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118)

< --  삼협에서 겪은 일  -- >백제성은 봉우리 꼭대기를 끼고 자리한 산성으로 구당협의 물줄기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전한 말에 공손술이 이곳에 들렀다가 우물 속에서 백룡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한(漢)나라의 명운을 자신이 받게 되었다고 하여 자기를 백제(白帝), 그 성을 백제성이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촉한의 유비가 이곳의 견고한 지세를 이용하여 오나라군의 침입을 막은 바 있었다. 그 후로 유비, 제갈양 등을 제사지내는 묘당이 있는 유적지가 되었다.   아득한 옛 왕조의 최후 거점 역할을 했던 백제성은 인가라고는 얼마 없는 쇠락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구당협의 풍광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고 그들을 상대로 먹고사는 토착민들 일부가 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정대는 백제성에 올라서서 구당협의 풍광을 감상했다. 혐준한 협곡 사이로 도도하게 물줄기가 흐르는 모습은 가히 절경이었다. 회1/8 쪽등록일 : 10.03.28 21:13조회 : 2639/2650추천 : 2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그 수면 위로 밤하늘의 달과 별 그림자가 깔려있는 장면은 아름다움을 한층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원정대원들은 멋지다는 탄성을 연신 발했지만 웅장하다는 표현을 쓰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깎아지른 만장애가 즐비한 고원에 있다가 왔으니 웅장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백제성 안에 사는 거주민들 대부분이 창을 열고 원정대를 주시했다. 이백여 기의 인마가 늦은 저녁에 한꺼번에 성을 찾는 것은 드문 일이라서 모두들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원정대를 바라보았다.일행 중에는 가랍파와 음요나찰도 있었다. 두 사람은 말등에 묶인 채 짐짝처럼 실려진 상태였다. 북궁수란이 옆으로 다가가서 음요나찰의 턱을 치켜들고 말을 건넸다.“자,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볼 때 접선장소가 어느 방향이냐?”음요나찰은 이를 뿌득 갈며 내뱉듯이 말했다.“지금 내 눈에는 어둠 밖에 안보인다. 뭘 보고 답하란 말이냐?”가랍파와 음요나찰은 북궁수란이 취조를 하면서 하단전을 폐해버린 상황이라서 안2/8 쪽력이 보통 사람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교한 달빛과 별빛이 있는 상황에서 구당협의 지세를 본다면 방위 조차 분간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엄살이 심하군.”북궁수란은 말을 성벽 가장자리까지 끌고 가서 성벽에 난 구멍으로 음요나찰의 머리를 집어넣었다. 바깥을 더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해놓고 다시 물었다. “모르겠다면 쓸모가 없으니 여기서 그냥 강으로 던져버리겠다.”말을 하면서 북궁수란의 중지가 음요나찰의 목덜미 천돌혈을 찌를 듯이 눌렀다. 음요나찰의 입술이 다급히 움직였다.“여, 여긴 아니다. 구당협과 무협 사이의 거북이동산에 있는 폐허가 된 옛 사당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 지역 지리를 좀 아는 사람이 물어라.”지척에 있던 당가량이 입을 열었다.“그럼 무산 초입 부근이라는 얘기로군요.”“음, 좋아요. 내일부터 당공자께서 앞장 서서 수고해 주세요.”“그러지요.”3/8 쪽당가량은 신바람이 나서 입이 귀에 걸렸다. 이곳까지 오는 데도 그가 길앞장을 섰는데 접선장소 찾는 것도 자신에게 맡겨진 것이다. 그는 신룡검회 진행상황이 팽팽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자신이 접선장소 찾는데 공을 보태면 우승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행은 유비와 제갈량의 묘당까지 둘러보고 백제성을 나왔다. 인근 숲에서 하룻밤 야숙을 한 뒤에 이른 아침부터 음요나찰을 앞세우고 무산 부근으로 향했다. 당가량이 음요나찰과 대화를 하면서 길을 잡았다. 본래 무협은 물줄기가 흐르는 산악지대의 이름이 무산이어서 무협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무산에는 신녀봉, 집선봉 등 무산십이봉이 있고 명승지가 매우 많다. 당가량은 음요나찰의 설명을 듣고서 기왕이면 여러 명승지를 들르는 길을 잡아서 안내했다. 가랍파 뿐만 아니라 음요나찰도 이 근방의 지리를 잘 아는 자가 아니었다. 구당협으로 온 후에 접선장소로 가는 한 경로만 알고서 필요하면 그 길로 가서 회주를 만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가량은 인근 지리에 환해서 음요나찰의 설명을 들으며 다른 길을 잡아 명4/8 쪽승지를 들르면서도 목적지 부근을 향해서 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직업적인 여행안내자처럼 명승고적을 찾아서 설명까지 해가면서 일행을 안내했다. 북궁수란, 북궁수연 자매가 이것저것 관심을 표하며 질문을 많이 던지자 그는 더욱 신이 나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영호성은 여인들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멀어질수록 편한 기분이 들어서 조용히 일행 속에 섞여서 길을 갔다. 이윽고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당가량과 음요나찰이 더 이상 길을 가지 못하고 난감해 하기 시작했다. 음요나찰의 말인즉슨 과거에 접선장소를 찾아올 때는 항상 나무가 헐벗은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울창하게 신록이 우거진 절기라서 사방의 경물이 헷갈려서 점점 혼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북궁수란은 음요나찰의 목에 칼을 대고 위협을 해보았다. 음요나찰의 태도로 보아 정말로 길이 헷갈리는 것이 확실했다. 주변 경물뿐만 아니라 길 자체가 인적이 드물어서 신록이 우거지면 잡초가 덮어버리5/8 쪽

