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몽전
26
적뢰는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아 연회장에 차려진 음식을 골라 먹었다.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
역시 명문가 잔치여서인지 음식의 질이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적뢰는 음식을 먹고 술을 한잔 마셨다.
(응?)
혀끝을 자극하는 술의 뒤끝에서 지독한 기운이 감지가 되었다.
이미 독성부에서 고금제일의 독공인 만독심형공의 구결을 보고, 그에 파생된 독성부의 오대독공의 하나인 천하제일의 피독신공인 조화독공을 연마하여 어떤 미세한 독도 바로 구분해 낼 수가 있었다.
(잔치와 더불어 독이라.....?)
(그렇군, 바로 오늘이군, 남궁세가 멸문의 D 데이가......)
누군가 음모를 꾸민다면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남궁세가가 그토록 허술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술에 섞여 있는 독은 보통 독이 아닌 산공독이었다.
독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지만, 조화독공이 이렇게 반응을 하는 정도의 독이라면 증독된 사람은 하루 종일 내공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만년화룡정뇌를 복용한 적뢰에게는 독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저 입맛을 버린 것외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산공독이 초절정의 고수에게는 일부 효과만 있겠지만 보통의 산공독이 아닌 경우라면 그것도 예외일 수 없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이들은 독의 정체를 모를뿐떠라 술을 먹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있었다.
적뢰처럼 만독불침의 경지에 천하제일의 피독공을 연마를 하지 못한 이들은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은 독의 초절정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 알아채기는 힘들었다.
적뢰는 검왕 남궁중을 바라보았다.
현재 이곳에서 적뢰를 빼고는 가장 강한 무인인 검왕 남궁중조차도 독이 있는지 구별하지 못하고 그저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절대지경의 경지에 오른 남궁중에게는 독이 효과를 보지 못하겠지만, 그런 절대지경의 고수에 감각까지 속일 수 있는 은밀한 독이라면 얼마나 지독한지 뻔했다.
(가르쳐 줄까?)
산공독은 내공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내공이 지나는 혈맥의 길을 막아서 억지로 운기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독이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해독이 되지 않는 이상 증독된 사람은 무공을 발휘할 수 없다. 억지로 무리하게 운기할 경우 혈로가 터져버려 내공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곧 살육전이 일어날 이곳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인데, 운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마음을 정한 적뢰는 남궁장천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다른 이들과 대화도중 적뢰의 전음에 매우 놀란 남궁장천은 적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적뢰의 전음 내용을 듣고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조부와 부친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부친과 조부에게 전음으로 적뢰에게 들은 내용을 고하자.
두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얼굴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역시 연륜이 있는 모습이었다.
검왕과 가주는 적뢰를 쳐다보자.
적뢰는 살며시 두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제스처였다.
그 모습에 검왕은 즉시 아들인 가주를 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가주인 남궁혁은 소가주인 남궁장천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어떤 노인과 대화를 한 후, 그 노인은 남궁장천과 함께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 노인의 옷차림이나 위치를 보아 남궁세가와 함께 오대세가의 한 곳이자 독과 암기의 명문인 사천당문인 것 같았다.
사천당문이라면 충분히 술속에 있는 산공독을 찾아낼 것이다.
운남 독성부, 묘강 독인림과 함께 천하 삼대 독문의 하나이면 명실상부 정파제일의 독문이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남궁장천이 돌아와 심각한 표정으로 검왕과 남궁가주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였다.
그에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 역시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은밀하게 남궁장천의 손에서 남궁가주에게 손으로 작은 주머니로 넘겨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주머니가 넘겨주는 손놀림이 아주 빠르고 은밀해 계속해서 남궁장천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그렇게 삼대가 이야기가 끝나자.
남궁장천은 적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조용히.....
“어떻게 알았나? 술 속에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당문의 당철기 장로님도 시약을 통해 독이 들어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자네는 어떻게 알았나?”
“강호를 활동하기 위해서는 비장의 수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저에 비장의 무학은 어느 수준의 독은 해독시키는 피독공 입니다.”
“술을 마시니, 피독공이 반응을 해 알았습니다.”
“놀랍군, 그렇게 뛰어난 피독공이 있다니.... 당문에도 피독공이 있지만, 이 독에 반응을 하지 않았네.... 그런데 자네의 피독공은....?”
