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산신녀궁(巫山神女宮) -- >비파가락은 점점 커졌다. 그 음률은 기이하게 높아졌다가 낮아지면서 원정대원들의 심금을 뒤흔들었다. 대원들은 저도 모르게 고향에 두고 온 처자나 연인을 떠올렸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갑자기 뚝 끊어졌다. 그 대신에 한 무리의 그림자가 대원들의 시야에 희미하게 잡혔다. 얼추 십여 명의 그림자가 남서 방향에서 나타나서 사당 앞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그들은 정확히 열두 명의 여인들이었다. 제각각 다양한 색상의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인들이 비파를 하나씩 둘러메고 나타난 것이다. 대원들은 숨어있는 곳에서 눈만 내밀고 여인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워낙 어두워서 여인들의 용모를 뚜렷이 식별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영호성은 높은 내공 덕분에 열두 여인이 매우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있음을 여실히 알아보고 있었다.이때 북궁수란은 옆에 있는 음요나찰의 귀에 전음을 날렸다. 회1/6 쪽등록일 : 10.07.02 21:47조회 : 2171/2178추천 : 17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사자가 여인들이었나요? 고개짓으로 답해요.’음요나찰은 얼른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때 열두 여인 중 한 명이 주변을 둘러보며 청아한 목소리로 외쳤다.“방문객 분들은 어디 계시지요? 무산신녀궁에서 무산십이화가 영접을 나왔나이다.”북궁수란은 다시 음요나찰의 귀에 전음을 날렸다.‘당신을 맞았던 사자도 무산신녀궁을 언급했나요?’음요나찰은 얼른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회주의 사자를 만날 때의 접선수단을 썼더니 느닷없이 무산신녀궁 소속이라는 여인들이 나타난 것이다. 여인들 속에서 몇 명이 화섭자를 꺼내서 불을 밝혔다. 어둠이 밀려나며 여인들의 용모가 드러난 순간 숲속 곳곳에서 아! 하는 탄성 소리가 흘러나왔다.열두 여인의 미모는 대단했다.한 명씩만 따지면 북궁수연 급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저런 정도의 미색을 갖춘 여인들 열두 명이 한 장소에 한꺼번에 있는 것은 실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2/6 쪽말하자면 홀로 핀 꽃이 아니라 꽃밭인 셈이었다. 남자가 대부분인 원정대원들은 꽃밭속에 들어온 듯한 황홀감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과 신음성을 입밖으로 흘려낸 것이다. “어마, 방문객 분들은 왜 숲속에 들어가 계시지요? 어서 나오세요. 저희들이 본궁으로 안내하겠나이다.”처음 말을 꺼냈던 여인이 놀란 듯 눈을 쫑긋거리며 종달새처럼 지저귀었다. 북궁수란은 어찌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나가자마자 여인들을 제압하여 문초를 할 것이냐, 아니면 일단 방문객을 가장하여 무산신녀궁이란 곳으로 가볼 것인가. 원래 무산신녀궁은 수백년 전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방파였다. 무산에 존재하는 여인들만의 방파로서 이따금 강호로 나와 활약할 뿐 주로 은둔하는 세력이었다. 간혹 강호상의 활동을 할 때 알려진 무공이 운무천라검법(雲霧天羅劍法)이었다.무산신녀궁의 마지막 강호 활동은 북궁수란의 부친인 북궁후가 태어나기도 전의 오랜 일이었다. 따라서 세인들은 무산신녀궁이 사라진 줄로 알고 있는데 느닷없이 오늘밤 그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3/6 쪽호기심을 느낀 북궁수란이 일단 무산신녀궁이란 곳으로 가보기로 작정하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 전에 곳곳에서 대원들이 일어나면서 바스락 소리가 요란하게 일었다. 북궁수란의 아미가 상큼 치솟았다. 사내들이 미색에 이끌려서 앞장서서 일어나는 꼴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 대원들이 숲 밖으로 나와 열두 여인을 빙 에워쌌다. 여인들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향긋한 지분 내음이 코를 간질였다. 영호성은 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면서 지분 냄새를 수없이 맡아 보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향기롭게 후각을 적셔주고 행복감을 진하게 안겨주는 냄새는 처음이었다. 영호성은 여인들이 매우 독특하고 뛰어난 화장품을 쓴다는 생각을 하면서 냄새를 음미했다. “어마!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오신 줄은 미처 몰랐어요.”여인들은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몇몇은 손님이 많아서 좋다며 까르르 웃기도 했다. 4/6 쪽
대원들도 덩달아 웃었다. 몇몇이 인사를 하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북궁수란은 원정대의 기강이 한 순간에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자! 무산신녀궁은 어디에 있나요?”북궁수란은 일부러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서 힘주어 소리쳤다. 대원들더러 정신을 차리라는 암시였다. 여인들 중 대표로 말을 하던 자가 북궁수란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정식 초청장도 받기 전에 이렇게 왕림해주신 것을 감사드려요. 천녀는 무산십이화를 이끄는 목련화랍니다.”그녀는 날아갈 듯이 사뿐히 큰절을 올렸다. 북궁수란이 있는 방향에 이어 다른 쪽를 향해서 연속 네 번의 큰 절을 올렸다. 대원들은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목련화는 이어 나머지 여인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장미화, 들국화, 백일홍, 금잔화, 창포화, 모란화, 채송화, 해당화, 봉선화, 보춘화, 산당화 이렇게 열한 명의 여인이 목련화에 이어 차례로 사뿐히 큰절을 올렸다. 대원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음은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북궁수란은 못마5/6 쪽
땅한 기분이 들었으나 꾸짖기도 어색한 상황이라서 잠자코 있었다. “그럼 무산신녀궁으로 손님들을 안내하겠습니다.”마침내 목련화를 필두로 하여 무산십이화가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그녀들의 뒤를 따라서 숲을 빠져나가 남서 방향으로 이동해갔다. 6/6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