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52)

색몽전

07

“흐흐흐! 검모의 육체는 오래도록 못 잊을 것이오!”

사우는 음험하게 중얼거리며 설지의 두 다리를 벌렸다.

설지는 사내의 손에 무기력하게 다리가 벌려짐을 느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렸다.

허벅지가 벌어지며 그 안쪽의 부분이 일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잘한 털이 형식적으로 덮여있는 계곡은 유달리 흰 살결과 출산을 한 몸이라서 그런지 한층 더 깊어 보였다.

사우는 설지의 허벅지 안을 들여다보며 히죽 웃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나와 여한 없이 즐기는 거요!”

사우의 일부도 어느덧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흐흐! 못 참겠군!”

사우는 음흉하게 히죽 웃은 후 급히 바지를 벗어 내렸다, 그러자 불끈 곤두선 거대한 흉기가 드러났다.

설지는 질겁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바로 그녀의 얼굴 위로 젊은 사내의 검붉은 흉기가 건들거리며 드러난 것이 아닌가?

그녀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악! 안돼!”

사우는 히죽 웃으면서 설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설지는 사내의 육중한 체중을 아랫배에 느끼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사우는 히죽 웃으며 그런 설지의 몸을 더듬었다. 흐드러진 젖가슴이 그자의 손아귀에 마구 이지러진다.

알몸을 유린당하며 설지는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이, 이 파렴치한!”

그녀는 분노와 충격으로 몸서리를 쳤다.

“흐흐! 부군보다 열 배는 더 좋게 해줄 테니 기대해도 좋소!”

사우는 음탕하게 지껄이며 설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중심부로 자신의 흉칙한 하체를 밀어 붙여갔다.

가장 깊은 곳에 뜨거운 무엇인가를 느끼며 설지는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하얗게 눈을 떴다.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설지는 엄청난 절망과 충격으로 까마득하게 정신을 잃어갔다. 정조를 잃은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또 다시 사내에게 몸을 더럽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천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안주인이 된 그녀로서는 사흘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사우는 짐승같이 헐떡이며 설지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낙인을 찍어버렸다.

순간 설지의 흐드러진 허벅지가 인두에 지져지기라도 하듯 발작적으로 퍼득 거렸다, 몸을 더럽히는 순간 그녀는 그대로 까마득하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사우의 눈 아래 기절하여 축 늘어진 검모의 기품있는 얼굴이 들어왔다.

이런 여인의 육체를 정복했다는 사실이 그를 전율케 했다.

사우는 자신의 하체를 설지의 하체에 더욱 더 밀어 넣을 그때였다.

“죽일 놈!”

돌연 사당 밖에서 천둥치듯 사나운 폭갈이 들려왔다.

“헉!”

사우는 질겁하며 홱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쐐애액!

그런 그의 눈에는 한 명의 여인이 분노한 암호랑이같이 질풍 같은 기세로 사당 안으로 뛰어드는 것이 보였다.

“폭...폭렬검후”

“네, 네년이 어떻게 여기를!”

사우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성난 암사자같이 사당 안으로 뛰어든 여인의 나이는 대략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일신에는 짧은 가죽옷을 걸쳤으며 여자임에도 무려 육척에 가까운 훤칠한 키였다.

키뿐만 아니라 몸매 또한 차라리 우람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풍만한 여인이었으나 용모까지 사내 같지는 않았다.

가죽옷 밖으로 구릿빛 팔다리를 다 드러낸 그녀의 용모는 아주 아름다웠다. 섬세하고도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한눈에 그녀의 성격이 활달하고 호방함을 알 수 있었다.

극도의 분노 때문일까, 지금 여인은 제멋대로 풀어헤친 머릿결이 허공을 향해 곤두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성난 사자가 갈기를 세운 형상과도 같았다.

“죽… 인다!”

실내로 뛰어든 그녀는 이를 갈며 격렬히 사우를 덮쳐왔다.

꽈르르릉!

무서운 우레성이 일며 여인의 손에 들린 한 자루 시커먼 철검이 그대로 사우를 뽀개갔다.