“글쎄요? 저도 피독공의 내력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해독은요?”
“당장로님의 말씀으로 충분히 해독할 수 있다고 하네, 다행히 필요한 약제도 본가의 약당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문제는.....”
“해독하는 동안 독을 살포한 흉수들의 움직임이 문제군요.”
“그렇지.”
“해독제를 만들고 여기 연회장의 인원들을 전부 해독시키는데 대략 한 시진이 필요하는데.... 그때까지 아무런 일 없어야 하는데.....”
“만약 일이 벌어지면 저희 역시 한 손 거들겠습니다.”
“휴우~ 고맙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네.”
“별 말씀을 이런 일은 당연히 나서야 하는 것이 무인입니다.”
(할 수 없잖아, 이번 일에 배후에는 지존회가 있는데 당연히 움직일 수밖에 없지.....)
씨이익!
연회장을 바라보면서 회심을 미소를 짓는 노인이 있었다.
아무도 그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연회장의 구석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날 버린 세가, 나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아라!”
오늘이 오기를 기다리며 50년 동안 이를 간 노인이었다.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세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그것도 가장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다시는 세가 땅을 밟지 못하게 한 남궁세가를 세상에서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노인은 연회장의 중심으로 이동을 하였다.
천천히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도록 걸어갔다.
남궁중과의 거리가 1장이 다다랐을 때 노인이 말을 하였다.
“오랜만이다, 중아우.”
노인의 말에 남궁중의 표정이 변하면서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남궁중은 자신을 아우라고 부른 노인을 보고 너무 놀라서 일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당, 당신은 철 형님?”
“50년만이구나.”
노인은 남궁중의 사촌 형인 남궁철이었다.
50년 전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촌형이 지금 나타났으니 남궁중으로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궁중은 사촌형이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일이 있었기에 분명히 사촌형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진정 철이 형님이오? 살아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나타난 것이오?”
반가움이 섞인 남궁중의 말에 남궁철은 뒤틀린 음성을 내벹었다.
“흥! 내가 죽어서 가주가 됐으면서 반가운 척하지 마라!”
“무슨...말이오?”
“날 죽이려 한 숙부, 아니지 너희 부자가 합작해서 날 죽이고 내 인생을 망쳐버렸으면서 뻔뻔하게 모른 척하는 것이냐?”
남궁철의 차가운 말에 남궁중의 표정도 가라앉았다.
죽은 줄 알았던 사촌형이 살아왔다는는 반가움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닥치시오, 고인이 되신 분께 그 무슨 말버릇이오?”
“닥쳐라! 내가 그놈 때문에 당한 고통을 오늘 보상받을 것이다!”
“아버님은 친아들인 나보다도 더 형님을 총애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웃기지 마라, 날 총애했다고? 난 그에게 속아 가짜 비급을 연마하여 주화입마를 당해 세가에서 내쳐졌다!”
남궁중은 남궁철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과거 남궁철은 신룡이라 불리우며 남궁세가를 더 나아가 정도무림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후기지수였다.
당시 차기 소가주 후보 일순위였다.
하지만 그는 승천하지 못하고 용이 아닌 토룡이 되었다.
자신의 재능과 명성을 믿고 오만해져, 당시 변황오천의 우두머리인 적붕황 단목천뢰에게 도전하였지만, 검 한 번 쓰지 못하고 그의 기세에 쓰러지고 말았다.
당연히 당시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는 적붕황과 후기지수인 남궁철은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단목천뢰가 젊은 열정과 호기를 인정하고 살려준 것만으로 그를 당시 천하제일 기재로 인정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오만에 극에 달했던 남궁중은 자신이 변방에 오랑캐에게 목숨을 구걸했다는 것에 수치를 여기며 광적으로 무공을 연마를 하였다.
그러나 얼마안가 한 무명의 검객에게 일초만에 패하고 말았다.
그 무명검객이 후일 천하제일 고수가 된 천무존 독고한이었다.
