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빙백무공의 탄생 -- >예운영은 영호성의 왼팔꿈치를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만져보았다. “이 곳에 내 몸에서 나온 냉기가 자그마한 내단이 되어 자리하고 있단 말이지.”“그래.”예운영의 눈에 기쁨의 빛이 물씬 떠올랐다. 분명히 기뻐하는 빛인데 어딘가 처연한 느낌이 드는 색조였다.“오빠 팔꿈치 속에 내 분신이 있으니까 날 완전히 잊어버리는 일은 없겠군.”그 말을 듣자 영호성은 가슴이 뭉클하는 기분이었다. 예운영은 앞으로 영호성을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떠나지 말라고 붙잡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얼마에 한 번씩 만나자는 요구도 없을 것 같았다.영호성은 자신이 먼저 미래에 관한 약속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잊다니? 최소한 일 년에 한번은 운영이를 찾아올 생각인데 어떻게 잊을 리가 있어.”회1/6 쪽등록일 : 11.06.17 22:32조회 : 1732/1739추천 : 23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그는 말을 하면서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예운영은 그의 품에 꽉 밀착한 채 고개를 올려다보며 영호성의 턱에 입을 쪽 맞춘 후 물었다.“오빠가 신룡검회 우승자가 되면 결혼을 해야하잖아. 아까 북궁자매 중 더 젊은 여자가 신부가 되는 거지? 신부 허락을 얻어서 일년에 한번씩 날 찾아오겠다는 것이야?”영호성은 얼른 고개를 가로 저었다.“허허, 난 우승해도 결혼 안한다.”그 말에 예운영의 눈이 커지며 눈동자에 잔 파랑이 일었다.“그럼 나하고 결혼하겠다는 거야?”영호성은 그윽한 미소를 입가로 피워 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바짝 숙여서 예운영의 이마를 자신의 머리로 비벼주면서 말했다. “색협은 결혼이란걸 하지 않는단다.”그 말에 예운영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2/6 쪽“아니 왜?”“색협이니까. 잘 생각해봐.”예운영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며 입술을 불쑥 내밀었다. 깊은 상념에 빠질 때 입술이 조금 튀어나오는 것은 영호성에게 있는 습관인데 예운영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예운영이 따져보니, 위기에 처한 여인이 색을 필요로 할 때 아낌없이 협행을 해주려면 바가지를 긁어대는 마누라가 없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산신녀궁이 불가나 도가도 아니면서 독신여성들로 이루어진 문파인 것도 평생 티격태격해야 할 남편이란 존재가 불필요하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물론 결혼을 원하면 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매우 엄격한 제한조건이 있었다.예운영은 지하석실에 있을 때 영호성의 신부가 되겠다고 소리친 것이 철없는 행동이었음을 깨닫고 있었다.자신의 처지나 영호성의 입장에서나 두 사람의 혼인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니 그녀의 처지와 영호성의 철학이 조화되는 측면이 있었다.3/6 쪽그녀의 어머니인 전대궁주도 결혼은 하지 않고 예운영을 낳은 것이다.예운영은 자신의 아비가 누군지 모른다. 그녀의 어머니 혼자서 알다가 평생 비밀로 간직하고 저 세상으로 갔던 것이다.여자들만 모여 있고, 여자끼리 대를 이어 내려가는 무산신녀궁의 궁주 입장에서 영호성은 안성맞춤인 연인이었다. 비록 여러 여자와 사랑을 나눌지라도 자신을 잊지 않고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이상 찾아온다니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었다.예운영은 약간의 서운함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른한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벼대며 가만히 있었다.영호성이 그녀의 머리를 자신이 턱 끝으로 어루만지면서 속삭였다.“이제 운영이 무공을 보고 싶어.”그 말에 예운영이 고개를 치켜들고 영호성의 눈을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갑자기 깨어나서 무공이 잘 될지 모르겠어. 게다가 그전과 지금 내 몸은 다르4/6 쪽단 말이야. 내가 장풍을 갈기면 북극 냉기같은 찬 기운이 뻗쳐나가서 맞은 물건이 죄다 얼어붙었어. 근데 냉기가 다 빨려나가 버렸으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어.”그녀는 자신의 냉기가 다 사라져 버린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영호성이 얼른 입을 열었다.“운영이가 잘못 알고 있어. 일부는 내 몸 속으로 빨려 들어서 왼팔꿈치에서 내단이 되었고 일부는 내가 투입한 양기와 융합되어 찬 기운만 줄어든 채 여전히 운영이의 몸속에 남아있어. 아마 후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야.”그 말에 예운영의 눈이 번쩍 커졌다가 금세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그녀는 자신의 뒤통수를 한 대 툭 때렸다.“이런 바보 같이. 그게 나의 진원지기인데 다 나갔으면 죽었지.”마음이 가벼워진 그녀는 영호성의 품을 빠져나와서 한 커다란 나무를 노려보며 손을 풀었다.============================ 작품 후기 ============================많은 추천과 선작은 작가의 연참을 유도합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5/6 쪽자매작 <검풍색풍> <색몽기협> <황금강호> <검도색도>웹 노벨 <新유가삼웅전> 600회가 넘었습니다. 검풍색풍이 정사 아닌 부분도 재미있는 분은 新유가삼웅전도 흥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6/6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