 말년에 심마에 들고 말았다.
보통이었다면 여기서 주화입마에 빠져들어 죽거나 폐인 또는 광인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부는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현경의 경지에 입문할 수가 있었다.
동시에 노부에게 없었고, 자부천패에게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바로 집착과 노력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 그 일에 집중하고 노력을 한다.
그 집중이 어떻게 보면 광끼에 가까게 보일 정도의 집착을 노력을 이루어낸다.
물론 이런 집착이 심하면 잘못하여 길을 잃게 되어 죽음에 이루게 되지만, 올 바르게 길을 찾아가면 거의 대부분 대공을 성취한 고수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에 비해 나는 부족한 부분을 다른 것으로 채워서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집착이나 좌절 같은 것을 젋은 시절 한 번도 경험을 하지 못하였다.
그렇다. 노부에게 부족했던 것이 좌절과 집착 같은 실패의 경험이었던 것이다.
만약 노부에게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면 수명의 연장과 함께 완전한 현경에 경지 이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부에게 시간이 없었다.
바로 눈앞에 현경의 영역이 있었지만, 노부의 육신은 이미 반쯤 저승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렇기에 노부는 남은 생명의 기운을 불태워 일초의 검결을 창안을 하였다.
이 검결의 이름은 광혼일검이다.
이 광혼일검이라면 충분히 자부천패의 자전패엽공을 파해하고 그의 몸에 구멍을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아니, 고금 칠대초인이라는 그들의 몸에도 구멍을 낼 수가 있는 검이었다.
어떻게 보면 질투와 시기심으로 만든 검이다.
비록 탄생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부디 세상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하기 바란다.>
글을 끝으로 광혼일검의 구결들이 적혀져 있었다.
적뢰는 검결에 녹아 있는 천극무왕의 강렬한 검의가 그의 머릿속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적뢰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천검문의 파사신검이었다.
역천사황의 연형경을 보고 창안된 파해검결, 그 검은 거대한 기의 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의 흐름을 찾아 그 기의 흐름을 잘라내는 검이 파사신검이었다.
그와 다르게 천극무왕의 광혼일검은 검에 강렬한 의지를 담는다.
심검이나 극의 검이나 구차한 검의 경지를 나눌 필요가 없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벤다.
그런 의지의 검에 정수였다.
적뢰의 심상 속에서 기의 검결이 나타났다.
그 검결은 곧이어 나타난 의지의 검결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그동안 적뢰가 이해하지 못하였던 태극쌍천의 태양무학인 태양광검의 구결과 이어지면서 태양광검의 구결 하나하나가 전부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적뢰는 무의식적으로 극혼검을 뽑아 석벽을 향해 출수를 하였다.
슈웅!
검의 의지가 순식간에 석벽에 스며들었다.
석벽은 평범하게 파괴되거나 잘라지지 않았다.
그냥 소멸이 되었다.
마치 그 자리에 예초에 석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석벽이 사라졌다.
그렇게 깨달음의 영운에 빠져있었던 적뢰의 의식은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쿠르릉!
“응?”
적뢰는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자신이 소멸시킨 석벽을 보았다.
그 석벽 뒤에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길이 보였다.
아마도 적뢰가 소멸시킨 석벽이 이 석실로 들어오는 또 다른 문이었던 것 같았다.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적뢰의 앞에 하나의 석비가 나타났다.
석비에는 천극무왕이 남긴 글이 적혀 있었다.
<비밀석문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둘 중 한가지이다.
사악한자들에게 이곳이 들켰을 경우와 또 다른 하나는 인연자가 광혼일검을 완성하였을 때이다.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이곳의 사명이 다 끝났다는 뜻이다.
석문이 부셔지는 것과 동시에 일다경(약 15분) 안에 대파멸진이 작동하여 이곳을 무너질 것이다.
그러니 인연자는 빨리 도망쳐라!>
“빌어먹을...”
이곳까지 오는 데에 엄청난 희생과 고생(?)을 했다.
그런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또다시 움직여야 한다.
적뢰는 석비의 글을 읽고 눈앞에 있는 석관을 파괴하여 그 안에 있는 천극무왕의 시신을 부관참시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쩌저저적!
석벽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곳 무왕총이 이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적뢰가 지시를 내리자.
대려군의 양 팔에는 탈진한 두 여성이 다시 들었다.