독고한에게 패한 남궁철의 편협한 광기는 더 심해져 극기야 가주전용 무공인 천뢰제왕신공을 훔쳐 연마하다가 주화입마를 당해 폐인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남궁중이 기억하고 있던 남궁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단목천뢰와 독고한에게 치욕을 당한 나는 그 놈에게 천뢰제왕신공을 전수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놈은 네 뜻과 다르게 무애검을 연마하라는 말만했다.”
“어떻게 세가 최고의 기재라며, 차기 소가주라 그렇게 칭찬을 했으면서 장로및 검대주나 연마를 하는 무애경을 연마하라는 말을 하다니.....”
“그놈은 네가 단목천뢰와 독고한에게 패하니,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를 버린 것이다.”
“그래서 전에 그놈이 말했던 천뢰제왕신공의 비급이 있는 비고에 숨어들어가 천뢰제왕신공을 연마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였어!”
“그는 애초부터 나를 총애하지 않았어, 친아들인 너의 앞날에 장애가 될 날 제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함정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그 죄값을 받게 해주마!”
말과 함께 남궁철의 몸에서 엄청난 마기가 흘러나왔다.
남궁중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둘의 대화를 듣고 모두 놀라고 있었다.
검왕의 사촌 형이자 오래전에 실종되었던 신룡 남궁철이 나타났고, 그 후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살벌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남궁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에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 섬뢰마검과 연회장에 산공독을 푼 것도 그대 짓이오?”
“후후, 역시 네 아비를 닯아 머리가 좋구나, 그러니 그 좋은 머리로 날 죽이려고 했겠지.”
자신의 손녀를 납치하려던 섬뢰마검과 안휘성에 돌던 소문, 그리고 연회장에 산공독등 혹시하는 마음으로 남궁중이 묻자 남궁철은 바로 자신이 행한 일임을 시인해 버렸다.
“마에 물들었구나. 어찌 정파제일세가인 남궁세가에서 너 같은 놈이 태어났단 말이냐!”
“헛소리 마라! 하늘이 선택받아 극마에 올랐다.”
“하늘이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은 위선의 가문인 남궁세가를 벌하라는 사명을 준 것이다.”
적뢰는 남궁세가 주변으로 백 여명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상당히 톡특하면서도 강했다.
정기와 마기가 뒤섞여 있는 듯한 이절적인 기운이 적뢰를 자극했다.
산공독으로 인해 주변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 때 남궁철의 뒤쪽으로 5인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 중 3인을 본 남궁혁은 매우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태천문주, 숭위문주, 절영문주 그대들이 어찌......”
남궁철의 뒤쪽에 나타난 5인의 인물 중에 3인은 태천문, 숭위문, 절영문의 문주들로 이곳 안휘성에서 남궁세가 다음으로 세력이 강한 문파의 문주들이었다.
평소에 그렇게 교류가 많았던 그들이 남궁철의 편에 나타나자.
남궁혁은 무섭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려울 때 남궁세가의 도움을 받았던 것들이 이제 와서 이런 짓을 꾸미다니... 양심도 없는 추잡한 놈들이구나!”
“흥! 그런 말 따위는 하지 말라. 어차피 무림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곳이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가 극마에 오르신 검마 어르신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세 문주들이 그렇게 말할 때, 흑의인 중에 한 명이 나서서 그들의 말을 이었다.
“어차피 세상은 검왕의 은퇴에 분개한 원한을 가진 이들이 일으킨 혈겁에 남궁세가와 세가를 찾은 손님들을 화를 당하고 물러나는 그들을 세 문파가 합심하여 토벌을 하였다고 알려질 것이오.”
“그러니 우리에게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다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게 온정을 베풀 수도 있소.”
말과 함께 흑의인은 품속에서 하나의 독이 든 약병을 꺼냈다.
그런 그들의 오만한 행태에 참다 참은 검왕 남궁중이 더 이상 참지 못하였다.
“본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너희들의 흉계는 짐작에 깨졌다.”
“여러 본가와 본인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저 흉적들이 살포한 산공독은 당문의 당철기 장로께서 해독제를 만들어서 살포하여 해독이 되었습니다.”
“흉적들의 오만불손한 말을 계속 들은 것은 완전히 해독이 될 시간을 끌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의 안전은 이 남궁중과 저희 남궁세가가 책임지겠습니다!”
말과 함께 남궁중이 검을 뽑자.