“헉!”

막 설지의 몸에서 일어서던 사우로서는 그 질풍같은 여인의 일격을 피할 여유가 없었다.

헌데 사우의 안색이 나름대로 여유가 있었다.

따땅!

“크윽!”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하나의 인영이 후딱 뒤로 물러섰다.

쓰러질 듯 비칠거리며 뒤로 물러선 자는 바로 여인이었다.

철검을 든 그녀의 손아귀가 찢겨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호신강기!

이것이 사우가 여유를 가졌던 이유였다.

하지만, 여인의 공격이 강했는지 사우의 안면은 고통에 찡그리면서 신음성을 냈다.

“크흑, 소...소문보다 두 배 이상 강하구나! 폭렬검후!"

폭렬검후!

이것이 여인의 별호였다.

여자로서는 실로 기이한 별호가 아닌가?

하지만 그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폭렬검후라 불리는 그녀의 특이한 별호를 이해할 것이다.

설리!

이것이 여인의 이름이다.

그녀는 바로 검모 설지의 친동생이다.

동시에 그녀는 천검문의 전대문주 칠성검조의 막네 딸이다.

전대 문주인 칠성검조는 자식이 없이 지내다가 말년에 두 딸을 나았다.

설지와 설리 자매였다.

두 자매는 성격자체가 전혀 달랐다.

순하고 기품이 있던 설지와 다르게 남자처럼 화끈하고 저돌적인 설리였다.

거기다가 무학의 자질마저 빼어나, 칠성검조는 가끈 저 아이가 남아로 태어났으면 하는 말을 가끔 탄식 할 정도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도로 설리는 사내를 무색케 하는 호방한 성격과 일대종사의 기도를 지니고 태어났다.

평소 그녀의 성격은 쾌활하고 호방하기 이를 데 없으나 불의를 보거나 분노하면 그녀는 마치 걸어 다니는 화탄 같이 돌변하고 만다.

그래서 천검문의 문하들은 그녀를 폭렬검후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어찌 알았는지 지금 그 폭렬검후 설리가 천인공노할 만행이 자행되고 있는 검혼관에 들이닥친 것이다.

“역시 소문대로 칠성검조의 자질은 둘째인 폭렬검후에게 갔다는 말이 사실이군!”

사우는 급히 바지를 입으면서 외쳤다.

설리는 무섭게 분노하며 이를 부득 갈았다.

“짐, 짐승만도 못한 놈!”

그녀 앞에는 언니인 설지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사지를 벌리고 누워 있지 않는가? 누가 봐도 사내에게 능욕당한 모습임이 틀림없었다.

설리는 무참하기 이를 데 없는 언니의 모습에 극도로 분노했다. 그녀의 긴 머릿결은 절로 곤두서 마치 성난 사자의 갈기처럼 변했다.

“죽여 버리겠다! 더러운 사내놈!”

설리는 분노의 폭갈을 내지르며 그대로 철검을 휘둘러 사우를 휩쓸어갔다.

우르르릉!

그녀의 철검에서는 우레성 같은 진동이 일어나며 막강 무비한 검기가 폭발했다.

“어딜!”

사우는 품속에서 하나의 철선을 꺼내 설리에게 맞섰다.

차차창!

요란한 쇳소리가 터졌다.

“크윽, 이럴 수가!”

“커흑!”

이어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두 인영은 쓰러질 듯 비칠거리며 물러났다.

두 사람 모두 안색이 백지장같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는데 특히 사우의 손에 들려있던 철선은 마치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갔다.

사우는 자신이 설리에게 밀린 것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오만하도록 자부심이 매우 강한 사우였다.

같은 나이 또래에서는 오직 자신의 사형제들만이 자신을 상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 사나운 암사자의 분노의 일검에 밀린 것이다.

사우는 목구멍까지 치미는 기혈을 억누르며 전율했다.

(상상 이상이다! 이 끔찍한 계집은 이미 후기지수의 수준을 벗어났다!)

사우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머리를 굴렸다.

“우와아!”

쐐애애액!

