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색(色)을 알아버린 소녀 -- >영호성은 고지식한 예운영의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그는 긴 한숨을 쉰 후 결단을 내렸다.마냥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어차피 부닥쳐야할 일이라면 빨리 겪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이다. 칠십 년 세월이 흘렀다 해도 자신의 불치병이 치유된 것을 깨닫는다면 충격이 가라앉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었다.영호성은 침상에서 일어나 탁자가 나왔던 벽의 빈 공간을 향해 걸어갔다. 예운영이 의아한 듯 물었다.“오빠, 어디 가는 거야?”“응, 배가 고파서 누굴 불러야 되겠어.”탁자가 나왔던 벽 공간에는 천장 속으로 연결된 줄이 있었다.황의노파는 연락할 일이 생기면 이 줄을 잡아당기라고 했었다. 영호성은 줄을 잡아서 세차게 잡아당겼다.회1/8 쪽등록일 : 11.04.23 21:30조회 : 2035/2042추천 : 1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위쪽에서 무슨 종소리 같은 음향이 미세하게 청각에 포착되었다. 뒤에서 예운영이 의아한 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종소리가 달라졌네. 종을 바꾼 건가.”영호성은 침상으로 돌아와서 예운영 옆에 걸터앉았다. 그가 다시 앉자 예운영이 품속에 몸을 기대며 입술을 불쑥 내밀었다.“오빠, 입맞춤하면서 기다리자. 조금만 있으면 오랑(五娘) 중 한 명이 올 거야.” 영호성은 오랑이 황의노파 등 다섯 노파를 가리키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예운영은 다섯 노파가 칠십년 전 어린 소녀들일 때 모습을 기억하고 그 소녀들 중 한 명이 나타나리라고 말한 것이다.영호성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황의노파 등이 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하자 마음이 쓰려왔다. 황의노파가 예운영이 귀식대법에 든 사이에 칠십년이 흘렀다는 진실을 바로 말할 것인지 아니면 뒤로 보류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머지않아 밝힐 것이라는 점이었다. 2/8 쪽그는 애잔한 눈빛으로 예운영을 내려다보다가 그녀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입술이 하나로 포개졌다. 입술 두 개가 서로를 마찰하고 비비더니 두 입에서 동시에 혀가 스르르 빠져나와 하나로 뒤엉겼다. 수뱀과 암뱀이 꼬아리를 틀고 서로의 몸을 엮듯이 두 사람의 혓바닥은 절묘하게 엉기며 습윤한 소성을 냈다. 쯥 쯔읍 쯔으읍 츠읍!입맞춤이 점점 더 열기를 띠어가고 있을 때 복도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영호성과 예운영은 입맞춤을 풀고 복도에 시선을 주었다.황의노파 등 다섯 명의 노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파들은 예운영이 멀쩡한 모습으로 침상가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더니 입가 근육이 푸르르 떨리기 시작했다.거리가 가까워지자 다섯 노파는 얼굴 뿐 아니라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대었다. 놀랍다거나 공포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3/8 쪽노파들의 눈에는 격동과 회한의 빛이 역력히 떠올라 있었다. 눈가에 물기마저 은은히 고이더니 침상이 가까워지자 구슬 같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노파도 있었다.예운영은 다섯 노파가 들어서자 고개를 갸웃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황의노파가 영호성과 예운영이 앉아있는 바로 앞까지 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머지 네 노파도 덩달아 무릎을 꿇었다. 영호성은 노인들이 무릎을 꿇었는데 침상에 편히 걸터앉아있기가 어색해서 일어나 버렸다. 예운영도 덩달아 일어났다. 황의노파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가씨! 깨어나셨군요.”예운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그래요. 아까 깨어났어요. 근데 할머니들은 누구세요?”“저저, 저희들은….”4/8 쪽그녀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영호성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예운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입술을 나풀거렸다.“할머니들은 언제 본궁의 식솔이 되었지요? 내 침소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요?”황의노파가 긴 한숨을 쉬며 반문했다.“아가씨 몸은 좀 어떻습니까?”“내 몸이요?” 예운영은 팔을 휘휘 저어보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나서 답했다.“날아갈 것처럼 가뿐해요. 어제 잘 때는 몸이 좀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달라요.”그녀는 영호성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영호성 오빠 덕분이에요. 영호 오빠는 누가 초빙했나요? 참 그건 그렇고 5/8 쪽
대체 할머니들은 언제 본궁으로 들어온 거예요?”그녀는 질문을 연달아 퍼붓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바꾸었다.“아니 참,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오랑은 지금 어디 있어요? 오랑은 어디 가고 왜 할머니들이 온 거예요?”황의노파의 안면 근육이 푸들푸들 떨렸다. 그녀는 답을 할듯말듯하면서 입을 실룩거릴 뿐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그때였다. 흑의노파가 울음을 터뜨렸다.“흐윽! 엉엉엉! 아가씨! 저희들이 오랑이에요.”그 말에 예운영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몇 번 끔벅거리더니 급히 되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이번에는 황의노파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나서 답했다.“저희들이 바로 오랑입니다.”6/8 쪽
그녀도 답을 하고 나서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다섯 노파 전체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어대자 예운영의 표정이 화강암처럼 굳어버렸다. 얼굴만 굳은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석고상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예운영은 아무 동작도 없이 다섯 노파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영호성은 깊은 한숨이 나오려고 했지만 숨소리까지 죽이고 가만히 서있었다.동상이 된듯 얼어붙어 있던 예운영이 몸에 잔 떨림이 일기 시작했다.그녀는 마치 폭풍 만난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어댔다. 다섯 노파의 울음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예운영이 입술을 깨물며 몸의 경련을 억지로 진정시키더니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엄마가 나도 모르게 내가 잠든 사이에 귀식대법을 내 몸에 전개했군요.”황의노파가 떨리는 음성으로 답했다.“예, 그렇습니다.”7/8 쪽
그녀는 죽을죄라도 진 듯이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나머지 네 노파도 모두 머리를 땅바닥을 향해 숙였다.읽으시고 난 후에 재미가 있으면 추천해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재미 없어도 추천해주시면 더욱 더욱 더~ 감사하겠습니다.많은 추천과 선작은 작가의 연참을 유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저의 노블레스 작품 목록><검풍연풍> 에로코믹 무협의 결정판입니다. 제 작품 중 색협천하와 더불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색협천하>검풍연풍과 더불어 양대주력작품입니다. 8/8 쪽
기타 작품의 재미 순위는 <색몽기협> <황금강호> <검도색도> 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개인 취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습니다. 8/8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