남궁철과 맞먹는 엄청난 기세와 함께 검에서 2자 이상의 푸르스름한 검강이 형성되었다.
그렇다 검왕 남궁중 역시 화경에 오른 것이다.
중인들은 검왕이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에 안도에 표정과 한 숨을 내쉬었고 흉적들은 뜻밖의 사실에 침음성을 삼켰다.
“음!”
(역시 검왕이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세가 바뀌진 않는다.)
오인의 흉적들도 검에 강기가 일어남과 동시에 그 중 한명이 신호를 내자,
연회장 바깥쪽에서 싸움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체를 모를 무인들이 연회장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다짜고짜 살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연회의 참가한 무인들 역시 침입자들을 향해 검을 휘둘었다.
검마 남궁철은 싸움이 시작되었는데도 가만히 검왕 남궁중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왕 남궁중이 기세를 일으키며 화경의 기운을 내보이자.
검미 꿈틀거린 것뿐 남궁중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래 50년의 한을 너무 쉽게 푸는 것이 말이 안돼지.”
“그래 어디 그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조금 전의 말에 답을 주지, 하늘이 내게 화경의 깨달음을 준 것은 어리석게 마에 물든 그대를 징벌하라고 준 것이오.”
“과거에도 그렇지만 내가 날 이길 수 있다 보느냐?”
“당신이 50년 전에 신룡 남궁철이 아닌 듯이 나 역시 50년 전에 남궁중이 아니오.”
말이 끝난 동시에 두 사람의 강기를 입힌 검은 엄청난 속도로 충돌하였다.
카아앙! 파팟!
검과 검이 부딪치고 다시 검이 위에서 아래로, 또는 옆에서 전후좌우로 휘저어 나갔다.
검으로서 절대지경에 오른 두 고수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적뢰는 그런 두 고수의 대결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구대천마의 한 명인 검마가 남궁세가 출신이었다니.... 이런 것은 소설에는 나와 있지 않았는데.....)
소설상에서 검마는 주인공인 용비강이 남패 독성부에 갔을 때 충돌하는 지존회의 구대천마였다.
검마의 마검에 용비강은 고전을 하다가 간신히 마지막 순간에 검마의 검에서 허점을 발견하여 그를 쓰러트리고, 독성부를 지존회의 마수에서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소설상에서 용비강이 검마를 쓰러트린 것은 순전히 운 덕택이다.
태양곡에서 이미 한천선자에게 검마의 독문 검법인 칠철마검의 초식을 경험 하였기에 그 초식의 허점을 찾아 간신히 검마를 쓰러트린 것이다.
그래서 적뢰 역시 용비강이 고전을 하였던 검마를 매우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이곳 남궁세가에서 만난 것이다.
지금 나서서, 검왕과 합공하여 검마를 쓰러트릴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적뢰는 나서지 않았다.
화경이 되고나서도 계속 성장을 하고 있는 적뢰였다.
적뢰의 예감으로는 검왕이 아슬아슬하게 검마를 이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할 때, 적뢰를 향해 오는 살기를 가진 날카로운 검기가 느껴졌다.
적뢰는 상대의 검을 피하고, 쾌속하게 도를 뽑아 상대의 목을 빼었다.
상대의 목을 뺀 적뢰는 자신의 옆에 있던 설리와 대려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들은 적뢰가 지시가 떨어지자 말자.
검과 권으로 날리며 살객들에게 거친없이 검기와 권기를 날렸다.
적뢰는 검마와 함께 나타난 다섯명의 초절정 고수들을 찾았다.
그들중에 두사람이 남궁가주를 협공을 하는 것이 보이자.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남궁혁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자신과 동급의 고수의 협공을 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공수에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에 생기는 틈을 상대방이 합공을 통해 막아내자 기력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처음엔 흑의인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금세 놈들이 눈치를 채고 합공을 해왔다.
생사대결에서 비겁이라는 말로 상대방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저 놈들을 일거에 양단해 버리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이 한탄스러웠다.
남궁혁의 검에서 초조함이 묻어 나왔다. 그걸 눈치 챈 흑의인은 눈을 번뜩였다.
무기를 다루는 데 초조함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마음이었다.