고 겨울이 되어 풀이 사라졌을 때 길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별수 없이 북궁수란은 대원 열 명을 뽑아서 사방의 가까운 마을로 보냈다. 한 시진이 지나서 돌아온 그들의 말에 따르면 주변 산촌 사람들은 거북이동산이란 이름이 금시초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거북이동산은 이 지역에 있는 단어가 아니라 회주라는 자가 독창적으로 만들어 낸 암호가 분명했다. 음요나찰 말로는 사당이 있는 동산이 양옆 동산과 이어진 모양이 거북이머리, 몸통, 꼬리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산을 찾아가는 경로에서 막혀 버렸으니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더구나 산촌 사람들 말로는 구당협에서 무협 사이의 험곡 곳곳에 옛 사당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다. 일행은 가까운 숲에서 야숙을 한 후 이른 아침부터 의견을 모았다. 불을 지르자는 견해, 네 조로 나뉘어 모든 봉우리를 샅샅이 수색하자는 견해 등 각종 의견이 나왔지만 신통한 것이 없었다. 6/8 쪽

고민 끝에 북궁수란이 대원들을 둘러보며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중단하는 것이 낫겠어요. 사당 자체가 숲이나 덤불에 덮여서 가려져 있을 확률이 높아서 헛고생만 할 가능성이 커요. 겨울철에 음요나찰을 데리고 다시 오면 되는 거예요.”모두들 그녀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한 사람만은 당혹한 기색이었다. 바로 당가량이었다.당가량은 우승 기회가 날아가려고 하자 다급히 입에서 침을 튀겼다. “어차피 무협까지 간 후 북상해도 되지 않습니까. 제가 무협까지 길을 앞장설테니까 천천히 제 뒤를 따라오십시오.”북궁수란이 생각해보니 굳이 여기서 말머리를 돌릴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당가량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가량은 음요나찰의 설명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육감적으로 방향을 잡아서 무협이 있는 쪽으로 길을 천천히 안내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숨 쉴 틈 없이 좌우로 돌리며 근처에 거북이 모양의 동산이 있는지 7/8 쪽

살펴나갔다.그를 따라 다른 대원들도 좌우 지형의 모양을 살피며 길을 갔다. 그렇게 두 시진쯤 갔을까. 당가량이 눈을 화등잔처럼 크게 뜬 채 소리쳤다.“앗! 저깁니다. 거북이 모양의 동산이 늘어져 있지 않습니까.” 당가량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아닌 게 아니라 동산 세 개가 거북이와 유사한 모습으로 이어져 있었다. ============================ 작품 후기 ============================성인무협 <검풍색풍>도 애독 부탁드립니다. 앞부분은 재미가 덜하지만 <아홉 여인과의 쾌락대결>부터는 색협천하보다 더 재미있다는 분이 많습니다. 건전무협 <신유가삼웅전>도 애독해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8/8 쪽

성인무협 <검풍색풍>도 애독 부탁드립니다. 앞부분은 재미가 덜하지만 <아홉 여인과의 쾌락대결>부터는 색협천하보다 더 재미있다는 분이 많습니다. 건전무협 <신유가삼웅전>도 애독해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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