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52)

색몽전

17

  밀실!

  요란하고 호화로운 장식으로 치장된 화려한 여인의 규방이었다.

  문득,

  그긍....

  밀실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섰다.

  화려한 금포를 입은 뚱뚱한 이십대 후반으로 남성이었다..

  “그래, 장강에서 일이 실패를 했다구요? 석동생?”

  남자가 들어서는 순간 끈적끈적하고 고혹적인 여인의 교성이 그 자의 귓가를 울렸다.

  밀실의 한쪽.

  호화롭기 이를 데 없는 커다란 침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

  한 명의 여인이 반라의 자태로 누워있었다.

  요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뇌쇄적인 용모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중년여인의 풍만하고도 요염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청순하고 앳된 소녀의 인상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야릇한 모순의 매력이었다.

  여인은 일신에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망사 나삼만을 걸치고 있었다.

  그 바람에,

  아찔하고 농염한 여체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녀는 지금 침상 위에 요요하게 옆으로 누운 자세였다.

  나삼 사이로 비쳐 보이는 풍염하고 탱탱한 젖가슴.

  살짝 포갠 허벅지 사이로는 가뭇가뭇하고 짙은 숲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실로 뇌살적이면서 도발적인 자태였다.

  남성은 침상 위의 여인을 향해 다가섰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흑누님!”

  그 자는 말과 함께 음침한 탐욕의 눈길로 풍만한 여인의 몸매를 흝어내렸다.

  남성은 침상에 걸터 않으며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장강의 일은 실패를 했습니다.”

  그 말에 여성은 의아한 듯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것 이상하군요. 알려진 사해수검의 실력으로는 분명 회의 무사들을 상대할 수 없는데...?”

  그녀는 자기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며 의혹의 눈빛을 지었다.

  그러자,

  문득 그녀는 야릇하게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혹시 다른 계집들에게 한 눈을 팔다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요?”

  남성은 여성의 말에 급히 고개를 저어 보이며 정색을 하다가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말을 멈추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제는 아주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계집들과 재미를 보지 못할..... 훗!

  “호호, 다른 계집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 억울했나 봐요....”

  여인은 눈꼬리를 찡긋하며 야릇한 눈웃음을 지었다.

  “흐흐, 누님과 만나지 않았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남성은 음흉하게 웃으며 문득 여인의 풍만한 젖가슴을 왈칵 움켜쥐었다.

  여인은 하얗게 눈을 흘기며 자극적인 콧소리를 발했다.

  “흐응,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말아요, 아무리 내가 자리에 없었다고 해도 딴 계집에게 관심을 갔다니?”

  남성은 무슨 소리냐는 듯 펄쩍 뛰었다.

  “그런 말씀마십시오. 누님의 그 절묘한 기술 덕분에 소제는 비로소 진정한 희열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호호...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군요!”

  여인은 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남성을 주시했다.

  이어,

  문득 그녀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나저나 일 단계 계획인 장강의 일이 실패를 했는데 회에는 무어라고 보고하지요?”

  남성은 그 말에 침중한 기색을 지었다.

  “별수 없지 않습니까? 회에 사실대로 보고를 할 수밖에.”

  “할 수없이 이번 거사에 인원을 더욱 추가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건 안심하세요, 회에서 팔호법이 지원을 보낸다는 연락이 왔으니까!”

  그녀의 말에 남성은 매우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팔호법님과 그 수하들이 온다면 매우 안심이 됩니다.”

  남성의 말에 여성은 눈을 찡그리며,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와 내 수하들은 불안했다는 말인가요?”

  “흐흐흐 아니요, 누님의 수하들은 거사가 끝나고 다음 계획에 필요로 했기에.....”

  남성은 음흉하게 웃으며 여인을 주시했다.

  이어,

  그자는 전음으로 무엇인가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순간적으로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사악한 표정으로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호호...호! 좋아! 정말 절묘한 계획이야!”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깔깔 교소를 터뜨렸다.

  “석아우님의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천하 상계를 일통하게 될거예요!”

  “흐흐, 도와주시겠습니까? 누님?”

  남성은 음흉하게 히죽 웃으며 물었다.

  “물론! 도와주고 말고...!”

  여성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이어,

  문득 그녀는 교태롭게 웃으며 눈꼬리를 찡끗했다.

  “아우님의 그 비상한 계획을 축하하는 의미로... 어때?”

  말과 함께 그녀는 겹쳤던 다리 중 하나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그러자, 

  아찔하게도 그녀의 은밀한 비소가 한눈에 들여다보였다.

  촉촉이 젖은 여체의 계곡.

  파르르 경련하는 보지.