그리고 출구를 향해 무작정 뛰어들었다.
“젠...장 오늘 정말 이렇게 재수가 없어!”
무덤에 들어온 후부터 계속해서 기관에 함정에 걸려들었다.
그러다 쓸모없는 짐 덩어리인(?) 두 여성을 만났다.
또한 사술에 당한 무인들의 공격을 받았고, 색공과 음약을 당했다.
거기다가 지하 대공동으로 떨어져 죽을 뻔했다.
한마디로 무협소설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함정을 오늘 하루에 전부 당한 것이다.
물론 두 여성과 정사와 천극무왕의 기연도 중요했지만, 적뢰는 무덤에 들어온 이후 전혀 쉬지 못하였다.
짜증이 나 도저히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우르르르! 꽈꽈꽈꽝!
하지만 무덤의 중심부터 갈라지기 시작한 지반은 속도가 붙자 급소하게 붕괴가 되었다.
적뢰는 짜증도 부릴 수 없이 경공을 극성으로 전개하여 바람처럼 빠르게 달렸다.
이를 악문 적뢰의 모습은 흡사 악마처럼 보인다.
무왕총의 기관중추가 있는 밀실!
지존오성의 셋째인 섭혼도 백비상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류를 보고 있었다.
심령이 제압된 천기낭 제갈수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백비상은 신경질을 내면서 보고있던 서류를 바닥에 내 던졌다.
“젠장! 이것밖에 수확하지 못하다니.....”
“진정하십시오. 삼공자님, 이것은 그냥 중간 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비상의 앞에 있던 흑의인이 신경질을 내는 백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하였다.
백비상은 고개를 흔들며 흑의인을 보며 큰 소리를 쳤다.
“내가 진정을 하게 생겼어! 자네도 이 명단을 봐잖아!”
“예! 색관 2호에서 제압된 무인들의 명단이지요. 그리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팽가의 암호랑이 무후도와 화산의 창평검뿐이잖아~!!”
“....!”
백비상의 말에 흑의인은 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상관에게 설명을 하였다.
“휴우~ 삼공자님 본 회가 사정에 조사를 했을 때 이곳 무왕총으로 온 자들은 대략 초절정 4명과 절정 20명, 일류 약 1000여명으로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쓸모없는 이류와 삼류는 필요없고. 예초에 상부에서도 목표 수량으로 들어온 인원에 절반인 초절정 2명과 절정 10명, 일류 500명 정도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초 절정 2명을 손에 넣었는데 무엇이 불만입니까?”
타당한 흑의인의 말에 백비상은 자신의 짜증을 설명하였다.
“내가 짜증이 나는 것은 다른 숫자라고...!”
“색관 2호실에서 제압된 절정 3명과 일류 20명 정도라고.....”
“이 상태라면 비슷한 크기의 색관 3호실에서 제압될 인원도 이 정도면 상부에서 정한 목표량을 전부 채울 수가 없다고....!”
백비상의 말에 흑의인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확실히 일류 무사들의 수량은 채울 수가 없겠지만, 운이 좋으면 가장 중요한 초 절정 4인을 전부 채울 수가 있지 않을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잘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초 기관과 함정들은 전부 초 절정이라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비록 일류쪽에 수량을 채우지 못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초 절정을 목표설정 이상으로 손에 넣으면 오히려 큰 공을 세우시는 것 입니다.”
흑의인의 설명에 백비상의 얼굴 표정이 펴지면서 약간 밝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과연 그렇게 될 수가 있을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게 흑의인이 확실하다면서 백비상에게 장담을 하고 있을 때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흑의인이 입을 열었다.
“저어 그건 안될 것 갔습니다.”
그의 말에 다시 백비상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왜?”
“붕괴된 1호실로 아미의 현녀검이 들어간 것이 목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탈혼수는 독관에서 당한 상처 때문에 욕망관에서 백여명과 동귀어진 하였습니다.”
그 말에 백비상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1호실을 붕괴시킨 녀석들 살아있으면 아니 지옥애에서 시체라도 찾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백비상은 색관 1호실의 붕괴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인원이 들어 올 수가 있는 넓은 1호실이라면 충분히 목표를 했던 수량 이상으로 무인들을 제압하여 손에 넣을 수가 있을 것이다.
