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생일대의 위기 -- >북궁후도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영호성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남의 도움으로 얻은 것을 잠시 보관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버리니까 편한 마음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물론 그저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체념이 주는 편함은 진정한 의미의 편안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북궁후가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까 말했듯이 노부는 철혈대본영의 규칙을 그대로 집행하기로 했다네. 신룡검회의 규칙은 활약이 가장 큰 자를 우승자로 하여 노부의 사위로 맞는 것이지. 자네는 검회 우승자가 되어 수연이의 신랑이 될 수밖에 없어.”그 말에 영호성과 염추비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하단전을 폐지한다면서 사위로 맞는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았다. 내가고수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 되어버린 자를 철혈성존이 사위로 맞는다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의혹에 찬 두 사람의 얼굴을 훑어보면서 북궁후는 다시 말했다.회1/4 쪽
“다시 강조하지만 노부는 무조건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야. 신룡검회 규칙도 지키고, 환락혈교 사건 처리에 관한 규칙도 지킬 것이야. 그러려면 자네는 노부의 사위가 된 후 하단전이 폐지되어야해. 결혼전에 하단전 폐지는 가혹하니까 첫날밤을 치르게 하고 다음날 아침에 마무리 작업을 할 것이야. 그리고 본영에서는 최고의 의술과 최고의 심법을 활용하여 자네가 새로운 몸으로 내공을 닦아 고수의 반열에 오르도록 도울 것이야.”그는 이 말을 끝내면서 염추비에게 시선을 던졌다. 염추비의 의술 실력이 막중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공을 제거하고 하단전을 한 번 완전히 폐해버린 영호성이 철혈대본영의 내공심법과 염추비의 의술이 결합한다한들 과연 어느 정도 기간에 지금 수준의 내공을 갖추게 될 것인가?그것이 안개와도 같은 허무한 약속임을 염추비와 북궁후, 영호성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북궁후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만들었고 자신이 세운 규칙을 자신이 앞장서서 지키지 않으면 권위가 붕괴될 수 있다고 믿는 존재였다. 어찌 보면 꽉 막힌 절벽 같은 사나이였다. 그가 아니고서는 영호성을 사위로 맞아들2/4 쪽여놓고서 하단전을 폐지하여 폐인으로 만드는 엉뚱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놓고 고수가 되도록 돕겠다니 이는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영호성은 억지로 담담하게 가라앉혔던 마음이 다시 들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강제결혼! 이것은 영호성 같은 자유인에게는 하단전 폐지보다 더 싫은 형벌이었다. 하단전 폐지는 상실감이야 크겠지만 그 자체가 장기적인 구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혼은 이혼을 하고 갈라설 때까지는 속박이다. 그런 속박을 북궁후는 강제로 시키려는 것이다.영호성은 북궁후가 자신에게 수갑을 채워서 감옥에 가두려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감옥에 가두면서 힘까지 빼앗아가려는 것이다. 영호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떨며 소리쳤다.“강제결혼은 안됩니다. 차라리 하단전만 폐지한 후 사정없이 내쫓아주십시오.”북궁후는 서서히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그건 안돼. 자네 운명은 이미 정해졌어. 자넨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어.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지. 우리 모두 힘을 합해3/4 쪽서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하단전이 완전히 폐지된 자가 얼마나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지 기록을 남겨보자고.”염추비가 들릴듯말듯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북궁후는 영호성에게 두 손을 뻗으면서 다시 말했다.“미안하지만 자네의 숙소를 특실로 옮기겠네. 행여 판단을 잘못하여 달아날까봐서 예방조치를 취하려는 것이야. 그게 나도 좋고 자네도 좋은 일이지.”말이 특실이지 사실상 연금상태로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영호성의 몸뚱이는 쑤욱 빨려서 북궁후의 양팔로 안겼다. 북궁후는 영호성을 어깨에 둘러매고서 창가로 다가갔다. 그는 이 방에 들어올 때처럼 창을 통해서 빠져나간 후 어두운 밤하늘로 야조처럼 훨훨 날아갔다. 그가 날아가는 방향은 철혈대본영 북쪽이었다. 영호성의 위기를 하늘도 알고 있는지 별빛도 달빛도 구름에 가려져 칠흑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 작품 후기 ============================4/4 쪽
등록일 : 12.05.31 01:22조회 : 1165/1174추천 : 12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 작품 후기 ============================쿠폰 부탁드리면 무리일까요? 앞으로는 색협천하 올리는 간격을 조금 좁히겠습니다. <검풍색풍> 하루 한 편 원칙은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4/4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