침착하게 상대를 파악하며 공격과 수비를 해도 힘든 상황에서 초조함은 검의 진로를 혼란하게 만든다. 혼란스러운 검은 더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남궁혁은 다급함으로 인해 섣부른 공격을 가하고 말았다.
검이 이미 출수되자 흑의인은 즉시 몸을 틀었다.
방어를 하면서 검을 끌어들인 흑의인의 행동으로 인해 남궁혁은 옆구리가 비어버리게 되었다. 그사이에 또 다른 흑의인이 볏단을 베어버리듯이 검을 출수했다.
“끝이닷!”
댕강!
허리가 잘려버릴 것 이라는 처음의 생각과 다르게 두 번째 흑의인의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져서 파닥거렸다.
어깨까지 예리하게 잘려진 팔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크으으윽! 이런... 개 같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도의 궤적은 정확하게 흑의인의 목을 잘라내 버렸다.
잘려진 목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남은 흑의인은 갑자기 나타난 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본 회의 대업 중에 하나를 방해를 한 자, 이번 남궁세가의 계획에서 변수가 될 것 같아 주위 있게 주시했던 자.
바로 파천도룡 적뢰였다.
파천도룡 적뢰가 회의 고수인 흑의인을 단 이 초로 끝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것은 회의 조사에서 나온 운 좋게 살마를 쓰러트린 실력이 아니었다.
조사결과보다 더 강한 적뢰였다.
혼자 남은 흑의인은 생각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적뢰의 파천도법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빠르고 강했다.
도에서 느껴지는 기운만으로 이미 목이 베어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흑의인은 적뢰의 도를 막다가 뒤로 밀려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적뢰의 도에 남은 흑의인의 목이 잘려버렸다.
사아악!
남궁세가의 가주인 검군 남궁혁은 매우 놀라고 있었다.
자신과 동급의 실력을 가진 두 흑의인을 한 두초만에 전부 베어버린 적뢰의 무공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멍한 상태가 되어 적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뢰와 눈이 마주치고, 적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남궁혁.
적뢰는 다른 방향을 달려가 침입자들을 향해 도를 날렸다.
그것을 본 남궁혁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또 다른 초절정 고수들인 안휘의 세 문주들은 한명은 절영문주는 세가에서 남궁혁 다음으로 강한 창궁검대주와 대결을 하고 있었다.
남은 두 명인 태천과 숭위는 천검문의 설리와 소문으로 들었던 금강무후라는 여성에게 머리가 잘리고 가슴이 관통하는 것이 보였다.
상대의 수뇌들인 초절정 고수들은 거의 쓰러졌다.
남은 것은 세가를 침입한 그들의 수하들과 부친과 생사대결을 펼치는 남궁철이였다.
남궁혁은 검왕인 부친을 믿었다.
그래서 자신은 가주의 사명인 세가를 침입한 적도들 물리치고 세가의 손님들을 보호하는 것에 전력을 다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남궁혁은 심하게 혈전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검왕과 검마, 두 절대 검객의 대결은 엄청나고 치열했다.
찰나의 틈조차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공방이 이어졌다.
너무나 빠르고 강했다, 무공을 배운 일반 무인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대단하지.....
검마 남궁철은 섬전같이 공간을 파고들어 검왕의 정면을 가득 메웠다.
신법에 극에 이르자 7개의 환영이 검왕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빠르다.)
일곱 개의 신형이 동시에 공격해 들어왔다.
환영이라고 여겼건만 기감에 잡히는 기운은 모두 진짜였다.
검마의 검에 흉악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금강석을 가루로 만들어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는 흉격이 거침없이 뿌려졌다.
파파파팡!
강맹한 검강이 검왕의 신형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검왕의 발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극속의 회전력에 기운을 실어 검마의 검강을 쳐냈다.
강검과 강검의 부딪침으로 폭풍이 소용돌이치고, 뇌전이 튀었다.
엄청난 대결이었다.
그러나 검마 남궁철은 무엇이 불만인지 눈가를 찡그리고 있었다.
“이 놈!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어찌하여 천뢰제왕신공과 제왕검형을 쓰지 않는 것이냐!”
“무시하지 않았소, 철 형님.”
“다만, 저승에 가기 전에 형님이 아버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을 풀어줄려고 하는 것이오.”
“오해라고?”