  그것을 본 남성은 음흉한 두 눈에 강한 욕정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흐흐... 물론 마다할 소제가 아니지요.”

  그자는 득의의 음성으로 히죽 웃으며 허겁지겁 의복을 벗어 내렸다.

  그때,

  “흐응... 자아...!”

  여인은 몸을 돌려 바로 누우며 다리를 활짝 벌려 세웠다.

  그녀는 자극적인 비음을 발하며 손으로 자신의 보지를 벌려 남자를 재촉했다.

  “헤헤 감사히 먹겠습니다!”

  남성은 욕정에 충혈된 눈으로 성급히 여인의 몸을 덮쳤다.

  이어,

  그 자는 벌린 여성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고 입술과 혀로 그곳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아아... 아흐윽...!”

  남자의 뜨거운 숨결을 아랫도리 은밀한 곳에서 느낀 여인.

  그녀는 하얗게 눈을 뜨며 기쁜 듯이 신음을 질렀다.

  그녀의 요란하고 자극적인 교성과 몸짓으로 사내의 행위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보지는 순식간에 젖어들었다.

  사내는 미친 듯이 여인의 보지를 햝고 또 탐했다.

  이윽고,

  그 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듯 여인의 보지에서 얼굴을 떼며 일어섰다.

  그리고, 불끈 곤두선 자지를 그대로 여인의 보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순간,

  “아흑...!”

  여인의 교구는 활처럼 휘며 숨넘어갈 듯이 교성을 내질렀다.

  이어

  “아아... 흐윽... 응...!”

  그녀는 하체 갇그 밀려드는 뜨거운 사내의 실체 느낌에 전율하며 녹아나는듯한 격렬한 쾌감을 만끽했다.

  그와 함께,

  그녀는 요란하게 허리를 움직여 사내의 행위에 동조했다.

  “헉... 헉!”

  “하아... 음... 아아...!”

  한치의 빈틈도 없이 결합한 두 남녀,

  그들은 짐승같은 헐떡이면서 원초적인 욕망의 늪을 허우적거렸다.

  뜨겁고 질퍽한 교합, 밀실 안은 순식간에 후끈하고 끈적끈적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강소성 소주.

  강소성은 명나라의 동쪽으로 황해와 서쪽으로 안휘성, 북쪽으로 산동성, 동남쪽으로 절강성, 상해와 인접하는 교통의 요충지다. 또한 장강의 하류에 있는 성도 남경은 춘추시대부터 도읍지로서 유명하다.

  강소성은 장강 삼각주에 위치하는 평원이 대다수여서 자연조건이 우월해 경제기초가 튼튼한 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로가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성으로 각광을 받는다.

  특히 소주는 남부의 장강 삼각주 평원의 중심에 자리를 삼고 있으며, 동쪽으로 상해, 남쪽으로 항주를 바라보고 있다.

  소주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정원과 미인으로 유명하고, 대운하와 외성화가 마치 옥으로 만든 두 개의 허리띠처럼 아름다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주는 기후가 온난하고 토지가 기름져서 생산이 풍부한 ‘어미지향’의 도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민물고기를 위주로 한 각양각색의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항주와 더블어 이대미향 도시로 불린다.

  소주는 경제기초가 튼튼하고, 유통이 활발한 지역이이기에 유동 인구가 상당히 많았다.

  거기에 석가장의 본가가 이곳에 있기에 더욱 많은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이 석가장이야?”

  장원이라보다는 하나의 성처럼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을 보며 설리는 놀라워했다.

  사패인 천검문과 독성부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물의 규모는 그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중원 전체 상권의 절 반을 소유하고 있는 곳인데 이 정도야 당연한 거시.”

  엄청난 규모임에도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적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곤 길게 늘어진 줄을 바라봤다. 장돌뱅이나 상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때 한 쪽에서 일을 마치고 석호명이 적뢰에게 다가왔다.

  “미안하네, 하역할 물자가 많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네...”

  “괜찮습니다. 기다리면서 석가장의 규모를 구경을 잘 했습니다.”

  “그래 고맙군.”

  적뢰의 말에 석호명은 매우 자랑스러운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곳 소주로 오는 동안, 적뢰와 석호명은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다.

  석가장의 후손으로 많은 교육을 받았고, 상행위로 여러 지역을 돌아 다녔던 석호명은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상업의 흐름과 역사적인 흐름을 살짝 공개한 적뢰의 능력에 완전하게 빠져들었다.

  자신역시 천하 돌아다닌 경험과, 상단의 책사들이 분석한 자료들과 일부 비슷하면서 더욱 더 크게 흐름을 보는 적뢰의 능력에 호감을 느끼며 친우가 되었다. 