제압된 그들은 후일 회의 무기가 되어 회에 선봉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을 제압하고 회로 데려온 자신의 공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1호실의 붕괴로 예초에 목표했던 수량도 채우지 못하면 상층부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 할 것이다.
그러면 후계구도에 상당히 뒤처지게 된다고 생각하면 백비상은 다시 한번 1호실을 파괴시킨 적뢰를(아직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가루로 만들고 싶은 백비상이었다.
그렇게 화를 내고 백비상을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 첫 번째 흑의인이 입을 열었다.
“저어 그러면 창천오기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이.....”
그 말에 백비상은 흑의인을 노려보면 큰소리로 화를 냈다.
“무슨 소리야! 비록 현재 그들과 동맹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그들과 본교는 가는 길이 달라!”
“여기서 빚을 지게 되면 나중에 그 빚은 두배 아니 그 열배로 그 위선자들에게 져야해~!”
그렇게 흑의인을 보며 백비상이 나무랄 때였다.
밀실의 문이 열리면서 또 다른 흑의인이 거칠게 숨을 내쉬면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헉헉~ 큰일 났습니다. 공자!”
“무슨일이야?”
“수...수문이 무너졌습니다.”
“수문?”
“예! 지하수맥의 흐름을 조정하던 수문이 무너졌습니다!”
“뭐어~! 그 수문이!!!”
백비상이 보고에 이렇게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이 시대에 기관들을 작동시킬 힘은 총 세가지였다.
첫 번째 인력으로 사람이 직접 작동시키는 방법이었다.
그것들은 규모가 작은 기관이나 아주 위험한 기관에서 잘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는 진법을 이용하여 땅의 지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힘이 약하기 때문에 작은 기관 그중에서도 자동문 정도 밖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대규모로 그 힘을 사용하다가는 잘못하여 지력을 전부 사용하여 짧은 시간안에 그 지역의 모든 땅이 황폐하게 되는 죽은의 땅이 될 것이다.
마지막 셋 번째는 물레방아의 원리를 이용한 물의 흐름을 이용한 방법이다.
충분한 물의 흐름만 있으면 어떤 큰 기관이라도 충분히 작동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에 거의 대부분이 거대 기관은 이 셋 번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 무왕총 역시 향산에 흐르는 지하수맥의 흐름을 이용하여 작동시키고 있었다.
또한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에 둑을 만들었기에 지옥애 같은 빈 공간이 지하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예~ 누군가가 수문을 파괴시킨 것 갔습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누군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기관을 건든 것으로 보이는데.....”
“으아악! 똑바로 보고하지 못해!!”
백비상은 흑의인의 보고에 비명을 지르며 흑의인을 추궁하고 있을 때, 첫 번째 흑의인의 입이 열렸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삼공자님.”
“둑이 무너졌다는 말은 모여 있던 물이 지하의 다른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는 뜻으로 이곳 무왕총을 지탱하고 있는 지하의 축들이 무너지게 됩니다.”
“바로 무왕총 기관의 최후 수인 대 파멸지계가.....”
“....!!”
크르르릉~!!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석실이 흔들리며 석벽에 금이가면서 곳곳에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백비상과 흑의인들은 석실을 급하게 빠져나가면 출구를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백비상은 흑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곳과 제일 가까운 북쪽 암로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창천오기와 흑암대에게 전해라, 이곳 무왕총에서 빠져나거나 이 주변에서 있는 쥐새끼들은 전부 말살하라고.....”
“옛! 알겠습니다!”
쌔애애앵!
막아서는 장애물은 무엇이 됐건 전 내력을 사용한 권경으로 박살내버렸다.
일격에 기관과 진법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적뢰의 신형은 말 그대로 전광석화
퍼퍼퍼펑!
엄청난 화력의 대포처럼 날아간 권경이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공간을 뚫고 나아간 적뢰는 마침내 무왕총의 끝을 보았다.
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틈새를 향해 바람처럼 쏘아져 나갔다.
돌무덤이 쌓여 지나가기에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적뢰는 우격다짐으로 박차고 지나갔다.
“이야양얍!”
일촉즉발의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적뢰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기가 막힌 구사일생의 순간이었다.
적뢰는 이날을 길이길이 잊지 못할 것이다.
“휴우우!”
이제야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무왕총을 빠져나온 적뢰는 뒤를 돌아보았다.
쿠쿠쿠쿵! 꽈꽈꽝!