그때 설리는 암사자같은 포효성을 내지르며 재차 음적을 향해 휩쓸어갔다.

“이거나 먹어라!”

그 순간 사우는 품 속에서 하나의 주머니를 꺼내 그대로 설리에게 내던졌다.

퍽!

그 비단주머니는 설리가 일으킨 검기에 휩쓸려 그대로 터져 버렸다.

푸스스스!

그 순간 주머니 속에서 돌연 분홍색 독무가 확 번져 나오지 않는가?

“비겁한!”

설리 말하며 분노의 일갈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급히 호흡을 막아 분홍 독무를 들이마시는 것을 방지했다.

스파앗!

“흑~!”

그 찰나의 순간 멈칫하는 설리의 가슴팍으로 한 줄기 섬광이 벼락처럼 뻗어왔다.

그것은 실로 창졸간의 일인지라 미처 피할 수도 없었다.

설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마혈이 찍혀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그 모습에 사우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쓰러진 그녀를 음험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사우는.

“흐흐! 좋아 자매를 동시에 취하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

“서, 설마 네놈......!”

사우의 음탕한 말을 들은 설리는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이자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 챈 것이다.

사우는 제압된 설리를 놔두고 설지에게 다가갔다.

설지는 뜨거운 숨을 헐떡이며 연신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녀의 기품있는 옥용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방금 전 사우가 터뜨린 분홍 독무는 강력한 최음제로 설지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것을 다량 흡입하여 중독된 것이다.

지금 설지는 차마 보기 민망한 치태를 연출했다. 그녀의 새하얀 두 다리는 활짝 벌려져 있었는데 그녀는 그 사이의 계곡을 자신의 손으로 안타깝게 애무하고 있었다.

설지의 낮 뜨거운 치태를 본 사우는 새삼 욕정이 불끈 치밀어 올랐다.

“흐흐! 알겠소, 검모! 너무 재촉하지 마시오!”

이어 사우는 설지의 머리를 잡고, 질질 끌어서, 그녀의 동생 설리 옆으로 이동시켰다.

이어 그자는 설지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를 노려보며 서둘러 바지를 벗어 내렸다.

“언니를 괴롭히지 마라!”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설지는 울부짖었다.

그러나 사우는 조소를 흘리며 빈정거렸다.

“흐흐! 순서를 기다리시지!”

“언니 다음 바로 네년 차례니까!”

사우는 쓰러진 설리의 곁으로 바짝 다가서며 속삭였다.

“사실 저 계집은 지금 강력한 최음제에 중독당했다. 만일 사내의 양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욕화가 골수에 미쳐 죽거나 미치게 될 것이다!”

“그, 그럴 수가!”

사우의 말에 설리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사우는 음탕하게 지껄이며 설지의 몸에 손을 가져갔다.

“흐흐! 그러니 본 공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경하거라!”

설지는 자지러질 듯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퍼득거였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사내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자 그 즉시 발정난 짐승처럼 돌변하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 어디에도 온화한 기품을 지닌 검모의 품위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설지가 사우에게 희롱당하는 것을 본 설리의 옥용이 새하얗게 변했다.

“안된다, 이 짐승같은 놈!”

그녀는 처절하게 울부짖었으나 마혈이 찍힌 그녀가 지금 언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우는 참당한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설지를 쳐다보고 음탕하게 히죽 웃었다.

“흐흐! 부인 다시 한 번 영원히 잊지 못할 열락을 맛보여주지!”

흉칙한 일부를 드러낸 사우는 설지의 허벅지에 손을 가져갔다.

헌데 그자가 막 설지의 다리를 벌리려고 할 때였다.

“멈춰라! 뒈지고 싶지 않다면!”

돌연 싸늘한 일갈이 자매를 능욕하려던 음적의 귓가로 천둥처럼 들려왔다.

“헉! 웬 놈이냐?”

사우는 질겁하며 급히 두 자매에게서 떨어졌다.

언제였을까?

화라락!

사당의 문간에는 한 명의 흑의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붉은 기운이 도는 장발에 한 자루 도를 짊어진 청년!

