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118)

< --  드디어 시작되는 신룡검회  -- >북궁후는 손을 흔들어 화답하며 걸어 들어왔다. 그러다 동정문주 추가량 등 중요인사와는 악수를 나누고 잠시 담소를 한 후에 청년들의 탁자로 다가왔다. “성존 어르신을 뵙습니다.”철혈대본영 소속의 세 청년이 감격한 표정으로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다른 청년들도 즉시 따라했다. 이때 영호성의 마음은 복잡다단했다. 원래 그는 철혈대본영의 강호 지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북궁후의 영웅적인 과거를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철혈대본영의 최근 행태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천하제일고수요, 무림의 대영웅인 철혈성존 북궁후를 직접 대하게 되니 감개무량하기 그지없었다. 북궁후는 위엄 있게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입술을 떼었다.“오느라 수고들 많았네. 자, 앉게.”      전원 착석하고 난 후 북궁후는 청년들과 한 명씩 이름을 확인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회1/7 쪽등록일 : 09.08.17 09:30조회 : 3899/3921추천 : 29평점 :선호작품 : 2396(비허용)

그러고 나서 탁자에 동석한 사람들을 모두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이번 대회에 즈음하여 총관부에서 획기적인 의견을 개진했네. 여러분께 직접 의향을 묻고 싶네. 뭔가 하면···.”그가 말을 이으려는데 비각주 장위락이 놀란 눈빛을 발하면서 끼어들었다. “획기적인 의견이라니요?”영호성은 이때 장위락의 눈빛과 얼굴 표정이 너무나 조화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봤을 때는 대춧빛 피부와 투박한 딸기코, 거친 수염과 각진 턱이 주는 사나운 느낌을 맑고 천진한 눈빛이 상쇄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때는 이목구비와 눈빛이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약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빛은 너무나 해맑은 빛에 사슴처럼 놀란 기색이 실려 있어서 용모와 부조화의 극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보니 방금 놀라서 물을 때의 목소리도 약간 음색이 가볍고 높아진 것 같았다. ‘이것봐라! 뭔가 이상하다!’2/7 쪽영호성의 기민한 두뇌가 급회전을 시작했다. 철혈성존 북궁후가 직접 와있고 세 딸 중 두 언니도 와 있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대회의 주인공인 북궁수연이 이 자리에 없단 말인가.  그 말을 해준 장위락의 얼굴에 이상한 부조화가 있다면 혹시 인피면구일 수도 있지 않은가. 맏언니 북궁수란이 면구를 쓰고 여행까지 했으니 막내동생이 면구를 쓰고서 참가자들을 직접 시험하려드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리라. 장위락이 북궁수연이라면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북궁후와 세 딸이 대회참가자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 아닌가.더구나 방금 북궁후가 하려는 말을 가로채면서 뻔한 질문을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는 고위직이라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매우 가까운 흉허물 없는 사이임을 입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한 영호성은 기회를 보아 장위락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북궁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장위락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허허, 성질 한번 급하기는···. 지금까지는 이곳에서 무공, 문예 등을 종합적으로 시험했지. 하지만 무공을 측정하는 이유는 결국 실제 상황에서 위기 해결능력을 간접적3/7 쪽으로 알아보려함이 아니겠나? 총관부에서 무공 대결이 아니라 실제상황에서 해결능력을 측정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네.”장위락은 다시 물었다.“어떤 실제 상황인데요?”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서 영호성은 장위락이 북궁수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이때 북궁후는 여덟 청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그 문제는 자네들에게 설명함이 옳겠지. 하지만 강호 전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이곳의 모든 분들에게 알리는 것이 더 옳을 것이야.”이어 그는 한 호흡 말을 끓고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다음 다시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 무겁고 비장한 기색이 떠올랐다. 청년들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끼고 긴장감을 느꼈다. 북궁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청의 모든 탁자를 꽉 채운 중인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4/7 쪽“무림 동도 여러분!”별로 크게 말한 것 같지도 않은데 목소리가 대청 곳곳에서 묵직하게 울렸다. 중인들은 모두 하던 동작을 멎고 북궁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북궁후의 위압적인 음성이 그들의 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사십여 년전 본인이 철혈대본영을 창건하여 변방세력의 창궐을 저지한 후 강호는 평화로운 세월을 보내왔소. 그런데 최근 수년간 매우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더니 올해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오.”여덟 청년들은 모두 다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북궁후의 두 딸인 북궁수란, 북궁수아는 말할 것도 없고, 장위락의 눈에도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대청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의 기색이 흘렀다. 북궁후는 중인들을 한 번 빙 둘러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첫째, 비단길에서 녹림의 횡포가 심해지더니 본영의 지부인 철혈표국이 보호하는 상단까지 털리는 사건이 생겼소.”이 내용은 소문으로 들어서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놀라는 표정을 짓는 자는 거의 없었다. 5/7 쪽“둘째, 장강일대의 수많은 군소 수적집단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소.”이 말에 여기저기서 아! 하는 놀람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영호성은 하검채의 두목 두 명이 나누던 대화에서 회주를 언급하던 것이 생각났다. 그 당시 수적 세계가 듣던 바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북궁후의 말은 계속되었다. “셋째, 사백여년 전 천축에서 등장하여 천하를 휩쓸었던 환락혈교의 사악한 내공심법이 빠른 속도로 중원 전역에 유포되고 있소.”그 말에 대청 내 탁자 여러 곳에서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로 연륜이 있는 무림인들이었다. 가장 젊은 편에 해당하는 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혹에 찬 기색이었다. 이는 환락혈교가 무려 사백여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서 젊은이 중에는 내막을 잘 모르는 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영호성은 환락혈교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었다. 무공과 내공심법이 괴이하고 사악하6/7 쪽

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기 때문에 궁금증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북궁후의 우렁찬 음성은 계속하여 실내 공기를 뒤흔들었다.“환락혈교는 음양 결합을 통해 생명력을 고양하고 삶의 행복을 누린다는 기치 아래 수많은 젊은이들을 유혹했었소. 성교의 절정감을 이용해 내공을 급증시키는 사악하고 괴이한 내공심법으로, 멀쩡한 인간을 음행에 빠지게 만들어 갖은 시비가 일어나고, 또 갑자기 산공이 되어 폐인이 되거나 사망하는 일이 속출했다오. 현재 중원 전역에서 그와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소.”이어 그는 산동일수 탁운발 사건과 절강쌍검 피씨형제 사건 등을 언급했다. 영호성은 얼음물을 머리에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자신이 개태사에서 얻은 극치열락흡원심결도 성교의 절정감에서 내공을 얻는 심법인 것이다. 게다가 내공이 급증하는 엄청난 효용이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극치열락흡원심결은 천축어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천축어를 공부하면서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영호성은 북궁후의 설명과 자신이 겪은 일이 너무 아귀가 맞아떨어져서 당혹을 금할 수 없었다. 7/7 쪽

더구나 극치열락흡원심결은 천축어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천축어를 공부하면서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영호성은 북궁후의 설명과 자신이 겪은 일이 너무 아귀가 맞아떨어져서 당혹을 금할 수 없었다. 7/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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