  친우가 되었기에 적뢰는 석호명에게 지존회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하였다.

  물론 고금팔대고수 중에 삼인의 후예들에 연합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그들의 목적이 무림뿐만 아니라, 황실도 포함한 천하독패란 야망을 가진 조직이라는 사실을 말하였다.

  그런 내용을 들은 석호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놀랍군. 아무리 급했어도 작은 형님이 그런 위험한 자들을 끌어들였을 줄이야.”

  “작은 형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우애는 있나 보군요.”

  석호명의 표정을 보며 적뢰가 묻자 석호명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애라, 어머니가 서로 다른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있겠나? 내가 작은 형님이라 부르는 것은 아버님 때문이지 부르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렇습니까.”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해서 좋을 일은 없었기에 적뢰는 한발 물러났다.

  “석가장의 후계 다툼은 정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들었는데.”

  “맞아, 본 장은 상가야. 상가는 상인답게 후계자를 뽑는 법이지.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께서 그 결정을 내리시지 못하고 쓰러지셨다는 거지. 작은 형님이 일을 키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적뢰는 짐짓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 왔다.

  석호명은 작게 웃으며 설명을 하였다.

  “석가장은 아들이 태어나면 그 자식이 스무 살이 되는 해에 하나의 상단을 차려 줘. 그 상단을 꾸려 가는 것은 오로지 홀로 해야 하지. 사람을 뽑는 일. 거래를 트는 일. 모두 홀로 해야 해. 석가장에 속해 있는 사람은 누구도 도와줄 수 없어. 하지만 뽑아 갈 수는 있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군. 상인이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덛는 것도 중요하니까.”

  “적아우 말이 맞네, 사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운 법이거든. 석가장의 자손을든 그렇게 자신만의 상단을 키우고 발전시키지. 그리고 그 상단의 수준으로 후계자를 정해. 가장 상단을 크게 키운 자가 후계자가 되는 것이지. 그렇지 못한 자들은 자신의 상단을 이끌고 석가장에서 나가야 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가란 성을 버려야 하고.”

  (어떻게 보면 퇴직금 비슷하네?)

  적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석가장의 후계 결정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서 재벌들이 후예들에게 자금뿐만 아니라 사람 할 것 없이 무조건 지원을 한 방면 이곳의 석가장은 비록 기본 자금은 지원해도 그 외에는 전혀 지원을 하지 않고 본인의 능력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적뢰였다.

  “만약 작은 형님이 지존회를 끌어들였다면 그것은 후계 결정전의 방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이야.”

  “음? 좀 이상한데?”

  곰곰이 생각하던 적뢰는 석호명을 바라봤다.

  “석형님이 말하지 않았나요? 사람을 포섭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석가장의 이공자가 지존회를 포섭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상인으로 포섭을 하는 것이지. 무력을 쓰기 위해서 포섭을 한 것이라면 말이 달라져.”

  “아, 상인만의 방식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는 것이군.”

  “맞네, 본 가는 상인이지, 어쨌든 작은형님이 무력을 사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후계 결정전은 사실상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석형님은 어떻습니까?”

  “나는... 순리대로 가게 만들어야지. 틀린 것은 바로잡고.”

  “석가장주가 되고 싶은 욕심이 없습니까?”

  적뢰의 질문에 석호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그러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석가장의 금력은 중원을 아우른다. 

  석가장주가 되는 것은 황금의 왕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소불위의 자리 중 하나가 바로 석가장주란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호명은 자신의 분수를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허약해서 어린 시절 방안에서 누워만 있던 자신이었다.

  그래서 상단을 만들 때도 천하를 자유롭게 갈  있는 운송쪽으로 선택하지 한 것이다.

  비록 지금은 어느 정도 건강은 하지만, 대륙 전체의 상권을 이끄는 석가장주의 업무를 자신에 몸이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지뿐이군.”

  “그게 뭔가, 적아우?”

  “한 가지는 이공자를 퇴출시키는 방법, 나머지 하나는 대공자를 미는 것.”

  “작은 형님이 위험한 자들을 끌어들였다면 큰형님을 미는 것은 옳은 일이겠지.”

  적뢰의 의견이 옳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석호명은 그렇게 적뢰와 의견을 일치를 본 것이 몇일 전 상선 안에서였다.

  그리고 오늘 소주에 도착하여, 석가장의 대공자를 만나기 위해 석가장을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정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간 적뢰 일행은 앞장서서 걸어가는 석호명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이거, 말 타고 가야 하는 거 아냐? 뭔 놈의 집이 이리 넓어?”