산자락의 계곡을 중심으로 거리를 측정하기 힘든 거대한 규모의 지대가 풀썩 주저않아 버리기 시작했다.
대지의 흔들림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산새들이 놀라 하늘로 솟구추쳐 올랐고, 동물들은 대피하기 위해서 전력으로 도주했다.
계곡 전체가 붕괴되어 지형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적뢰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자연이 파괴된 것보다 살아 나온 것에 더 안심이 됐다.
“겨우 살았네!”
다시는 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모험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몇 년 동안 쓸 운을 오늘 다 쓴 것 같았다.
이제는 쉬면서 체력과 내공을 회복해야만 했다.
적뢰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대려군을 쳐다보았다.
두 여인을 안고 있는 대려군의 모습도 엉망이었다.
무왕총이 무너지면서 나온 돌먼지로 온 몸이 회색이 되었고,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도 어느새 사라지고 머리를 묶은 끈 역시 사라져 엉망으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왔다.
상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아름다운과 대법으로 생긴 후천적인 요염함이 합쳐져서 생긴 절대적인 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빨리 좋은 객점이나 여관을 찾아, 투숙하여 목욕을 시키고 싶었지만, 너무 지쳤다.
적뢰는 그대로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몸을 움직이기도 귀찮았다.
한숨 푹 쉬고 나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사사사사삭!
무왕총의 주변에 나타나는 존재들이 있었다.
약 30여명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다급하게 무왕총의 주위로 접근했다.
그들은 삼공자인 섭혼도 백비상이 언급한 창천오기와 흑암대였다.
창천오기는 상부의 명으로 이곳으로 파견이 되었지만,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이곳의 책임자는 지존오성의 삼공자였고, 그와 자신들은 원래부터 소속도 틀렸다.
그랬기에 무왕총의 외각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무왕총이 무너진 것이다.
이에 놀라 무왕총이 있는 곳으로 전력을 다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무왕총, 아니 이제는 완전히 무너져 내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장소 앞에서 버젓이 쉬고 있는 적뢰들을 보았다.
그들은 무왕총과 적뢰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네놈은 누구냐?”
“아이씨! 또 뭐야?”
“토막을 내기 전에 대답해라!”
“아 왜?”
누워서 쉬고 있었던 적뢰는 귀찮다는 듯이 어슬렁어슬렁 일어났다.
보고 있는 사람마저 답답하게 만들었다.
당장에라도 머리끄덩이를 잡고 일으켜 세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는 너희들은 누군데 쉬는 사람을 무례하게 방해하는 거냐?”
“찢어져 죽고 싶지 않으며 아는 것을 말해라!”
“휴우~ 지금 그런 어이없는 협박을 하는 것이냐?”
“이놈! 헛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네놈에게 그나마 이로울 것이다!”
성질이 급한 창천오기 중에 사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살처럼 튀어나왔다.
사기의 행동을 보며 일기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설마 저따위 버러지 같은 놈들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빨리 일의 자초지종을 알아내야만 했다.
동시에 이일에 관련이 있는 자들에게 철저한 응징을 해야 했다.
휘이익!
싹둑~!
적뢰를 제압하려던 사기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피할 줄 몰랐던 그는 오히려 적뢰의 빠른 발검에 목이 잘랐다.
적뢰는 사기의 목을 베고 다른 이들을 향해 하얀 이를 드러냈다.
치명적이고 위험한 악마의 미소가 작렬했다.
“방심하면 곤란하지.”
꿈틀!
창천오기의 일기의 검미가 일그러졌다.
함께 생사고락을 가치 한 사기가 어이없게 죽은 것이다.
일기를 위시한 다른 삼인은 분노를 하며, 적뢰에게 달려들었다.
무왕총에 들어 갈 때부터 전혀 쉬지 못하였던 적뢰는 완전하게 짜증이 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살기를 뿌리며 달려드는 창천사기는 적뢰의 성깔을 건드렸다.
적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창천사기를 향해, 천극무왕의 광천일검을 시전하였다.
자신들에게 엄청난 검기가 오자.
창천사기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였다.
하지만 창천삼기가 피하지 못하고 광천일검에 몸이 상하로 짤려 죽고 말았다.
불과 눈깜짝 할 시간에 평생을 같이 한 두 동료가 죽었다.
동시에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였다.
“보통녀석이 아니다, 창천파선무를 사용한다.”