“그렇소, 아버님은 형님을 속이지 않았소, 가문의 가법을 어기고 아직 소가주로 임명되지 않은 형님에게 천뢰제왕신공의 비급이 있는 위치를 가르쳐 주었소, 그리고 그곳에 있던 천뢰제왕신공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요.”
“형님이 아버님의 명을 어기고 잘못 연마하여 주화입마를 당한 것이오.”
“뭣이 내가 이 남궁철이 천뢰제왕신공을 잘못 연마하였다고....”
“그렇소. 형님은 아버님의 명대로 무애검을 연마해야 했소.”
“무애검?”
“본가의 천뢰제왕신공은 창궁, 대연, 그리고 무애의 삼종의 무공을 연마하고 그것을 합벽시켜야 진정한 천뢰기 생성이 되오.”
“당시 형님은 창궁과 대연만 연성했소.”
“그래서 아버님은 형님에게 무애를 연성하라고 명하신거요.”
“하지만 그것을 거역한 것은 형님이오.”
“믿을 수 없다. 말도 안돼는 말을 하여 본좌를 속이는 것이냐!”
검왕의 말에 검마는 매우 혼란스러워 했다.
그런 검마를 보며 검왕은 냉정하게 말을 계속하였다.
“그 말을 중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천풍무애검을 펼친 것이오.”
“이제 천뢰제왕신공을 펼칠 것이오.”
“그것을 보고 미망에 사로잡혀 아버님을 욕보였던 것을 저승에 가서 아버님에게 사죄하시오, 형님.”
말과 함께 검왕 남궁중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와 함께 가공할 뇌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남궁세가를 당당히 천하제일가로 만든 무공이자, 무림 십대신공에 하나인 천뢰제왕신공과 당대에 중원 오대검법에 하나인 제왕검형이 발동되었다.
“제왕검형 제 3형 제왕군림”
검왕 남궁중의 천뢰제왕신공의 천뢰기를 담은 검은 제왕검형의 제왕의 기상이 더 해지자.
하늘에서 강림한 뇌제의 심판의 검 같았다.
검이 지나간 자리는 흔적조차 남지 않고 붕괴었다.
땅거죽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뒤집히고, 바위가 갈리며, 거목이 맥없이 잘려 조각조각 분해되었다.
검왕의 공격에 검마 남궁철은 극강의 마기가 일어나면서 칠철마검의 최종오의인 칠절마해를 선 보였다.
“칠철마검 최종오의 칠절마해!”
지옥의 울림과 같은 굉음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반경 30장안을 초토화시켜버릴 수 잇는 검의 극의가 휘둘러졌다.
검광, 검환과는 완연히 달랐다.
검마 남궁철의 혼신진력이 담긴 필살의 검도였다.
퍼어어어엉!
허공과 허공에 부딪친 검왕과 검마의 극의.
두사람을 중심으로 믿을 수 없는 기의 파장이 불어 닥쳤다.
이전의 위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천지가 개벽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휘이잉~!
무지막지한 경력의 파장으로 인해 천지사방으로 먼지가 비상했다.
어느새 연회장의 혈전은 끝나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두 절대지경의 두 검객의 승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지가 가라앉고 사람들의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왕 남궁중은 무릎을 끊고 있었다.
그의 검은 반쪽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그의 안색은 극심한 공력의 소모로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검왕의 주위 사방에는 검왕과 검마의 장검에 잔해가 어지러이 마치 유리조각이 깨진 듯이 널려져 있었다.
그리고 검왕 앞 이 장 정도의 거리에 검마가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50년 동안 절차부심한 검마 남궁철의 최후는 너무 허무했다.
남궁중이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그것을 바라보던 연회장 안에 있던 모든이들이 환호했다.
새로운 절대 고수가 탄생했고 그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기쁨에 환호를 보냈다.
환호하는 중인들 사이에서 적뢰는 말없이 검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설상에서 남궁세가는 멸문을 당하고,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는 마녀가 되어 혈겁을 일으킨다. 그리고 검왕의 유체는 강시가 되어 지존회의 병기가 되는 것이 운명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미 남궁세가는 멸문을 당하지 않았고, 용비강이 출도하기 전에 구대천마중에 벌써 3명이 쓰러졌다.
이제 지존회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