  “안에서는 마차는 탈 수 있어도 말 타는 것은 금지되어 있소, 설여협.”

  일각이 지나도록 계속 걷자 설리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지만 적뢰와 석호명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다 왔네.”

  이각 후 석호명은 내원 쪽에 위치한 하나의 장원으로 일행을 안내하자 적뢰는 놀란 듯이 말했다.

  “집 안에 집이 있네?”

  “이런 곳은 원래 그래요.”

  석호명은 일일이 방을 잡아 주었다. 일인 각방을 써도 될 정도로 넓은 장원에 짐을 놓은 후 석호명은 대공자가 있는 곳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상한 걸?”

  “뭐가?”

  내원을 거닐던 설 리가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리자 옆에 걸어가던 적뢰가 무슨 뜻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분명히 지존회 녀석들이 석가장 안으로 들어왔어.”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너무 조용하다는 뜻?”

  “맞아요, 분명 움직여도 벌써 움직였을 텐데, 지금까지 지존회에 녀석들이 본문과 독성부에서 움직였을 때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어쩌면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설리의 말에 석호명이 무언가 알고 있는 듯이 말하자 적뢰의 눈을 밝히며 물었다.

  “일주일 후 상단 각 성의 지부장들이 모두 석가장으로 모여, 아비지의 상태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서. 사실 아버지와 함계 큰형님과 작은 형님의 상단에 대해 비교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현재 아버지의 상태가 매우 좋지않기 때문에 지부장들에 의해 결정될 확률이 높아.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석가장주가 즉 대륙상단주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즉시 석가장을 나가 대륙상단의 일개 상단주가 되는 것이지.”

  “다르게 말하면 그들을 모두 제거하면 대륙상단의 정권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말이군.”

  “맞아. 지난번 암습이 성공하고 이번에 큰형님까지 제거된다면..... 직계는 작은 형님만 남게 되었을 뻔 했지.” 

  석호명은 설마하며 설명했지만 말해 놓고 나니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었다.

  그러자 작은형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은 대공자를 만나 보는 게 먼저입니다. 그에게 사실과 이런 가능성을 마해 준 후는 우리는 그의 결정에 따라 도와주면 되는 것이지요.”

  말을 마친 적뢰는 석호명보고 계속 걸어가라고 눈짓을 했다.

  얼마 후 대공자의 장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대공자의 장원에 도착한 석호명과 적뢰는 곧바로 대공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석가장의 대공자 석대명은 삼심대 중반의 중년인으로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이었는데 눈초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풍겼다. 하지만 눈썹이 짙고 코가 두꺼워 남자다운 인상도 강했다.

  그 옆에는 오십대에서 육십대 사이정도의 깐깐할 것 같은 인상의 총관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로구나, 오는 도중에 큰일을 당했다고.....”

  서류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대공자 석대명은 동생 석호명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예, 오랜만입니다. 큰형님.”

  “여기에 있는 분들 덕택에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 석대명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적뢰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가 있었다.

  “나에게 소개시켜 주겠느냐?

  “호호호, 안녕하세요. 설리라고 해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석대명이라 합니다. 소문보다  더 미인이시군요.”

  “호호,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예? 하하핫, 그럴 것 같았습니다.”

  “적뢰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려 낭자입니다.”

  그 후 적뢰가 자신과 대려군을 소개를 하였다.

  “호오, 소문에 들었던 천검문과 독성부에 나타난 파천도법의 계승자가 이렇게 나이가 어린 소협이었다니 매우 놀랍군요.”

  석대명의 말에 적뢰와 설리는 매우 놀라고 있었다. 

  적뢰의 움직임은 매우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석대명은 천검문뿐만 아니라, 독성부의 일까지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설리의 눈은 날카로워졌고 적뢰는 좀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석대명을 바라봤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은 정말이니 그렇게 샅샅이 살펴보지 않아도 됩니다. 전 진정한 상인이거든요.”

  적뢰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석대명을 말했다. 그런 그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살펴봐도 그가 무공을 익힌 흔적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보다 전 어째서 무림사패의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는지 궁금하군요.”

  순식간에 석대명의 기세가 뒤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는 부드러운 미풍이었다면 지금은 삼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삭풍이었다.

  표정은 그대로이나 느낌은 바뀌었다.

  “잘못알고계신 것 같습니다. 저희 사패소속이 아닙니다.”

  “여기계신 설여협이 비록 천검문 소속이지만, 저와 려 낭자는 사패와는 약간의 인연만 있습니다.”