창천파선무, 그들 창천오기가 연마한 무공으로 서로의 기운을 쉽게 합치고 증폭시키는데 큰 장점의 무학이다.
그들 창천오기 오인이 합벽하여 창천파선무를 사용하며, 충분히 절대지경의 고수도 쓰러트릴 수가 있었다.
비록 두 명의 동료가 죽어 삼인 합벽이지만, 상대의 나이가 어리기에 충분히 상대를 죽일 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삼인의 손이 한 곳으로 모였고 기운이 하나가 되었다.
적뢰를 향해 하얀 백광이 발사가 되었다.
천극무왕의 광천일검은 완전했다면, 이번 일검에 창천사기를 전원을 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뢰는 아직 머리로는 광천일검을 이해를 했지만, 몸은 익숙하지 않았다.
거기다 현재 적뢰는 지쳐있었다.
그렇기에 한 명만 빼어버렸다.
그런데 상대가 준비하는 수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현재 자신이 익숙한 파천도를 꺼내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검법을 시전하였다.
“태양광검!!”
파사신검과 광천일검의 깨달음으로 태양광검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하여 이제 구성의 성취를 이루었다.
아니 현경의 무학인 태양광검을 화경의 경지로 펼치 수 있는 것이 구성의 위력이다.
그 위의 경지는 적뢰가 현경에 올라가야 했다.
어째든 적뢰가 처음으로 태양광검을 실전에 사용한 것이다.
거의 천여년만에 태극쌍천의 태양광검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태양의 폭팔인가? 상대의 검에서 황금빛 검기 쏟아지면서 너무 눈부셔 흑암대주는 정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의 빛이 사라지고 나서 흑암대주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자신들과 같이 온 창천오기가 온 몸이 피투성이 체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카악! 퉤엣!”
적뢰는 식도를 타고 역류해 오는 비릿한 핏물을 뱉어냈다.
역시 현경의 무학을 함부로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온 몸의 관절이 쑤시는 것 같았다.
목구멍을 막고 있던 죽은 핏덩어리가 가시자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젠장, 아직도 남았냐!”
자신의 주변을 아직도 에워싸고 있는 흑암대를 보자 적뢰는 답답함을 느꼈다.
다행인 것은 자신들보다 상급자인 창천오기가 쓰러진 것을 본 것 때문인지 흑암대가 물러날지 덤빌지 망설이고 있었다.
아무리 지쳐있는 자신이었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주변에 있던 적들의 지원세력들이 물려들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적뢰는 최대한 숨을 고르며, 내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허리에 차고 있던 파천도를 뽑아 양손에 좌도우검을 들었다.
“그래, 좋다! 어디 신명나게 놀아보자!”
그렇게 적뢰는 흑암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혼세무림!
당금 무림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다.
천하제일인 천무존 독고한의 실종비사가 일부 공개되는 것과 동시에 천극무왕의 무왕총 혈사로 수많은 무림의 정영들이 무왕총에서 뼈를 묻고 말았다.
그나마 그 지옥같은 무왕총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무림인들이 입을 열었다.
무왕총은 음모이며, 그 배후에는 지존회라는 조직이 있다고 공개를 하였다.
지존회!
이제껏 무림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세력이 갑자기 세상에서 나타나 가공할 혈겁을 일으키며 강호무림을 휩쓰릭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근원이 어딘지 아는 자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무림제패라는 것이다.
그들이 일으킨 무왕총 혈겁으로 많은 정예를 잃은 구파일방을 위시한 정도문파들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설상가상, 그 동안 정도무림의 정신적인 지주 역활을 해 왔던 소림사 방장인 일등대사께서 천명을 다하였기에 차기 소림 방장의 자리를 놓고 소림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현 정도제일문파인 동검 천검문이 천무비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검문 역시 은인자중을 하고 있기에 정도무림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삼패의 한 곳이자, 서귀인 사파제일문파인 유령귀혼궁이 의문의 혈겁과 함께 봉문을 당하였다.
갑자기 사파의 지존자리가 공석이 된 것이다.
천하의 곳곳에 존재하고 있던 사도의 문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제히 봉기를 시작으로 지난 수 십 년간 잠자고 있던 효웅 거마들이 제 세상을 만나듯이 무림곳곳에 혈겁을 일으키며 혼란은 한 층 더 가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