그는 바로 적뢰였다.

사실 적뢰는 이번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검혼관 주변에 폭렬검후 설리가 있기에 설리에 살짝 기척을 보내 이곳 검혼관으로 오게 만들었다.

원 스토리 상, 폭렬검후의 무공이 구지마룡 사우보다 더 강하다고 알고 있었기에 사건은 쉽게 해결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설리와 사우가 대결을 하니, 막상막하 아니 사우가 반수 정도 앞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지식과 다른 상황이 일어나자 할 수 없이 적뢰가 나선 것이다.

이번 일에는 적뢰의 실수가 있었다.

실수는 시간의 오차이다.

적뢰의 지식에서는 설리와 사우의 충돌은 앞으로 3개월 후에 있는 일이었다.

그 3개월 사이에 큰 변수가 있는 것을 적뢰가 몰랐던 것이다.

실상은 검모 설지가 오늘 사우를 제거하고 자신역시 자결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뒷일을 부탁하기 위해, 동생 설리에게 파사신검결을 맡기었다.

그러나 실패를 하고 제업당해 가짜 검모가 천검문으로 오게 되어 가짜 검모와 설리가 크게 싸워 설리가 잠시 천검문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무림을 떠들면서 가지고 있던 파사신검결을 연공을 하면서, 나름대로 성취를 얻고 나서 용비강을 만나 천검문을 귀환하여, 천검문의 음모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숨겨진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적뢰였기에 이런 오차가 생긴 것이다.

“네놈의 행한 악업은 죽이기에 충분할 정도다!”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더러운 목숨이나마 취하지 않겠다!”

이렇게 나서게 된 이상, 나름대로 협객다운 모습을 보이는 적뢰였다.

“웬 헛소리냐?”

두 자매를 능욕하기 직전에 방해를 받은 사우는 사납게 흉성 지르며 옆에 떨어져 있던 검을 잡아 출수를 하였다.

“죽어랏! 버러지 같은 놈!”

쐐애액!

사우의 흉성과 함께 강렬한 기세로 적뢰를 찔러갔다. 검에 담겨 있는 검기의 쾌속함이 가히 일절이라 할 만했다.

물론 그것은 일반 무림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적뢰는 사우의 주 무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주 무공도 아닌 검으로 자신을 공격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살수 펼치기에 확실한 징계를 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놈!”

꽈르릉~!

적뢰의 입에서 천둥치는 것 같은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오른손이 그대로 내질러졌다.

그의 그런 모습에 사우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미친놈! 검을 맨손으로 상대하려 들다니!)

사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냉소하였다.

적뢰의 손이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찔러오는 검과 충돌하자.

검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아닌가.

(저, 저럴 수가!)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설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사우가 가진 검은 자신의 검이 아닌가.

비록 신검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천검문 내에서 명검이라 소리는 듣는 검이었다.

그런 검을 맨 손으로 산산조각을 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천강수!

500년 전 정파제일고수였던 천강신군의 주 무공을 시전한 것이다.

손을 신병이기처럼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드는 천강신군의 대표적인 무공.

그 결과 사우의 검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헉...!”

콰쾅!

사우는 자신의 내력이 담긴 검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적뢰가 보통이 아니라 것을 느끼고 재빠르게 몸을 옆으로 날리면서 건물의 벽을 부수며 벼락같이 달려 나갔다.

그러나 적뢰는 가만히 서서 사우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사실 적뢰는 사우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 중에 사우가 관련이 된 일이 있기에 가능한 큰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적뢰의 바램이다.

“나, 나를 풀어다오!”

그의 옆에서 치욕이 가득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적뢰는 그제서 흠칫 정신을 차리고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뜨거운 분노의 불길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째려보는 폭렬검후 설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상태에서 풀어주다간 설리의 성격상 뭔가 크게 사단이 날 것 같았다.

우선 설리를 진정시킬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뢰는 어떤 무공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바로 천상음마가 여성들을 유혹할 때 사용한 표향심결을 사용하였다.

“마혈이 찍혔습니까?”