  “그 인연도 사패와 충돌한 암중세력 때문에 생긴 인연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희 같은 무명의 인물을 대공자께서 저흴 알아봤다는 게 더 놀랍네요.”

  “장사라는 것은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죠.”

  “돈의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그 흐름을 보려면 자연스럽게 정보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죠.”

  “개인적인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들리네요.”

  “하하,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석대명은 긍정도, 그렇다고 부정도 하지 않으며 그저 웃을뿐이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그 모습에 적뢰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적뢰는 석대명에게 이공자와 지존회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적뢰의 말을 들은 석대명은 매우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정보망으로 동생인 석추명이 수수께끼 무력단체와 손을 잡았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그들이 매우 위험한 존재란 사실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저의 짐작이지만 이공자는 일주일 후에 있을 회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의라... 피의 숙청을 벌일 생각이란 말인가?”

  “예, 지존회에가 도와준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요.”

  “하나 지점장들이 죽인다고 해도 곧바로 둘째가 상단주에 오를 수는 없다. 지점장들의 권한은 그들이 죽는 즉시 부지점장들에게 이양되니까.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한 석가장주자리에 오를 수 없지.”

  “아닙니다. 대공자님,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총관?”

  “작년에 이공자께서 상행을 이유로 중원을 도셨습니다. 그때 어쩌면 부지점장들과 밀약이 있었지도 모릅니다.”

  총관의 말에 석대명의 얼굴 또한 심각하게 굳어졌다.

  만약에 그것이 지금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라면 그는 정말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지존회에서 어떠한 자가 직접 무인들을 이끄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누구냐에 따라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적어도 중진급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은 그걸 알아내는 일이 먼저일 것 같소, 총관.”

  “하명하십시오, 대공자.”

  “대해대를 풀어 추명이의 주변을 살펴보게 하세요. 또한 석가장 내에 수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목록을 적어 내게 가져오세요.”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총관은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일주일뿐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이미 준비가 끝난 만큼,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여야 했기에 총관이 직접 가야만 했다.

  “회의 때 석가수호단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까?”

  석가수호단은 석가장의 대외적인 무력 단체로 열 개의 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대주의 실력은 대부분 절정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단주는 초절정의 경지로 그는 강서성을 대표하는 고수중에 한명이었다.

  그들이 도와준아면 일이 더 쉬워지기에 석호명이 물은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수호단은 오로지 석가장주의 명령만을 받든다. 아무리 우리가 대공자와 삼공자의 신분이라 하지만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순 없다.”

  “부탁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석호명의 말에도 석대명은 고개를 저었다.

  수호단주는 우직하기로 유명해 석가장주의 말이 아니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마 전 석가장주가 노환으로 쓰러진 후 그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기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선은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데까지 대비해 봐야지.”

  “제가 현재 움직일 수 있는 무력은 이번에 올 때 너무 피해를 봐 전혀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죄송합니다. 형님.”

  “일단은 저 역시 가까운 저희 천검문의 지부에 연락을 해서 은밀히 움직일 수 있는 무력을 알아보지요.”

  “하하, 고맙습니다. 이 도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상인의 덕목이 신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석대명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임이 분명했다.

  “아직 일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나중에 듣고 싶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적뢰의 말에 석대명은 너털한 웃음을 터트렸다.

  보통 자신들 형제를 만나려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당장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 분명한데도 그러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더욱 신뢰가 갔다.

  더구나 이들로 인해 목을 조여 오는 죽음의 사슬을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더 그랬다. 

  (아직 내가 죽을 때가 되지는 않았나 보군.)

  속으로 중얼리거리며 석대명은 석호명을 바라봤다.

  형제지만, 어머니가 다르고, 나이 차가 많이 났기에 자신 또한 제대로 돌봐 쥐지 못했었다. 그런데 힘든 상황의 자신을 도와주자 묘한 감정이 가슴에서 일렁거렸다.

  (이런 것을 형제애라고 하는 건가? 후후, 나쁘지 않군.)

  힘들 때 곁에 있어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인 것처럼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동생이야말로 진짜 동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대단하구나, 추명아. 이러한 덫까지 만들어 놓다니. 역시 어설퍼 보이는 모습은 거짓된 모습이었어.)

  항상 헤프게 웃으며 바보처럼 행동하기에 자신의 상대로 여기지 않았었다. 또한 석가장의 사람들도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석추명은 마지막 한 수를 숨겨 놓고 있었다.

  상인으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자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로군. 일주일 후, 네가 웃을지 내가 웃을지 보자꾸나.)

  그 후 석씨 형제와 적뢰는 총관이 가지고 온 자료들을 보면서 앞으로 일들에 대해 속속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에 웃는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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