적뢰는 심결을 사용하면서, 어색한 음성으로 설리에게 다가섰다.

설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피잇!

그는 즉시 지력을 날려 설리의 마혈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설리는 벌떡 일어나 적뢰를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갑작스럽게 천검문의 시설에 출현한 외부인이니까 의심스러운 당연한 것이다.

물론 폭렬검후를 아는 사림이 보았다면 매우 놀라고 있었을 것이다.

평소의 폭렬검후라면 마혈이 풀리자마자 적뢰에게 공격부터 할 성격이었다.

그런데 적뢰를 경계하기만 하고 있었다.

설리, 그녀 자신 역시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바로 잊어버렸다.

(이자의 정체는 뭐지?,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우선 진정부터 하자.)

한데 그때 한쪽에서 숨넘어갈 듯이 뜨겁게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모 설지가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욕정으로 헐떡이며 광란하고 있었다.

다량의 최음제에 중독당한 설지는 미칠 듯이 욕정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사지를 비틀 때마다 풍만한 그녀의 육체가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그녀의 한 손은 자신의 젖무덤을 움켜쥐고 있었으며 다른 한 손은 벌려 세운 허벅지 사이에서 안타깝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언니의 모습을 설리는 당혹함과 함께 다급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위험하다. 저대로 두면 언니는 정말로 죽거나 미치광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일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아무리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여장부라 해도 음약에 중독된 언니를 구해줄 재간은 없었다.

(그 음적의 말을 빌리자면 사내의 양정을 흡수해야만 해독된다고 했는데!)

머리를 굴리던 설리는 시선이 절로 적뢰쪽으로 향했다.

지금 적뢰는 설리등에게 등을 보인 채 검혼관의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리는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언니를 죽게 할 수는 없다. 비록 이미 음적에게 더럽혀지신 몸이라 해도……!)

어쨌든 설지는 설리 자신과 피를 나눈 자매 사이다.

그녀가 죽는 것을 이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설리는 적뢰를 바라보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를 구해줄 수 있는 사내는 저자밖에 없다!)

이윽고 그녀는 결심이 선 듯 몸을 일으키며 적뢰의 등에 대고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요!”

적뢰는 그제서 돌아서며 설리를 주시했다.

설리는 입술을 깨물며 말을 꺼냈다.

“대강 사정을 아시겠지만 저분은 지금 사내가 필요해요. 방치해 두면 오늘밤이 가기 전에 돌아가실 거예요!”

그녀의 말에 적뢰는 흠칫했다.

“서, 설마 소저는 나보고!”

그는 설리의 말뜻을 짐작한 듯이 안색이 변했다.

설리는 간절한 표정으로 적뢰를 주시하며 말했다.

“그래요. 저분의 요구를 들어 주세요. 그럼 이 검경을 드리겠어요!”

말과 함께 그녀는 손에 들고있던 파사신검결을 내밀었다.

적뢰는 단호한 표정으로 거절했다.

“못하오! 그럴 수는 없소!”

하지만 설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알아서 하세요. 난 할말을 다했으니 결정은 당신이 내리도록 하세요!”

파앗!

말과 함께 그녀는 파사신검결을 적뢰의 발치에 던져놓고 검혼관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소, 소저!”

적뢰는 다급하게 외치며 그녀를 따라 나가려 했다.

콰앙!

그러나 설리는 밖에서 거칠게 검혼관의 문을 닫아 버렸다.

“현재 그분을 구할 사람은 당신뿐임을 명심하세요!”

설리는 무심한 음성이 문이 닫힘과 함께 멀어져 갔다.

“소저!”

그는 당혹한 음성으로 외치며 검혼관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나가지 못했다. 설지의 뜨거운 신음이 적뢰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그녀는 지금 위험한 상태였다. 사지를 푸들푸들 경련하며 눈을 까뒤집으며, 입으로는 허연 거품마저 물고 있지 않은가?

적뢰가 그대로 설지를 방치해두면 그녀가 일각 내에 심맥이 파열되고 죽고 말 것을 알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